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원 정경과학부장


30대 중반의 회사원 A씨. A씨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컴퓨터를 켜고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가격동향을 체크하는 것이다. 올초 지난해 소득공제 환급금으로 조금의 여윳돈이 생긴 A씨는 주식시장의 활황에 편승 과감히 직접투자에 나섰다. 코스피 1650선에서 조선주와 증권주에 분산 투자한 A씨는 코스피가 2000선에 육박하는 요즘 표정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한 주식이 단기간에 급등에 급등을 거듭,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료들과 잠깐의 커피타임에서도 주제는 단연 주식이야기다. "오늘은 얼마나 올랐어?" "오늘 종합지수는 어때?" "과연 2000을 돌파할 수 있을까?" "이제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냐… 팔고 나와야 할 때 아닌가?…" 주식관련 이야기는 그칠 줄 모른다. 자리로 돌아온 A씨는 요즘 업무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업무 중간중간에도 동료들의 눈을 피해 증권사 사이버 트레이딩에 접속, 주가동향을 점검하며 이때다 싶으면 과감히 매수ㆍ매도 주문을 낸다. A씨는 주식투자에 빠져 있다 보니 회사업무에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20대 후반의 여성 직장인 B씨. B씨는 얼마전 퇴근 후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모임을 가졌다.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주부들도 있고 아직 미혼인 친구들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 얘기, 직장 얘기, 아이 얘기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지만 화제는 어느새 주식이야기로 돌아가 있었다. "너 요즘 주식 하니?… 요즘엔 증권 계좌 하나쯤 안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던데…" "어 난 새가슴이라 직접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펀드에 조금 묻어 뒀어" "나도 펀드에 조금 투자했는데 아직 수익률은 별로야…" 이날 자리에 모인 5명 중 4명은 직접투자든, 펀드투자든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요즘엔 어디를 가나 화젯거리는 단연 주식이야기다. 연초 1435에서 시작한 코스피지수가 `거침없는 하이킥'을 지속해 지난주에는 1983으로 장을 마감하며, 코스피 2000시대의 기대감을 한층 부풀렸다.

최근의 주식시장 강세는 무엇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2분기 기업실적의 호재, 3분기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이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전문가들은 향후 증시에 대해 단기급등에 따른 몇 차례의 조정은 거치겠지만 대세상승 기조에는 이견이 없다. 또한 국내의 주식시장 여건이 많이 성숙했다는 평가다. 주식시장이 2000에 육박할 정도로 단기급등하며 과열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것이 2000년대 초반 IT버블기에 너도나도 뛰어들던 `묻지마 투자'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까지 펀드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고 직접투자에 나서는 경우에도 소액위주로 분산투자 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가 2000시대에 앞서 국내 주식시장에는 내재적 불안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는 신용융자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는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경제의 침체와 미국 증시 급락 가능성, 중국의 금리인상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에 의해 급락할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단기 수익을 노리는 단타매매 보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주식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투자는 재산증식을 위한 건전한 재테크의 수단이지 투기의 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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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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