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이나 거품의 존재를 확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뜨겁다고 다 과열이 아니고, 부풀었다고 다 거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통계와 예측모델을 갖고 있던 앨런 그린스런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조차 현직 시절 "거품이 터져 그걸 입증하기 전까지는 거품이 있는지 확실히 알기가 아주 어렵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결코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던 지수 2,000고지를 밟은 현 주식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과열의 감(感)은 느낄지언정, 누구도 실체적 거품을 자신 있게 증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투자자들이 모처럼 활황장을 만끽하고 있는 지금은 과열 얘기를 섣불리 꺼낼 분위기도 아니다.

그렇다 해도 누군가는 과열을 걱정하고, 거품을 경계해야만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용기 있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거품은 터지는 순간 너무도 큰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에, 단 1%의 가능성이 엿보이더라도 싹을 잘라야만 한다.

시장경제에서 그 역할을 할 곳은 딱 한군데 뿐이다. 중앙은행이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는 생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인플레이션 타도(inflation-fighter)'의 소명을 받고 탄생한 중앙은행만이 진정 거품을 경고하고,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현 증시에 대해 너무 조용한 것 같다. 몇 차례 과열을 걱정하는 언급은 있었지만, 무거운 액센트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쪽 경고음이 더 크게 들렸을 정도다.

한은이 거품을 애써 외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확신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과열'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증시가 '과속'중임은 명백하다.

지수 1,500에서 2,000으로 가는데 고작 3개월 남짓 걸렸다. 유동성장세, 실적장세, 글로벌 동조장세란 말로도 이 놀랄만한 스피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린스펀이 말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포말의 신호(sign of froth)'쯤은 될 것이다.

아무리 증시기반이 펀드위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간접투자도 과속은 위험하다. 시장의 속도위반을 단속하는 것 역시 중앙은행의 몫이지만, 한은에서 그런 모습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시장이 듣지 않아도, 말은 해야 하는데 말이다.

1~2년에도 그랬다. 지금의 증시와는 비견도 되지 않는 부동산거품이 있었다. 망국적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기' 논리에 빠진 한은은 이 위험천만한 자산버블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이었고, 결과적으로 부적절했다.

'과감하고 시끄러운 중앙은행'과 '신중하고 조용한 중앙은행' 가운데 무엇이 더 좋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떤 중앙 은행이든 거품에 대해서 만큼은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투사(bubble-fighter)'여야 한다.

증시는 지금 파티중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화려한 축제다. 모두들 '끝나지 않는 긴 파티(장기랠리)'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영원한 파티는 없다. 과열된 축제일수록 끝은 비극적이다.

누군가는 뜨겁게 달궈지는 파티열기를 좀 식혀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말이다. 파티가 서서히 무르익어 오래가게 하려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중앙은행을 두고 '파티를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party-pooper)'라고 부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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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병락] 꿀벌은 각종 과일나무·농작물·꽃들로부터 자기에게 필요한 꿀을 얻는다. 그리고 몸에 꽃가루를 묻혀 열매를 맺게 한다. 그런데 꿀벌의 습격이 무섭다고 벌을 모두 없애 버리면 어떻게 될까? 식물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을 피우지 못하는 등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

 재벌을 죽이면 어떻게 될까? 그 일가나 종업원만 손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기업생태계와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꿀벌을 죽이면 아름다운 꽃과 열매는 얻지 못하고 풀만 무성해지듯이 재벌을 죽이면 사기업은 줄고 공기업만 무성해지기 쉽다. 사실 공기업은 이미 ‘신이 내린 직장’이라 할 정도가 되었다.

