▲ 김기훈 뉴욕특파원
지구촌 최악의 학살이 빚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은 20년 전만 해도 인심 좋은 동네였다. 토양이 비옥해 흑인 농부들은 아랍 목동들을 환영하고 물을 공유했다. 하지만 인도양의 기후가 상승하면서 계절풍에 영향을 미쳐 지난 20년간 이 지역 강수량은 약 40% 감소했다. 가뭄이 발생해 땅이 극도로 척박해지자 흑인 농부들과 아랍 목동 사이에 초지(草地)를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기후변화에 종교와 인종 갈등이 겹치면서 다르푸르는 지난 2003년 이후 20만명이 사망한 ‘킬링 필드’로 변했다.

적도 인근에 위치한 남미 페루.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 적도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면서 페루인들은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연간 10~20%, 건기에는 40%의 계곡수를 공급하는 빙하수가 없어지면 인구의 70%가 사는 태평양 연안 지역이 사막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가 국가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사(生死)의 문제가 되면서 올해 하반기 국제정치와 국제경제를 주도하는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유엔의 지난 9월 정상회의에서 부시(Bush) 미국 대통령,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은 일제히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2월 인도네시아에서는 전 세계 189개국 대표가 참가하는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 회의가 대대적으로 개최된다. 유엔이 논의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자 미국은 일부 국가들로 별도회의를 개최해 기선잡기에 나섰다. 마치 2차 대전 직후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강대국들이 벌인 헤게모니 다툼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인류 생존에 대한 위협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은 신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각국 기업의 돈벌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IT(정보통신)·BT(생명과학) 기업들은 너도나도 최첨단 노하우를 대체에너지 개발로 돌리고 있다. 유럽의 금융자본들은 친환경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인류를 위한 봉사’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에는 1990년대 ‘IT붐’ 이후 10년 만에 다가온 ‘환경붐’에서 큰돈을 벌어보자는 의도가 깊이 깔려 있다.

기업이 움직이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지난 1995~2003년 사이에 연평균 9만 개씩 증가하던 미국 내 ‘그린 잡’(Green Job)이 향후 10년간은 연평균 3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마저 이제는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한국 정부는 어떤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산업계에 충격이 덜 갈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는 소극적인 원칙론을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온난화 대책 관련 신기술 경쟁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할 만큼 알고 있지 못하다”고 얼버무렸다. 유럽·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전략을 연구해 온 데 비추어 보면 너무나 맥 빠진 대답이다. 한 민간연구소장은 “정부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니 기업들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훈 뉴욕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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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경제부총리가 19일 미국 재무부 만찬에 초대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권 부총리의 첫 공식 일정이다.

함께 초청받은 사람은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7개국 재무장관들로 자국에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를 운용 중이라는 점이 유일한 공통분모라면 공통분모다.

이들 국가 경제수장이 '국부펀드 운용국'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거니와 미국이 재무부 청사 안에 이들을 불러모은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금융계 안팎의 시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과 유럽 국가의 '국부펀드 공포증' 때문에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잔소리를 할 셈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체 국부펀드 규모의 절반은 원유 가스 등 원자재 수출국, 3분의 1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차지다. 1990년에만 해도 5000억달러에 불과하던 전 세계 국부펀드 운용자산 규모가 현재 약 2조~3조달러에 이르고 향후 10년 안에 13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전 세계 금융자산의 5%에 해당하는 크기다.

덩치가 크다고 문제될 건 없지만 서방 선진국들이 국부펀드를 골칫거리로 꼽는 이유는 이들이 '규제받지 않는 중간투자자'라서 금융공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기간산업을 쥐고 흔들까봐 걱정도 크다.

이 때문에 국부펀드 문제는 이번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 중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사이먼 존슨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칼럼에서 조만간 국부펀드에 대한 IMF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넌지시 운을 뗐다.

그는 "약 3조달러 수준인 국부펀드가 현시점에서는 '깜'이 안 될지 모르지만 10조달러가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헤지펀드(2조달러)도 정밀심사를 받는 게 대세인 마당에 국부펀드는 자산, 부채, 투자전략 등이 베일에 쌓여 있잖냐"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선진국들 처지가 이해는 가지만 금융보호주의로 흐르면 곤란하다"면서 "부총리는 만찬에서 이 같은 시각을 피력하면서 우리 국부펀드인 KIC(한국투자공사)는 국정감사와 정보공개 장치 덕분에 투명성 염려가 없다는 점도 홍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말대로 우리는 이제 '국가자본주의가 휘젓는 신세계'에 살고 있다.

