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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훈 뉴욕특파원
지구촌 최악의 학살이 빚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은 20년 전만 해도 인심 좋은 동네였다. 토양이 비옥해 흑인 농부들은 아랍 목동들을 환영하고 물을 공유했다. 하지만 인도양의 기후가 상승하면서 계절풍에 영향을 미쳐 지난 20년간 이 지역 강수량은 약 40% 감소했다. 가뭄이 발생해 땅이 극도로 척박해지자 흑인 농부들과 아랍 목동 사이에 초지(草地)를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기후변화에 종교와 인종 갈등이 겹치면서 다르푸르는 지난 2003년 이후 20만명이 사망한 ‘킬링 필드’로 변했다.
적도 인근에 위치한 남미 페루.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 적도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면서 페루인들은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연간 10~20%, 건기에는 40%의 계곡수를 공급하는 빙하수가 없어지면 인구의 70%가 사는 태평양 연안 지역이 사막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가 국가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사(生死)의 문제가 되면서 올해 하반기 국제정치와 국제경제를 주도하는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유엔의 지난 9월 정상회의에서 부시(Bush) 미국 대통령, 사르코지(Sarkozy)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은 일제히 이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2월 인도네시아에서는 전 세계 189개국 대표가 참가하는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 회의가 대대적으로 개최된다. 유엔이 논의의 주도권을 쥐려고 하자 미국은 일부 국가들로 별도회의를 개최해 기선잡기에 나섰다. 마치 2차 대전 직후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강대국들이 벌인 헤게모니 다툼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인류 생존에 대한 위협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은 신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각국 기업의 돈벌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IT(정보통신)·BT(생명과학) 기업들은 너도나도 최첨단 노하우를 대체에너지 개발로 돌리고 있다. 유럽의 금융자본들은 친환경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인류를 위한 봉사’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에는 1990년대 ‘IT붐’ 이후 10년 만에 다가온 ‘환경붐’에서 큰돈을 벌어보자는 의도가 깊이 깔려 있다.
기업이 움직이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지난 1995~2003년 사이에 연평균 9만 개씩 증가하던 미국 내 ‘그린 잡’(Green Job)이 향후 10년간은 연평균 30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소극적이던 미국 정부마저 이제는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한국 정부는 어떤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산업계에 충격이 덜 갈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는 소극적인 원칙론을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온난화 대책 관련 신기술 경쟁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할 만큼 알고 있지 못하다”고 얼버무렸다. 유럽·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전략을 연구해 온 데 비추어 보면 너무나 맥 빠진 대답이다. 한 민간연구소장은 “정부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니 기업들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훈 뉴욕특파원 kh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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