 사기업이 상대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취직이 안 돼 아예 포기하는 사람, 취직해도 실직 불안에 떠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일류 사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중에 공기업 취직 준비를 하는 사람이 늘어 간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언론인은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른바 ‘이태백’이 삼태백, 사태백까지 돼 인생을 포기하는 40대가 증가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꿀벌은 해충과 식물 병을 옮기거나 과실과 꽃을 파괴하는 등의 피해를 주기도 하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재벌 역시 족벌 경영, 경제력 집중 등의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꿀벌과 재벌 모두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신(神)은 꿀벌에게 꿀을 얻기 위해서는 각종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결실을 보도록 했다. 시장경제는 기업에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에 많은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이윤이 많아진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을 만들어 우리 자동차나 조선회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약 포스코 제품이 부실하다면 우리 자동차·배·가전제품도 모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기업생태계나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꿀벌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또한 다양하다. 다른 예를 보자.

 ‘기업인은 민주화 인사다’고 말하면 반감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고급차를 만들어 팔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델T’라는 값싼 차를 만들어 일반인도 손쉽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역사학자 해럴드 에번스는 『그들이 미국을 만들었다』에서 포드야말로 진정한 민주화 인사라고 했다. 미국의 민주화에는 기업인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런 경제민주화가 있어야 정치민주화가 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전화·TV·컴퓨터·자동차 등을 만들어 대중화에 앞장선 우리 재벌기업 경영인들도 민주화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꿀벌은 인간에게 로열젤리·밀랍·화분(花粉), 약용 벌독(毒) 등의 혜택을 준다. 재벌 역시 제품·서비스 이외에 민주화 등 많은 혜택을 준다. 현대전에 필수인 최첨단 군함인 이지스함을 포함해 각종 군사장비도 생산하고, 스포츠팀 운영을 통해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를 양성하며, 학교나 연수원을 통해 각종 인재도 양성한다.

 꿀벌의 적은 새·말벌·잠자리·거미 등 많다. 이 중 천적은 말벌이다. 재벌 역시 적이 많다. 천적도 많다. 우리 10대 그룹 소속 277개사의 자산 총액이 미국 GE 한 회사보다도 작다. 외국의 재벌은 그 규모가 방대하다. 그런데 꿀벌은 상대방의 벌통을 파괴하거나 잡아먹는 일이 없지만 기업 중에는 헤지펀드 등 기업 사냥에 나선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말벌 같은 존재다.

 꿀벌을 많이 키우면 꿀을 많이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천에 아름다운 꽃과 과일이 많아진다. 기업도 많이 키우면 키울수록 일자리가 많아지고, 주식값도 올라가는 등 근로자들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더욱이 외국의 말벌로부터 우리 기업을 지킬 수 있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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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노사관계 이야기만 나오면 으레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사례를 들곤 한다. 60년 가까이 노사가 분규 없이 상생 구조를 이뤄낸 결과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는 기업이 됐다. 그러나 화합적 노사관계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는 없다. 바로 우리 옆에 있는 현대중공업이 좋은 사례다. 이 회사의 근로자들은 24일 임금 5.71% 인상, 성과금 최소 368% 지급, 격려금 300%에 추가로 100만원 지급, 사내근로복지기금 50억원 출연 등의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13년째 분규 없이 근로조건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매우 투쟁적이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골리앗 크레인 위의 농성 모습이 바로 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다 보니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윤은 줄었고, 회사의 대외 신인도 역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노사 공멸의 위기 앞에서 노조는 변신을 시도했다. 1995년부터는 분규 없는 협조적 노사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2004년에는 민주노총으로부터의 제명이라는 ‘수모’까지 당하지만, 평화의 대가는 풍성했다. 이번에 근로자들이 받게 될 성과금과 격려금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선박과 엔진과 기계 등을 만들어낸 데에 대한 훈장이다.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현대중공업의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좋은 일을 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람에게 덕을 베푼 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좋은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좋은 일을 했다. 2005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유조선을 구입해서 쓰는 미국의 엑슨모빌사가 특별 사례금으로 100억원을 주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주가가 올라서 투자자도 넉넉하게 해주었다. 협력 업체들과 울산 시민 모두에게 이로움을 베푸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계급투쟁 관계로 몰아가려는 직업적 노동운동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이런 모습으로부터 깨달아야 한다. 노동자의 투쟁은 악덕 자본가 계급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다. 이제 기업에 자본을 대는 사람은 ‘머리에 뿔 달린’ 악덕 자본가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다. 그들이 증권사 객장을 통해서, 주식 공모를 통해서, 각종 펀드를 통해서 기업에 자본을 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투쟁을 통해서 차지하려는 이윤은 악덕 자본가가 착취하는 ‘잉여가치’가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배당이다.

