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필두로 영업직 사원들이 많이 그만두고 나가는 것 같다. 이유를 들어보니 대형 증권사일수록 최근 영업 강도가 강해졌다고 한다. 기존 주식 중개수수료 영업도 벅찬데 펀드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판매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침 펀드와 CMA 강자인 미래에셋과 동양종금증권이 경력직을 대거 채용했다. 대형사 직원들 눈길을 끈 것은 당연지사. 미래에셋은 가만 있어도 고객들이 펀드에 가입하러 오는 곳이고, 동양종금증권도 CMA의 절대 강자다. 올해 들어 두 곳으로 이직한 사람들은 600명에 이른다. 반대로 대형 증권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퇴직자 사표를 약 40일간 수리하지 않으면서 묶어 두는 전략을 쓰는 증권사도 있다고 하니 심각하다.

이 같은 이직이 늘어나면 업계 전반적으로 비효율성은 커진다. 이직이란 좋은 회사가 우수한 인재를 데려 갔을 때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워낙 변화가 심하니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직장을 옮기는 사례가 많다.

결과는 사람을 잃은 쪽이나 얻은 쪽이나 손해다. 잃은 쪽은 직원을 새로 뽑아야 하니 힘들고, 얻은 곳은 소극적인 인재를 들여와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자격증 많은 인재는 원치 않는다"는 말이 그래서 필자에겐 '열정을 키우지 못한 인재는 솎겠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물론 이직자들을 탓할 순 없다. 그들도 미래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일하기 편하고 웃돈 얹어주는 직장을 포기하는 바보는 없다.

'스트레스성 이직'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몸값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해법은 업계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리더로서 제 구실을 해야 할 증권업협회는 이런 사정을 아는지 의문이다. 어쩌면 '수수료 제살깎기'보다 '인력 제살깎기'가 더 심각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업계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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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로 국내 증시에 스타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가운데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외 ETF 전문가들이 직접 스타일 ETF에 대한 개념 정리와 투자전략, 사례 등을 소개하는 '스타일 ETF 인사이트 포럼'을 개최합니다. 관심 있는 투자자 여러분의 많은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일시=2007년 11월 1일(목) 오후 2~5시

◇장소=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 내 세미나장

◇신청=인터넷 홈페이지(www.krxexpo.co.kr)에서 사전등록

◇문의=에프앤가이드 (02)769-7774

주관 : 매일경제신문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에프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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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 간 갈등으로 얼룩졌던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이 제정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법제처가 최근 과기부·산자부·정통부·기획예산처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로봇법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열어 로봇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동안 로봇특별법 제정에 큰 관심을 갖고 법제정에 남다른 기대감을 나타냈던 로봇업계 처지에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만일 로봇특별법 제정이 무산됐다면 그동안 정부의 로봇 육성정책을 믿고 로봇개발과 로봇사업 진출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로봇업계의 정부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로봇특별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난만큼 향후 정부와 산업계가 로봇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자리잡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로봇산업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은 적지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동안 개별산업육성법을 놓고 벌어졌던 부처 간 갈등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런 갈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갈 것인지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산자부는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긴요하다는 시각이었던 데 비해 정통부는 개별산업육성법은 점차 폐기하는 추세며 정부가 과도하게 민간에 개입하게 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같은 견해 차이는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사안이 불거져 부처 간 싸움이 재연될지 걱정스럽다. 이번 로봇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개별산업육성법의 원칙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원칙을 모든 사례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원칙을 한번 세워놓으면 각 부처가 사안이 생길 때마다 개별산업육성법을 제정하려는 폐단은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다. 물론 개별법을 만드는 것이 산업의 육성에 도움이 되겠지만 모든 산업에 국가의 지원을 전제로 하는 개별법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많다. 개별법의 제정은 해당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국민경제 및 과학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번에 로봇특별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니 앞으로 세부 쟁점을 놓고 부처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이번에 제정되는 로봇특별법은 로봇산업위원회 신설, 로봇산업진흥원과 전문연구원 설립, 로봇펀드 구성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쟁점 심의 과정에서 정부 부처 간 협력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면 부처 이기주의의 틀을 과감히 깨고 바람직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봇특별법이 특정 부처의 발언권만 높이고 관료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 입법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정부 및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확대가 우려되고 있는 마당에 불필요하게 눈총을 받는다면 로봇특별법의 제정 취지가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국회 역시 로봇특별법의 제정 취지를 백분 이해하고 회기 내에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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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기술·자본 등의 생산요소가 국경 간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기술 발전속도가 지식기반의 경제 논리를 앞서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와 경합관계인 일본과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우리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대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대외적 도전은 국내 산업의 시장규모 축소와 높은 투자 및 수익기회 감소 그리고 기술 축적과 인적자원 개발 지체 같은 요인과 결부돼 일자리 창출능력과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도전을 극복하려면 산업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부가가치 기술축적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높은 SW산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동안 SW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 SW강국 선포·SW 제값 받기·SW 분리발주·IT 선단형 수출·GS인증제도 도입 등이 그것이다. SW산업에 쏟아지는 이러한 관심 속에 SW 위상이 서고 있고 정부 차원의 지원책에 도움을 받은 기업이 많을 것이다.