[경제부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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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펀드 투자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묻지마’ 투자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펀드 투자 열풍을 중계하는 언론보도를 보면 아파트 중도금 낼 돈, 전세금은 물론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아 중국 펀드에 돈을 넣는 사람들이 펀드 판매사 창구에 등장했다고 한다.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중국 펀드 투자바람은 중국 증시의 활황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이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의 투자양태는 일부 펀드 판매사가 투자자제를 권유하는 공문을 창구에 내려보낼 정도로 과열 분위기다. 단기 실현 수익률이 워낙 높다보니 지금이라도 투자대열에 합류하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외 펀드 투자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중국 펀드에 쏠려 있는 가운데 중국 펀드에 매일 새로 유입되는 돈이 3000억원에 이른다.

펀드 투자가 직접 주식투자보다 덜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큰 충격을 피할 도리가 없다. 더구나 중국증시가 거품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보고서나 해외언론의 경고가 부쩍 늘고 있는 시점이다. 물론 조만간 중국증시에 대한 거품 붕괴 경고가 현실화할지, 활황세가 한동안 이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를 때는 분산투자 등 최소한 투자자세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투자 열풍은 거세지고 있으니 문제다.

고객이 신중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할 펀드 판매사 직원들도 ‘단기적으로는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전망은 밝다’는 식으로 은근히 투자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윳돈이라면 장기투자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대출금까지 동원하는 ‘묻지마 투자’는 애초부터 장기투자가 불가능한 데도 말이다. 국내증시에 선순환을 몰고온 펀드 투자 바람이 중국 펀드에 멍들어 위축되는 사태가 없도록 당국이나 펀드 판매사나 투자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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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부실 위험이 큰 주택담보대출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과 부유층에 걸쳐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최고 수준이었던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2500여 개 금융기관의 고금리대출 규모가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주택대출에서 차지하는 고금리대출 비율은 15% 선에서 30% 선으로 육박했다.

이와 같은 대출시장의 부실구조 아래 관련 금융기관의 부도나 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나타날 경우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불안의 반복은 불가피하다. 미국 금융시장이 간헐적으로 활동하는 활화산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셀 유에스에이(Sell USA)' 바람이 불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통화, 주식, 채권 등에 대한 국제투자자들의 매각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미국시장에서 유출된 순자산은 1630억달러나 된다. 종전 사상 최대 순유출액이던 2001년 3월 423억달러의 4배나 되는 수준이다.

이는 달러화가 10년 이래 최악의 약세를 보이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달러 주도의 세계경제 질서(pax dollarium)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경제로서는 보통 큰 염려가 아니다. 특히 한 달에 500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달러표시자산 매각이 어려워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외국자본의 대규모 유출이 심화되면 정상적인 경제운영이 어렵게 된다. 이 경우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관련 금융기관 부도가 증가해 서브프라임 사태는 더욱 불안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즉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사태→셀 유에스에이→금리인상 압박→다시 서브프라임 사태 확산이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러한 악순환은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을 동시에 침체시키는 구조적 함정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경제는 주택경기가 침체하고 기업투자가 위축돼 고용이 4000명가량 감소하는 등 불안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주택대출시장 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불안이 크다. 특히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 동조현상이 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되면 우리 경제는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

미국은 2000년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1%까지 내리는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그러나 최근 국제수지 적자와 물가불안을 막기 위해 가파른 금리인상 정책을 펴 기준금리를 5.25%까지 올렸다. 그러자 대규모로 늘어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시장에 불안의 회오리가 불어닥쳤다.

