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기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벤처캐피털 업계가 최근 들어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어 그동안 자금난에 허덕이던 국내 벤처업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활성화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수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창업 벤처기업의 자금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차원에서 회복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청신호임에 분명하다.

실제로 올 상반기 창업투자사들의 신규 투자금액은 453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금액 7333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규모는 당초 예상치인 1조1000억원을 뛰어넘어 1조2000억~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건전성 향상과 투자 인프라 여건의 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 10개사 중 8개사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최근 발간 한 `2007 벤처캐피털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벤처기업 43개사 중 35개 업체(81.4%)가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 2분기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17개 벤처기업 중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이 14개사(82.4%)에 달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활황이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벤처기업간 M&A 확대로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창투사들의 투자 회수금은 총 6298억원으로 지난 2002년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우량 벤처기업들이 지난해 80여개사에 달하고 벤처업계 총 수출액도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투자기업들의 실적도 과거 벤처 버블기에 비해 한층 건실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벤처캐피털의 투자분야가 다각화되는 것도 긍정적 신호이다. 과거 IT업종 위주의 투자패턴에서 벗어나 생명공학(BT)은 물론, 에너지ㆍ환경기술로 일컫는 그린테크놀로지 등 이른바 신성장동력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 분야를 기반으로 `제2 벤처 붐'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자금 수혈과 벤처 창업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게 현실이다. 우선 벤처캐피털 업계의 안정적인 투자활동을 위한 투자규제 완화, 모태펀드 조성을 통한 펀드결성 자금 지원 확대 등 정부가 관련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업계 차원에서도 시장의 투자 수요조사를 확대하고, 우수한 벤처캐피털 리스트 양성을 위한 교육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하려면 풀뿌리인 지방자치제도가 잘 뿌리 내려야 하듯이, 경제의 풀뿌리인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잘 마련돼야 경제 전체가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한 벤처캐피털 대표의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모처럼 활성화되고 있는 벤처투자의 불씨를 잘 살려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고, 그 벤처들이 싹을 틔어 우리 경제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업계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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