 한국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국내 SW산업 현황 및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SW기업의 바람직한 금융지원 방법은 융자를 이용한 자금지원이 아니라 ‘투자’라고 밝혔고 정보통신부 역시 국내 SW업체의 해외진출 어려움을 돕기 위해 SW펀드 구성이라는 적극적인 대책안을 검토했으며, IT투자조합을 결성해 중소벤처 IT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으로 각 부문이 발전했다면 전체를 봤을 때 역시 발전해 있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우리나라 SW산업의 생태계는 열악하며 7000개가 넘는 중소 SW기업 중 제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곳은 극히 미미하다. 우리 SW산업의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에서 발간한 소프트웨어산업백서(2006)에 따르면 세계 SW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7.0%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며 패키지 SW시장 역시 2006년 2280억달러에서 2010년까지 연평균 6.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SW업체에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며 또 마련된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힘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세계 SW시장의 흐름 속에서 우리 SW기업을 보다 실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SW특화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SW특화펀드로 동종 업체 간 솔루션별 대표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M&A를 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한 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을 도울 수 있다.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 안에 드는 MS와 IBM·HP·오라클은 최대 20여개의 SW기업을 인수한 대형 SW솔루션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장 확장으로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제품 가치를 증진시키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투자의 개념에서 활발히 M&A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나마 SW기업의 자금 수급 애로를 돕는 벤처캐피털 투자규모가 2000년 총 투자 비중의 15.29%에서 2005년 5.25%와 2006년 3% 미만으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SW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 진출할 때 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기업의 규모와 시장지배력이다. 이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선진 성공사례를 배워야 하며 M&A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는 더욱 SW업체 간 M&A를 지원하는 펀드 조성이 절실하다.

◆ 백원인 미라콤아이앤씨 대표이사 woninb@mira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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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29일 코스피 지수(옛 종합주가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대기업체 C모 부장은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했다.

“10분 이상 일에 집중하기 힘듭니다. 마음이 주가에만 가 있고, 결재 서류나 보고서가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얼마 전엔 담당 임원에게 질책을 받기도 했다. 컴퓨터로 주식시세만 들여다 보려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C부장의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주가가 급등한 철강·조선 등 대형주에는 투자하지 않고, 루머에 귀가 솔깃해 코스닥 주식만 사들였기 때문이다.

C부장뿐 아니다. 올 들어 ‘차이나펀드 열풍’이다, ‘중국 특수(特需)’다 하며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주식폐인’이 된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46%가 “업무 중에도 주식투자에 시간을 쏟고 있다”고 답했고, 이들 중 50%는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31%는 “외근·회의 등으로 장시간 주가를 파악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지난주 한국에 온 ‘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Buffett)이 기자회견에서 해답을 제시했다.

“차트, 지표, 증권전문가에 휘둘리지 마세요. 내가 직접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장기투자할 기업을 고르세요. 무엇보다 ‘자기계발’이 가장 중요한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그러나 그가 기자회견에서 거론한 종목이 당일 상한가를 쳤다가 다음날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증시의 냄비 기질은 여전했다. 한국의 주식 투자가들은 버핏의 방한에 열광하면서도, 버핏의 성공비결이 한 종목에 투자하면 몇 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 투자 덕임을 잊고 있었다.