한국도 과거 수년간 경기활성화를 목표로 저금리정책을 폈다. 그러자 시중 유동성이 2000조원 가까이 되면서 부동산가격과 증권가격이 급상승했다. 작년 부동산가격은 상반기에 21%, 하반기에 10.8% 올랐다. 올 들어 주가는 35%나 올라 20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택과 증권 매입 등으로 국민들의 빚이 늘어 가계부채가 총 600조원 규모로 가구당 평균 38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당국은 미국과 같이 금리인상 정책을 폈다. 그러자 건설경기가 죽고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가계 부문에 언제 연쇄부도가 나타날지 모르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가 자생적으로 구조화된 것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87년과 98년의 금융위기와 유사한 사태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97년 겪은 금융위기를 다시 겪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응책은 무엇인가. 정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금리와 환율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여 선제적 방어를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엔캐리자금 등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막는 제도나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서둘러 시장운영을 선진화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묻지마 식' 뇌동매매를 지양하고 정석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정부는 투기를 막는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높이는 세금폭탄정책을 펴 부동산시장을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 경제에서 시장은 아무리 잘못된다 해도 죽은 것보다 산 것이 낫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 한쪽이라도 풀어 경제의 중심부에 있는 부동산시장에서 거래가 살아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출금 상환이 이루어지고 가계부채가 줄어든다. 시장이 스스로 치유능력을 갖고 병을 고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기업 투자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성장 동력을 찾아야 국민소득이 늘고 빚이 줄어 경제흐름이 건전하게 된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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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병권]  24년 전 영국에서는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실험이 시도됐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대처 총리가 집권하면서 보수당 정부는 기존 노동당 정부가 수행한 사회복지 확대 정책을 과감히 수정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 지출을 줄이되 사회적 효용성을 증대시키려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시도했다.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는 정부 예산을 통한 일방적인 예술단체·예술가 지원 정책만 고집하던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예술 지원정책은 ‘예술에 대한 안정적 지원 유지’라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지원방식의 비효율성, 예술계의 자생력 저하 및 기생력 증대라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런 가운데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대안으로 대처 정부가 제시한 것이 ‘뉴 파트너스(New Partners)’ 제도였다. 예술계에 대한 기업의 지원 금액에 비례해 정부가 매칭펀드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도 도입 초기만 해도 과연 이 제도로 인해 기업의 예술계 지원 확대가 가능할지, 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매우 효율적인 문화예술 지원정책으로 평가받았다. 1984년 이후 22년간 매년 평균 정부 지원금이 50억원인 반면 기업 출연금 규모는 100억원을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3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정부 위탁을 받아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메세나협회(Art & Business Counsil)의 콜린 트위디 사무총장은 물론 영국 정부 관계자들도 “이 사업은 영국에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자랑한 바 있다.

  최근 불거진 신정아·변양균씨 파문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제 막 활성화되기 시작한 기업들의 메세나 운동과 문화 마케팅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정부의 제도 운영 방법이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 지원은 이제 시대적 흐름이다.

 기업들은 다가오는 CSR라운드(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회의)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경영 차원에서도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영국의 뉴 파트너스 제도는 한국에도 도입돼 올해부터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총 27개 중소기업을 예술단체와 결연시키면서 기업의 예술계 지원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부는 민간 재원 유입을 통해 자체 지출을 줄이고 예술지원 확대를 꾀하는 효과를 얻는다. 중소기업은 국민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계는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예술활동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이 제도는 정부·기업·예술계·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올해 6억원에 불과한 정부의 매칭펀드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기업들의 관심 확대에 힘입어 예술계 지원 방법·과정도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화돼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무거운 숙제를 보다 기쁜 마음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병권 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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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아웃리치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국부펀드(SWF)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국부펀드란 정부가 조성한 재원으로 외화자산을 조성,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투자기구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헤지펀드 규모는 1조5000억∼2조달러로 추정된다.

그런데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부펀드를 통해 운용 가능한 자산 규모가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정된다니 국제 금융시장의 국부펀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원래 국부펀드란 원유 등 정부 소유의 원자재 수출을 통해 축적된 정부의 재정자금을 불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의 국부펀드가 대표적이다. 국부펀드는 이런 의미에서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외환보유액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주된 목적은 외환위기 같은 위급한 경우 대외 지급을 보장함으로써 외환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단지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수익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외환보유액을 지나치게 많이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의 외환보유액은 언제라도 대외지급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국채 등 대체로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특별국채를 발행, 조달한 위안화 자금으로 중앙은행이 보유한 1조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0억달러의 자본금을 초기단계에서 확보하여 지난 9월 중국투자공사를 설립했다. 민간이 아닌 국가기관 주도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자산운용 능력과 전략적 의도를 의심받으며 국제금융계의 관심과 견제를 함께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북아금융허브 육성이란 명분 아래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했다. 그리고 현재 2500억달러를 웃도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이미 170억달러를 한국투자공사에 위탁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한 돈으로 외환을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조성한다. 그 결과 한국은행은 발행된 통화안정증권에 대해 올해만도 7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이자를 물고 있다. 최근 지적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적자 문제도 바로 외환보유액의 조성 비용과 관련이 있다. 그런만큼 외환보유액이 적정수준을 넘는다면 매각하는 것이 맞다.

