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온라인 게임업계는 세계최고인가? ‘온라인에 관한 한’이라는 조건을 달면 ‘아직’ 세계 최고다. 세계 게임시장에서 콘솔게임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 비디오 게임 시장 규모가 400억달러인 반면에 온라인 게임은 100억달러에 이르리란 전망이다.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전략과 관련한 고민도 새로워져야 할 것 같다.

 지난주 세계적 게임쇼로 급부상한 상하이 차이나조이2007과 전통의 미국 E3쇼의 두 글로벌 행사가 열렸다. 우리 온라인 게임업체 ‘거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몰려갔고 주요 업체로는 엔씨소프트만이 참가한 비디오게임 중심의 E3쇼를 보면서 새삼 글로벌게임의 조건을 생각해 본다. 어느 분야에서도 그렇듯 글로벌 시장의 한국 게임산업계 대표 전사는 앞만 볼 것이 아니라 전 방위를 보며 뛰어야 한다. 당장 짝퉁, 소비자 취향, 글로벌 자본 게임 추세에 대한 대응 등이 시급해 보인다.

 당면한 최대 현안인 온라인 게임 짝퉁 문제는 정부차원의 신중하고도 현명한 매듭풀기가 필요한 국면이다. 우리가 중국에서 벌어들여야 할 매출의 30% 정도를 현지 불법 온라인 서버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하니 심각성은 도를 넘었다. 업계는 중국을 게임인구 4600만명, 온라인게임시장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양국 정부·산업계에는 짝퉁게임 서비스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문화부 당국자가 최근 설립한 상하이 한국문화원 개소를 계기로 이를 통해 중국 불법서비스 차단활동까지 하겠다고 밝힌 것은 서툴렀다. 정부 당국자의 가슴앓이 끝에 나온 속내지만 중국과의 협력과 상생의 부드러움이 아쉬웠다. 꼬인 매듭은 공식 채널로 풀어야 한다.

 외신이 전한 E3쇼에서는 비디오·콘솔게임시장의 트렌드라는 교훈거리가 읽힌다. 현지보도는 올해도 여전히 ‘젊은이의 게임에서 누구나에게 받아들여지는 게임으로의 진화’를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중요하다. ‘위’로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일본의 닌텐도가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탑재하기로 한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지는 것이 좋은 게임’이라는 정의를 굳혀 주었다. 낭보는 이번 E3쇼에서 소니가 엔씨소프트에 플레이스테이션(PS)용 게임타이틀 개발을 맡겨 전 세계에 배포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앞서의 좋은 게임 정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 간의 결합으로 소비자 중심의 멀티플랫폼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블루오션의 가능성이 읽힌다. 국내에서 2년 전 시작됐으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빛을 보기 시작한 이른바 내려받기 게임(GoD:Game on Demand)시장의 가능성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거치형PC에서는 물론이고 PSP에서도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큰 파괴력은 없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화라는 과제가 있다. 글로벌 협력, 또는 전략적 협력이란 이름 아래 이뤄지는 외국자본과의 제휴는 결코 간단하지도 않고 쉬운 결정도 아니다. 올 초 미국의 EA가 네오위즈 지분의 20% 이상을 인수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절묘한 결합이라는 시각과 먹성 좋은 글로벌 게임 자본의 내습이라는 두 가지 시각이 있지만 자본은 냉정하다. EA가 연이어 웹젠과 한·중 제휴 중인 중국 더나인에도 15%의 자본참여로 발을 걸쳐 놓은 데서 ‘긴장의 끈을 늦추면 끝’이라는 교훈을 읽어야 한다.