또 과격한 투쟁은 소비자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파업과 태업은 생산성을 낮추고 생산원가를 높인다. 그 결과 가격은 높아지고 수백만, 수천만의 소비자가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노조는 악덕 자본가와 투쟁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과 세계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서 타도해야 할 자본가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는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이자 소비자다. 그 때문에 과격한 투쟁의 결과는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는 도끼가 돼 돌아오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한국인은 빨리 배우는 능력을 가졌다. 이제 많은 기업에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GS칼텍스가 그렇고, 코오롱이 그렇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싸우는 곳이 아니라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쳤기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그 뒤를 이을수록 우리는 더 빨리 선진국의 문지방을 넘게 될 것이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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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논설실장
기업을 자동차처럼 사고파는 M&A(기업 인수·합병, Merger and Acquisition)를 보는 한국인의 시각은 아직 ‘박정희 시대’에 머물고 있다. 지독한 편견과 선입관에 전염되어 있다.

예를 들어 M&A를 시도하는 쪽은 멀쩡한 회사를 잡아먹는 상어 같은 악당(惡黨)이고, 공격 받는 쪽은 순진하게 당하는 약자(弱者)라는 식이다. 또 외국인 주주가 많아진 기업은 우리 기업이 아니라, 남의 회사라는 잠재의식도 뿌리 깊다.

며칠 전 금융감독원의 고위 당국자마저 적대적 M&A에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을 보면 민족 자본, 국산 재벌을 키워야 한다는 개발독재형 발상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재경부의 고위 당국자가 이를 부인, 적대적 M&A 정책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총리실이나 재경부에서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서 미국 측 반발을 의식해 M&A 제한 조치를 추가로 만들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할 뿐, 한국 경제가 한 계단 더 뛰는 과정에서 M&A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까지는 없어 보인다.

M&A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 중 하나는 마치 잘나가는 회사를 약탈해 간다는 인식이다. 이런 알레르기 증상은 80년 대부터 형성된 것이지만, 선진국의 연구 결과, 이는 경영권을 빼앗긴 경영진과 언론,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여론 조작이라는 견해가 많다.

미국에서는 지난 75년부터 90년 사이에 3만5000여 건의 M&A가 이루어졌으나, 그중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적대적 M&A가 성사된 경우는 172건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M&A란 탐욕스러운 투자자들이 인정사정없이 회사를 집어가는 강도 행위쯤으로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여기서 놓칠 수 없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 M&A가 왕성하게 진행되느냐는 점이다. 미국 역사상 M&A가 가장 많았던 80년대 중반을 보면 석유, 은행, 보험, 식품, 타이어 등 과잉 중복투자로 경영이 부실해진 업종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M&A가 멀쩡한 회사를 무너뜨리기보다는 부실산업을 구조조정해주는 바람직한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재계에서는 M&A당할까 신경 쓰느라 경영진이 장기 경영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있다. 또 연구 개발에 투자해야 할 돈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경영학계의 분석은 전혀 다르다. M&A 붐이 불기 전인 지난 1950년대 이후 30년간과 그 후 M&A 붐이 불었던 지난 80년대 10년간 미국 기업들의 경영 실적을 비교할 때 오히려 연구 개발에 투입한 예산은 훨씬 증가했다. 노동 생산성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M&A 위협에 자극받아 장기 투자를 더 했고, 경영 실적도 좋아졌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00년대 들어 국경을 넘어 M&A 시장이 확장되는 배경에는 80년대 미국의 경험이 경영 현장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M&A란 그것이 적대적이든, 합의에 따른 것이든 크게 보면 기업 가치를 높여 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주와 종업원, 경영진이 모두 만족할 수 있고, 나라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물론 적대적 M&A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내 기업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갖고 있거나 국가 안보상 중요한 극소수 기업은 일본이나 미국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법으로 방어벽을 둘러줘야 한다.

