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좌근]

지난주 국내 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이틀 사이에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수 2000 시대를 연 지 불과 보름 만이다.

왜 갑자기 시장이 돌변했을까. 먼저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랐다. 우리 증시는 전 세계적으로 올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시장 중 하나다. 4월부터 3개월 만에 6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다급해진 투자심리도 주가 폭락에 한몫했다. 2005년 2월 증시가 1000선을 다시 회복했을 때 그 심드렁했던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1400까지 오르는 동안에도 개인들은 팔자로 일관했다. 그러다 1500선을 넘어서자 다급해졌다. 빚을 내 산 주식(신용매수 잔액)이 7조원을 넘기도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급하게 먹은 떡은 체하게 마련이다.

결정타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다.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전 세계 증시를 흔들었다. 사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3500억 달러로, 미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문제될 게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고도화된 파생금융상품 기법을 활용해 신용 손실 위험을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앞으로 우리 주식시장은 폭락의 위기를 벗어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을까.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선 일단 우리 증시가 왜 급등했는지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의 체질 개선과 수익성 증가다. 외환위기 이전 상장기업의 연간 이익 규모가 6조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50조원으로 늘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주주가치(주가)는 당연히 올라간다.

시장 수급의 질도 개선됐다. 저금리가 정착되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증시에 뛰어들었다. 반면 기업은 증자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공급을 줄이고 있다. 수요는 많아지는데 공급이 줄면 물건 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이런 시장의 상승 동력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물론 단기적으로 국내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향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다행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주말 재할인율을 0.5%포인트 내리면서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다.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이 실물 부문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외국인의 매도세도 지수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5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 펀드의 ‘유동성 경색’에 대비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팔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진정되면 무차별적인 매도세는 완화될 것이다. 결국 우리 증시의 대세 상승 기조는 유효하다. 다만 글로벌 증시에 따라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현금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대세상승 국면에서의 조정장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현금이 없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적립식 투자 방법도 대안이다. 이는 주가가 급등락하는 시기, 주식의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춰줄 수 있다. 또 언제 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덜어 준다. 적립식은 직장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액 투자자들에게도 필요한 투자 방법이다.

무엇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중요하다. 이제 시장은 개인이 맞서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로 개인이 이기기는 힘들다. 펀드에 가입한다는 것은 곧 개인이 기관투자가가 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자산운용사는 개인이 맡긴 돈을 대신 굴려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좌근 동부자산운용 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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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아 제일기획 전무
청년 실업률이 8%에 달하고 청년 실업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옥 같은 고3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해도 4년 후 또 한 번의 취업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면 바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하는 것이 요즘 세태라 하던가.

그러나 취업이 어렵다고는 해도 매년 일정 수의 젊은이들이 학교와 가정의 품을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그간 나는 20년 넘게, 회사의 선배로서 신입사원들의 첫출발을 지켜봐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패기와 야망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지만, 출발선에 선 그들의 모습은 실은 비슷비슷해서 잘 분간이 되질 않고, 입사 후 얼마간은 성과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날한시에 같이 출발했지만 도달해 있는 지점은 더 이상 같지 않고 퍼포먼스(성과·실적) 에서도 우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반짝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존재가 흐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인물도 나온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재능일까. 노력일까. 아니 이런 도식적인 답 말고는 없는 것일까. 부모에게서 빈약한 재능을 물려받은 사람이나, 천재가 아닌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계속해서 퍼포먼스를 내게 하는 좀 더 생산적인 발견은 없는 것일까.

나는 ‘브랜드’에 주목한다. 브랜드라고 하면 우리는 애니콜이나 벤츠, 샤넬 같은 단어를 우선 떠올린다. 그러나 그런 것만이 브랜드는 아니다. 이름을 걸고 일하는 우리 각자가 다 브랜드다. 신입사원으로 출발해서 성장하고, 계속해서 ‘잘한다’ 소리를 들으며 오래도록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것은 결국 자기 분야에서 파워 브랜드가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기업이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파워 브랜드가 되고자 애쓰는 것처럼, 개인이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평가받고 정상에 선다는 것은 곧 자기 이름 석 자를 그 분야의 파워 브랜드로 올려놓는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벤츠나 BMW 같은 명차를 선호하고 샤넬이나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이나, 몸이 아플 때 이름난 명의(名醫)를 찾고, 소중한 재산을 안심하고 맡길 이름난 펀드 매니저를 찾는 것이나, 실은 같은 현상인 것이다. 그 분야의 파워 브랜드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파워 브랜드는 그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볼보는 안전,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 사이의 제3의 공간이라는 가치처럼 말이다. 이름을 걸고 일하는 개인 역시도 마찬가지다.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거다. 이래서 파워 브랜드는 소수에 국한되는 것이고, 그러므로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의 브랜드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파워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의 본질이 이렇기 때문에, 자신을 브랜드로 보게 되면 일을 대하는 태도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체에서 자신의 브랜드 파워는 어느 정도인지, 자신의 브랜드는 어떤 가치를 발생시키고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이름 석 자에 걸린 신뢰를 지키려 애쓰게 되고, 긴 승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의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어야 계속 브랜드 파워를 쌓고 장차 그 분야의 파워 브랜드가 될지를 기준으로 놓고 일하게 되는 것이다.