 엊그제 NHN이 250억원의 게임펀드를 확보, 우리나라 게임거인 빅3 NHN·넥슨·네오위즈가 약500억원의 자본으로 글로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게 된다. 정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금 신발끈을 매고 최근 중국 미국시장에서 분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문화연금술의 대표주자인 게임업계 전사. 그들이 최근 겪고 있는 중국게임업계와의 갈등·세계 게임시장의 멀티플랫폼 추세, 글로벌 자본의 발호에 발목잡히지 않고 쉴새없이 내달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넘버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콘텐츠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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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변호사·로드투자자문 대표〉

우리나라 증시가 무서울 정도로 강하다. 코스피가 머지않아 2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강세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14000포인트를 돌파한 데 이어 각 나라의 지수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거품 아닌 세계경제 흐름-

최근 증시 상승은 세계 경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 유럽, 아시아, 남미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지역의 경제가 골고루 상승하고 있다. 세계 역사상 처음이다. 2차대전이 끝났을 때는 미국만이 경제대국으로 살아 남았다. 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은 유럽과 일본을 회복시키는 정책을 채택했다.

소련은 군비경쟁을 하다가 힘이 부쳐서 무너졌다. 그 과정에서 독일이 통일되고, 통일의 후유증으로 독일을 포함한 유럽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졌다. 같은 시기에 일본도 10년 불황을 맞았다. 유럽과 일본이 침체에 빠지자 미국은 중국과 인도를 세계경영 축으로 삼았다. 중국을 축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유럽과 일본도 본격적으로 경제회복을 시작했다.

우리 증시의 상승세는 일시적 거품이라고 할 수 없다. 세계경제의 기운은 워낙 강해서 여러 해 동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흐름을 그대로 타고 간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중국 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다. 증시 흐름은 실물경제 흐름과 같다. 증시의 큰 흐름은 중국 등 해외 여건이 꺾이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이라고 하는 돈의 흐름도 대세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것은 금리와 관계가 있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장기적으로 저성장, 저금리의 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이상을 내다본다면 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시대에 갈 곳이 없는 돈은 부동산과 주식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약하기 때문에 돈이 증시로 집중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주식과 펀드가 재테크의 주된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것 역시 시대적인 변화이다.

후진국에서는 높은 이자로 이자를 받는 것을 선호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부동산이 개발에 편승하여 수익을 크게 주게 되지만 선진국에서는 저금리로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게 된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이 80% 이상, 주식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앞으로 10여년 지나면 부동산이 40% 밑으로 떨어지고 주식은 3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투자자는 세계경제의 흐름과 금융시장의 동향을 이해하고 움직이기는 어렵다. 확신을 가질 때쯤이면 이미 한 단계가 마무리된 후일 것이다. 일반 투자자로서는 눈에 보이는 흐름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흐름 그대로 타고 가는 전략이 낫다.

-3년 이상 내다보는 투자를-

실물경제와 금리 방향은 증시의 대세 상승을 뒷받침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증시 상승률이 조금 지나친 점은 있다. 이것은 거품이라기보다는 증시가 본래 실물경제보다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실물경제가 회복된다고 생각하면 미리 주식을 사기 시작한다. 단기에 승부를 걸려고 급하게 빚을 내어 주식을 샀다가는 짧은 조정을 버티지 못하고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로 분산투자하면 손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장기투자란 3년 이상을 내다보는 투자이다. 우리 경제의 방향을 확신한다면 증시의 출렁거림에 개의치 않고 꾸준하게 투자하고 보유하는 것이다. 당장 좋다고 하는 종목이나 펀드보다는 누구나 무난하다고 하는 우량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대세 상승기에 편안하게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투자가 어려운 시기가 아니다. 주식을 공부하고 이해하기보다는 큰 흐름을 타고 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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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동자의 희생이 얼마나 크든 기업의 수익 극대화가 구조조정의 핵심 목표라 한다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가 최고조에 이른 것은 2004년일 것이다. 몇 해째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기업 이익이 급증해온 가운데, 그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의 순이익은 50조원을 넘었다. 그 전 몇년간 평균치의 갑절을 넘는 이런 실적 향상은 주가를 상대적으로 아주 싸게 만들었다.