그러나 국경 넘어 사업할 수밖에 없는 통신회사나 자동차-조선 회사, 세계 어디 가나 비슷한 기술이 개발되는 반도체-전자 회사, 해외 주식과 부동산에 엄청난 펀드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회사들까지 경영권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낯 뜨거운 짓이다. 이들이 외국기업을 M&A할 때는 거창한 홍보 자료를 낸 후, 자기들이 공격받으면 테러리스트라도 만난 듯 호들갑을 떨고 있다.

특히 엄청난 외화를 버는 수출 대기업들이 적대적 M&A를 막아야 순(純)국산 기업을 지킬 수 있다는 식으로 잘못된 애국심을 건드리는 여론 조작도 속 보이는 행동이다.

재계는 보호막을 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M&A를 경영 전략에 활용해야 한다. 외국 자본과 경영기법, 첨단 기술을 적극 인수하고 합병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이기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대기업들 엄살에 휘둘리지 말고 M&A가 좀 더 쉽게 이루어지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송희영·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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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코스피지수가 마침내 2000을 기록하면서 한국증시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돌이켜 보면 주가지수가 처음으로 1000을 돌파한 것은 1989년이었으나 그 후 10여년간 1000선을 몇 번 오락가락했을 뿐 설익은 단기급등은 번번이 버블붕괴로 이어졌다. 그 결과 주가지수는 1990년대까지 500∼700 사이를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000에서 10000으로 상승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한스 싱거는 빈곤한 개도국에서는 농업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식량생산이 부족하고, 농산물의 보관창고 및 가공기술이 열악한 탓에 기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족한 식량을 사람들이 섭취하더라도 체내의 기생충에 빼앗기므로 영양실조, 생산성 저하, 경제성장 저조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낙후되었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경제와 기업의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정경유착, 비리, 노사분규 등이 심했으며 증시에 상장된 기업에도 불공정거래, 회계부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의 구조개혁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증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늘었다. 이것은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빠른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렇듯 지난주 지수가 2000을 기록한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 및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호재가 작용했다.

최근의 주가상승으로 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뜻하는 주가수익률(PER)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어버린 것은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 개선과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약화되고 국가신용등급 또한 올라가 한국 증시가 조만간 선진국 시장으로 편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가지수 2000의 달성은 여러 차례 주가의 단기급등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증시의 체질이 양적, 질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증시의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가계자산도 부동산, 예금 등에서 증권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시중 유동성이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로 확산돼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강화되고 시장의 변동성도 줄었다.

그럼에도 증시의 위험요인들은 적지 않다. 환율, 유가, 금리 등 가격변수가 불안한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 등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의 급격한 자본이동도 증시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주 지수가 2000선에 올라섰다가 이틀 새 120여포인트나 급락한 것도 이러한 외부 불안요인에 따른 결과다.

주가 2000시대의 안착과 증시 선진화를 위해서 시장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합리적인 장기, 분산 투자로 리스크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주식뿐 아니라 모든 자산가치의 단기급등은 필연적으로 위기와 조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재웅(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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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원 산자부 미래생활산업본부장


로봇의 기원은 언제부터일까.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황금의 미녀'가 로봇의 시초가 될 것이다. 대장장이 신(神) 헤파이토스의 조수역할로 그려지고 있다.

로봇의 어원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한다.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사용해 널리 퍼지게 됐다.

19세기까지 주로 소설의 소재로 간주되던 로봇이 1962년 산업현장에 실제 등장하게 된다. 미국의 유니메이션사가 제너럴모터스(GM) 자동차 부품공장에 제조업용 로봇을 최초로 설치하면서 로봇이 생산성 향상의 주역으로 자리잡게 됐다.