버핏은 20년 전 사들인 코카콜라 지분 8%를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 사이 코카콜라 주가는 12배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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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경제부 yk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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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며칠 전 은행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창구에서 고객과 직원이 크게 다투는 모습을 봤다. 고객은 유가에 연계된 파생상품 펀드에 가입했는데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금이 거의 반 토막 날 정도로 큰 손실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고객이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삿대질하는 꼴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너도 나도 한 푼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 상품에 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은행 등에서도 펀드 판매 수수료 수입을 올리려고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당연히 원금이 보장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높은 수익률에만 현혹돼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은행의 잘못도 크다. 펀드 상품 가입을 위해 상담하러 왔다고 하면 원금 손실 여부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수익률 높은 상품 한두 개를 보여주곤 설명서에 동그라미를 쳐주면서 바로 서명하라며 부추기는 모습을 은행 창구에서 흔히 보게 된다.

최근 펀드 계좌 수가 1800만 개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우리는 펀드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인식은 아직 뒤처져 있는 것 같다. 투자자는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고 펀드에 가입해야 할 것이다. 판매하는 은행도 막무가내로 가입을 유도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상품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에 내실을 기했으면 한다.

김종신 경남 산청군 산청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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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 국민연금과 미래에셋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함에 따라 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새삼 일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이 같은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미국도 1930년대에는 미국은행협회가 채택한 소위 '월스트리트 룰(Wall Street Rule)'이 가이드라인이 됐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이 나빠졌을 경우 경영에 간섭하기보다는 주식을 매각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대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1974년에 제정된 연금개혁법인 '고용자퇴직소득 보호법(ERISA)'은 투자기업을 감시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명문화했다. 캘리포니아연금기금(캘퍼스)은 매년 영향력을 행사할 대상기업 명단을 작성해 각종 압력을 가한다. 요즘은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펀드자본주의'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외국 투자자가 몇 가지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 2003년 SK(주) 주식 14.99%를 확보한 소버린은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한 적이 있다. 작년 초에는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스틸파트너스와 함께 KT&G를 압박해서 결국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고배당 정책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소위 '장하성 펀드'도 출범했다.

증권선물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불과 1건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에는 매년 10~32건 수준을 보였다가 올해는 3월 초순 주총까지 55건으로 늘어났다. 내용면에서는 불성실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등 미미한 게 대부분이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체로 월스트리트 룰 단계에서 이제야 조금씩 주주행동주의 단계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초기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자본주의적 사회 분위기가 미성숙된 탓도 크다.

따라서 아직은 국내 재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펀드의 경영간여 규제를 들먹일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정부 당국이 어떤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민간 기관투자가들의 경영권 참여를 규율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느 나라든 기업의 오너나 CEO 입장에서 호랑이 시어머니를 좋아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신탁자들을 대신해서 투자기업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과 신탁자들의 수익을 높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가 스스로가 내부 통제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절차와 목적, 결과 등을 상세히 공개할 필요는 있다. 또 자산운용협회, 생명보험협회 등과 같은 업계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주주권 행사의 기본원칙 같은 것을 밝히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의결권은 오로지 자금을 맡긴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행사한다는 원칙 같은 것이다. 과도기적으로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기관들이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조성과 과도한 배당 요구를 자제하면서 성장에 도움을 주겠다는 정도의 선언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문제도 강제할 일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인들의 과도한 경영권 간섭에 대한 방파제 구실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다른 경우다. 의결권 행사는 전문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한다지만 현행과 같은 관치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경영권 개입을 하면 정부의 경영 개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아직은 미국의 연금개혁법인 ERISA와 같이 의무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도록 독려하기는 시기상조다.

이 밖에 기관투자가의 자산운용상 의무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각 주정부법과 판례에 따라 남의 돈을 맡아서 관리하는 수탁자는 '신중한 (전문)투자자 법칙(Prudent Investor Rule)'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신중하면서도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서 수탁받은 자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게 요점이고, 소송 및 재판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로서 포트폴리오, 파생상품 투자 등의 기법을 구사해야 한다. 이런 전문가가 일반 상식을 가진 사람들보다 자산운용을 못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선언적이지만 이런 규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규정이 있다면 200조원이 넘는 국민자산을 상식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조차 제대로 못하고 채권에 80~90% 이상을 집중 투자해 형편없는 수익률을 기록해온 국민연금은 소송감이 될 수 있다. 매년 1%만 수익률을 더 올려도 2조원을 벌게 되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손실을 봤겠는가.

