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광의 유동성’이 지난 6월 중 34조원이나 증가해 1995년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달보다도 10조원 정도 더 많은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2.7%가 늘어 4년4개월 만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통화 당국의 ‘돈줄 조이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이후의 유동성 증가세가 한층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협의의 통화증가율이 안정적으로 마이너스인 것을 보면 금융기관 쪽에서 유동성 증가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과 주식투자를 위한 대출 등도 늘면서 유동성 팽창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화당국은 일시적 요인이 크다고 말하지만 유동성 과잉 상태가 확대되면 자산가격 거품으로 이어지고, 외부 충격에 노출될 경우 급격한 거품 붕괴에 따른 경제 불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느는 한편으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에 영향 받아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아직은 주식시장 외에는 직접적인 충격이 없지만 경우에 따라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동성 팽창을 걱정하는 한편으로 신용경색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통화당국으로서도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과잉 유동성 문제는 당장 심각성을 드러내는 현안인 데 비해 서브프라임 모지기 부실 파문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당장 발등의 불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무게 중심은 계속 과잉 유동성 흡수에 두면서 만일의 신용경색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세를 의식하기보다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초래되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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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승일]   5·16 군사정권이 4·19 정신을 계승(?)한 것이 있다. 국산품 애용이다. 1960년 4·19 직후 대학가에는 사상·노선 투쟁 못지않게 ‘신생활 운동’ 이라는 실사구시 캠페인이 활발했다. 국민계몽대 같은 시민단체들도 합세해 ‘망국 사치품, 건국 국산품’ ‘한 개비 양담배에 불타는 조국’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극장·다방을 돌았다. 양담배 수천 갑을 서울 광화문에 쌓아 놓고 불태우기도 했다. 일제시대 물산장려운동의 60년대 판이었다. 자립경제 기반을 속히 닦으려면 좀 조악하더라도 우리 물건을 많이 써 주자는 자생적 민간 운동이었다. 이듬해 5·16으로 들어선 박정희 정권은 이를 힘으로 밀어붙였다. 외제품 단속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실이나 길가에 ‘국산품 애용’이라는 표어를 붙여 오가며 보게 했다. 사무실 서랍에 무심코 넣어둔 양담배 몇 갑이 암행 감찰반에 적발돼 잘나가던 고위 관료가 옷을 벗던 시절이었다.

 기성세대에 ‘애국심 마케팅’이 꽤 잘 통하는 건 이렇게 국산품 애용이 체질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주권을 잃은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콜라독립 815’란 토종 콜라가 등장해 반짝 인기를 끌었다. 외환보유액을 늘리자고 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이 번지고, 자본시장을 살리자는 ‘바이 코리아’ 구호에 해당 증권사의 펀드가 대박을 쳤다. 쌀 시장 개방 파고가 높아지자 ‘우리 농촌 살리기’를 내세운 쌀 음료가 잘 팔렸다.

 충무로와 평단의 싸늘한 시선 속에 개봉된 ‘디워’가 6일 만에 300만 관람객 돌파라는 대단한 돌풍을 일으키면서 해묵은 ‘애국심 마케팅’을 다시 도마에 올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흥행 성공을 기원하는 애국적인 팬들이 졸작 괴수 영화를 심정적으로 밀어 준 결과라는 이야기다. ‘어느 시대라고 애국심 갖고 영화 봐주느냐’ ‘기성 영화인들 정신차려라’는 거센 반론이 쏟아진다. 애국심은 보편적이고 유용한 미덕임에 틀림없지만 ‘깡패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새뮤얼 존슨)이란 비아냥도 있다. 분파와 갈등의 소지를 염려하는 말이다. 국가기록원은 우리 현대사에 등장하는 대표적 풍속도로 보리 혼식, 미니스커트·장발 단속과 함께 국산품 애용을 꼽았다. ‘기록으로 보는 생활사’(가칭)에 담겠다고 한다. 좋은 영화인지를 따지는 공론의 장에서는 작품성이니 줄거리니 하는 말들로 결판을 내야 옳을 것이다. 박제화돼 가는 ‘국산품 애용’ 수준의 갑론을박은 좀 허전하다.

