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휴가철도 이제 막바지다. 직장인들의 일상이 말 그대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모양새임을 생각한다면 여름휴가는 점심 후 잠깐의 오수(午睡)만큼이나 달콤하다. 피곤해도 기분 좋은 나른함이고, 가벼워진 주머니도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 앞에선 뿌듯한 스트레스이다.빠듯한 일정 탓에 주말을 최대한 활용한 약은 휴가를 다녀왔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딸아이와 아내가 함께 사뭇 진지한 자세로 기도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도 나왔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가장으로서 소홀했다는 자책도 잠시 들었다. 딸의 기도가 무색하게 출발하는 날도 게릴라성 호우는 퍼부었고 빗소리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물놀이 갈 생각에 들떠 잠이 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역시 어린 시절 소풍을 앞두고 하늘을 보며 소원했던 간절함이 되살아났다.하지만 다행이 다음날은 땡볕더위여서 무사히 휴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에 복귀하자 또 다른 변덕쟁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오락가락하는 주식시장이 주인공이다. 두 변덕쟁이 때문에 8월에 접어들면서부터 우리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루걸러 쏟아지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하루 이틀 사이에 80포인트 내외를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은 야속할 만치 진을 다 빼놓는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문제로 인한 신용시장의 경색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시장은 롤러코스트 위에 올려졌다. 조정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추가 조정을 주장하는 신중론자들이 늘어가고, 꾸준하게 증가하던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가 최근 들어 눈에 띠게 둔화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초부터 그 파급효과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내 무감각해졌고, 이미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듯 시장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해 나갔다.

이 대목에서 대우채 사태가 터진 1999년 7월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 당시 시장에서도 대우채 문제는 이미 노출된 악재이며, 더 이상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IMF 이후 가파르게 회복되던 시장은 대우채 문제로 인해 급격한 조정을 받게 된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시장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시장의 패러다임은 바뀌었으며 시장참여자들의 투자마인드도 많이 성숙했다. 아직 대량 환매사태나 본격적인 펀드자금의 이탈이 보이지 않고 있는 점만 보더라도 우리 시장은 그동안 획기적인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소의 추가조정은 있겠지만 그 폭이 깊고 길어지리라는 전망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대비가 필요했다는 조용한 반성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침착한 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게릴라성 호우'는 말 그대로 예측이 불가능한 기후 현상임을 잘 알고 있다면 그에 대비책은 한 가지다. 다소 귀찮더라도 항상 우산을 챙기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히 근래와 같이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재테크에 있어서 꾸준한 수익률 관리에 필적할 만한 현명한 방안은 없다. 시장이 좋을 때 리스크를 떠올릴 수 있고,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들이 난무할 때가 절호의 찬스라는 마인드만 갖춘다면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칙이다. 우산만 챙겨 다닌다면 말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 우산은 무엇일까? 투자 예비재원의 확보를 통한 기간 분할 투자기법, 다양한 투자 지역에 대한 고려, 투자 대상의 다원화가 그 것이다. 이에 선행되어야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예측이다. 2007년 8월. 변덕쟁이와 화해하는 슬기만 있다면 투자에 있어 보기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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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사태는 우리나라도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파문의 영향권 안에 들었음을 알려 주는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가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사태가 단기 해결보다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조짐이 역력하다.

조그만 불씨가 산 전체로 번진 것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함으로써 글로벌 신용경색을 초래하고 있다.

정상적인 채권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환매 중단을 선언하는 펀드들이 속출하고, 신용이 좋은 프라임 모기지 업체마저 유동성 부족으로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피해사례가 모두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신용경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중앙은행이 나서도 해결할 수 없다는 불안감만 키운 꼴이 됐다.

이번 사태의 뿌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해소할 처방도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금리 인하 같은 강력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사태는 장기화할 위험성이 더 높다.

특히 지난 수년간 국제 금융시장에 풍부한 자금줄 역할을 해온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일본으로 환류) 가능성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

급격하게 엔 캐리 자금이 청산될 경우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휩쓸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신용 경색으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락할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인한 수출 타격도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사실상 국제 금융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직접 피해가 없다거나 손실규모가 작다는 한가한 얘기를 거두고, 경제주체 모두가 위기에 준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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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말미암은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가 확산일로 추세다. 국내 증시는 처참하다. 어제 하룻동안만 코스피지수가 125.91(6.93%) 하락해 1600대로 주저앉았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가 폭락이다.