라다 차다와 폴 허즈번드 같은 마케팅 컨설턴트는 우리나라와 아시아의 명품 브랜드 소비 열풍을 가리켜 럭스플로전이라고 했다. 럭셔리(Luxury·명품)와 익스플로전(Explosion·폭발)의 합성어로 ‘명품의 폭발’이란 뜻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생각을 바꿔 볼 일이다. 그런 명품 브랜드를 소비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그런 브랜드가 되어 볼 일이다. 스스로를 명품 브랜드로, 파워 브랜드로 키워 볼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평균 수명 80세의 시대다. 긴 승부를 걸어야 한다.


[최인아 제일기획 전무·광고 카피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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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재은] 최근 국제경제를 이야기할 때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에는 관심이 많아도 석유수출국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만 보더라도 이들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중국 및 아시아 신흥경제 흑자 총액의 두 배에 가까운 5700억 달러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렇듯 막대하다는 얘기는 결국 석유수출국들의 해외순자산이나 외환보유액, 국제석유자본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말이다.

최근의 국제석유자본 팽창은 더 말할 것도 없이 2002년 이후 고유가와 이에 따른 오일머니(석유수출수입)의 증가에서 주로 비롯된 것이다. 2002년 두바이유 기준 평균 유가가 배럴당 26달러일 당시 3000억 달러 수준이던 산유국들의 석유수출액은 지난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62달러 가까이 상승함에 따라 약 9700억 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5년간 총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제석유자본의 급격한 팽창에는 오일머니의 증가뿐 아니라 석유수출국들의 상품 및 서비스 수입 성향이 감소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간 이들의 석유수출액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29%에서 60%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1990년대에 저유가로 타격을 입었던 석유수출국들이 그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 고유가 기간에는 소비 대신 저축에 신경을 쓰고 있고, 그렇게 모은 자금이 해외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석유수출국들의 GDP 대비 저축률은 지난 5년간 11%포인트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투자의 비중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해외투자를 의미하는 경상수지 흑자의 비중만 올라갔다.

현재의 고유가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석유수출국들이 벌어들이고 있는 오일머니의 규모는 당분간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또한 풍족한 오일머니가 공급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자금이 소비나 국내투자를 위한 수입 대신 해외투자에 쓰이는 비중은 더욱 커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만큼 국제석유자본의 급격한 팽창이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번 국제석유자본의 팽창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거에는 아랍 산유국들이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에 예치하거나 또는 우량자산을 사들이는 등 극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했으나, 이제는 이들이 해외투자를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분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국제결제은행(BIS)은 국제석유자본의 운용 가운데 미국과 독일 금융시장 및 회원은행의 자료에 의해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석유수출국들이 투자 지역을 다변화하거나 역외금융센터의 이용을 늘리고 있고, 또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IIF)의 판단도 유사하다. 지난 5년간 5400억 달러 늘어난 걸프협력회의(GCC) 해외자산 가운데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38% 이상을 차지해 채권이나 은행예금 등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에 비해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재투자한 부분을 고려하면, 아시아에만 6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자금이 투자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쿠웨이트투자청(KIA)이 중국공상은행(ICBC) 지분을 대량 매입한 일이나, 우리나라 증시에서 대부분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아랍 산유국들은 매수세를 유지했던 일도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과거에 유가가 오르면 우리는 아랍 산유국들에 대한 상품수출 및 건설수주를 늘리는 일에 집중했었다. 아직도 비중이나 규모 면에서 상당부분의 오일머니가 상품수입을 통해 해외로 환류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랍 산유국들의 해외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오일머니 이용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바뀔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미국 국채 등 안정적 달러화 자산을 중심으로 한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지는 중국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또 외자공급이 불충분하다고 할 수 없는 지금의 우리 상황에서는 과거의 산업자금 유치활동과는 다른 새로운 방안이 요구된다. 앞으로는 오일머니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에 유용한 금융자본이라는 시각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라는 측면에서 국제석유자본에 접근하는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로는 이슬람 금융에의 참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 투자자들은 율법에 의해 인가받은 이슬람 금융상품에 대해 상당히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으며, 그 규모는 총 4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슬람 금융은 원래 선진국 금융기관들에 의해 개발돼 런던 금융시장 등에서 거래돼 왔으나 최근에는 말레이시아나 바레인 등에서 해당 지역 종교적 배경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들 국가는 자국 금융시장을 이슬람 금융허브로 육성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활용해 이슬람 금융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에 유입되는 중동 석유자본을 직접 운용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 축적 및 이슬람 친화적 이미지 구축을 통해 향후 중동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말레이시아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이슬람 채권'을 발행하고, 내년 중동에서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기를 놓친다면 미래에도 우리 경제의 중동 석유자본 이용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가 된다는 인식 아래, 금융기관 간 정보교환과 공동연구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수집 등에 대해 금융계와 정부가 상호 협력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송재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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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전개 과정은 교과서가 줄 수 없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무엇보다 ‘스승’처럼 여겨 온 금융 선진국도 완벽하진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이 그렇다.