홍승일 경제부문 부장 ▶홍승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e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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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돈굴리기(재테크)를 안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아니면 펀드라도 하나 사둬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으냐”는 속삭임은 우리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산 거래’에 나서게 한다. 자산 가격이 쑥쑥 오르기만 할 때는 다들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부의 이전을 가져올 뿐, 부의 증식과는 무관한 자산 거래에서는 반드시 누군가 상투를 잡기 마련이다. 재테크 강박증은 우리를 눈멀게 하여, 이런 평범한 이치를 잊게 한다.

미국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업체들의 부실 여파로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한바탕 요동을 쳤다.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이 높은 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탓이다. 모기지론 부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코스피지수는 다우지수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사람들의 눈길은 여전히 주식시장에 쏠려있다. 그러나 눈밝은 사람이라면, 이번 사태가 미국의 집값의 하락에서 비롯한 일임에 주목할 것이다. 사실, 모든 사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열쇠는 금리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는 2001년 들어 막이 올랐다. 아이티 거품 붕괴로 말미암은 경기 후퇴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2000년 말 연 6.5%이던 기준금리를 11차례나 연속 내렸고, 1.0%까지 떨어뜨렸다. 저금리 물결은 온세계로 퍼져 나갔다. 경기침체는 완화됐다. 하지만, 저금리 대출을 등에 없고 집값을 비롯한 자산가격도 폭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 통계로 보면, 미국 집값은 지난해 말까지 최근 6년 동안 67% 올랐다.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에서는 갑절 넘게 뛰었다. 물론 영국 등에 견주면 많이 오른 편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취해 있는 동안 저금리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렸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고 미국은 2004년부터 금리를 되올려 지난해 7월에는 5.25%까지 끌어올렸다. 유럽은 미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오랫동안 제로금리로 국제 금융시장에 돈을 풀어온 일본도 곧 금리를 올릴 듯하다. 집값을 끌어올렸던 금리의 지렛대는 이제 거꾸로 집을 사려고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큰 짐이 돼 가고 있다.

대출금 연체가 늘면서, 미국의 집값은 올해 들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많이 오른 곳일수록 하락폭은 크다. 미국의 6월 기존주택 판매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주택 차압이 늘어 판매 대비 재고 비율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바닥이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산이 아주 높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금리의 오르내림 폭이 가장 컸던 미국에서 집값 하락의 충격파가 먼저 나타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먼저 보여줄 뿐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값은 최근 6년 동안 서울 130%를 비롯해, 전국 평균 84.4%(국민은행 조사) 올랐다. 310조원이나 늘어난 저금리 가계대출이 지렛대 구실을 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2004년 26조8천억원(한국은행, 국민계정)이던 가계의 이자 지출은 지난해 40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14조원의 추가 부담은 그 사이 늘어난 국민 순처분 가능소득의 3분의 1에 이른다. 금리는 올 들어 더 오르고 있다. 물가가 꿈틀거리는 가운데 시중에 돈이 풀려나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통화 당국으로선 금리를 더 올려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주택시장을 봐야 할 때다.

