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커지고 있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규제할 것이냐를 놓고 갈수록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선진국들은 규제를 하자는 쪽인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중동과 아시아국은 규제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과거 헤지펀드 등 단기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 주장을 애써 외면해왔던 점에 비춰 그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헤게모니 싸움이자 힘겨루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맞아 개최된 G7 아웃리치 재무장관회의(G7 재무장관이 다른 나라 재무장관을 초청한 회의)에서도 국부펀드 논란은 빠지지 않았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부펀드 투명성에 결코 문제가 없다며 규제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무분별한 투자행태로 인해 국제금융시장 교란이 염려된다며 국부펀드 행동지침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국부펀드 논쟁이 이처럼 가열되고 있는 까닭은 선진국뿐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국도 국제금융계 큰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심세력은 원래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연기금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동국가 오일달러와 중국등의 국부펀드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그 결과 요즘에는 개발도상국 자본이 오히려 선진국 자산과 기업을 공략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달러화 약세로 인해 각국이 미국 재무부채권을 사는 대신 국부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에 나선 것이 자극요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올 들어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에 30억달러를 투자했고, 중국개발은행은 영국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스 지분 매입에 합의했다. 또 카타르투자청은 영국과 북유럽증권거래소 지분을 인수했고, 아랍에미리트 국영기업은 오클랜드 공항 인수에 합의했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국가마다 운용의 투명성을 최대한 높여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낮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해서 자신들과 다른 잣대를 개도국에 들이대는 것은 잘못이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괜찮고 국부펀드는 문제가 있다는 식의 시각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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