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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의준 기자
좋은 돈벌이를 찾아 투자하는 데는 국적(國籍)이 없는 시대인데, 얼마 전 만난 A증권사 간부는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같은 나라 금융기관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게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속으로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이지, 무슨 국적’ 하면서 웃어 넘겼다.
그런데 그 뒤 한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많이 파는 펀드들의 국적을 뽑아본 뒤 생각을 바꿔야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이 실제로 뚜렷했던 것이다.
미국계 씨티은행이 올 상반기에 한국에서 판매한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 한국계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는 2개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자산운용사의 펀드였다.
영국계 HSBC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총 18개의 주식형 펀드 중 한국 자산운용사의 상품은 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로 영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들이다. 자동차회사가 자국 업체가 만든 부품만 쓰는 꼴이다.
전 HSBC은행 직원 K(37)씨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고 싶어도 홍콩과 런던의 승인 과정을 거치고 나면 허락이 떨어지는 것은 주로 영국계 상품들이었다”며 “보험 상품도 영국계인 PCA생명 것을 주로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에 좋은 금융회사가 없으면 돈이 넘쳐도 남 좋은 일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1%의 수익률을 따지는 투자의 세계이지만 이 속에서도 국적이 작용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마치 현대차의 중국 진출에 현대캐피탈이 따라가고 부품업체가 함께 가서 공장을 세우는 것처럼. 따라서 훌륭한 토종 금융기관을 키우고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현대차나 삼성전자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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