정남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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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환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국부펀드는 통상 일정 부분의 외환 보유액을 별도의 전문 투자인력으로 구성된 국가기관을 통해 운용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산유국인 중동지역 국가들, 러시아 등의 외환보유액이 급증함에 따라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 왔던 이들 펀드들이 주식, 부동산과 같은 고수익 자산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자금규모를 감안할 때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의 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체 외환보유액 규모 5조달러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2011년 이후에는 각 국의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총액보다 국부펀드 운용자산액이 더 커지고 2015년까지 12조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은 가장 성공적인 국부펀드 모델로 손꼽힌다. 테마섹은 지난 1974년에 설립돼 현재 정부잉여자금의 60%에 해당하는 1000억달러를 운용하며 18%에 달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테마섹은 아시아와 선진국 등의 머니마켓, 채권, 주식, 외환, 헤지펀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공사(ADIA)이다. ADIA의 자산규모가 무려 8750억달러로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790억달러)의 10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ADIA는 원유나 원자재 수출에 따른 이익을 관리하기 위한 펀드로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그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일본, 대만 등도 국부펀드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 1조3000억달러를 자랑하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 9월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0억~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사모펀드인 미국의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인 우리나라도 2005년 7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하고 200억달러의 자금을 바탕으로 운용중이다. 아직 그 규모나 투자 영역 면에서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에도 국내 수출 호조에 따른 외환 보유액 누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어 KIC의 운용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부펀드가 세간의 화제로 등장한 것은 중국개발은행이 영국계은행 버클레이의 지분 3.1%를 인수하고 버클레이가 ABN-암로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을 최대 10%까지 추가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서 시작됐다. 중국개발은행이 국부펀드가 아니지만 중국개발은행의 투자 방식이 국내 인프라금융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에 의한 해외투자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세계적인 국부펀드의 확장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우선 이들 펀드들의 투자 다변화는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일으킬 수 있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커진데 반해 자금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워 작은 소문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부펀드는 성격상 경제논리를 벗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움직일 수 있으므로 세계자본의 흐름을 정치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이미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국부펀드가 자국의 기간산업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부펀드인 KIC도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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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3년 사이 우리나라 자산운용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펀드 투자의 폭발적인 확대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해외증권투자 확대, 국내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펀드에 돈이 크게 몰렸다. 채권형·혼합형 펀드 투자는 최근 감소세인 반면 주식형 펀드에 투자된 돈은 올들어서만 30조원이 늘어 7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가계의 자산운용에서 부동산과 직접주식투자 비중이 작아지고 펀드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짧은 기간에 너무 급격히 이뤄지다보니 불완전 판매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환경이 투자자 수나 투자자금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환경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펀드의 난립이다. 펀드 투자붐으로 펀드 매니저 1인당 운용액이 2,045억원으로 커졌지만 규모 자체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 문제는 펀드 매니저 1인당 맡는 펀드 수가 3.05개로 최근 6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점이다. 해외펀드의 경우는 펀드 매니저가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펀드 매니저가 충분히 늘지 않은 탓 보다는 펀드 난립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펀드 난립은 해묵은 문제이지만 개선이 잘 안되고 있다. 채권형 펀드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펀드 수는 8700여개로 세계 1위다. 반면 펀드의 평균 규모는 300억원이 채 안돼 세계 34위다. 그만큼 작은 펀드가 많다는 얘기다. 펀드 매니저가 개별 펀드에 신경을 많이 쓸 수도 없고 분산투자도 곤란해 아무래도 투자자 재산 보호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운용사들이 성격이 비슷한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아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들이 믿고 펀드에 돈을 넣을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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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더니 9일에는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갑자기 펀드 환매를 중단해 충격을 주었다.

급기야 신용경색을 염려한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948억유로를 긴급 수혈하고, 미국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중앙은행들도 황급히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했다. 중앙은행들이 이례적으로 대규모 공개시장조작에 나설 만큼 상황이 다급해진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 유럽 증시의 충격파가 이미 아시아 시장에도 전해지고 있으며 한국 증시도 어제 큰 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물론 지금은 심각한 금융위기를 걱정하거나 공황심리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 성급한 위기의식은 시장 참여자들이 한꺼번에 탈출구로 몰리게 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책당국은 우선 투자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이나 정책당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경계를 늦추지 말고 대응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 모기지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저금리시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이 문제가 됐으며 우리도 닮은 꼴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9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과 비우량 대출이 2금융권으로 몰린 걸 유념해야 한다. 최근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위험을 안고 있다.

국내 은행 보험 연기금들이 미국 모기지 관련 상품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치명적인 리스크는 늘 감춰져 있다.

사태가 악화됐을 때 국내 기관에 미칠 직접적인 파장을 분석해 리스크관리에 나서는 게 급선무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의 해외 자본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하고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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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국제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어제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특히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한 일이 불을 붙였다.

이는 미국 국내 문제로 머물던 이번 사태가 유럽 대륙으로 번졌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 국제적인 위기로 번질지 모르는 극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캐나다은행, 일본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은 사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적절한 대응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자체보다 국제 금융시장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개입이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BNP파리바처럼 손실을 본 금융기관들이 계속 등장할 개연성도 높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해결책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얼마든지 더 악화할 수 있다.

우리는 1주일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신용경색으로 번질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국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직접 손실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본 외국 금융회사들의 연쇄적 손실로 인한 간접 피해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국제적 신용경색이 심화할 경우 국내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금융통화위원회가 그제 콜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한 직후여서 국내 금융시장 사정은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철저히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이 불안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예방적인 조치들을 적절히 취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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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논설실장
국내 경기가 회복세라지만 실감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주식하는 투자자나 대기업은 좋을지 모르겠다”며 남의 일로 구경하는 분위기다.

