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코스피지수가 마침내 2000을 기록하면서 한국증시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돌이켜 보면 주가지수가 처음으로 1000을 돌파한 것은 1989년이었으나 그 후 10여년간 1000선을 몇 번 오락가락했을 뿐 설익은 단기급등은 번번이 버블붕괴로 이어졌다. 그 결과 주가지수는 1990년대까지 500∼700 사이를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1000에서 10000으로 상승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한스 싱거는 빈곤한 개도국에서는 농업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식량생산이 부족하고, 농산물의 보관창고 및 가공기술이 열악한 탓에 기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게다가 부족한 식량을 사람들이 섭취하더라도 체내의 기생충에 빼앗기므로 영양실조, 생산성 저하, 경제성장 저조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낙후되었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경제와 기업의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정경유착, 비리, 노사분규 등이 심했으며 증시에 상장된 기업에도 불공정거래, 회계부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의 구조개혁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증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늘었다. 이것은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빠른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렇듯 지난주 지수가 2000을 기록한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 및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호재가 작용했다.

최근의 주가상승으로 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뜻하는 주가수익률(PER)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어버린 것은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 개선과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약화되고 국가신용등급 또한 올라가 한국 증시가 조만간 선진국 시장으로 편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가지수 2000의 달성은 여러 차례 주가의 단기급등 이후 하향곡선을 그렸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증시의 체질이 양적, 질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증시의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가계자산도 부동산, 예금 등에서 증권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시중 유동성이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로 확산돼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강화되고 시장의 변동성도 줄었다.

그럼에도 증시의 위험요인들은 적지 않다. 환율, 유가, 금리 등 가격변수가 불안한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우려 등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외국인의 급격한 자본이동도 증시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주 지수가 2000선에 올라섰다가 이틀 새 120여포인트나 급락한 것도 이러한 외부 불안요인에 따른 결과다.

주가 2000시대의 안착과 증시 선진화를 위해서 시장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합리적인 장기, 분산 투자로 리스크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 주식뿐 아니라 모든 자산가치의 단기급등은 필연적으로 위기와 조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재웅(성균관대 교수·경제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