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령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입자의 기준소득 월액 상·하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 납부 기준인 소득액 상한선이 1995년에 월 360만원으로 결정된 이후 그동안의 소득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액 현실화 문제는 자칫 편법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기준소득액 현실화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문제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더 내고 덜 받거나' 또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제도를 손질하는 것임에 반해 기준소득액 현실화는 가입자의 월 부담액 증가에 비례해 연금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진작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지난 7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도 내는 돈에 비해 받는 연금액은 가입자에 따라 최대 4배 이상이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된 지금도 부담 대비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인데,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할 경우 국민연금에 잠복된 '저부담·고급여' 속성으로 인해 재정 불안정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준소득액을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 것인가도 쟁점 사항이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도 상당한 수준의 재정 불안정 요인이 국민연금에 내재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정 안정화 노력 추이를 감안, 점진적으로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기준소득액 상한을 현재 360만원에서 420만원 정도로 인상하려는 정책 당국의 제안이 방향성 차원에서는 올바른 것 같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 요인을 고려, 기준소득액을 대폭 인상하지 않는 대신 재정 안정화 조치로 하락한 소득대체율(현재 60%를 2028년까지 40%로 하향 조정)의 일부를 보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준소득액 현실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최대 난관은 현재 수준도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도 생활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지금보다 국민연금 부담액을 늘리라 하면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해 기준소득액 하한은 현행대로 하되 소득 파악이 가능한 저소득층이 현재보다 높은 기준소득을 선택할 경우 추가부담금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칭펀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저소득 취약계층과 국가의 공동 노력을 통해 향후 발생할 빈곤노인 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액 현실화와 함께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도 손봐야 할 것이다.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을 새로 도입한 이상 높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국민연금에 그대로 남겨 놓는 것은 전체 노후소득 보장체계 관점에서 볼 때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50%를 차지하는 소득 재분배 부분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연금지급 구조를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통해 유리알 지갑으로 대변되는 사업장 가입자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연금보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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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시장 돌아가는 걸 보면 널뛰기 장세가 따로 없다.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26∼27일 불과 이틀 동안 121포인트나 폭락했고 이후 30∼31일엔 50포인트가 올랐다. 이어 이달 1∼2일에는 80포인트나 급락했고 어제 지수는 다시 23.73포인트가 올라 1876.80으로 마감됐다.

지수가 이틀 꼴로 급등락을 거듭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진 탓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및 뉴욕 증시의 반등이 사이사이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요동을 친 결과다.

우리 증시가 해외 증시에 휘둘리는 꼴이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5∼40%를 외국인이 장악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증시는 해외 변동성에 너무나도 민감하다. 그만큼 우리 증시가 불안정하다는 얘기다.

코스피지수는 어제 기준으로 연초에 비해 무려 441.54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지나칠 정도로 빠른 급등세가 위태롭기까지 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코스피지수는 3.99% 올라 상승률이 세계 42개국 44개 증시 중 41위를 차지할 정도로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2003년 겨우 600선에 머물렀던 코스피지수가 4년여만에 2000에 근접하고 있다. 분명 주식시장 동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직접투자보다 각종 펀드 상품을 이용한 간접투자가 늘어나는 등 자산운용과 투자패턴이 선진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증시의 급변동성은 아직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요청되는 것은 물론 증권사들도 ‘주가 2000시대’만 앞세울 게 아니라 투자자들의 보호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추이에 주의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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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파문이 예사롭지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고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 주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이 상품의 대출금리가 3년 새 연 1%에서 연 5%대로 치솟자 부실 대출이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다. 관련 모기지 업체들이 파산하고, 여기에 투자했던 펀드의 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잠잠하던 국제 금융시장에 미국발 신용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그 영향은 미국은 물론 유럽·아시아로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전 세계 자금이 ‘저위험 저수익’ 투자처로 옮기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이 나쁜 국가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증시가 불안한 급등락을 반복하고, 우리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주식을 파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고,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 해외 한국 채권의 가산금리는 한 달 새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빡빡해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겪었듯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은 순식간에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속성이 있다. 특히 요새처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조금만 취약점을 보여도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금융회사·기업은 과민 반응을 삼가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금융회사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금융회사나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수급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차제에 부동산 관련 대출의 건전성을 철저히 점검하기 바란다. 2002년 이후 부동산 급등으로 버블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17조원에 달한다. 올 들어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자를 압박하는 것도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의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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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사들의) 증시 보고서는 비판적(critical)인 시각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주가가 4% 폭락했던 지난 1일 오전, 미국계 A자산운용사의 영국인 부사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관해 갖는 불만 중 하나가 ‘오르기만 한다’고 말하는 한국 증권사 보고서”라고도 했다.