발빠르고 눈치빠른 외국인 투자가들은 2004년 한햇동안 무려 10조5천억원어치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해 주가는 9% 올랐지만 증권선물거래소가 2005년 4월이 되어 2004년 상장사 경상이익을 당시 시가총액으로 나눠보니 8배가 채 되지 않았다. 과거 10~12배 하던 것에 견주면 주가는 여전히 쌌다. 국내 투자자들은 인터넷 거품 붕괴와 대우사태로 놀란 가슴을 아직 쓸어내리고 있었고,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004년 기업 실적 폭증이 당국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 덕이라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기업 실적은 2005과 2006년에 조금 나빠졌을 뿐이다. 이런 실적에 바탕을 두고 주가는 이후에도 쉼없이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어느새 200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사 실적에 견줘보면, 시가총액은 경상이익의 15배에 이른다. 싸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을 넘어선 지 꽤 됐음에도 주가 상승세는 아직 멈출 줄 모른다. 주가가 오른 이유를 설명할 근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증권 분석가들이 애써 눈감는 것이 있다. ‘기업들의 주식 사재기’다.

경영진들이 주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보유 현금이 풍부한 가운데,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는다는 구실은 주식 사재기의 좋은 핑곗거리다. 매입한 자사주 값이 오르면 실적도 더 좋게 ‘포장’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액은 2004년 6조원, 이듬해엔 4조5천억원, 지난해엔 6조6천억원에 이르렀다. 올 들어서는 더욱 열기가 더해, 지금까지 벌써 5조원어치 넘게 사들였다. 상장사야말로 최근 몇년간 우리 증시의 일관된 최대 순매수 세력이다. 기업들의 주식 사재기는 시장 유통물량을 점차 줄여, 신규 설정 펀드가 조금씩만 우량종목을 사도 주가가 오르기 쉬운 구조를 만들었다.

자사주 매입 열기는 미국에서도 뜨겁다. 지난 18일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미국 증시의 에스앤피500 소속 종목들은 올해 1분기에 1180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2분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1574억달러어치의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6분기 연속 1000억달러어치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자사주 가치가 올라 기업 실적이 좋게 포장되고, 이를 구실로 또 주가가 오르는 것은 금융 피라미드처럼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인 ‘폰지 게임’이다.

우리 증시가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뒤, 상승기의 초기엔 외국인이 사고, 그 다음엔 기관투자가가 사고, 마지막에 개인투자자들이 다투어 주식을 사들이면서 상승 주기가 끝나고 폭풍이 일곤 해왔다. 이번 상승장에서도 외국인들은 2004년에 10조원어치를 사고, 기관투자가들은 2005~2006년 18조원어치를 샀다. 관망세를 보이던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4월부터 주식형 펀드로 돈을 쏟아붓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불길하다. 주가가 더 오르지 말란 법은 없으나, 기업들의 주식 사재기 열풍이 키워가고 있는 파괴력을 투자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정남구 논설위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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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원 정경과학부장