정말 정부가 빚이라도 내서 국제금융 연습을 할 목적이라면 당당하게 국민의 동의와 국회의 승인을 받아서 국채를 발행, 재정자금을 조달하여 운영하면 된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을 가져다 한국투자공사에 맡겨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운용케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마치 주식투자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아버지가 투기를 좋아하는 무능한 이웃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든다고 덩달아 빚을 내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중국투자공사도 지난 5월 미리 30억달러를 투자해 매입한 사모투자펀드인 블랙스톤의 지분가격이 신규 상장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영향 때문에 벌써 3분의 1가량의 평가손실을 봤다고 한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는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통화정책의 운영 과정에서 아직도 정부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외환보유액의 부실한 관리는 금융시장 불안, 한국은행의 적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공기업인 한국투자공사가 한국은행이 비용을 들여 외환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한 외환보유액을 쉽게 넘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금융은 근본적으로 정부나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의 영역이다. 다만 기왕 설립됐으니 스스로 투명하고 독립적인 운영과 자산운용 성과를 입증해 보이는 것만이 금융공기업 한국투자공사의 활로다.

[[최창규 / 명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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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19일. 이날은 월요일이었다. 주말을 쉰 월가 참여자들은 새로운 기대로 한 주를 시작하려 했다. 이전까지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터라 추가 상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내 공포 속에 빠져 들었다. 주가가 흘러내리더니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2.6% 떨어지는 폭락장이 연출됐다.

시장참여자들은 이날을 '블랙먼데이'로 불렀고 이후 폭락장의 대명사가 됐다. 이날 폭락한 장세는 이후 주가가 36% 추가 하락하는 큰 조정을 거쳐야 했다. 주가가 다시 폭락장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무려 24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날로부터 정확히 20년 뒤인 지난 10월 19일. 이날은 한 주를 마감하는 날이었다. 큰 일 없이 무사히 '블랙먼데이' 20주년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6% 이상 하락하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19일은 20년 전 블랙먼데이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닮은 점이 많아 일찍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최근 장세는 87년처럼 강세장이 5년 동안 지속됐고 다소 지친 듯한 모습을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대규모 무역적자로 인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최근 상황과 너무 흡사했다.

당시 미국은 심각한 무역적자로 고민이 많았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상품이 물밀듯이 몰려와 무역적자를 확대시켰다. 최근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중국 제품을 중심으로 아시아 상품이 미국시장을 파고들었다.

87년에는 대형 바이아웃(차입매수) 기업들이 주요 기업들을 인수하며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다. 올해는 대규모 사모펀드 등이 대형 인수ㆍ합병을 성사시키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로 인해 두 해 모두 대출시장은 급기야 붕괴에 직면하게 됐다.

컴퓨터시스템을 동원한 정교한 투자기법이 유행한 것도 닮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컴퓨터에 의한 과학적인 투자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으로 믿었지만 87년이나 2007년 모두 허사였다.

이 같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두 해 사이에는 분명 다른 점도 많다. 20년 전에는 주가가 너무 급격히 많이 올랐으나 올해는 상대적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87년 들어 8월 고점까지 다우지수는 43%나 올랐지만 올해 다우지수는 고점까지 14% 정도 오른데 그쳤다.

게다가 주식에 대한 거래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S&P500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 역사적으로 평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이익의 16배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20년 전에는 주가수익비율이 20배에 달했다.

금리정책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자세도 다르다. 87년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느라 금리를 계속 올렸고 신용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하지만 지금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며 시장에 즉각 개입했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블랙먼데이 20주년을 맞아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하락하더라도 놀라지 않고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19일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결정적인 계기는 기업들의 실적부진이었다. 유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탄탄한 기업실적은 이들 악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호재로 인식됐다. 기대했던 기업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다.