제조업용 로봇이 나온 지 50년이 지난 지금 로봇은 이제 산업현장에서 우리생활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사회적 요구와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능형 로봇 시대가 움트고 있는 것이다. 청소, 교육 등 일상노동을 대체하는 지능형 로봇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향후 로봇이 실버인구를 부양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인구 고령화 문제의 대안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극한 환경에서 로봇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방사능이 높은 원자로 내부에서 작업을 한다든지, 물 속이나 우주환경에서 작업하는 로봇은 인간의 능력을 더욱 확장시킨다.

첨단기술이 융합된 로봇기술을 응용하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런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선진국은 로봇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미국은 군사로봇과 우주로봇 등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요소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참여정부 들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로 로봇산업을 선정했다.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에 로봇팀을 신설해 협조부처인 정보통신부와 함께 로봇산업 정책발굴과 업계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로봇포럼이 결성돼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우리나라 로봇산업 미래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로봇산업을 통해 선진경제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정부는 우선 로봇 기술개발사업의 전략적인 투자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로봇 전문가와 수요기관으로 구성된 민관 공동 로봇기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규모 시장창출 정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로봇 놀이기구, 체험관, 전시장 등이 어우러진 대규모 로봇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로봇 기술개발사업에 일반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로봇펀드도 도입할 계획이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를 대비한 `로봇윤리헌장'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로봇 생산자와 소유자, 그리고 로봇이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최대 규모 로봇전문행사인 `로보월드 2007'도 더욱 내실 있게 추진될 것이다. 로봇 구매자는 물론 일반인과 전문가가 함께 만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21세기는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로봇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 생활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산업측면에서도 지난해 국내 로봇산업 매출액은 7660억원으로 2003년 이후 매년 4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시장 주도를 위해 산업체, 연구기관, 학계가 함께 노력한다면 로봇산업은 분명 `제2의 반도체 신화창조'의 주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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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굿모닝신한증권 상품개발팀장


최근 2~3년 사이에 증권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적립형 펀드가 일반인들의 재테크 1순위 금융 상품이 됐다. 정기예금 이자가 4~5%대로 낮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이 저축 결과에 웃음을 지을 수 없게 된 데다 최근 2~3년 사이에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그동안 소수에 그쳤던 펀드 투자가 일반화됐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적립형 펀드가 최고 인기 상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적립형 펀드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투자기법이 해마다 발달함에 따라 과거 어느 시점 보다 투자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적립식 펀드도 원금손실이 가능한 주식형 상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적립형 펀드는 펀드 투자 방법중의 하나이다. 펀드는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아니며 예금자 보호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같은 펀드에 가입한 사람이라도 가입 시기와 해지 시점에 따라 수익이 다르다. 그러므로 펀드는 투자 기간과 상품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 바로 시간과 금액을 분산(Cost Averaging)해 투자하는 적립형 펀드 투자이다.

따라서 적립형 펀드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저축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하고 정기적으로 꾸준히 적립해야 한다. 투자기간을 단기로 잡는 경우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 수익에 도달하면 과감히 중도 해지해도 된다. 일정 기간동안 적립하면 손실 없이 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긴급 자금이 필요하지만 중도해지를 원치 않는다면 펀드를 담보로 한 대출도 가능하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

요즘 시중에 너무나 많은 펀드가 있기 때문에 좋은 펀드를 선택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나 일시에 많은 수익이 나는 상품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일부 종목이나 업종에 치중하지 않으면서 시장수익률을 유지하는 펀드가 좋은 펀드이다. 이에 해당되는 상품이 주가 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이다. 특히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종합지수의 수익을 추종하지만 지수 수익률보다 소폭이라도 더 높은 수익이 나는 인덱스 펀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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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코스피지수가 76포인트나 폭락했다. 주식시장의 요동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7일 80 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3일 만에 다시 대폭락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지수선물 투매로 일시적인 거래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번 주가폭락은 국내적 요인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미국 증시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우리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동반 급락했다. 증시 주변에서는 국내 증시가 그 동안 지나치게 급등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과열을 식히는 소나기 정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주식 시장으로 몰리는 풍부한 유동성의 흐름도 여전히 강하다.


