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폰지(Ponzi)’라는 용어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폰지 게임(Ponzi game), 폰지 금융(Ponzi finance) 등이 그것인데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폰지 게임은 1920년대 금융사기 행각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찰스 폰지(Charles Ponzi)로부터 유래되었다. 당시 폰지는 사업성이 희박한 국제 쿠폰사업을 유망 투자사업으로 포장하였는데 높은 수익에 현혹된 사람들이 앞다투어 투자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금이 기존 투자자앞 배당금 지급과 폰지 개인의 용도로 사용되는 금융사기로 판명되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하이만 민스키(Hyman P Minsky)는 폰지 금융의 개념을 사용하여 자본주의 경제에 내재하는 금융 불안정성 가설을 주장하였다. 민스키는 자금의 조달유형을 건전성 정도에 따라 헤지 금융, 투기 금융, 폰지 금융으로 분류하고 있다. 헤지 금융은 투자수익으로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달유형이며, 투기 금융은 투자수익으로 초반에는 이자만 상환하고 원금은 후반에야 상환하게 되는 다소 취약한 조달유형이다. 폰지 금융이란 투자수익으로 계약기간 중에는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계약 만기시에 신규 조달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가장 취약한 조달유형이다.

민스키에 의하면 경제주체는 때로는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많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술혁신, 신시장 출현 등으로 유리한 투자기회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부화뇌동하여 투자붐이 일어나고, 투기 금융이나 폰지 금융 방식의 조달이 크게 증가한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신용공급도 과대하게 확대된다. 다행히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투자수익이 양호하면 원리금 상환은 순조롭게 이루어져 투자붐이 지속된다. 그러나 자산가격 하락, 금리상승 등으로 투자수익이 저조하면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져 부도가 발생하고 투자붐은 붕괴된다. 이 경우 폰지 금융을 많이 이용한 투자자와 금융회사가 함께 부실화되면서 금융불안 또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민스키 주장의 요지이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폰지 금융으로 촉발된 금융불안이라 할 수 있다. 저소득층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원리금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차입, 즉 투기금융 내지는 폰지 금융을 많이 이용하였으며, 모기지 회사들도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등 경쟁적으로 모기지 대출을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급증하면서 금융시장이 취약해졌으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게 되자 동 모기지가 부실화되면서 금융불안이 촉발되었다. 여기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 펀드 등이 모기지를 이용하여 발행된 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금융불안을 더욱 확대시켰다.

각 경제주체들이 폰지 금융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투자자는 원리금 상환능력에 걸맞은 투자 및 자금조달 유형을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차입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여 폰지 투자자를 걸러내야 한다. 아울러 감독당국은 금융회사의 과당경쟁과 군집행동을 방지하고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등 효과적인 건전성 규제 및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송정환(산은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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