항상 시장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선진국 정부, 중앙은행, 최고의 투자가도 모두 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BNP파리바 등 세계 최고의 금융회사도 비틀거렸다.

전문가들도 원인과 해법을 놓고 “즉각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모럴 해저드를 불러온다” “책상물림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등 제각각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파이낸셜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언론에 나타난 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감대를 넓혀 가는 두 가지 메시지가 있다.

첫째, 금융시장이 한 번도 겪지 못한 종류의 불확실성에 패닉(공황)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서구 자본주의 300년 역사에서 금융시장의 급등락은 항상 있어 왔다. 하지만 별개의 시장이던 주식, 채권, 부동산, 통화시장이 지금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한 곳의 내부 충격이 전체 금융시장으로 이처럼 빠르게 퍼져 나간 것은 처음이다. 금융 세계화, 헤지펀드의 과도한 차입도 이를 증폭시켰다.

둘째는 위험을 쪼개 나눠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복합금융상품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이런 깨달음은 우리에게 당혹스러운 신호를 준다. 외환위기 이후 ‘모범답안’으로 여기며 무조건 따라가던 선진국이 항해 도면도 없이 ‘금융 세계화’라는 미지의 바다를 항해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

스승의 한계를 발견한 지금, 스승을 바꿔야 할까. 하지만 세계화의 포기는 다시 뒤로 돌아가는 길이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무서워 인터넷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유일한 대안은 스승의 한계를 알고 그를 뛰어넘는 길이다. 우선 스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실력을 쌓는 것이 급하다.

외환위기 전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참담했다. 리스크 분석 능력도 없이 복합금융상품을 덜컥 샀다 수백 억 원을 날린 증권사도 있었다. 경제 관료들은 국가 부도 직전까지 “한국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소리만 반복했다.

지난 10년간 금융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회사의 행태를 보면 갈 길이 멀다. 불과 보름 전까지 낙관론 일색인 보고서가 쏟아져 나왔다. 경험도 없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해외투자 펀드도 불안하다. 은행과 보험사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다.

정부도 마찬가지. 13일 금융 당국의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한 뒤 “한국은 별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주가가 폭락했다.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사안에 대한 정부의 깊이 있는 이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20일 주가 상승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의 마무리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선진국이 그들도 처음인 바닷길에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가며 어떤 교훈을 얻는지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새로운 길이기에 우리에게도 동등한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

이병기 경제부 차장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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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매해주세요. 역시 주식은 너무 위험해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한 지 석 달이 채 안 돼 최근 지점을 다시 찾은 고객에게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주식시장의 원망과 함께 들은 푸념이다.