이런 불만을 가진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유럽에서 환경 관련 펀드를 굴리는 스웨덴 국적 B매니저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어온 적도 있다. “한국 애널리스트(증시분석가)들은 주가가 내린다고 얘기하면 잘립니까?”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소식 등으로 주가 지수가 2000을 돌파하던 지난달 25일도 그랬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이를 호재로 해석하며 경쟁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펼쳐 놓을 때,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만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 상승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지금은 차익을 실현(매도)할 때”라고 조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 예측이 옳았다. 주가 2000 시대는 하루 천하로 막을 내렸고, 그 이후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망은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판단 재료를 제공해야 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게’ 할 말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고객 유치를 위한 회사 측의 영업 정책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가 사실상 힘들다. 반면 외국 증권사의 리서치(조사분석) 센터는 영업부와 철저히 분리돼 있고, 분석 방법이 대체로 ‘주가의 과열 여부’를 진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증권사에선 들을 수 없는 ‘쓴소리’가 외국계에선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국 증시는 언제까지 ‘남의 훈수’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신지은·경제부 ifyoua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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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신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감원장이 오늘 취임식을 갖고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금융계는 김 신임위원장이 국제금융쪽 경험이 많고 직전까지 청와대에서 경제 전반을 챙겨왔기 때문에 금융시장 상황을 정확히 읽고 안정적으로 시장을 끌어갈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예나 지금이나 금융정책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시장의 안정이다. 주식·외환·채권시장 등을 포괄하는 금융시장의 안정은 금융업의 성장뿐 아니라 나라경제 및 안정적인 국가운영을 뒷받침하는 필수요소다. 어떤 정책보다도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부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안전장치를 갖췄다고는 하지만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의 생리를 고려하면 시장에 대한 감각 없이 시스템만으로 안정을 꾀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시장 불안해소를 위한 각별한 노력을 당부한다.

김 신임위원장 체제의 출범을 맞아 특별히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보호에 무게를 둔 금융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이미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많은 부문에서 정책의 우선 순위가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전환됐거나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 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소비자 권익향상과 보호정책이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금융부문에서의 이같은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금융상품의 특성상 소비자 스스로 권익을 주장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강화돼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이미 자동차보험 개편이나 카드 수수료 분쟁 등의 와중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보다는 업계 편에 서 있는 금융당국의 모습을 확인한 바 있다. 펀드의 과다한 수수료 문제나 불완전 판매에 있어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비자 권익이 걸린 금융현안이나 정책에 있어 지금까지와 같이 여론에 떼밀려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는 식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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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의준 기자
좋은 돈벌이를 찾아 투자하는 데는 국적(國籍)이 없는 시대인데, 얼마 전 만난 A증권사 간부는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같은 나라 금융기관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게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속으로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이지, 무슨 국적’ 하면서 웃어 넘겼다.

그런데 그 뒤 한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많이 파는 펀드들의 국적을 뽑아본 뒤 생각을 바꿔야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이 실제로 뚜렷했던 것이다.

미국계 씨티은행이 올 상반기에 한국에서 판매한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 한국계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는 2개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자산운용사의 펀드였다.

영국계 HSBC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총 18개의 주식형 펀드 중 한국 자산운용사의 상품은 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로 영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들이다. 자동차회사가 자국 업체가 만든 부품만 쓰는 꼴이다.

전 HSBC은행 직원 K(37)씨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고 싶어도 홍콩과 런던의 승인 과정을 거치고 나면 허락이 떨어지는 것은 주로 영국계 상품들이었다”며 “보험 상품도 영국계인 PCA생명 것을 주로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에 좋은 금융회사가 없으면 돈이 넘쳐도 남 좋은 일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1%의 수익률을 따지는 투자의 세계이지만 이 속에서도 국적이 작용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마치 현대차의 중국 진출에 현대캐피탈이 따라가고 부품업체가 함께 가서 공장을 세우는 것처럼. 따라서 훌륭한 토종 금융기관을 키우고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현대차나 삼성전자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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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넥스트창업투자 기획관리팀 팀장 이환구 과장