사실 그동안 미 증권시장에서는 낙관론이 주가를 지탱해왔다.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경기침체 염려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했다.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과 견조한 기업실적 기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의 재료가 있었지만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낙관론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하게 될지 아니면 추가로 약세를 보일지는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증권시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은 증시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sunnyw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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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창구 앞에 드러누워서 돈 물어내라고 야단입니다. 고객이 자필서명한 계약서를 보여줘도 막무가내예요. 은행에서 판 상품이 어떻게 원금이 깨질 수 있느냐면서요."

펀드 열풍이 불면서 은행에서 펀드를 가입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됐다. 국내 펀드시장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은 맞지만 투자자 수준, 즉 펀드투자 매너도 개선됐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최근 한 은행에서 판매한 원유파생상품 펀드의 손실 논란은 투자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 투자자에게 경종을 울린다.

6개월 만에 원금이 반토막 날 위기에 처한 이 상품의 35쪽짜리 투자설명서를 보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잘 띄는 빨간색 글자로 8번이나 나온다. 마지막에는 이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며 고객이 자필 서명까지 한다. 이쯤 되면 원금손실 가능성을 몰랐다는 얘기는 감히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은행 창구에서는 고객이 원금을 보장하라고 떼를 쓰거나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어떤 투자자는 손실을 은행과 자신이 절반씩 나눠 책임지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IT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던 2000년 초반, 증권사 창구에서 돌을 던지며 행패를 부리던 고객까지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 의식이 향상되면서 이제 증권사 창구에서는 원금 손실을 책임지라며 행패를 부리는 고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펀드 손실이 났다고 거칠게 항의하는 은행 고객은 여전히 '구석기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은행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은행 상품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생각을 아직까지도 갖고 있는 투자자가 더 문제다. 예금과 펀드상품은 예금자 보호나 원금 보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펀드투자 매너의 기본은 실적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책임이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매너가 부족하거나 지킬 생각이 없다면 펀드투자는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금융부 = 고재만 기자 zeman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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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커지고 있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규제할 것이냐를 놓고 갈수록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선진국들은 규제를 하자는 쪽인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과 아시아국은 규제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과거 헤지펀드 등 단기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 주장을 애써 외면해왔던 점에 비춰 그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헤게모니 싸움이자 힘겨루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맞아 개최된 G7 아웃리치 재무장관회의(G7 재무장관이 다른 나라 재무장관을 초청한 회의)에서도 국부펀드 논란은 빠지지 않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부펀드 투명성에 결코 문제가 없다며 규제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무분별한 투자행태로 인해 국제금융시장 교란이 염려된다며 국부펀드 행동지침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국부펀드 논쟁이 이처럼 가열되고 있는 까닭은 선진국뿐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국도 국제금융계 큰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심세력은 원래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연기금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동국가 오일달러와 중국등의 국부펀드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그 결과 요즘에는 개발도상국 자본이 오히려 선진국 자산과 기업을 공략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달러화 약세로 인해 각국이 미국 재무부채권을 사는 대신 국부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이 자극요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올 들어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에 30억달러를 투자했고, 중국개발은행은 영국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스 지분 매입에 합의했다. 또 카타르투자청은 영국과 북유럽증권거래소 지분을 인수했고, 아랍에미리트 국영기업은 오클랜드 공항 인수에 합의했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국가마다 운용의 투명성을 최대한 높여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낮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해서 자신들과 다른 잣대를 개도국에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괜찮고 국부펀드는 문제가 있다는 식의 시각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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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은행에서 창구 직원과 고객이 크게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 유가에 연동된 파생상품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최근 유가 급등으로 원금이 반토막 나자 담당 직원에게 항의한 것이다. 금리가 낮은 요즘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사람이 주위에 하나둘 생겨나자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펀드 계좌가 1800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국민 재테크'라 불릴 만도 하다. 판매 수수료가 높아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펀드 수수료의 절반 이상이 판매 수수료인 만큼 판매자는 고객에게 꼼꼼히 설명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펀드에 가입하러 왔다고 하면 수익률 높은 상품 한두 개를 보여주고 설명서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사인을 종용하는 사례가 많다. 은행이야 펀드 투자가 활성화돼 고객이 모두 알고 왔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펀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판매하는 펀드는 당연히 원금이 보장되는 줄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펀드 판매자는 고객이 상품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 뒤 가입을 권유해야 할 것이다.

김종신(경남 산청군 산청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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