 소액 적립식투자와 장기 분산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단기 투자 손실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투자방법보다는 ‘잘못된’ 주식시장만 탓하며 무조건 적립식 펀드를 환매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

 지속적인 투자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적립식 펀드의 장점은 장기 투자를 거쳐서만 실현된다. 장기 투자 시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축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모아간다는 개념으로 접근할 때 적립식 펀드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은 현명한 투자자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2004년 시작된 ‘적립식 펀드 1세대’의 투자 붐이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3년 전과 지금의 코스피지수를 비교할 때 당시 가입한 투자자가 지금까지 환매하지 않고 있다면 수익률은 기대 이상일 것이다.

 그들 역시 지금과 같은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건전하고 합리적인 투자 인식으로 투자원칙을 지켜온 끝에 과실을 향유하고 있다. 지난 70년간 자본시장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폭락할 때나 상승할 때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한 사람은 어떤 투자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실제로 100년 전이나 50년 전, 30년 전보다 주가가 하락한 나라는 없다.

 주가는 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물가는 오르고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 이론적으로 주식은 장기적으로 매우 유리한 투자수단이다.

 국내 모 증권사의 정문 앞에는 시계침이 없는 시계가 있다. 단기적인 시장 변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장기투자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증시의 높은 변동성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면 이 말 한마디를 떠올려보자. ‘시간에 투자하자.’

◆김형준 동양종합금융증권 금융센터강남대로지점 과장 hyungjune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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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제신문 매일경제와 최고 증권사 대우증권이 전국 순회 투자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외국인의 거센 매도를 극복하고 증시가 재상승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변기를 극복할 수 있는 주식과 펀드투자 전략을 차분히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윤정두 JD인베스트 대표 등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드릴 것입니다.

1. 일시ㆍ장소

◇ 8월 28일(화)=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

◇ 8월 30일(목)=부산 벡스코

◇ 8월 31일(금)=대구 엑스코

◇ 9월 2일(일)=서울 W호텔(워커힐) 비스타홀

◇ 9월 5일(수)=대전 충남대 정심화홀

※ 대전은 오후 7시 30분, 나머지 도시는 오후 2시 시작.

2. 참가신청ㆍ접수

◇ 인터넷 신청=대우증권 홈페이지(www.bestez.com)

◇ 전화 신청(영업일)=1588-3322 또는 대우증권 전 영업점

※ 선착순 신청,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접수를 확인받아야 입장 가능

※ 문의=대우증권 고객지원센터 1588-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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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근 유럽을 뒤덮은 유례없는 폭염,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폭우로 말미암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도 장마가 끝난 후 계속된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지자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기후변화 정부위원회’(IPCC) 4차 보고서가 발표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조기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포스트 교토체제’ 협상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유엔기후변화 고위급회의를 제안하였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포스트 교토 구상을 발표하면서 온실가스 다배출 15개국 회의를 제안하였다. 이에 다음달 유엔기후변화 고위급회의와 15개국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상 개도국으로 분류돼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을 지지 않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0위 나라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위상에 걸맞은 구실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는 지구적 동참을 위한 의무부담 참여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산업계는 의무부담을 전제로 한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 우려를 표명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총리 산하 범정부적인 기후변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종합대책을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기반을 확충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러나 총괄적인 감축 목표 없이 추진한 정책에 한계가 있었고, 새롭게 부상하는 기후변화와 관련 시장에 참여하는 전략이 부족했다.

따라서 지금은 이러한 대내외적 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공급과,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을 하려면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의 83%가 에너지 부문에서, 12%가 산업공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춰 제2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는 에너지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을 논의하는 것이 시의적절하다.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논의할 의제는 다음과 같다.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국제협상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경제·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대내적으로는 국가적 합의점을 이룰 수 있는 국가감축 목표 설정 전략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촉진을 위한 에너지 수요공급,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등을 논의한다. 세부적으로는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탄소펀드를 조성하고 탄소시장을 여는 등 시장 기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새기술 시장에 참여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방안도 고민한다. 아울러,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지구온난화 인식지수’ 개발, 시민단체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실천운동’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러한 에너지 산업부문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전략 논의가 향후 중장기 국가전략의 새 방향타로써 정책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영주/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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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휴대폰으로 아빠를 찾는다. 초등학교 3학년, 2학년에 다니는 첫째와 둘째가 ‘시간’을 배우고 난 다음부터는 질문이 예리해졌다. “아빠, 오늘은 몇 시 몇 분에 들어오세요?” 회사일이 끝나는 게 대략 몇 시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분초까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아빠에게 믿음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거짓말로 대충 둘러댈 수도 없는 노릇. 늘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해 당황해한다. 첫째와 둘째의 영향을 받아 아직 시계도 볼 줄 모르는 여섯 살 막내딸도 전화를 걸어와 몇 시 몇 분에 도착하냐고 묻는다.