[장용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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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
아일랜드, 두바이, 베트남.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올리는 나라들이다. 반면 한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달 발표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순위가 31위에서 48위로 17계단 떨어졌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의 29위와 비교하면 4년 새 19계단 하락한 꼴이다.

한국의 경우 모두가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여겼던 남북문제가 개선 일로에 있고,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외국 기업이 국내로 들여온 투자액은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 쏟아 부은 투자액에 추월당한 뒤 다시 비상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경쟁자들까지 외국인 투자 유치 전쟁에 뛰어 들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우리의 전략을 점검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첫째, 영어 구사력은 물론 글로벌 사고방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충분한 지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이 땅덩이도 좁고 내수 시장도 작은 한국에 투자하려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가가 투자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영어 교육 열풍이 그렇게 거세지만 단순한 의사 소통을 넘어 의견과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언어보다 더 중요한 글로벌적 사고를 이해하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사고와 에티켓을 갖춘 인재 역시 부족하다. 네덜란드, 스위스,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 허브 국가들의 경우 거의 전 국민이 2~3개 국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모순적인 시각을 해소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제품을 판다. 러시아와 중국에선 현대자동차가 길거리를 누빈다. 업종을 떠나 이미 세계는 자본과 서비스, 아이디어가 논스톱으로 오가는 하나의 운동장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이 땅에서 생산시설을 짓고 수백명의 인력을 고용해야만 경제에 기여한다고 여긴다. 반쪽짜리 애국심이다.

더욱이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 및 이익 실현에 대해 여전히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가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면 국부(國富) 유출 논란이 불거진다. 한편에선 국민연금 등 국내 기금과 대다수 국내 펀드가 나스닥이나 유럽 등 해외 증시에 중요한 투자자로 나서고 있으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법 집행이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서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우리 금융 관련 법에 대해 ‘법 체계는 비교적 잘 갖췄으나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국민정서법’이라는 불문법(不文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축구 경기를 치른다고 하자. 심판이 바뀌었다고, 오래된 경기 규칙이 해당 국가에 불리하다고 해서 이를 예고도 없이 뜯어 고치고 이미 끝난 경기의 승패까지 뒤집으려고 한다면 한국에 와서 원정 경기를 치를 외국 팀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우리나라에 와서 원정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일관된 게임의 법칙이 보장되지 않는 땅에서 누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을 펼치려 하겠는가?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을 놓고 한판의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에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절대적인 전력의 우위만은 아니라는 점을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이 역사를 통해 증명했다. 외자 유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바를 진정으로 파악하고 이를 공략할 전략을 차분히 가다듬어야 한다.




[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 세계경제연구원 상임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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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그룹. 1985년 단돈 40만달러로 시작해 불과 2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사모펀드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자산 670억달러로 전 세계 100여 개 기업을 집어삼켰다. 올해 초 미국에서 가장 많은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부동산 최대 기업 에쿼티 오피스 프로퍼티스를 390억달러에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한 바로 그곳이다. 마이클스토어(60억달러), TDC(120억달러), VNU(98억달러)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 모두 블랙스톤에 넘어갔다.

포천지가 최근 이 회사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월가의 새로운 왕'으로 치켜세운 것도 블랙스톤의 잠들지 않은 열정을 높이 평가해서다. 지난 6월 중국투자공사가 이런 블랙스톤 지분 10%를 샀다. 비록 의결권이 없는 지분이긴 하지만 중국 자본이 미국 최대 사모펀드를 공략한 것이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미국 자본에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반대 해석도 있다.

2005년 여름 중국 국영석유회사의 미국 캘리포니아 석유회사인 유노컬 인수가 미국 정부 반대로 무산된 후 사모펀드라는 매개체를 통해 미국 기업을 공략해 보겠다는 중국의 전략 수정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중국투자공사의 블랙스톤 지분 인수는 올해 중국 자본의 국외투자 전체를 놓고 보면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7월 중국건설은행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 지분 20%(55억달러)를 인수해 사실상 주인이 됐다. 1694년에 설립돼 영국 금융의 역사라는 바클레이스은행(지분 3%, 30억달러)에도 중국개발은행 손길이 뻗쳤다. 시틱증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일격을 맞아 비틀대고 있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다.

