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금 상품투자 담당 A씨는 한 자산운용사 주식형 펀드에 30억원을 넣었다. 장이 좋지 않아 펀드 수익률도 마이너스가 났지만 그는 "매니저의 투자 철학을 믿고 있으니 끝까지 매진하라"며 격려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운용사가 매니저를 바꿔버리는 것 아닌가. A씨는 매우 화를 내며 자금을 모두 환매했다. 그는 "성과 부진은 참을 수 있는 일이지만 매니저를 바꾸면 원했던 스타일로 운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사례 #2
모 생명보험사 투자담당 C씨는 해외펀드 투자를 위해 여러 운용사를 방문했다. 방문 결과 그는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경영권이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은 자산운용사를 고르겠다'는 것. 다소 엉뚱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운용사가 꾸준한 이익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상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보험 연기금 등에서 자산운용사 펀드에 자금을 맡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상품투자 담당자'들이다. 이들은 펀드 최대 바이어(Buyer)라고 할 수 있다. 펀드 성과가 자신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증권사 소속 펀드 애널리스트들에 비해 철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젠센의 알파' '트레이너지수' '샤프계수' 등 외계어 같은 펀드의 과거 성과 평가의 잣대를 써서 펀드 순위를 매기는 일도 물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펀드매니저에 대한 성품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이들이 공통으로 먼저 제시한 포인트는 '펀드 스타일이 분명한가'였다. 펀드 스타일이 분명해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을 대략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것. 이광오 교직원공제회 투자2팀장은 "시장에 나와보면 펀드 이름에 '가치'를 붙여놓은 상품이 많지만 정말 가치투자 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담력이 센 펀드매니저는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좋으면 가치주 펀드가 다른 펀드 수익률을 쫓아가기 위해 대형 성장주를 많이 담는 일도 벌어진다.
이 때문에 펀드 포트폴리오와 펀드 스타일이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작업은 필수다. 개인들은 포트폴리오 점검이 쉽지 않기 때문에 펀드평가사 홈페이지나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를 통해 보유 종목 내용을 살펴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꼽은 것은 펀드매니저 교체 여부였다. 심윤호 지방행정공제회 금융상품팀장은 과거 성과에 70~80점을 준다면 펀드매니저의 잦은 이동, 운용사 안정성 등에 20~30점의 점수를 반드시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일명 캘퍼스)도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오랫동안 운용사에 근무했는지에 20% 점수 비중을 주고 있다.
심 팀장은 "삼성전자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던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면 자꾸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매니저가 바뀐다면 펀드가 중시하는 종목도 완전히 바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www.amak.or.kr)의 '펀드수시공시'에 매일 뜨는 펀드매니저 교체 공시를 반드시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매니저가 바뀌었다면 그의 스타일이 무엇이며 왜 바뀌었는지를 펀드 판매사들에 따져묻고 새로운 펀드매니저 스타일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펀드 선별 전문가들은 수수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부분 수수료가 비싼 펀드들은 쳐다보지 않는 게 좋다는 반응이다.
국내 유일의 CIPM(펀드의 투자성과 측정 관련 자격증) 보유자인 유승덕 대신증권 상무는 "수수료가 높다면 그만큼 높은 시장 대비 수익률을 꾸준히 올려줬는지를 가장 먼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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