국내 증시의 폭락은 지나친 감이 있다. 실물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수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월별 취업자 증가 수가 두 달 연속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고용 사정도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외환 보유고가 2천억달러 넘게 쌓여 있어 외환위기 때처럼 기둥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충격파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지난 몇 해 동안 큰 이익을 봤던 헤지펀드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를 부르고,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면 다시 주가가 폭락하는 연쇄 주가폭락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세계 곳곳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이 순식간에 유동성 축소 국면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도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은 과잉 유동성 덕분에 지난 5~6년 동안 쉬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려 온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시장 등에서 급격한 거품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금 환수가 아시아권 신흥 공업국들부터 시작되리란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는 이런 맥락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실물경제가 탄탄해도 금융시장 한쪽에 구멍이 뚫리면 연쇄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주식시장이 그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잉 유동성 축소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는 증시의 충격을 완화시킬 필요는 있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가 전개되면 국내에서도 연쇄적인 펀드 환매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만으로 정부가 할일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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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동교수/ 성균관대 경제학〉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특히 한국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주가는 최고 시세 대비 하락폭이 10% 이내인데, 한국은 15% 이상 내렸다.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미국발 위기에 한국 적격탄-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취급한 금융 회사와 그 대출 채권을 유동화한 채권이나 신용파생상품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도산하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M&A시장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회사채 등 장기 자본시장에 이어 단기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확산되었다. 급기야 연방준비은행이 최종 대부자로서 유동성을 거액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 등 국제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전파되어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상당수의 선진국 중앙은행도 개입하게 되었다.

재경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내 금융시장을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16일 주가 대폭락을 막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엔캐리 자금의 환류가 제2의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권오규 부총리의 글은 시장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 넣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에 은행 등 한국 금융회사가 투자액이 최대 10억달러 정도밖에 안되며 최악의 경우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할 수 있다고 정책당국이 발표했는 데도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대책으로는 첫째,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대미 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막아야 할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을 사들이기만 한 외환당국은 현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개입하는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공세도 약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국내 투자자의 심리도 안정될 것이다. 엔캐리 자금의 환수에도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우량, 불량의 구분조차 없이 과도하게 이루어져, 수 천조원에 달하는 거품을 키웠다. 이 거품이 해소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은 때늦었지만 적절했다고 본다.

정책당국은 거품이 저절로 사라진다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거품의 존재는 뒤늦게 대통령도 인정한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재경부와 건교부의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9월부터 실시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 원가 공개는 3.3㎡(1평)당 건축비를 150만원 이상 부풀린 뻥튀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 신도시는 계속 투기장화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보다 더 부실 요인이 큰 대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건축비는 낮추고, 신도시는 공영개발하여 투기꾼의 먹잇감을 제거해야 한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엄격히 적용하여 부실대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자생력 키울 장·단기대책 시급-

그러나 이런 단기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경제는 실물부문에 비하여 금융부문이 취약하다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는데, 이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금융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은행장등 최고경영자(CEO)가 국내외 시장에서 실력이 인정된 시장 출신 인사로 선임되어야 하며 낙하산은 안 된다. 감사가 감독원 출신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런 사람 문제는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나빠졌으며, 이것이 거품과 자산양극화를 통해 참여정부의 지지율 폭락을 초래한 것이다.