때문에 국내 주가의 등락보다는 미국의 신용경색 가능성이 더 관심을 끈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파문이 예상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주로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그런데 2004년 6월 1.0%이던 금리가 잇단 인상을 통해 최근 5.25% 수준까지 오르자 부실대출이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 사태 발단이다. 이미 모기지 업체들의 파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주택시장 침체에 그치지 않고, 전체 대출채권에 대한 신용불안과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점이다. 특히 기업 인수ㆍ합병(M&A) 용 대출채권 거래가 막히면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굴지의 투자은행조차 채권을 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해온 사모펀드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금융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는 국내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식 투자들도 투자 판단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전체 금융시장 차원에서도 비상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제 코스피지수가 76포인트나 폭락했다. 주식시장의 요동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7일 80 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3일 만에 다시 대폭락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지수선물 투매로 일시적인 거래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번 주가폭락은 국내적 요인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미국 증시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우리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가 모두 동반 급락했다.

증시 주변에서는 국내 증시가 그 동안 지나치게 급등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과열을 식히는 소나기 정도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주식 시장으로 몰리는 풍부한 유동성의 흐름도 여전히 강하다.

때문에 국내 주가의 등락보다는 미국의 신용경색 가능성이 더 관심을 끈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파문이 예상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주로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그런데 2004년 6월 1.0%이던 금리가 잇단 인상을 통해 최근 5.25% 수준까지 오르자 부실대출이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 사태 발단이다. 이미 모기지 업체들의 파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주택시장 침체에 그치지 않고, 전체 대출채권에 대한 신용불안과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점이다.

특히 기업 인수ㆍ합병(M&A) 용 대출채권 거래가 막히면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굴지의 투자은행조차 채권을 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격적인 M&A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해온 사모펀드가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금융의 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는 국내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식 투자들도 투자 판단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전체 금융시장 차원에서도 비상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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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수령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입자의 기준소득 월액 상·하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 납부 기준인 소득액 상한선이 1995년에 월 360만원으로 결정된 이후 그동안의 소득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액 현실화 문제는 자칫 편법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기준소득액 현실화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문제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더 내고 덜 받거나' 또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제도를 손질하는 것임에 반해 기준소득액 현실화는 가입자의 월 부담액 증가에 비례해 연금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진작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지난 7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도 내는 돈에 비해 받는 연금액은 가입자에 따라 최대 4배 이상이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된 지금도 부담 대비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인데,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할 경우 국민연금에 잠복된 '저부담·고급여' 속성으로 인해 재정 불안정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준소득액을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 것인가도 쟁점 사항이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도 상당한 수준의 재정 불안정 요인이 국민연금에 내재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정 안정화 노력 추이를 감안, 점진적으로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기준소득액 상한을 현재 360만원에서 420만원 정도로 인상하려는 정책 당국의 제안이 방향성 차원에서는 올바른 것 같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 요인을 고려, 기준소득액을 대폭 인상하지 않는 대신 재정 안정화 조치로 하락한 소득대체율(현재 60%를 2028년까지 40%로 하향 조정)의 일부를 보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준소득액 현실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최대 난관은 현재 수준도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도 생활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지금보다 국민연금 부담액을 늘리라 하면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해 기준소득액 하한은 현행대로 하되 소득 파악이 가능한 저소득층이 현재보다 높은 기준소득을 선택할 경우 추가부담금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칭펀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저소득 취약계층과 국가의 공동 노력을 통해 향후 발생할 빈곤노인 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액 현실화와 함께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도 손봐야 할 것이다.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을 새로 도입한 이상 높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국민연금에 그대로 남겨 놓는 것은 전체 노후소득 보장체계 관점에서 볼 때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50%를 차지하는 소득 재분배 부분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연금지급 구조를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통해 유리알 지갑으로 대변되는 사업장 가입자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연금보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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