 사소한 퇴근 시간은 물론이며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일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최근 들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잘 붙는 주식시장이 그렇다. 하루에 100포인트를 오르내리는 상승이나 하락이 거듭되는 널뛰기 장세. 주식에 무지한 사람이거나 증권회사 베테랑 펀드매니저라도 내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지 하락할지 자신있게 예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올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000이 될지, 1000이 될지 안팎으로 변동성이 큰만큼 확률이 2분의 1인 상승, 하락의 방향성조차 맞추기가 쉽지 않다. 주식 전망 보도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오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내용이 공존한다.

 영화 시장도 그렇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이렇게 선전할지 아무도 몰랐다. 개봉 초기에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디 워’를 봤는데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지만 나나 집사람은 지루하게 느꼈다. 극장 문을 나서며 속으로 ‘잘되면 200만∼300만명 관객이 들겠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주말 800만명 가까이 흥행을 이어가며 한국영화 톱10에 화려하게 진입하고 외화 사상 최대 흥행작인 ‘트랜스포머’의 관객 수조차 훌쩍 뛰어넘었다.

 요새 날씨 예보도 그렇다. ‘하루 앞 날씨도 못 맞히는 기상청’이란 제목의 신문 기사처럼 요즘 사람을 만나면 거의 빠지지 않는 화두가 날씨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푹푹 찌기만 하더라” “장마 그쳤다고 해서 모처럼 휴가를 갔는데 비만 잔뜩 맞고 왔다”는 말은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듣거나 직접 경험해본 얘기일 게다. 물론 자연의 변덕스러움에 지구 온난화까지 영향을 미치는 날씨를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히 맞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점차 일기 예보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정답’을 피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국민의 거센 비난 여론에 기상청도 빠져나갈 수 있는 안전한 예보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 앞을 알기 어려운 것은 날씨만이 아니다. 정치권도 그렇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며칠 전에 끝났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후보끼리 서로를 격렬히 비방하면서 자신들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국 한 후보의 승리로 경선은 막을 내렸다. 이번 야당의 경선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언론이나 시장조사기관은 여론조사를 거듭하면서 답을 찾는다. 한나라당에 이어 통합 신당과 민주노동당도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한다.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단정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수많은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숨겨진 미래를 가늠해볼 것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을 위해 파트너를 찾고 만나는 일이 어김없이 반복된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른 회사 파트너와 e메일을 주고받고 미팅 일정을 잡는다. 과연 내일은 그동안 추진해온 일이 성사될지 아닐지 십수년간의 사회 경험에도 불구하고 결코 확신할 수가 없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튀어나와 공들였던 일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앞도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지만 ‘희망’이란 덕목은 우리 것이다. 희망을 품고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이다. 미래를 포기한 사람이 미래를 바꾸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래는 아직 나나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사실이다.

◆김종래 파파DVD 사장 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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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소매거래 시장이 증권선물거래소에 새롭게 개장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채권시장은 개인투자자에게 매우 생소하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50억원 이상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큰돈을 굴리는 금융기관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액투자자는 채권형펀드에 가입하여 간접적으로 채권시장에 참가할 뿐 직접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8월 20일부터 컴퓨터 화면을 통해 1000원 단위로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이 개설돼 채권투자 대중화가 기대된다.

한때 서울대 발전기금을 관리해온 필자는 채권소매시장 필요성을 남달리 느끼고 있었다. 10억원 정도 발전기금을 채권에 투자하자고 결정하더라도 실제 거래를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채권 도매시장은 주로 50억원 이상인 거래에 대해서만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10억원 단위 채권 가격을 알기 위해서는 소액 채권을 거래하는 증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격을 비교해야 하는데 막상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적정 가격인지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단일종목 채권에 투자하기를 포기하고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때마다 불필요하게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채권소매시장이 열려 이러한 문제점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액채권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딜러 호가를 거래소 장내시장에 집중시키고 집중된 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시에 투자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가격 투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거시경제적으로도 채권소매거래 시장 개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산업에서 개발도상국과 경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침체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려면 불확실성이 큰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에는 대기업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따른다. 대기업 지원을 통한 정부 주도 경제성장 전략에 한계가 온 만큼 이들을 대신해서 금융기관이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할 때다.

