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파문이 예사롭지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고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 주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이 상품의 대출금리가 3년 새 연 1%에서 연 5%대로 치솟자 부실 대출이 무더기로 발생한 것이다. 관련 모기지 업체들이 파산하고, 여기에 투자했던 펀드의 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잠잠하던 국제 금융시장에 미국발 신용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그 영향은 미국은 물론 유럽·아시아로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전 세계 자금이 ‘저위험 저수익’ 투자처로 옮기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이 나쁜 국가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증시가 불안한 급등락을 반복하고, 우리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주식을 파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고 있고,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 해외 한국 채권의 가산금리는 한 달 새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빡빡해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겪었듯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은 순식간에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속성이 있다. 특히 요새처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조금만 취약점을 보여도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금융회사·기업은 과민 반응을 삼가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금융회사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금융회사나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수급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차제에 부동산 관련 대출의 건전성을 철저히 점검하기 바란다. 2002년 이후 부동산 급등으로 버블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17조원에 달한다. 올 들어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자를 압박하는 것도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의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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