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노사관계 이야기만 나오면 으레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사례를 들곤 한다. 60년 가까이 노사가 분규 없이 상생 구조를 이뤄낸 결과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는 기업이 됐다. 그러나 화합적 노사관계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는 없다. 바로 우리 옆에 있는 현대중공업이 좋은 사례다. 이 회사의 근로자들은 24일 임금 5.71% 인상, 성과금 최소 368% 지급, 격려금 300%에 추가로 100만원 지급, 사내근로복지기금 50억원 출연 등의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13년째 분규 없이 근로조건을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매우 투쟁적이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골리앗 크레인 위의 농성 모습이 바로 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다 보니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윤은 줄었고, 회사의 대외 신인도 역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노사 공멸의 위기 앞에서 노조는 변신을 시도했다. 1995년부터는 분규 없는 협조적 노사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2004년에는 민주노총으로부터의 제명이라는 ‘수모’까지 당하지만, 평화의 대가는 풍성했다. 이번에 근로자들이 받게 될 성과금과 격려금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선박과 엔진과 기계 등을 만들어낸 데에 대한 훈장이다.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현대중공업의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좋은 일을 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람에게 덕을 베푼 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좋은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좋은 일을 했다. 2005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유조선을 구입해서 쓰는 미국의 엑슨모빌사가 특별 사례금으로 100억원을 주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주가가 올라서 투자자도 넉넉하게 해주었다. 협력 업체들과 울산 시민 모두에게 이로움을 베푸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계급투쟁 관계로 몰아가려는 직업적 노동운동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이런 모습으로부터 깨달아야 한다. 노동자의 투쟁은 악덕 자본가 계급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다. 이제 기업에 자본을 대는 사람은 ‘머리에 뿔 달린’ 악덕 자본가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다. 그들이 증권사 객장을 통해서, 주식 공모를 통해서, 각종 펀드를 통해서 기업에 자본을 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투쟁을 통해서 차지하려는 이윤은 악덕 자본가가 착취하는 ‘잉여가치’가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배당이다.
또 과격한 투쟁은 소비자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파업과 태업은 생산성을 낮추고 생산원가를 높인다. 그 결과 가격은 높아지고 수백만, 수천만의 소비자가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노조는 악덕 자본가와 투쟁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과 세계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서 타도해야 할 자본가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는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이자 소비자다. 그 때문에 과격한 투쟁의 결과는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는 도끼가 돼 돌아오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한국인은 빨리 배우는 능력을 가졌다. 이제 많은 기업에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GS칼텍스가 그렇고, 코오롱이 그렇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싸우는 곳이 아니라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쳤기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그 뒤를 이을수록 우리는 더 빨리 선진국의 문지방을 넘게 될 것이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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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는 매우 투쟁적이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골리앗 크레인 위의 농성 모습이 바로 현대중공업 노조의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다 보니 경영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윤은 줄었고, 회사의 대외 신인도 역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노사 공멸의 위기 앞에서 노조는 변신을 시도했다. 1995년부터는 분규 없는 협조적 노사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급기야 2004년에는 민주노총으로부터의 제명이라는 ‘수모’까지 당하지만, 평화의 대가는 풍성했다. 이번에 근로자들이 받게 될 성과금과 격려금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의 선박과 엔진과 기계 등을 만들어낸 데에 대한 훈장이다.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현대중공업의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좋은 일을 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람에게 덕을 베푼 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좋은 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좋은 일을 했다. 2005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유조선을 구입해서 쓰는 미국의 엑슨모빌사가 특별 사례금으로 100억원을 주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주가가 올라서 투자자도 넉넉하게 해주었다. 협력 업체들과 울산 시민 모두에게 이로움을 베푸는 일이기도 하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계급투쟁 관계로 몰아가려는 직업적 노동운동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이런 모습으로부터 깨달아야 한다. 노동자의 투쟁은 악덕 자본가 계급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다. 이제 기업에 자본을 대는 사람은 ‘머리에 뿔 달린’ 악덕 자본가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다. 그들이 증권사 객장을 통해서, 주식 공모를 통해서, 각종 펀드를 통해서 기업에 자본을 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투쟁을 통해서 차지하려는 이윤은 악덕 자본가가 착취하는 ‘잉여가치’가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배당이다.
또 과격한 투쟁은 소비자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파업과 태업은 생산성을 낮추고 생산원가를 높인다. 그 결과 가격은 높아지고 수백만, 수천만의 소비자가 그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노조는 악덕 자본가와 투쟁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과 세계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서 타도해야 할 자본가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는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이자 소비자다. 그 때문에 과격한 투쟁의 결과는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는 도끼가 돼 돌아오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한국인은 빨리 배우는 능력을 가졌다. 이제 많은 기업에서 협력적 노사관계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GS칼텍스가 그렇고, 코오롱이 그렇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싸우는 곳이 아니라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쳤기 때문일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그 뒤를 이을수록 우리는 더 빨리 선진국의 문지방을 넘게 될 것이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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