중국 자본의 궤적은 투자라기보다 공격에 가깝다. 인수전을 펼치는 모습에서 수천 년 역사에서 목격된 중화 대륙인의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쏟아 붓는 자금 규모도 엄청나지만 공격 대상 기업들이 모두 그 나라에서는 금융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보고 있자면 부럽기도 하다. 국내 금융자본의 안이한 경영전략과 비교해 보면 은근히 화도 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온실 속 보호에 숨어 국내 은행들은 이자 따먹는 데만 열중했다. 전략이라곤 비싸게 대출해 주고, 싸게 예금 받는 게 고작이었다. 위험 없는 주택담보대출만 파먹다가 정부의 부동산 견제정책으로 막히자 이제는 다른 은행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빼앗아오는 일에 혈안이다.

만나는 뱅커마다 국내 시장에는 더 이상 먹을 게 없다고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뱅커도 없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너무나 따로 논다. 은행이고 증권사고 할 것 없이 이익이 조금만 나면 미래 투자는 뒷전이고 배당으로 대주주 주머니 챙겨주는 데 여념이 없다. 외국으로 나가라는 정부의 등떠밀기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 금융사 지분을 사들이기는 하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 상호저축은행 정도에 불과한 곳이 많다.

지난해 5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사겠다며 입찰서에 써넣은 금액이 70억달러(6조3346억원). 아직 결론 나지 않은 법원 판결에 HSBC까지 뛰어들면서 오리무중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국내 은행들은 외환은행을 못 먹어서 안달이다. 더 이상 국내에서 먹을 게 없다면서도 굳이 그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를 고집하는 모습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각을 넓혀 70억달러 정도 자금이면 앞서 중국이 인수했다던 그 정도 규모 금융기관 두어 개는 충분히 인수할 수 있을 것이다.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지분 13% 정도도 살 수 있다는 역발상도 가능하다.

국내만 쳐다보는 터널식 발상에서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세계는 넓고 신성장동력은 얼마든지 있다. 금융사들마다 속사정도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움도 있을 게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정글로 나가야 한다는 건 금융인들도 동의하는 사실 아닌가. 국내 금융사들이 정글로 나가기에는 너무나 비만하고 동맥경화가 걸린 건 아닌지 의문이다.

[경제부 = 장광익 차장 pald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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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이 투자한 내용이 너무 투명하게 공개되다 보니 운용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다른 기관과 경쟁해야 하는데 우리 전략을 노출시키는 꼴이 되니까요."

2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몇 년째 일하고 있는 직원이 기자에게 하소연한 내용이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배분 계획 등 중요 사안을 공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막상 운용을 할 때는 애로점이 있다고 이 직원은 부연설명했다.

김호식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말 외신 인터뷰를 통해 '원유ㆍ가스 등에 관심이 많으며 20조원 규모 자원개발펀드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듣고 있자니 '투자전략 노출'을 걱정하던 기금운용본부 직원이 떠올랐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전략을 세계 경쟁사에 대고 떠든 형국이 됐다. 또 한국이 투자할 만한 유전ㆍ광산을 소유한 외국 사업가들에게는 '국민연금이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예정이니 값을 올리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됐을 수도 있다.

김 이사장은 아직 논의 중인 데다 지금 상황에서 외부에 공표할 의무도 없는 투자계획을 국내 언론도 아닌 외신을 불러놓고 전 세계에 알려줬다.

산업자원부는 국민연금 에너지펀드 조성에 대해 아직 협의 중일 뿐 금액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련부처 협의나 투자 결정을 위한 절차 등을 마무리한 후 발표해도 될 텐데 왜 그렇게 서둘러 공개했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했다.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지속적으로 올리면 보험료율 부담을 3%포인트 덜어주는 효과가 있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전략이 중요하다. 수백조 원에 달하는 국민 돈을 다루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 수익률을 높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경제부 = 김규식 기자 kks10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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