국내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많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증권시장 활동계좌수가 1000만개를 넘어섰고, 주식형 펀드 자산총액은 90조원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제 직장에서도 몇 명만 모이면 주식얘기다. 근래 개인투자자들의 인식과 투자방식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간접투자의 비중이 높아졌고, 직접투자의 경우도 우량기업 대상 장기투자의 중요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창투사에서 주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아직도 일반적인 투자의 정석과 거리가 먼 길을 가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다양한 고객들의 문의를 받아 상담하다 보면, 투자판단을 잘못해 손실을 보았으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고객부터, 뭉칫돈을 온갖 투기성 단기투자에 굴리는 고객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투자 행태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일례로, 최근 필자의 회사에서는 투자 3년만에 수익률이 3000%에 육박하는 소위 `대박'을 터뜨린 적이 있는데, 이 소식을 접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은 오직 3000%라는 수익률에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사실 벤처 투자에서 3년은 비교적 짧은 투자기간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그 정도의 기다림도 참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식투자의 공통적인 원칙은 바로 장기투자다. 단기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것은 투기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미국의 거부 워런 버핏에 관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워런 버핏이 어느 회사 사장과 함께 골프를 치게 되었는데 그 사장이 내기 골프를 제안했다고 한다. "당신이 홀인원을 하면 1만달러를 주겠다, 대신 홀인원을 하지 못하면 2달러를 내라"고. 버핏은 일언지하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단돈 2달러일 뿐이지만, 요행수를 바라고 희박한 확률에 걸지 않겠다는 것. 버핏을 거부로 만든 가치투자의 원칙을 잘 보여주는 일화인 듯 하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아직 여러 개선점들이 남아있겠지만,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단타매매를 지양하고 장기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면 우리 주식시장의 체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 개인투자자들 모두의 안목이 조그만 단기차익을 넘어서 회사의 가치와 시간에 투자하게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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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기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벤처캐피털 업계가 최근 들어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어 그동안 자금난에 허덕이던 국내 벤처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활성화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수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창업 벤처기업의 자금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차원에서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청신호임에 분명하다.

실제로 올 상반기 창업투자사들의 신규 투자금액은 453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 7333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규모는 당초 예상치인 1조1000억원을 뛰어넘어 1조2000억~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건전성 향상과 투자 인프라 여건의 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 10개사 중 8개사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최근 발간 한 `2007 벤처캐피털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벤처기업 43개사 중 35개 업체(81.4%)가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 2분기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17개 벤처기업 중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이 14개사(82.4%)에 달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활황이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벤처기업간 M&A 확대로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창투사들의 투자 회수금은 총 6298억원으로 지난 2002년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우량 벤처기업들이 지난해 80여개사에 달하고 벤처업계 총 수출액도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투자기업들의 실적도 과거 벤처 버블기에 비해 한층 건실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벤처캐피털의 투자분야가 다각화되는 것도 긍정적 신호이다. 과거 IT업종 위주의 투자패턴에서 벗어나 생명공학(BT)은 물론, 에너지ㆍ환경기술로 일컫는 그린테크놀로지 등 이른바 신성장동력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 분야를 기반으로 `제2 벤처 붐'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자금 수혈과 벤처 창업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현실이다. 우선 벤처캐피털 업계의 안정적인 투자활동을 위한 투자규제 완화, 모태펀드 조성을 통한 펀드결성 자금 지원 확대 등 정부가 관련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업계 차원에서도 시장의 투자 수요조사를 확대하고, 우수한 벤처캐피털 리스트 양성을 위한 교육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풀뿌리인 지방자치제도가 잘 뿌리 내려야 하듯이, 경제의 풀뿌리인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잘 마련돼야 경제 전체가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한 벤처캐피털 대표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모처럼 활성화되고 있는 벤처투자의 불씨를 잘 살려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고, 그 벤처들이 싹을 틔어 우리 경제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업계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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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덕 신임 금융감독위원장이 어제 취임했다. 전임 윤증현 위원장이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남에 따라 3년 만에 금감위와 금감원의 사령탑이 바뀐 것이다.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금융시장의 생리를 고려하면 실로 오랜만에 이뤄진 인사다. 리더가 오랜만에 바뀌면 굳어진 조직의 변화를 꾀하고 정책면에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좀 이상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신임 위원장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달라는 식의 주문이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포장은 ‘정권 말기를 맞아 기존 정책을 마무리하는데 신경 써달라’는 점잖은 표현이지만 속 뜻은 그런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그의 경력에 덧대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말기라고 해서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스스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정책현안이 새 정권 출범 때까지 숨을 멈추지도 않는다. 자신이 단명하리라 예단하고 소극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리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평소에는 경제가 정치에 영향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정권말기이니 새 일 벌이지 말라는 모습이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새 금감위장 조용히 있으라니-

김위원장이 어떤 자세를 보일지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지만, 금융당국 스스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뜯어고치는데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금융시장 안정이 정책의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지만 그것이 볼모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금융당국은 평상시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한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부실이 문제가 돼 시장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치면 수술이라는 원칙을 포기한다. 상처가 아무는 고통스러운 기간을 감내할 자신이 없을뿐더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이 때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시장 안정이 볼모가 된다.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지면 경제가 잘못될 수도 있는데 누가 책임질 거냐고 나온다. 신용카드 사태가 아주 좋은 예다. 시장안정을 위해 벼려놓은 칼을 시장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용하지 않는 모순이다.

