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Insight)'란 말 그대로 통찰력을 의미한다.

요즘 투자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에는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미래에셋의 자신감이 명칭에서부터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명칭말고 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세계 어디든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올인'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게 해주겠다는 것 정도다.

지역 배분과 투자대상 등 투자계획은 전적으로 미래에셋의 '통찰력'에 달려 있다. 한마디로 헤지펀드와 같은 유형의 '고위험 고수익'펀드다.

그런데도 모집 8일 만인 지난달 31일까지 1조600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려들며 '미래에셋 신드롬'을 낳았다. 6일 현재 2조7162억원으로 3조원 돌파도 시간문제다.

미래에셋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반면 펀드에도 '묻지마 투자'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중국 증시 버블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펀드를 갈아탄 탓도 있다. 미래에셋이 인사이트펀드를 내놓은 이유가 중국 리스크 헤지를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인사이트펀드 열풍을 바라보는 여의도 동업자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미래에셋의 자신감이 도를 넘었다. 오랜 운용 경험을 가진 해외 펀드들이 그런 운용방식을 몰라서 안 하겠느냐"고 일갈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에 대한 맹목적 신뢰의 본질은'펀드 사행(射倖)주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물론 미래에셋에 대한 견제와 질시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투자의 본질은 수익 추구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듯이 고수익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없이 높아진 시장의 기대심리다. 6일 오전 기준 -1% 수익률을 기록 중인 인사이트펀드가 한껏 부풀려진 기대에 혹시 부응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 초래될 부작용은 무엇일까.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일선 지점장 시절 카네기 자서전에 나오는 이 말을 좌우명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미래에셋의 고속성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듯하다.

그러나 미래에셋의 성공신화는 부동산 중심의 가계자산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바람'이 불어준 덕이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겸양의 표현이겠지만 박 회장 자신도 "미래에셋의 성공은 100% 운"이라며 "30년 전에 창업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사이트펀드는 운도 바람도 안 통하는 무풍지대에서 힘차게 달려나가 바람개비를 돌리는 실험이다. 그 실험의 결과는 펀드 사행주의에 대한 경고가 될 수도 있고 또 한번의 투자 패러다임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증권부 =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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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부의 창조와 아시아’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8회 세계지식포럼에 다녀왔다. 앨런 그린스펀, 톰 피터스, 콜린 파월과 같은 사람들을 직접 보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지식포럼의 주제 중에는 ‘아시아 중심사회’ ‘지식과 혁신 중시사회’ ‘감성경영’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 익숙한 세 주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왜냐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주제의 중요성을 당연시 하면서도, 사석에서 자주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과거 세계사는 유럽의 역사 또는 유럽의 비유럽 지역에 대한 침략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14억 중국인과 11억 인도인 그리고 아세안의 등장은 세계사에 확실히 큰 사건이 됐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의 경제를 포함시키면 아시아의 비중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졌다. 그러므로 ‘아시아 중심사회’라는 말은 ‘아시아가 대단히 중요한 중심축의 하나로 등장하는 사회’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식과 혁신 중시사회’의 의미다. 지식과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그것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것들이 중시되는 이유는 경쟁의 심화와 자본주의의 성숙이다. 우리는 생산의 세 요소가 자원, 자본, 기술(인간)이라고 배웠다. 이 세 요소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키워드는 아니다. 왜냐하면 자원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자본이 있다면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고, 자본도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돈이 없어서 생산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에 자본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은 물건을 사고파는 대가로 지불되는 돈보다, 수익을 찾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돈(펀드 등)이 몇 십 배가 넘는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남을 확신시킬 수 있는 사람(지식과 혁신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자본은 강물과 같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감성경영’이라는 말이다. 감성경영이 중시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경쟁의 심화다. 경쟁의 심화는 모든 경영 환경 변화의 중심에 있는 화제지만, 감성경영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우루과이라운드(UR), 자유무역협정(FTA)의 진행으로 전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 됐고 경쟁은 더 심해졌다. 같은 지역 기업끼리 나눠 갖던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자,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들만 살아남게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여섯 개나 있던 자동차 회사가 결국 현대자동차 하나만 남게 됐고, 세계적으로도 UR 이전 39개나 있었던 굵직한 자동차 회사가 불과 10개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이제는 감성적으로 고객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줄 수 있느냐에 기업의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감성경영이 중시되는 두 번째 더 중요한 이유는 여성파워다. 과거에도 소비의사결정에서 여성파워는 강했지만, 최근 그 강도가 훨씬 더 강해졌다. 이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돈은 남자들이 벌지 모르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어디에 쓰느냐는 여자들이 결정할 몫이 됐다. GM이 자동차 구매의사결정의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85%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상품을 제조하는 사람들이 누구의 선호를 집중적으로 만족시켜야 할지는 자명하다. 이제는 앙드레 김이 냉장고를 디자인하고, 미대 교수가 휴대폰에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왔다.

