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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환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국부펀드는 통상 일정 부분의 외환 보유액을 별도의 전문 투자인력으로 구성된 국가기관을 통해 운용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산유국인 중동지역 국가들, 러시아 등의 외환보유액이 급증함에 따라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해 왔던 이들 펀드들이 주식, 부동산과 같은 고수익 자산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자금규모를 감안할 때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의 규모는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체 외환보유액 규모 5조달러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2011년 이후에는 각 국의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총액보다 국부펀드 운용자산액이 더 커지고 2015년까지 12조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은 가장 성공적인 국부펀드 모델로 손꼽힌다. 테마섹은 지난 1974년에 설립돼 현재 정부잉여자금의 60%에 해당하는 1000억달러를 운용하며 18%에 달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테마섹은 아시아와 선진국 등의 머니마켓, 채권, 주식, 외환, 헤지펀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투자공사(ADIA)이다. ADIA의 자산규모가 무려 8750억달러로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790억달러)의 10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ADIA는 원유나 원자재 수출에 따른 이익을 관리하기 위한 펀드로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그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일본, 대만 등도 국부펀드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 1조3000억달러를 자랑하는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 9월 외환보유액 가운데 2000억~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사모펀드인 미국의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인 우리나라도 2005년 7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하고 200억달러의 자금을 바탕으로 운용중이다. 아직 그 규모나 투자 영역 면에서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에도 국내 수출 호조에 따른 외환 보유액 누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어 KIC의 운용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부펀드가 세간의 화제로 등장한 것은 중국개발은행이 영국계은행 버클레이의 지분 3.1%를 인수하고 버클레이가 ABN-암로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지분을 최대 10%까지 추가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서 시작됐다. 중국개발은행이 국부펀드가 아니지만 중국개발은행의 투자 방식이 국내 인프라금융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에 의한 해외투자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세계적인 국부펀드의 확장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우선 이들 펀드들의 투자 다변화는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일으킬 수 있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커진데 반해 자금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워 작은 소문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부펀드는 성격상 경제논리를 벗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움직일 수 있으므로 세계자본의 흐름을 정치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이미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국부펀드가 자국의 기간산업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부펀드인 KIC도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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