30대 중반의 회사원 A씨. A씨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컴퓨터를 켜고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가격동향을 체크하는 것이다. 올초 지난해 소득공제 환급금으로 조금의 여윳돈이 생긴 A씨는 주식시장의 활황에 편승 과감히 직접투자에 나섰다. 코스피 1650선에서 조선주와 증권주에 분산 투자한 A씨는 코스피가 2000선에 육박하는 요즘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한 주식이 단기간에 급등에 급등을 거듭,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료들과 잠깐의 커피타임에서도 주제는 단연 주식이야기다. "오늘은 얼마나 올랐어?" "오늘 종합지수는 어때?" "과연 2000을 돌파할 수 있을까?" "이제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냐… 팔고 나와야 할 때 아닌가?…" 주식관련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자리로 돌아온 A씨는 요즘 업무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업무 중간중간에도 동료들의 눈을 피해 증권사 사이버 트레이딩에 접속, 주가동향을 점검하며 이때다 싶으면 과감히 매수ㆍ매도 주문을 낸다. A씨는 주식투자에 빠져 있다 보니 회사업무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20대 후반의 여성 직장인 B씨. B씨는 얼마전 퇴근 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모임을 가졌다.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주부들도 있고 아직 미혼인 친구들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 얘기, 직장 얘기, 아이 얘기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지만 화제는 어느새 주식이야기로 돌아가 있었다. "너 요즘 주식 하니?… 요즘엔 증권 계좌 하나쯤 안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던데…" "어 난 새가슴이라 직접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펀드에 조금 묻어 뒀어" "나도 펀드에 조금 투자했는데 아직 수익률은 별로야…" 이날 자리에 모인 5명 중 4명은 직접투자든, 펀드투자든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요즘엔 어디를 가나 화젯거리는 단연 주식이야기다. 연초 1435에서 시작한 코스피지수가 `거침없는 하이킥'을 지속해 지난주에는 1983으로 장을 마감하며, 코스피 2000시대의 기대감을 한층 부풀렸다.

최근의 주식시장 강세는 무엇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2분기 기업실적의 호재, 3분기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이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전문가들은 향후 증시에 대해 단기급등에 따른 몇 차례의 조정은 거치겠지만 대세상승 기조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국내의 주식시장 여건이 많이 성숙했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이 2000에 육박할 정도로 단기급등하며 과열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것이 2000년대 초반 IT버블기에 너도나도 뛰어들던 `묻지마 투자'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까지 펀드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고 직접투자에 나서는 경우에도 소액위주로 분산투자 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가 2000시대에 앞서 국내 주식시장에는 내재적 불안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는 신용융자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와 미국 증시 급락 가능성, 중국의 금리인상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급락할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단기 수익을 노리는 단타매매 보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주식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투자는 재산증식을 위한 건전한 재테크의 수단이지 투기의 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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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원



▲ 이영해 한양대 교수·정보경영공학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부터 17개월 간 지루하게 진행돼 온 협상은 완전히 종결됐다. 그러나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지도부가 며칠 전 FTA 반대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미 의회 비준은 난항이 예상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달리 힐러리 의원은 한미 FTA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FTA와 세계화는 일부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지난 20년 간 미국 경제성장의 절반이 상위 1%의 부유층 주머니로 들어갔다며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유세 과정에서 “세계화된 경제에 적응했다는 전문직 인력마저도 부지기수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이런 기류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이 세금 인상을 통한 부(富)의 재분배, 각종 복지정책의 강화, 자유무역주의 반대, 국내 일자리 보호 등을 외치며 포퓰리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포퓰리즘 정책을 통해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인식 아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한미 FTA 내용 개정까지 주장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의회의 신통상 정책까지 반영해준 자동차 협상에 트집을 잡고, 쇠고기 생산 벨트인 몬태나 네브래스카 등 중부권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주민 불만을 앞세워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파 목소리가 갈수록 우세해지면 한미 FTA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겠느냐는 비관론도 높아지고 있다. 양국 통상장관 서명식까지 한 한미 FTA에서 주도적 역할은 행정부였다. 그러나 이제 양국 의회로 공이 넘어갔다. FTA가 효력을 얻으려면 양국 의회에서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의회 승인을 못 얻으면 협정문은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이제 국익을 위해 우리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때다. 정부가 비준을 요구하면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의 소극적 자세로는 안 된다. 각 당이 대선을 향한 후보 경선과 정파적 이합집산에 함몰돼 외면하고 미룬다면, 어렵게 추진해온 한미 FTA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미 의회보다 먼저 한미 FTA 협정안을 통과시켜, 미 의원들의 추가 협상 요구에 쐐기를 박고 미 의회의 동의를 유도할 수 있는 압박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할 때다.