경기 감각을 둘러싼 업종간, 계층간, 지역간, 기업간 온도 차는 어제 오늘의 화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경제권에 편입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잘 되는 곳은 더 잘 되고, 안 되는 곳은 더 안 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양극화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수출 대기업과 내수(內需)형 기업간의 격차를 들 수 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100여 수출 대기업들은 최근 5년 사이 창업 이래 최고 호황을 맛보고 있다. 주가도 올랐고, 생산성도 좋아졌고, 임금도 올랐으며, 연구개발비 지출도 늘었다. 여유자금이 너무 쌓여 어쩔 줄 모르는 회사도 있다.

수출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나 장기 투자 같은 경영 지표들이 웬만한 다국적 기업들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좋아졌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이 만세를 부르는 반면, 다수의 내수산업은 더 위축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지방 건설업체들은 한숨뿐이다.

경기 회복의 격차는 임금 근로자들 간에도 심하다.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사이, 그리고 비정규직과 무직자·실업자 계층간의 소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회복에 상관 없이 정규직 사원 1명에 비정규직을 4~5명 붙여주는 식으로 인사 관리를 변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비정규직 계층은 월 수입 60만~150만원으로 일상 생활에 부대끼는 신형(新型)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주식도 없고 부동산도 없는 속칭 ‘무주공산(無株空産)’ 세력이 자리잡아가는 판이어서 경기 회복을 맛보는 숫자는 소수일 뿐이다.

게다가 지역간 격차를 보면 경기 회복의 실상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구 지역의 어느 기업인은 “대구에는 경기라는 단어조차 없다”고 불평했다. 대형 할인마트 진출로 중소도시의 유통업은 ‘멸종 위기’라고 아우성이다. 주식 활황 덕을 보는 여의도 주변이나 거대한 수출 대기업을 안고 있는 거제, 울산, 포항에서나 경기 호전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경기의 양극화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15년 장기 호황을 누리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이고, 5년째 호황인 일본도 같은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호황 빌딩의 저편에 불황 마을이 거대하게 형성되는 식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경기의 양극화에는 몇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웃는 쪽은 소수고, 다수는 세계화라는 차디찬 풍파(風波)에 휩쓸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권에 진입한 다국적 기업과 그곳의 정규직 사원들, 머니 마켓에서 큰돈을 굴리는 억만장자와 투자회사들, 그리고 펀드 매니저,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들은 어디서나 승자(勝者)로 분류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이긴 자들의 잉여 이익이 낙오된 그룹에 잘 분배되지 않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출 대기업이 큰돈을 벌면 사원 채용을 늘리고, 임금도 올려주고, 새 공장을 건설하는 재투자로 나라 전체에 기분 좋은 ‘분배 파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통계를 봐도 달라졌다. 이익이 늘어도 사원은 별로 늘리지 않고, 임금 지출을 억제하고, 새 공장은 인도나 중국에 짓고 있다. 그동안 작동하던 호황의 선순환(善循環) 법칙은 깨졌고, 경기 회복의 배당금은 나눠지지 않는 셈이다.

세 번째는 경기 양극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는 바람에 정부나 경제계가 좀체 손을 쓰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기가 풀리더라도 거대한 패잔병 집단은 ‘그들만의 파티’를 강 건너 불꽃놀이로 구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경기 회복의 양극화는 국민들의 불안 증상을 더 부채질할 것이 확실하다. 신입 사원들은 걸핏하면 메뚜기 튀듯 직장을 옮기고, 주부들은 적금을 깨서 부동산으로 갔다가 다시 펀드로 투자처를 돌리고 있다.

이런 집단 스트레스 때문에 국내 경기가 좋아질수록 “호황의 떡고물을 나눠 달라”는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다. 양극화 회오리 속에서 승리한 세력은 “안 되는 건 다 당신네 탓”이라고 쏘아붙이지만 말고 이런 현실에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하며, 그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송희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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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에 대한 논쟁이 극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10일 새벽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이 바로 ‘디워’ 논쟁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워낙 논란의 파워가 강한 탓이었는지 ‘100분 토론’의 시청률도 평소의 3배를 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디워’ 파워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이 나간 후 10일 아침에는 이날 토론의 패널인 진중권 교수와 칼럼니스트 하재근 씨도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진 교수야 이전에도 몇 번 검색어에 오른 경험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하재근 칼럼니스트는 내 기억으로는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 처음 아닌가 싶다.

