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령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입자의 기준소득 월액 상·하한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료 납부 기준인 소득액 상한선이 1995년에 월 360만원으로 결정된 이후 그동안의 소득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액 현실화 문제는 자칫 편법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기준소득액 현실화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문제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더 내고 덜 받거나' 또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제도를 손질하는 것임에 반해 기준소득액 현실화는 가입자의 월 부담액 증가에 비례해 연금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진작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지난 7월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도 내는 돈에 비해 받는 연금액은 가입자에 따라 최대 4배 이상이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된 지금도 부담 대비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인데,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할 경우 국민연금에 잠복된 '저부담·고급여' 속성으로 인해 재정 불안정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기준소득액을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할 것인가도 쟁점 사항이다. 재정 안정화 방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도 상당한 수준의 재정 불안정 요인이 국민연금에 내재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정 안정화 노력 추이를 감안, 점진적으로 기준소득액을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기준소득액 상한을 현재 360만원에서 420만원 정도로 인상하려는 정책 당국의 제안이 방향성 차원에서는 올바른 것 같다. 국민연금의 재정 불안정 요인을 고려, 기준소득액을 대폭 인상하지 않는 대신 재정 안정화 조치로 하락한 소득대체율(현재 60%를 2028년까지 40%로 하향 조정)의 일부를 보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준소득액 현실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최대 난관은 현재 수준도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 대한 해법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도 생활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지금보다 국민연금 부담액을 늘리라 하면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감안해 기준소득액 하한은 현행대로 하되 소득 파악이 가능한 저소득층이 현재보다 높은 기준소득을 선택할 경우 추가부담금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매칭펀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저소득 취약계층과 국가의 공동 노력을 통해 향후 발생할 빈곤노인 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액 현실화와 함께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도 손봐야 할 것이다.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을 새로 도입한 이상 높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국민연금에 그대로 남겨 놓는 것은 전체 노후소득 보장체계 관점에서 볼 때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50%를 차지하는 소득 재분배 부분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연금지급 구조를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통해 유리알 지갑으로 대변되는 사업장 가입자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연금보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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