[이영해 한양대 교수·정보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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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도 막강해지고 있다. 그 영향력을 '쇼크'에 비유한다면 1단계 쇼크는 제조업 쇼크, 2단계 쇼크는 원자재 쇼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산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확대돼 다른 국가 제품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제조업 쇼크이고, 고도성장을 배경으로 중국이 원자재를 빨아들여 국제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는 것이 원자재 쇼크다.

최근에는 중국이 막대한 무역 흑자와 외환보유액, 지나칠 정도로 많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3단계 쇼크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외환보유액 중 30억달러를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지분 인수에 투입했던 중국이 이번에는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지분 3.1%(22억유로 상당)를 확보하고 이 은행과 함께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ABN암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 한다. 투자 주체인 중국개발은행은 바클레이스와 ABN암로 합병이 성사되면 추가로 76억유로를 투입해 합병은행 지분 7.7%를 확보할 계획인 만큼 이러한 중국 움직임에 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대형 외국은행 지분 확보와 인수ㆍ합병(M&A) 시도는 과잉 외화공급에 따른 위안화 절상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가까운 엄격한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 넘쳐나는 외화를 해소하는 일이 큰 과제이며, 이런 차원에서 외국기업 사냥에 막대한 외화를 투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국제 기관투자가라 할 수 있는 중국정부와 정부계 은행의 외국기업 M&A 시도는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 틀림없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블랙스톤을 통해 그런 것처럼 에너지, 자원 등 국가 전략산업에서 중국이 글로벌 지배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그러기에 미국 등 선진국들이 중국의 이러한 야심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냄과 함께 방위책 마련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은 우리로서도 강 건너 불이 결코 아니다. 우리 알짜배기 은행이나 기업도 얼마든지 중국의 M&A 대상이 될 수 있다. 세계가 환율제도 개선을 통해 과잉 외화공급을 해소하도록 중국당국에 촉구해야 하겠지만, 당장에는 금융투자가로서의 중국 야심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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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개막했다. 주식시장에서 올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그제 장중 2000선을 처음 넘어서더니 마침내 어제는 종가 기준으로도 2000선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지금 증시는 온통 낙관적인 분위기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중 유동성은 넘치는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기업 실적 향상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세계 증시 동반 상승도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투자 열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까지 상향 조정됐으니 시장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코스피지수가 별다른 조정없이 3개월 사이 무려 500포인트 넘게 상승한 것을 예사로운 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활황장세에서 비중이 크게 높아진 개인투자자들은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실적 장세라고 하지만 원화값 상승에 따른 수출 기업 채산성 악화와 고유가 부담은 기업 실적을 악화시켜 주식시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의 긴축조치로 차이나 쇼크가 언제든지 우리 경제와 증시에 복병으로 등장할 위험이 있다. 주가가 일단 하락세로 반전되면 그동안 빨리 오른 만큼 낙폭이 깊어질 수 있음을 투자자들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코스피지수 2000시대라는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도 시급한 과제다. 증시 활황을 틈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국내 증시가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에 여전히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 동의없이 임의로 매매하는 고질적인 병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주가 전망이 틀려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증권당국과 업계는 주가 상승에 환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부끄러운 모습부터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우리 증시도 이제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주식형 펀드 잔액이 70조원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많다. 간접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펀드 판매 수수료 인하 등 유인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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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코스피지수가 어제 2000선을 돌파한 것은 의미가 크다. 우리 증시가 지수 1000선을 고점으로 급등락을 거듭하던 시대를 마침내 마감하고, 확실히 한 단계 도약을 이뤘음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주가는 투자자들이 특정 시점에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 ‘가격’일 뿐이다. 상장기업들의 성적표일 수는 있어도, 경제의 성적표는 아니다. 주가가 얼마냐로 경제정책의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다. 최근 몇 해 가계소득 증가는 미진한 가운데, 기업 수익이 급증한 것이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었다. 이는 부정적 측면이기도 하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이제 겨우 안정돼 가고 있다. 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올해 들어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기업 실적에 견줘 이미 과도한 수준까지 올랐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이고 기업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돈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라는 분석에도 투자자들은 귀기울여야 한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중국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유동성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주식형 펀드로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처분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불과 일곱 달 만에 40%나 오르는 주식시장을 안정된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화당국은 부동산 거품에 이어 주식 거품이 커지지 않도록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하고, 정책 방향을 투자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우리 증시가 자금조달 창구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도 ‘지수 2000’의 빛을 흐리게 한다. 기업 공개는 몇 해째 지지부진하고, 유상증자도 활발하지 않다. 기업들은 자사주 사들이기에 열을 올린다.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막는다는 게 구실이나, 주가 관리 성격이 짙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니, 증시의 자금조달 구실이 살아나기 어렵다. 경영권 보호장치를 강화해 투자의욕을 살리자는 의견도 있으나,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더 급한 것은 투자자 보호 쪽이다. 여전히 난무하는 주가조작을 차단하고, 상장사들이 더 투명하게 경영상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때, 주가조작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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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얼마 전 지점을 들렀을 때의 일이다. 대학교 증권동아리를 운영한다는 한 학생을 만났는데, 이 학생은 “고시원 생활이 힘들어도 요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붙여 왔다.