[김상국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9호(07.11.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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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100과 1000.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두 개의 숫자이다.

최근 90달러를 넘어선 유가는 파죽지세로 100달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또한 금값은 온스당 800달러를 넘어섰고 이제 1000달러 얘기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참고로 10여 년 전 ‘금 모아 수출하기’ 당시 금 시세가 약 300여 달러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 3배 정도 오른 셈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에 의심을 받으면 안전성 추구 자금이 마지막으로 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은 20여 년 전과는 정반대이다.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당 240엔이었던 환율이 120엔까지 조정되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났고, 유가와 금리까지 모두 낮았던 덕분에 한국 경제는 ‘3저(低) 호황’이라 불리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70년대부터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일본과 비슷한 중화학공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놓은 상태에서 엔 강세로 인해 일본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틈을 타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었다. 우선 당시에 안정되었던 원화가 지금은 강세이다.

8억 배럴로 늘어난 연간 원유 수입 규모도 큰 문제이다. 유가가 100달러면 원유 수입액이 800억 달러이다. 우리나라 연간 수출 규모가 3700억 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액수 자체가 부담스럽다.

다만 당시에는 순채무국이었으나 그 사이 순채권국이 되어 금리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한편 중국은 그 사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였고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가 넘어 이미 위험수준에 다다랐고, 이로 인해 달러가 종횡무진으로 풀리면서 서서히 ‘신(新) 플라자 합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85년과 다른 점은 엔화가 아니라 대미(對美) 흑자가 엄청난 중국 위안화 절상이 주요 목표라는 것이고, 또 다른 점은 원화가 위안화와 동반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간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고, ‘해양세력’보다는 ‘대륙세력’과 가까워진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경제에 주어진 주요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중국 위안화의 본격적 절상 국면이 올 경우 동반 절상의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작심을 하고 달러를 퍼내야 한다. 달러가 본격적 약세 국면으로 가기 전에 해외에 실물 자산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영순위는 에너지와 각종 자원 확보 전략이다. 우리의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은 3%에 머물고 있다. 국가와 파트너를 이루어 자주 개발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 프랑스의 토탈이나 스페인의 렙솔YPF의 예를 참고해야 한다. 이는 석유 확보와 환율 문제에 동시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해외 우량기업들도 좋은 대상이다. 선박 영업을 하는 해운회사들이 가끔은 선박 자체를 사고팔아 이익을 내듯, 동종 업종 해외 기업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다가 저가 매수 기회가 오면 적절한 인수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은 사모투자펀드(PEF)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기업 인수·합병(M&A) 기법을 실행하도록 평소에 실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한국투자공사(KIC)가 있지만 외환 운용 펀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제대로 된 국부(國富) 펀드의 설립이 시급하다. 25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 보유고 규모는 축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신 이중고(新二重高, 新二重苦)’의 시대가 오고 있다. 유가와 원화의 동반 강세 시대에 대비한 ‘신 자산국가’ 모델의 추진이 시급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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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네티즌 10명 중 8명 정도(76%)가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답했다.

적정 투자기간은 2~3년을 많이 꼽았다.

매경인터넷이 지난 2~7일 회원을 대상으로 '펀드에 새로 또는 더 가입할 생각이 있는가'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3327명 중 2538명(76%)이 '새로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고려 중'이라는 응답자도 18%(603명)에 달해 94%가 펀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투자 규모는 1000만~3000만원(32%), 1000만원 미만(31%), 3000만~5000만원(13%) 등으로 대부분 3000만원 이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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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가 주최하고 중소기업청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매일경제신문사 등이 후원하는 제1회 한국벤처투자 파트너스 포럼이 13일 서울에서 열립니다.