〈김태동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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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및 엔캐리 청산 우려로 주식시장이 사흘째 폭락하고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의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증시 대폭락 직전에 콜금리를 올린 통화당국의 단견을 탓하는가 하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기도 한다. 하루에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안심리에 휩싸여 무작정 투매 대열에 끼어들기보다는 당국이 공시하는 정보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히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는 우리 정책의 잘잘못과는 무관하다. 외환보유고나 유동성 등 기초체력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편승한 투기성 머니게임이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에 발목을 잡히면서 촉발됐다. 그리고 최근의 순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개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비율이 우리 금융시장의 충격 진폭을 더 키우고 있을 뿐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금융시장을 휘감고 있는 막연한 불안심리는 자칫 손실만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당국은 불안심리가 실물경제에 주름을 주지 않도록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심하게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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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거침없이 치솟던 주가가 ‘서브프라임 충격’에 힘없이 무너지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증시 전망이 장밋빛 낙관론 일색이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 보면, 언론들도 마찬가지 잘못을 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충격파가 밀려오기 전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실상과 영향을 독자 여러분께 미리 예고하지 못한 점을 자책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하지 못한 예측을 한국의 신문에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비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시 과열의 위험성을 경고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던 점은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기 전까지는 저희도 신중한 보도 태도를 견지하려 애썼습니다. 코스피지수가 불과 석달 새 500 가까이 오르며 2000에 육박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건 어떤 이유를 갖다 붙여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증시 과열 양상을 지적하고 투자자들에게 냉정해질 필요가 있음을 주문했습니다.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증권사 신용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빚내서 투자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성 기사도 여러 차례 내보냈습니다. 주위에서 “<한겨레> 주식 기사를 읽으면 돈을 못 번다”는 농담 섞인 핀잔도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주가의 고속 질주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대세 상승’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희도 흔들렸습니다. 결국 ‘주가 2000 시대’를 평가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위험에 대한 주의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세상사 이치가 모두 그렇듯이, 주식 투자에도 양면이 있습니다. 고수익과 고위험입니다. ‘대박’을 낼 수도 있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주가 보도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섣부른 주가 전망은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주가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의 실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00년 펀드매니저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1년간 모의 투자 게임을 해보았습니다. 원숭이에게 다트를 던져 투자 종목을 고르게 한 뒤 펀드매니저들이 고른 종목과 수익률을 비교했는데, 원숭이가 이겼다고 합니다.

언론의 속성상 주가 전망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보도의 무게중심은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투자 자세 등을 알리는 데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주가가 급등할 때는 언론의 냉정한 자세가 더욱 요구됩니다. 주가가 급락할 때도 시장의 불안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게 언론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를 때는 시장보다 더 흥분하고 떨어질 때는 더 야단법석을 떱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1994년에도 그랬고 2000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충격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판단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증권사, 투자자, 언론 모두 교훈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안재승 경제 부문 편집장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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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신용경색 위기를 보면서 꼭 10년 전 우리나라의 경제위기와 비교하게 된다. 차이점은 많지만, 실물 부문의 부실이 은행의 불안을 일으키고 위기가 다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이 흡사하다.

실물 부문의 부실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한 기업 부문이었고, 미국의 경우는 과열됐던 주택시장의 침체와 위험한 모기지 채권시장에 과다하게 자금을 쏟아 부은 투자회사들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융위기가 극단화하면서 자금줄이 완전히 끊기고 국가가 부도상태에 빠지는 지경까지 갔다. 반면, 이번 위기는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으나, 미국의 극단적 경제위기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별로 없다.

지난 주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뉴욕증시의 급반등으로 이어진 것도 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이 우리나라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 근본 차이는 '최종 대부자' 신뢰

오늘의 미국 경제가 당시 한국 경제보다 더 낫고 훌륭하기 때문일까. 사실 위기 이후 비판과 자기혐오의 홍수 속에서 기업의 무모한 설비투자, 은행의 불건전한 대출 관행,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 등 한국경제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다. 영미권의 논자들은 '아시아적 가치'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런 구조적 문제가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경제 역시 이런 식의 문제점이 없는 게 아니다. 한 해 수 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헤지펀드는 자기자본의 10배가 넘는 신용 레버리지(지렛대)를 물쓰듯 쓰고 있다.

당시 한국 부실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0%가 넘었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오늘날 미국의 첨단 금융기업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거시경제도 그렇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경상수지ㆍ재정적자국이다. 따라서 어느 경제에나 있기 마련인 구조적 문제가 극단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금융불안이 우리나라에선 한 순간에 극단적 경제위기로 진화한 반면, 미국은 그럭저럭 연착륙(soft landing)을 점치게 되는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 차이를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라고 본다.

'최종 대부자'란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갚아야 할 자금을 정상적으로는 구하지 못하는 채무자들에게 최종적으로 긴급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주체를 말한다. 국가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보통 이 역할을 한다.

문제는 중앙은행까지 위험할 경우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천재지변이 없는 한 국채 발행을 통해 얼마든지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럽, 일본을 수족처럼 움직일 수도 있어 '최종 대부자'로서 거의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다.