‘고시 준비가 쉽지는 않을 텐데, 무슨 낙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이 이어졌다.

“몇 달 전 전세보증금을 빼서 주식 한두 종목에 투자했는데 큰 수익이 났거든요. 이젠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주식에 투자해 볼까 생각해요.”

주식투자를 하느라 전세를 빼서 고시원으로 옮겨 가고, 이젠 빚을 내서, 게다가 ‘공부하라’고 학생에게 대출해 주는 자금까지 빼내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증권사 경영인의 입장으로선 투자에 열정을 가지고 자본시장에 믿음을 가진 소중한 고객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증권인들에게 주가 2000은 ‘꿈의 지수’였다. 오랫동안 나라 전체가 ‘선진국’이라는 이상을 그리며 달려왔다면 증권인들은 ‘주가 2000 시대’라는 이상향을 그리며 달려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증권인들조차 이뤄지기 힘들다고 생각하던 꿈의 지수가 이제 현실이 됐다. 국민 전체에 증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거액의 토지 보상금을 싸 들고 증권사를 찾아와 “집을 넓혀 이사를 가야 하는데, 딱 석 달만 투자할 펀드를 추천해 달라”고 말하는 고객도 나오고 있다. 국내펀드시장은 3년 전 8조원에서 이제는 70조원에 달하고 있고, 투자 상담을 하러 온 고객들로 객장도 붐빈다.

그러나 기대가 높다 보면 서둘러 큰 수익을 얻으려 하기 쉽고, 이에 따른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 막연한 기대감에 거액의 빚을 내서 투자하는 투자자가 나오기 시작하는가 하면, 펀드마저 팔았다 샀다를 계속하며 단기투자하려는 투자자도 나온다.

이런 분들에게 “이젠 한국 증시를 믿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1000선을 넘지 못해 고민해 왔다. 그런 증시의 2000선 도약에는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이라는 상황 외에도, 맨손으로 출발해 마침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들의 노력, 많은 시행착오를 넘어 이뤄진 적립식 펀드 등 장기 간접투자의 정착 등 한국 경제가 수십 년간 이뤄온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증시는 현재 이머징 마켓(성장시장)을 떠나 선진 증시로 진입하려는 문턱이다. 과거 1980년대 1000에서 1만으로 성장한 미국증시가 그랬듯이 저금리, 변액보험 유행, 퇴직연금 도입, 기업이익 증가세 등 여러 좋은 여건이 이미 갖춰진 상태다. 한국 증시에 ‘2000’은 지나가는 ‘정거장’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장기적인 상승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공부해야 할 학생이 확실하지도 않은 개별 주식에 학자금 명목으로 빚을 내 성급하게 투자할 필요도 없고,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단기투자에 매달릴 일도 없다.