포럼에는 미국 굴지 벤처캐피털인 액셀파트너스의 조 쇤도르프 파트너와 미국ㆍ중국 PE 전문가인 필립 린 컬럼비아대 교수, 총자산이 875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1위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의 조지 수다스키스 대체투자 총괄책임자 등 세계 유수 전문가들이 참석합니다. 이들은 사모펀드 운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투자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 PE 시장 세계화를 주제로 다양한 토론을 벌일 예정입니다. 벤처캐피털 육성에 관심이 있는 관계자는 많이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일시=2007년 11월 13일(화) 낮 12시~오후 8시

◇ 장소=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남산홀 IㆍⅡ

◇ 주최 : 한국벤처투자후원 : 매일경제신문사 중소기업청 한국벤처캐피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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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투자소득수지는 1980년 이래 한 해만 빼고는 매년 적자다.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이자에 비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배당금·이자 수입이 턱없이 적은 탓이다. 지난해 외국인에게 배당금으로 76억달러를 지급한 반면, 해외에서 얻은 배당금 수입은 24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런 배당금 부문의 큰 폭 적자는 이자부문에서의 흑자로 상당부분 메워지고 있다.

이런 손익계산서는 무엇을 의미하나. 우리나라는 해외투자를 할 때 주로 미국의 국공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를 꺼린 반면, 외국인은 한국에서 주식에 투자해 많은 배당금을 획득한다. 우리나라의 대외투자는 안전성을 중시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투자가 안전성 위주의 구조로 형성된 것은 외환보유액의 존재 때문이다. 2601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 전체 대외투자자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외환보유액이 주로 미국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외환보유액 운용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투자수익률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외투자자산의 절반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그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만 운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요즘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의 활용에 열을 올리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싱가포르와 산유국들의 기존 국부펀드에 중국이 가세했다. 중국은 1조3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등에 업고 지난 9월말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투자공사를 설립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 중국 국영은행의 해외자산 매입 등을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나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국부펀드 규모 또한 계속 커질 것이다.

이들 나라가 국부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쌓여가는 외환보유액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외환보유액은 본래의 목적대로 위기상황에 대비해 유동성과 안전성을 운용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하지만, 외환보유액의 규모와 전체 대외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운용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유동성자산과 수익성자산, 위탁자산으로 나뉘어 운용되고 있다. 앞으로 수익성자산과 위탁자산 운용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주식 등 수익성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외부 전문운용기관에 대한 위탁규모도 늘려야 한다. 외부 위탁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국부펀드 격인 한국투자공사(KIC)에 이미 170억달러를 위탁했는데 이 규모를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KIC는 자금운용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성을 얻을 수 있고,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위탁자산 운용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투입방식과 관련한 논란을 빨리 정리하고 조기에 추가투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순우(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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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외환위기를 맞아 39억달러까지 감소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말 현재 2601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로써 위기 재발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지만 최근 외환보유액과 관련된 몇 가지 새로운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을 초과했다는 주장이다.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 초과 여부를 판단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적정 외환보유액 산정 기준은 없고 국제 금융기구의 스태프나 외국의 학자들이 개별 연구 차원에서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견해도 큰 편차를 보인다. 최근 우리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아가 개별 국가의 제도적, 경제적, 경험적 여건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따른다면 적정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한국은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점, 외환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외환을 다소 여유 있게 보유할 필요가 있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결과물이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사전에 목표 수준을 정해놓고 의도적으로 증감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외환을 다소 넉넉히 보유해 그 비용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를 정책비용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신인도 상승이나 외환위기 방지 같은 무형의 편익을 감안하면 이 같은 비용이 반드시 손실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실제 최근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데에는 외환보유액 규모로 보아 우리나라의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외국 투자자들이 평가한 데 힘입은 바 크다.

또 다른 이슈는 외환보유액 운용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너무 안전성 위주로만 운용한다는 것이다. 그간 한은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새로운 투자 기법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강하고 전산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등 외환보유액 운용 능력도 크게 확충해 왔다. 다만 외환보유액은 긴급시를 대비한 대외준비 자산이기 때문에 유동성과 안전성을 도외시하고 수익성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외환보유액 운용의 수익성 제고 방안의 하나로 외환보유액 일부를 국부펀드로 운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부펀드는 외환보유액과는 별도로 정부 잉여자금을 재원으로 외화자산을 조성해 수익성 위주로 운용하는 투자기구로, 외국의 국부펀드는 석유 등 국가소유 원자재 수출대금, 재정 잉여자금 및 국채 발행자금 등을 재원으로 조성한다. 그런데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통화안정증권 발행(부채)으로 조달된 대외지급 준비 자산으로 국부펀드와는 재원조달 방식, 자금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그 운용 방식과 주체도 달라야 한다. 한은이 한국투자공사(KIC)에 외화자산 일부를 위탁하면서 외환보유액 성격을 유지하는 지침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KIC가 국부펀드를 지향해 운용 규모를 늘리려면 그 재원은 정부의 잉여자금이나 국채 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이어야 할 것이다.