하재근 씨는 내가 몸 담고 있는 데일리서프라이즈의 고정 칼럼 필진이기에 반가움이라는 단순한 감정도 있었지만 그가 영화 평론가도 아니면서 ‘디워’에 대한 글 한 번 쓴 것 때문에 이 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을 보면서 새삼 ‘디워’가 2007년 8월 한국 사회에서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에 대해 탄성을 자아낼 뿐이다.

하지만 ‘디워’를 토론한 ‘100분 토론’을 얘기하고자 키보드를 만진 것은 아니다. 심형래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심형래 감독과는 많지는 않지만 또 적지 않은 인연이 있다. 하긴 1990년대에서 2000년 초까지 영화담당 기자를 해봤던 자들 중에서 심 감독과 인연이 없는 사람도 별로 없긴 할 것이다. 그만큼 심 감독은 어느 순간부터 한국 영화계의 나름대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중요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심형래 감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물론 방송사에서다. 그는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 돈도 잘 벌었고, 인기도 천정부지였다. 당시 한국 코미디에서 심형래는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을 잇는 확실한 대들보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그는 영화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를 영화감독으로 만나게 된 것은 1994년 무렵이 아닌가 싶다.

당시 심 감독은 필생의 역작인 ‘티라노의 발톱’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는 영화계에 지금과 같은 펀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투자라고 해야 대체로 지방 배급업자들이나 극장주, 또는 몇몇 개인적으로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추렴해서 영화를 만드는 게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정통 영화인도 아닌 개그맨 심형래에게 투자를 하는 사람은 것의 없었다.

개그맨으로서 하루에도 10여 군데의 밤무대를 뛰면서 번 돈으로 심형래는 영화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전에 만들었던 우뢰매 시리즈나 영구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는 공룡 영화를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었다.

당시 심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인 영구아트무비 사무실이 방배동 카페 골목 안에 있었다. 기자들이 수시로 그곳을 드나들었는데 인심 좋은 심 감독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찾아오는 기자들을 박대하는 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밥 한 그릇에 소주 한잔은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배동 카페 골목 안의 아구찜 집을 이용했다. 그곳에서 하루는 심 감독이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심 감독은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공룡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하소연을 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심 감독이 눈물을 흘렸던 진짜 이유는 공룡 영화가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영화계에서는 확실한 ‘왕따’였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사 사무실도 충무로가 아닌 방배동에 차렸다는 후문도 있다.

즉 영화계에서는 ‘싸구려 어린이 상업영화’를 만드는 개그맨을 곱게 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성도 완성도도 없는 영화를 만들어서 한국영화의 평균을 깎아먹는다는 심 감독에 대한 편견, 돈 벌어 놓은 것 좀 있다고 거드름 피면서 영화로 장난질하는 개그맨이라는 조롱, 후배 개그맨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출연료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혹사를 시킨다는 중상모략까지 당시 한국 영화계는 분명 심형래를 영화감독이 아닌 ‘싸구려 망둥이’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영구아트무비를 찾아갔다는 사실을 비밀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당시 할리우드 직배 영화와의 처절한 싸움, 현격히 줄어든 한국영화 제작 편수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영화계에서는 심 감독에 대한 일종의 질시로 “심형래는 기자들이 찾아가기만 하면 촌지로 도배한다”는 소문까지 충무로에 퍼졌던 탓이다.

그 시절 분명 심형래 감독에 대한 충무로, 즉 한국영화계의 질시는 대단했다. 즉 심형래는 영화계의 인물이 아니었고, 그의 작품들은 한국영화의 통계에 조차 넣기 부끄러운 사생아였던 것이다.

1999년 심 감독은 ‘용가리’를 만들어냈다. 글로벌한 그의 마인드가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덕에 그는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신지식인 1호’라는 대단한 칭호가까지 받았고,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강연도 했다. ‘바보 영구’가 엄청난 변태를 한 것이다.

당시 영구아트문화재단이라는 것을 만드는 자리에서 심 감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미 웬만한 자리에서는 형님 동생으로 호칭했던 터라 반갑게 “형래 형님, 축하합니다”라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그의 옆에는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박지원 전 장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놀랍게 변한 심 감독의 위상에 대해 입이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의 첫 글로벌 작업이었던 ‘용가리’는 완전 실패를 했다. 할리우드에서 처절할 만큼 혹평을 받은 것은 물론 해외 그 어떤 마켓에서도 ‘용가리’를 사는 사람은 없었다. 아울러 국내 영화관에서도 ‘용가리’는 참담한 실패의 역사였다. 국민의 정부 신지식인 1호 심형래가 무너졌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엄청난 빚더미 위에 앉아버렸다.