● 아시아 역내 협력체제 구축해야

반면, 경제위기 당시 우리나라에는 '최종 대부자'가 없었다. 마지막 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화를 빌미 삼아 일본마저 자금 지원을 거부하자, 끈 떨어진 연처럼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 대부자'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없다면 언제라도 금융위기를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해 일본 주도로 아시아통화기금(AMF) 구상이 추진됐다가 무산됐지만, IMF와 달리 아시아시장의 안정을 위해 각국의 이해에 부응할 수 있는 역내의 '최종 대부자' 구축이 시급하다.

새로운 아시아의 협력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우리 자신을 가다듬을 때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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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피어 오르는 질긴 다년생화(花)’.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명저를 남긴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를 이렇게 비유했다. 과거 수많은 쓰라린 실패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몰역사성을 꼬집은 말이다.

그에 의하면 시장이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지고, 신용을 남발할 때 위기는 시작된다. “광기 국면에서는 언제나 돈이 공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 징후가 보이면 출입문이 닫히기 전에 빠져 나가려는 심리가 작용해 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주식 부동산등 자산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 2000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저금리로 인해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여왔다. 1980년 10조달러에 불과하던 금융자산은 2005년 140조달러로 불어났다. 첨단 금융기법을 활용한 파생상품 규모는 16년 만에 83배나 폭증했다. 헤지펀드 같은 투기자본은 이러한 자금을 무기로 전 세계 주식, 부동산, 외환 시장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유동성 과잉과 자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는 ‘신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는 낙관론에 묻혀버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러한 광기의 부산물이다.

▲ 미국의 모기지 부실이 세계 금융시장의 패닉으로 번진 표면적 이유는 얽히고 설킨 파생금융 상품의 복잡성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은 복잡한 유동화 과정을 거쳐 수많은 파생상품으로 바뀐 뒤 전세계 투자자에게 배분됐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위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 이유는 금융의 기본인 위험(리스크) 평가를 외면한 금융회사의 탐욕이다. 파생상품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리스크 평가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폭탄 돌리기 식으로 상품을 남발해온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금융자본주의 특집에서 “세계경제는 자유방임주의가 횡행하던 20세기 초와 상황이 흡사하다”며 “무한 자유경쟁의 끝은 제1차 세계대전, 대공황이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향방은 아직도 예측불허이지만 금융자본주의의 한계와 문제를 드러낸 점은 분명하다.

한국 금융시장은 외부 변동성에 어느 나라보다 취약하다. 2,000이 넘던 주가지수는 이번 사태 이후 1,600대로까지 주저앉았다. 남의 일 보듯 한가로운 평가만 할 때가 아니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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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장밋빛 일색이었다. 경기선행지수를 반영한다는 코스피지수 역시 2000포인트를 넘어 오는 연말엔 3000포인트도 가능하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증시는 유례 없는 폭락장을 맞고 있다.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작해 엔캐리 자금 청산 위험까지 더해져 환율도 불안하다.

국민 재테크라 불릴 만큼 열풍이었던 펀드 수익률 역시 급락했다. 경제부처 관계자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만 믿고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손해가 엄청나다고 한다.

주가를 알아맞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불안 요소를 미리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며칠 전에는 경제부총리가 외환위기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로 며칠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경기를 낙관해 콜금리를 인상했다. 경제 주체들 역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국의 불확실한 전망이 금융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듯하다.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철저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지현(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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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민간 은행에 빌려주는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빨리 진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처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반등하면서 금융시장은 어느 정도 제정신을 찾은 듯하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쇄적인 펀드 환매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을 막는 응급처방만 나온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 비엔피파리바은행의 펀드 환매 중단처럼 다른 악재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은 최근 몇년 동안 유례없는 과잉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의 거품이 부풀 대로 부푼 상황이다. 이번엔 부동산에서 문제가 터졌지만 다른 곳에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가라앉는다 해도 자산가격의 거품이 터질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 사태가 발생하면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연쇄적인 충격을 주게 된다. 따라서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들이 지난 며칠 동안 수백조원을 금융시장에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로 발등의 불은 껐다고 하지만 그 정도에서 마무리될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사실 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인지 아직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정부와 중앙은행도 상당히 어려운 처지다. 사태의 근본 원인이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것이란 점에서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돈줄을 죄면 오히려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 장단기 대책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밖에 없다.

주의해야 할 것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금융시장의 위기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자들의 몇 마디 말로는 부족하다. 투자심리만 살아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단기 처방과 함께 헤지펀드 자금 철수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이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 및 440억달러의 외화대출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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