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사들의) 증시 보고서는 비판적(critical)인 시각이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주가가 4% 폭락했던 지난 1일 오전, 미국계 A자산운용사의 영국인 부사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관해 갖는 불만 중 하나가 ‘오르기만 한다’고 말하는 한국 증권사 보고서”라고도 했다.
이런 불만을 가진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유럽에서 환경 관련 펀드를 굴리는 스웨덴 국적 B매니저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어온 적도 있다. “한국 애널리스트(증시분석가)들은 주가가 내린다고 얘기하면 잘립니까?”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소식 등으로 주가 지수가 2000을 돌파하던 지난달 25일도 그랬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이를 호재로 해석하며 경쟁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펼쳐 놓을 때,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만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 상승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지금은 차익을 실현(매도)할 때”라고 조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 예측이 옳았다. 주가 2000 시대는 하루 천하로 막을 내렸고, 그 이후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망은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판단 재료를 제공해야 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게’ 할 말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고객 유치를 위한 회사 측의 영업 정책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가 사실상 힘들다. 반면 외국 증권사의 리서치(조사분석) 센터는 영업부와 철저히 분리돼 있고, 분석 방법이 대체로 ‘주가의 과열 여부’를 진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증권사에선 들을 수 없는 ‘쓴소리’가 외국계에선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국 증시는 언제까지 ‘남의 훈수’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신지은·경제부 ifyoua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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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4% 폭락했던 지난 1일 오전, 미국계 A자산운용사의 영국인 부사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관해 갖는 불만 중 하나가 ‘오르기만 한다’고 말하는 한국 증권사 보고서”라고도 했다.
이런 불만을 가진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유럽에서 환경 관련 펀드를 굴리는 스웨덴 국적 B매니저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어온 적도 있다. “한국 애널리스트(증시분석가)들은 주가가 내린다고 얘기하면 잘립니까?”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소식 등으로 주가 지수가 2000을 돌파하던 지난달 25일도 그랬다.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이를 호재로 해석하며 경쟁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펼쳐 놓을 때,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만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 상승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지금은 차익을 실현(매도)할 때”라고 조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건스탠리 예측이 옳았다. 주가 2000 시대는 하루 천하로 막을 내렸고, 그 이후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망은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 문제는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판단 재료를 제공해야 할 애널리스트들이 ‘소신 있게’ 할 말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고객 유치를 위한 회사 측의 영업 정책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가 사실상 힘들다. 반면 외국 증권사의 리서치(조사분석) 센터는 영업부와 철저히 분리돼 있고, 분석 방법이 대체로 ‘주가의 과열 여부’를 진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증권사에선 들을 수 없는 ‘쓴소리’가 외국계에선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국 증시는 언제까지 ‘남의 훈수’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신지은·경제부 ifyoua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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