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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취임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앨런 그린스펀은 당시 댈러스 출장 중이었다. 주가 대폭락 소식을 접한 그는 출장지에서 증권거래소나 선물시장 간부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긴급 사태 수습에 나섰다. 먼저 주식거래를 정지하려는 증권거래소에 "어리석은 일"이라며 쐐기를 박는 일부터 했다. 주식거래를 정지하면 투자자들의 불안이 더욱 커져 증시 패닉 사태가 장기화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에게도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득인지를 생각하며 차분히 대응해 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펼쳤다. 주가폭락 사태 후 사흘 만인 10월 22일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정책금리를 18.75bp(1bp는 0.01%) 인하하고 이듬해 2월 11일까지 추가로 62.5bp 인하(사태 발생 후 4개월간 5차례에 걸쳐 금리를 7.31%에서 6.5%로 인하)했다. 아울러 시장에 유동성을 대폭 풀어 증시 회생을 도모했다.
블랙먼데이 발생 원인은 미국 증시 과열(87년 8월까지 5년간 주가가 250% 상승)과 인플레이션 염려, 경상ㆍ재정 수지의 쌍둥이 적자 확대, 대이란 보복조치 등 국제정세 불안과 정책공조를 둘러싼 국가간 불협화음 등이었다. 특히 87년 2월 루브르합의에서 과도한 달러화 약세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서독과 일본은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했으나 서독이 이 약속을 깨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10월 초 금리를 전격 인상해 공조 체제가 깨지면서 달러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주가 폭락 주범이 컴퓨터를 사용한 프로그램 매매였다는 점이다. 주가가 급락할 때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쏟아지고 이 때문에 주가 하락이 증폭됐던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주가가 일정 범위 이상으로 급락할 때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도입된 것은 바로 블랙먼데이가 계기가 됐다.
다우지수는 사태발생 다음날부터 1개월 반 동안 등락을 거듭하다 12월 초 다시 블랙먼데이 당일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고용 호조 등으로 주가는 상승하기 시작해 약 1년3개월 만에 블랙먼데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블랙먼데이가 발생한 지 꼭 20년이 된 지난 19일 뉴욕증시는 또다시 폭락했다. 하루에 다우지수가 2.64% 급락했고, 이 여파는 바로 한국 등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미국발 증시 폭락은 세계경제 불안 요인이 심상치 않음을 반영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FRB가 지난달 18일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하고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미국에서 대거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는 또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값을 치솟게 했다. FRB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달러화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 등 때문에 고민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세계 증시 불안의 또 다른 잠재적 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은 통화량 팽창으로 물가가 급등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시중자금이 예금보다는 증시 쪽으로 집중되고 거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17차 전국대표대회를 끝낸 중국은 조만간 올 들어 여섯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은 물론 과잉 유동성으로 부풀려진 세계 증시를 또 한바탕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 최근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달러화 가치가 안정을 되찾고 유가 급등 등 세계경제 불안 요인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 안정은 최근 원유시장으로 쏠린 헤지펀드 등 국제 투기자금들이 다른 자산으로 재배분돼 유가 거품이 빠질 때 가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이다. 중국이 지금과 같이 환율제도를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운용하면 시장 개입과 통화량 팽창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백약을 써도 경제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온기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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