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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돈굴리기(재테크)를 안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아니면 펀드라도 하나 사둬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으냐”는 속삭임은 우리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산 거래’에 나서게 한다. 자산 가격이 쑥쑥 오르기만 할 때는 다들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부의 이전을 가져올 뿐, 부의 증식과는 무관한 자산 거래에서는 반드시 누군가 상투를 잡기 마련이다. 재테크 강박증은 우리를 눈멀게 하여, 이런 평범한 이치를 잊게 한다.
미국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업체들의 부실 여파로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한바탕 요동을 쳤다.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이 높은 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는 탓이다. 모기지론 부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코스피지수는 다우지수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사람들의 눈길은 여전히 주식시장에 쏠려있다. 그러나 눈밝은 사람이라면, 이번 사태가 미국의 집값의 하락에서 비롯한 일임에 주목할 것이다. 사실, 모든 사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열쇠는 금리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는 2001년 들어 막이 올랐다. 아이티 거품 붕괴로 말미암은 경기 후퇴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2000년 말 연 6.5%이던 기준금리를 11차례나 연속 내렸고, 1.0%까지 떨어뜨렸다. 저금리 물결은 온세계로 퍼져 나갔다. 경기침체는 완화됐다. 하지만, 저금리 대출을 등에 없고 집값을 비롯한 자산가격도 폭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 통계로 보면, 미국 집값은 지난해 말까지 최근 6년 동안 67% 올랐다.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에서는 갑절 넘게 뛰었다. 물론 영국 등에 견주면 많이 오른 편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취해 있는 동안 저금리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렸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고 미국은 2004년부터 금리를 되올려 지난해 7월에는 5.25%까지 끌어올렸다. 유럽은 미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오랫동안 제로금리로 국제 금융시장에 돈을 풀어온 일본도 곧 금리를 올릴 듯하다. 집값을 끌어올렸던 금리의 지렛대는 이제 거꾸로 집을 사려고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큰 짐이 돼 가고 있다.
대출금 연체가 늘면서, 미국의 집값은 올해 들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많이 오른 곳일수록 하락폭은 크다. 미국의 6월 기존주택 판매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주택 차압이 늘어 판매 대비 재고 비율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바닥이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산이 아주 높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금리의 오르내림 폭이 가장 컸던 미국에서 집값 하락의 충격파가 먼저 나타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먼저 보여줄 뿐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값은 최근 6년 동안 서울 130%를 비롯해, 전국 평균 84.4%(국민은행 조사) 올랐다. 310조원이나 늘어난 저금리 가계대출이 지렛대 구실을 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2004년 26조8천억원(한국은행, 국민계정)이던 가계의 이자 지출은 지난해 40조7천억원으로 급증했다. 14조원의 추가 부담은 그 사이 늘어난 국민 순처분 가능소득의 3분의 1에 이른다. 금리는 올 들어 더 오르고 있다. 물가가 꿈틀거리는 가운데 시중에 돈이 풀려나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통화 당국으로선 금리를 더 올려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주택시장을 봐야 할 때다.
정남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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