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가 전 고점을 경신하며 유동성 랠리를 즐기고 있다. 코스피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초 14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지금 2000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증시 활황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허덕이던 국내 우량기업으로선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어서 좋고, 벤처들도 쉽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부동산투기 대책과 저금리 기조에서 여유자금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인들도 투자자산의 가치가 쑥쑥 늘어나고 있으니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유동성 랠리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국제금융시장 분위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잉글랜드은행은 1년 사이 4번이나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지난 6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주 콜금리를 25베이스포인트 인상했다. 일본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것이 위안이긴 하지만, 국제적 금리 인상 기조가 정착되거나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 FRB(연방준비이사회)의 입장은 아직은 불확실하다. 임금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 감소 등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수익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소비지출 위축과 주택경기 부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선뜻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신흥시장의 선두주자 격인 중국 증시는 이자소득세 폐지, 금리와 지불준비율 재인상 전망, 2000억달러의 특별국채 발행 등 악재 때문에 조정 국면에 들어간 지 오래다. 5월 29일 4545의 고점을 찍은 상하이 A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기술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재상승 추세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일반 투자자들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가능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투자 리스크가 큰 중국·인도·베트남·중남미 등 신흥시장 펀드에 너도나도 가입하고 있고, 일부 투자자들은 적금을 깨거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 증시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 축소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갑자기 다가온다. 특히 일본은행이 금리를 연말까지 1%대로 인상하고, 미 FRB가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하기라도 한다면 글로벌 증시는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 차입투자)의 청산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국내 증시만 봐도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4.5%대의 저성장 기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북핵 리스크 완화, 국가신용등급 상향 전망, 내수경기 회복 기미를 구실로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기계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하반기 수출과 내수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욱이 콜금리가 추가로 인상된다면 달러당 910∼92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으며,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74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도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복병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랠리를 즐기기보다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비할 때다. 무분별한 해외펀드 가입이나 마이너스대출 투자, 신용투자는 자제해야 한다. 특히 신흥시장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수익률을 재점검해보고 과도한 해외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국별, 업종별 포트폴리오를 조절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는 낙관론자가 승리자였지만 앞으로는 증시 과열을 경계하고 유동성 위축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투자가 승리할 것이다.

김익수 고려대 교수·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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