금융회사들이 바른 방향으로 경영하지 않고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벌이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에 의해 심판받게 하기보다는 일일이 손을 잡아 끌고 다니며 시시콜콜 관리하려 든다. 이 때도 역시 명분은 시장안정이다. 과당경쟁으로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면 시장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금융회사들은 겉으로는 당국의 간섭이 귀찮다고 손사래치면서도 속으로는 당국이 곧 나서서 교통정리해주겠지 하면서 소모적인 경쟁을 일삼는다. 국내 은행들이 차별성 없는 영업전략으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외형경쟁을 하는 것은 시장안정을 이유로 튀지 못하도록 길들여놓은 금융당국 탓이 크다.

시장안정을 내세워 금융을 무슨 성역시 하는 일종의 권역 이기주의도 깨야 한다. 부동산 값 폭등으로 온 나라가 열병을 앓을 때 금융당국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계속 반대했다. 부동산 정책 때문에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은행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출알선 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대출 세일에 혈안이 되고, 새로 산 아파트를 담보잡혀 다시 아파트를 사는 투기광풍의 실체를 외면했다. 권역 이기주의에 빠진 저항이었다. 좀더 빨리 돈줄을 조이는 정책이 나왔더라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다. 고의성 있는 회피에 의해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의 타이밍 놓쳐선 안돼-

소비자 관련 제도를 개선할 때도 소비자 권익보다는 금융회사의 경영수지를 더 고려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금융회사의 수지가 악화되면 시장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손해를 볼 만큼 보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큼 받고서야 마지못한 듯 개선책을 내놓는다. 펀드 수수료가 터무니없다는 여론이 들끓은 지 1년반이 넘어서야 인하 유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금융당국의 이런 자세가 금융회사와의 공생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서배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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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학봉 부동산팀장
“론스타, 정말 바보 아니야?”

론스타라는 미국 자본이 2001년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강남 파이낸스센터빌딩(옛 스타타워)을 6000여억원에 사들였다는 발표를 하자 한국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한국의 전문가들과 건설업체 임원들은 “론스타가 돈이 되지 않는 오피스(사무실) 빌딩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것은 한국의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웃었다. 그런 비웃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맥쿼리·싱가포르 투자청 등 외국 자본의 서울 대형 빌딩 매집 행진은 이어졌다.

외국 자본에 퍼부은 비웃음은 결국 칼날이 되어 한국 기업에 되돌아왔다. 2~3년도 지나지 않아 오피스 빌딩 가격이 폭등, 한국 기업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올 들어서는 가격이 너무 올라 서울 오피스는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지만 외국 자본은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미국계 자본 모건스탠리가 최근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1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외국 자본이 대형 빌딩을 매집하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주식에 편중해 투자했던 외국의 대형 펀드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오피스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둘째, 서울의 오피스 빌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 서울 대형 오피스를 고가에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우리 기업과 정부의 ‘아파트 지상주의’에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 기업들은 건물을 짓기도 전에 미리 분양하는 선(先)분양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오피스를 지어야 하는 상업용지에도 주상복합이라는 ‘편법 아파트’만 줄기차게 지어 경제 규모에 비해 오피스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피스 임대료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미 서울 테헤란로 주변 등 주요 업무지역 대형 빌딩 공실률(空室率·빈 사무실 비율)이 1%대로 떨어졌다. 외국 대도시의 5~10%에 비하면 턱없이 사무실이 부족, 임대료 폭등과 사무실 대란이 불가피하다. 일자리와 주거가 함께하는 자족 도시를 표방했던 분당 등 신도시의 업무용지도 오피스 대신 고층 아파트로 가득하다. 일자리가 있는 서울로 출·퇴근, 교통난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경제특구의 초고층 건물에 대해 사무실 대신 일정 정도 아파트를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사실상 아파트이지만 사무실로 포장한 오피스텔이라는 변종상품을 장려하고 있다. 서울시도 강·남북 균형발전을 강북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도시에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상업용지까지 아파트로 가득 차서는 곤란하다. 오피스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산업 인프라이다. 과거 산업은 공장 위주의 제조업이었지만 이제 사무실이 공장 역할을 하는 금융·IT·디자인·서비스와 같은 도심형 산업이 중심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비싼 임대료와 사무실 부족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쟁력을 가로막는 암초가 될 것이다. 선진국 대도시인 런던·도쿄·파리·뉴욕이 요지의 상업지역을 오피스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차학봉 부동산팀장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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