그러나 은행 중심적인 금융구조만으로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고정금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배분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위험투자 자금을 기업 부문에 장기적으로 조달해주기 위해서는 주식과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이 은행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채권소매시장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증권사들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거래소는 전문딜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증권사에 금전적 이익과 함께 명예가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고위 관료가 최우수 채권전문딜러를 선정하여 해당 회사 최고경영자를 초청한 자리에서 상을 줌으로써 전문딜러 위상을 높여 주고 있다. 정부자금 운용 기관을 선정할 때도 가급적 우수 전문딜러가 속한 회사를 우대해 줌으로써 금전적 이익도 보장한다.

자본 규모가 영세해 전문딜러 기능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국내 증권사 현실을 고려할 때 채권소매시장 정착을 위해 거래소와 정부의 창의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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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1라운드 게임을 마치고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라운드는 각국 금융회사들의 투자손실 공개, 주식시장 충격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일단락된 느낌이다. 2라운드 게임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이란 미명 하에 수행되는 '희생양 찾기' 게임이다.

벌써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희생양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자산유동화, 신용파생상품 그리고 헤지펀드가 그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서브프라임과 관련한 은행 부실화의 원인으로 자산유동화를 지목했다. 올바른 진단인가. 아니다.

부실화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경제정책에 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까지 대출을 허용해 부동산 붐을 일으키고 소비확대를 꾀한 경제정책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왜 위험분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자산유동화를 탓하는가. 왜 높은 위험을 부담하며 상응하는 이익을 추구한 헤지펀드를 비난하는가. 자산유동화와 헤지펀드가 인격을 가졌다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사람만 토사구팽 당하는 것이 아닌 듯 하다.

따져 보자. 모기지 유동화가 없었다면 미국에서 그 많은 사람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을까. 그린스펀 말대로 신용파생상품이 없었더라면 엔론사태 때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지 않았을까. 헤지펀드가 없었다면 유동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짜닌증권이나 후순위채권을 누가 그렇게 과감히 인수했을까.

'희생양 찾기'에서는 규제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득세하기 마련이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에 항상 그래왔다. 문제는 '희생양'으로 거론되는 금융기법들이 한국에서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혁신 및 중소기업금융의 핵심인 자산유동화, 신바젤협약 하에서 신용위험을 전가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 신용파생상품이 대표적 예다. 자칫 한국이 금융 선진국 사다리 걷어치우기의 희생양이 될까 걱정이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안정성 자체를 없애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금융위기 대응정책의 기본은 위험요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어디서 어떻게 단절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수천 ㎞가 넘는 송유관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은 이를 수백 개 구간으로 나누어 교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금융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자산유동화를 통한 위험 이전을 차단하려면 '진정한 매각'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면 된다. 신용평가사가 정확한 신용등급을 매기고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위험차단장치다.

은행, 증권사 그리고 저축은행의 과도한 유동화증권 투자가 문제가 된다면 재무건전성 규제에서 위험가중치를 높여 관리하면 된다. 위험차단장치면 족하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의 핵심 기반인 자산유동화시장 자체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 충격을 악화시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다. 레버리지는 다양한 형태로 경제시스템에 내재돼 있다. 주식투자와 관련한 레버리지는 신용거래다.

이번 경우처럼 감독당국이 선제적으로 신용거래 축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자산유동화에서는 자산보유자의 후순위채권 보유허용비율이 레버리지 역할을 한다.

헤지펀드도 몇 십 배에 달하는 레버리지 사용이 문제다. 헤지펀드를 제도화할 때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와 집중위험이 결합되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롱텀캐피털(LTCM) 위기 때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러시아 위험에 직면했는지를 알지 못했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러시아국채 투자, 러시아 기업에 대한 대출, 러시아 포지션이 높은 헤지펀드에 대한 자금대출 등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금융의 세계화 시대, 금융회사 위험관리에서 특히 신경 쓸 분야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희생양 찾기' 과정에서 한국 금융산업에 예기치 않은 먹구름을 가져올 수 있다. 강도 사건으로 사람이 죽었는데 강도가 사용한 칼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칼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무디게 하는 처방이 나오면 칼로 먹고사는 요리사는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작금의 한국 금융산업은 금융혁신이라는 예리한 칼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것이 진짜 위기다. 금융정책 및 감독당국의 줏대 있고 지혜로운 대응이 요구된다.

금융회사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축소했던 부실채권 및 부실기업 부문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실로 한국의 금융회사에 시사하는 바 크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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