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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학봉 부동산팀장
“론스타, 정말 바보 아니야?”
론스타라는 미국 자본이 2001년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강남 파이낸스센터빌딩(옛 스타타워)을 6000여억원에 사들였다는 발표를 하자 한국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다. 한국의 전문가들과 건설업체 임원들은 “론스타가 돈이 되지 않는 오피스(사무실) 빌딩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것은 한국의 현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웃었다. 그런 비웃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맥쿼리·싱가포르 투자청 등 외국 자본의 서울 대형 빌딩 매집 행진은 이어졌다.
외국 자본에 퍼부은 비웃음은 결국 칼날이 되어 한국 기업에 되돌아왔다. 2~3년도 지나지 않아 오피스 빌딩 가격이 폭등, 한국 기업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올 들어서는 가격이 너무 올라 서울 오피스는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지만 외국 자본은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미국계 자본 모건스탠리가 최근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1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외국 자본이 대형 빌딩을 매집하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주식에 편중해 투자했던 외국의 대형 펀드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오피스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둘째, 서울의 오피스 빌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 서울 대형 오피스를 고가에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우리 기업과 정부의 ‘아파트 지상주의’에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 기업들은 건물을 짓기도 전에 미리 분양하는 선(先)분양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오피스를 지어야 하는 상업용지에도 주상복합이라는 ‘편법 아파트’만 줄기차게 지어 경제 규모에 비해 오피스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피스 임대료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미 서울 테헤란로 주변 등 주요 업무지역 대형 빌딩 공실률(空室率·빈 사무실 비율)이 1%대로 떨어졌다. 외국 대도시의 5~10%에 비하면 턱없이 사무실이 부족, 임대료 폭등과 사무실 대란이 불가피하다. 일자리와 주거가 함께하는 자족 도시를 표방했던 분당 등 신도시의 업무용지도 오피스 대신 고층 아파트로 가득하다. 일자리가 있는 서울로 출·퇴근, 교통난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경제특구의 초고층 건물에 대해 사무실 대신 일정 정도 아파트를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사실상 아파트이지만 사무실로 포장한 오피스텔이라는 변종상품을 장려하고 있다. 서울시도 강·남북 균형발전을 강북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도시에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상업용지까지 아파트로 가득 차서는 곤란하다. 오피스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산업 인프라이다. 과거 산업은 공장 위주의 제조업이었지만 이제 사무실이 공장 역할을 하는 금융·IT·디자인·서비스와 같은 도심형 산업이 중심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비싼 임대료와 사무실 부족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쟁력을 가로막는 암초가 될 것이다. 선진국 대도시인 런던·도쿄·파리·뉴욕이 요지의 상업지역을 오피스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
[차학봉 부동산팀장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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