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000시대가 개막했다. 주식시장에서 올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그제 장중 2000선을 처음 넘어서더니 마침내 어제는 종가 기준으로도 2000선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지금 증시는 온통 낙관적인 분위기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중 유동성은 넘치는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기업 실적 향상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세계 증시 동반 상승도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투자 열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신용등급까지 상향 조정됐으니 시장 분위기가 더욱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주가가 오를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코스피지수가 별다른 조정없이 3개월 사이 무려 500포인트 넘게 상승한 것을 예사로운 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활황장세에서 비중이 크게 높아진 개인투자자들은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실적 장세라고 하지만 원화값 상승에 따른 수출 기업 채산성 악화와 고유가 부담은 기업 실적을 악화시켜 주식시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의 긴축조치로 차이나 쇼크가 언제든지 우리 경제와 증시에 복병으로 등장할 위험이 있다. 주가가 일단 하락세로 반전되면 그동안 빨리 오른 만큼 낙폭이 깊어질 수 있음을 투자자들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코스피지수 2000시대라는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도 시급한 과제다. 증시 활황을 틈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국내 증시가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에 여전히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 동의없이 임의로 매매하는 고질적인 병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주가 전망이 틀려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증권당국과 업계는 주가 상승에 환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부끄러운 모습부터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우리 증시도 이제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후진성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주식형 펀드 잔액이 70조원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아직 더 성장할 여지가 많다. 간접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펀드 판매 수수료 인하 등 유인책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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