채선병(한국은행 국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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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Mirae)라는 회사의 미래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요즘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랄(中環)과 애드머럴티(金鐘)에 있는 글로벌 뱅커와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 이런 궁금증이 대유행이다. 한국 금융의 ‘해외진출 선봉장’ 격인 미래에셋그룹이 지난달 홍콩섬 서쪽 폭플람에 있는 고급 호화 아파트 단지인 레지던스 벨-에어 1개 동을 18억6000만 홍콩달러(약 2200억원)에 매입한 ‘충격’ 때문이다.

그럴 법도 한 게 이만한 규모의 부동산 구입은 홍콩 진출 한국 금융기관의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미래에셋의 ‘홍콩 공략’은 공격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1월 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승격했다. 작년 말까지 3명이던 임직원도 지금은 16명으로 늘었다. 자산운용의 경우, 51명(현지인 포함)이 ‘차이나 펀드’ 등 17조원대의 자금을 홍콩 증시에서 직접 굴리고 있다.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장은 “자산운용과 공동으로 9개의 펀드상품을 조만간 홍콩 증시에 내놓아 외국인을 상대로 팔고 독자적인 리서치센터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홍콩 금융시장에는 요즘 한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한창이다. 중국 우량기업주(H주)의 약진으로 홍콩 증시가 불붙는 데다, 중국 시장의 최고 관문으로서 홍콩의 치솟는 매력을 겨냥한 것이다.

작년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 법인을 각각 세운 뒤 한국자금중개, 신한굿모닝증권, 대신증권, 삼성투신운용, 농협 등이 법인을 최근 열었거나 막판 준비 작업 중이다. 산업·기업·외환은행과 한국투자증권도 IB와 자산운용 분야를 대폭 확충했다.

덕분에 3년 전과 비교해 홍콩 상주 한국 금융기관의 인력은 배 이상 늘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 금융기관들이 추풍낙엽처럼 몰락한 지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하지만 이번의 ‘홍콩 상륙 작전’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는 규모와 인력. 한국 금융기관은 임직원이 60명이 넘는 곳이 한 곳도 없지만, UBS·도이치방크 같은 글로벌 IB들은 최소 500~2000명에 이른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한국 관련 세일즈 인력만 50~60명이고, 일부 IB들의 업종·국가별 정보수집 전문가는 100명에 달한다.

인력 부족은 정보 수집과 인맥 구축 부재(不在)로 직결된다. 한 금융기관 법인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홍콩에서 접하는 정보는 에이전트를 통한 2, 3급짜리”라며 “역사가 짧고 평판도 낮은 마당에 대등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나 중장기 전략이 미흡한 것도 문제이다. “아직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업을 홍콩으로 가져와 ‘무늬’만 포장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B 증권사 법인장)

더 시급한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마인드 혁신’이다. “지금은 홍콩으로 나오지만 적자가 몇 년만 쌓이면 문닫거나 대폭 축소하는 회사가 속출할 겁니다”(C법인장), “현지화를 강조하면서도 해외 진출 은행들에 홍콩과 한국의 규제를 동시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은 모순”(D은행 법인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홍콩 국제금융 시장 진출과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대세’이다. 하지만 근본 체질 개선 없는 모양내기식 진출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면, ‘금융 강국(强國)’ 비전은 ‘몽상’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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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홍콩 특파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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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전·경제부
“가입할 펀드 종류를 선택하신 분은 이쪽~, 아직 선택하지 않으신 분은 저쪽입니다.”