그 때 영화계와 언론은 또 다시 심형래 타작하기에 나섰다. 심형래의 허황된 꿈이 졸렬한 작품을 만들어 놓고 상승 기류였던 한국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혹평이 난무했다. 아마도 심 감독의 가슴에 수십 개의 비수가 날아들어 꽂혔을 것이다.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8월 초 ‘디워’가 개봉하면서 한국영화계는 이상한 싸움이 생겼다. 바로 심형래 감독과 충무로로 대변되는 한국영화계의 싸움인 것이다. 심 감독이 방송 오락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서 “심형래가 만든 작품이라 개봉도하기 전에 망할 것이라고 말한다”거나 “개그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영화계의 홀대를 받았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일부 팬들은 심 감독의 말을 들으면서 “한국영화계가 정말 못됐구나”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디워’와 ‘화려한 휴가’를 대결시키기까지 했다.(물론 이는 일부 전두환 추종세력이 조장한 듯한 인상이 강하기는 하지만 이런 흐름에 부화뇌동하는 대중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마치 과거 할리우드 직배 영화와 한국영화의 대결 구도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이는 잘못됐다. 심 감독의 ‘디워’는 분명 한국영화다. 그 작품이 잘됐거나 못됐거나 소중한 한국영화의 한 역사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형래라는 인물도 한국영화에 중요한 획을 긋는 감독의 역사다. 불모지대나 다름없는 SF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고군분투했던 실험성 강한 영화감독인 것이다.

이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 감독이 ‘디워’의 개봉을 앞두고 털어놓았던 몇 마디의 푸념은 말 그대로 그동안 겪었던 아픔에 대한 넋두리일 따름이다. 심 감독 본인이 자신은 한국영화계의 인물이 아니라거나, ‘디워‘가 한국영화와 척을 지는 별종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사람의 평가와 비판을 가지고 이미 일반 대중들은 심형래 감독을 한국영화와 괴리를 시키고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세력은 이런 점을 자신의 주관적 정치성에 이용하고 있다.

만약 ‘디워’가 ‘괴물’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을 때 한국영화계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땅을 칠 리가 있을까? 각종 영화제에서 ‘디워’를 한국영화가 아닌 또 다른 별종으로 제외시킬 리가 있을까? 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디워’가 흥행신기록을 향해 나아가면 그에 맞춰 흥분할 것이고 흥행신기록을 세운다면 한국영화계 전체가 크게 기뻐할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분명 이전에 당한 설움이 있다. 어쩌면 그 설움을 바탕으로 지금의 ‘디워’가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 설움이 시간들을 귀중하게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더 진보된 SF영화를 만들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심 감독을 충무로와 괴리시키는 말도, 그를 별종으로 떼어놓고 이야기하는 태도도 없어야 한다. 그와 한국영하는 상생의 동지요, 하나로 뭉쳐진 그 일원임을 각인해 볼일이다.
이석원 편집국장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非비우량 주택대출) 不實부실로 세계 금융시장에 미국發발 신용위기의 우려가 번지고 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지난 주말 “미국에 투자한 자산의 現金化현금화가 불가능해 자산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던 3개 펀드에 대한 還買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국내 증시도 지난 10일 80포인트나 떨어져 하루 하락폭으론 세 번째 기록을 세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틀간 1558억유로(198조원)의 긴급자금을 금융시장에 풀었고, 미국·일본·호주 등의 중앙은행들도 通貨통화 공급에 나서 일단 급한 불길은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損失손실규모도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서 상황은 여전히 불안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미국 모기지 관련 채권 8000억원어치 가운데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직접 관련된 채권은 2000억원쯤이다. 손실이 나도 충분히 감당할 만한 규모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도 그 波長파장에서 무사하기 어렵다.

우선 서브프라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株價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그 때문에 회복세인 소비가 다시 위축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선호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지는 것도 문제다. 제2 금융권에 몰린 非비우량 주택대출이 부실화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와 투자자들이 금융위기를 지나치게 걱정해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 상황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도 만일에 대비한 위험 관리를 소홀히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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