단지 원칙에 따라 장기투자하면 된다. 때로 주가가 떨어지는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적립식 펀드로 차분히 조금씩 투자해 놓는 사람에겐, 일시적인 조정이 장기적으로 오히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다양한 해외펀드, 부동산펀드 등의 대안펀드를 활용한 분산투자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증권가에서는 “장기 분산 투자자만이 시간과 돈이 돈을 벌어주는 복리효과라는 특권을 향유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주가 2000 시대. 투자자도 선진 투자자의 마인드를 가지자고 권해 본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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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가 2000선을 들어섰다. 1980년 1월 100으로 시작한 이래 27년여 만의 기록이다. 코스피 2000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돈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잘 나가는 대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기피한 채 현금을 쌓아두거나 자사주 매입, 부채 비율 인하 등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다. 일관성 잃은 거미줄 정부규제,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 강성 노조와 비싼 인건비 등 국내 투자 환경 악화가 우리 기업들을 보수 경영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토균형개발 계획에 따라 전국에서 풀린 토지보상금과 함께 기업 현금은 금융기관을 거쳐 개인 손으로 넘어갔고, 한때는 부동산으로 갔다가 이제는 증시로 몰려다니고 있다. ‘자고 나면 억씩 오르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종합부동산세, 담보대출규제, 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등 고강도 가격 억제책으로 주춤하다. 또 올 대선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감면을 넘어서는 획기적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예측이 투자처로서의 부동산 매력을 반감시킨다. 국내 펀드 260조원, 가계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 19.1%, 적립식 펀드 1000만개 달성 기대는 이러한 유동성 흐름의 표피일 뿐이다.

유동성의 증시 유입이 ‘치고 빠지기’ 식이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라는 근본적 구조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는 근거도 있다. 주가지수의 일일 변동성은 2000년 2.86%로부터 계속 떨어져 최근 2~3년간 1%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이 부동산·예금·채권과 함께 안정적 투자처로 바뀌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부동산과 저축만 고집하던 가계들이 펀드를 통해 대거 뛰어들면서 증시가 안정적인 돈줄을 갖게 된 이면에는 안정적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공적연금 파산 우려, 저출산과 무관치 않은 초저금리, 고령화에 따른 예상 수명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런 변화를 경험한 바 있다. 8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노후 대비를 위해 1980년대 초반부터 대거 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간 안정 위주로 운용하던 연·기금도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합세했고, 그 덕에 미국 펀드시장은 10년 만에 7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또 15년 이상 지수 1000대에 갇혀 있던 다우존스지수도 급등, 세기 말 10000시대를 맞이했다. 우리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거시경제 변수 조작을 통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 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중소기업과 서민가계는 타격을 받겠지만 증시가 식을지는 분명치 않다. 투자자들이 금리 인상을 경기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더라도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오히려 세계 주가 상승을 이끌 수도 있다. 환율과 주가의 관계도 단순치 않다. 환율 방어를 명목으로 시장에 개입할 경우 시중유동성의 증가와 금리 상승의 덫에 빠질 위험도 있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 규제를 줄이고 세금 부담을 낮춰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도록 해야 한다. 국내 경제가 회복되고 기업 가치가 오르면 이번에 저평가가 해소된 우리 기업들의 주가를 든든한 펀더멘털로 받쳐주게 된다. 유상증자, 우량 공기업 상장 등으로 경제가 튼실해지고 또다시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미시적으로 증권 상품 및 사업 자유화, 금융거래비용 인하,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대형 투자은행의 등장 촉진 등 사전 규제는 완화하고 금융감독과 사후 처벌은 강화하여 금융산업을 선진화해야 한다.

[[김영세 /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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