8일 오후 잠실역 부근의 비좁은 증권사 지점. 펀드 가입을 위해 번호표를 뽑아 든 20~30여 명의 고객을 증권사 직원들이 줄을 세우고 있었다. 마치 붕어빵 찍듯이 펀드에 가입하는 현장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A사장은 최근 펀드 열풍을 보고 “8년 전 ‘바이코리아 펀드’ 악몽이 떠오른다”고 불안해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에 10여일 만에 3조원이 몰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펀드는 “최고의 수익이 나는 곳에 어디라도 투자하겠다”는 일종의 ‘묻지마 펀드’다. 지역이나 투자방식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A사장은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전셋돈을 빼서 한꺼번에 돈을 집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바이코리아 광풍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1999년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사장이 “3년 내 주가 3000”을 외치며 공격적으로 판매한 펀드였다. 출시 13일 만에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2000년 IT버블 붕괴로 주식시장이 고꾸라지면서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를 불렀다.

펀드 평가회사의 B사장은 “그동안 연 50% 이상씩 펀드 수익이 나다 보니 투자자들이 펀드는 위험이 없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펀드평가회사의 C과장은 “펀드 운용방식도 모르면서 회사 이름에 대한 맹신만 갖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0년 한 뮤추얼펀드 주주총회를 취재했던 일이 떠오른다. 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자에게 손실을 하소연하고,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에게 멱살이 잡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혜전·경제부 cooljju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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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꾸미 다리에 달려 나온 고려청자가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꾸미가 보물 인양에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인양'이란 단어를 '인수'로 대체해 보면 경제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코스닥 상장기업 M&F가 일본 자스닥 상장기업 일본정밀을 인수했다. 베트남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베트남 기업을 직접 인수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 자회사와 공장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을 인수하였다. 일본 기업을 주꾸미로 하여 베트남 기업을 인양한 것이다.

최근 금융회사의 국외진출이 금융계 최대 화두다. 정부도 금융회사 국외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금융회사 국외진출은 제조기업의 국외 인수ㆍ합병(M&A)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 총재 저우샤오촨은 "중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을 M&A하려 할 때 이들에게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은행들의 국외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중국 공상은행이 남아공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를 인수했다. 아프리카 전역 18개국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은행이다. 중국 처지에선 18개 다리가 달린 유용한 '주꾸미'를 발굴한 것이다.

금융사와 기업이 같이 가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잘나가던 1980년대 노무라, 닛코, 다이와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힘을 발휘한 것은 외국시장에서 잘나가던 소니와 도요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금융회사의 원활한 금융서비스를 바탕으로 일본 제조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주꾸미형 M&A'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은행의 경쟁력은 소매네트워크 확보에 있다. 신규 네트워크 설립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현지은행 인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남아 맹주를 자부하며 각국에 지사가 많은 태국 은행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혼자서 힘들면 여러 은행이 힘을 모아 외국 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다. 최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은행이 공동으로 ABN암로를 인수하려 하는 것이 좋은 예다. 다리뿐 아니라 머리도 여럿인 변종 주꾸미인 것이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이곳에 자회사가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증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외 진출에는 순서도 중요하다. 금융시장 먹이사슬에서 '갑'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가 먼저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갑' 역할을 하는 금융사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헤지펀드, 뮤추얼펀드와 같이 자신이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회사이다. 특히 금융시장 먹이사슬 최고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PEF다. '을'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는 증권사와 같이 '갑' 측에서 주문을 받아 집행하거나 수수료수익을 꾀하는 금융회사이다. 먼저 진출한 '갑' 금융사가 자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을' 역할을 하는 현지 금융회사들과 유리한 고지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획득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을' 역할을 하는 계열증권사 외국 진출시 활용하면 된다.

외국 금융사 인수시에 PEF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역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국외투자를 허용한 만큼 PEF 운신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 국제적 정합성 관점에서 보면 은행 인수시 PEF 자체가 주체가 되는 것은 제약이 많다.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같은 사례는 국제시장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처지가 바뀌어 우리가 외국 은행을 인수할 때에도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수대상이 은행이라면 은행이 주체가 되고 PEF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면 된다. 은행을 제외한 증권사, 보험사는 PEF가 인수 주체가 되어도 국제적 정합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PEF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 지혜다. 직접 북한진출에 제약이 있다면 먼저 북한에 진출해 있는 중국 동북3성 기업을 인수하자. 북한시장 진출을 위해 동북3성 기업을 주꾸미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주꾸미 다리는 8개다. 다리만 많다고 좋은 주꾸미는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다리를 뻗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원하는 지역에 다리를 뻗치고 있는 주꾸미를 찾는 것은 금융회사의 몫이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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