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100과 1000.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두 개의 숫자이다.

최근 90달러를 넘어선 유가는 파죽지세로 100달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또한 금값은 온스당 800달러를 넘어섰고 이제 1000달러 얘기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참고로 10여 년 전 ‘금 모아 수출하기’ 당시 금 시세가 약 300여 달러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사이 3배 정도 오른 셈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에 의심을 받으면 안전성 추구 자금이 마지막으로 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은 20여 년 전과는 정반대이다.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당 240엔이었던 환율이 120엔까지 조정되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났고, 유가와 금리까지 모두 낮았던 덕분에 한국 경제는 ‘3저(低) 호황’이라 불리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70년대부터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일본과 비슷한 중화학공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놓은 상태에서 엔 강세로 인해 일본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틈을 타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었다. 우선 당시에 안정되었던 원화가 지금은 강세이다.

8억 배럴로 늘어난 연간 원유 수입 규모도 큰 문제이다. 유가가 100달러면 원유 수입액이 800억 달러이다. 우리나라 연간 수출 규모가 3700억 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액수 자체가 부담스럽다.

다만 당시에는 순채무국이었으나 그 사이 순채권국이 되어 금리 문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한편 중국은 그 사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였고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가 넘어 이미 위험수준에 다다랐고, 이로 인해 달러가 종횡무진으로 풀리면서 서서히 ‘신(新) 플라자 합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85년과 다른 점은 엔화가 아니라 대미(對美) 흑자가 엄청난 중국 위안화 절상이 주요 목표라는 것이고, 또 다른 점은 원화가 위안화와 동반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간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고, ‘해양세력’보다는 ‘대륙세력’과 가까워진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경제에 주어진 주요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중국 위안화의 본격적 절상 국면이 올 경우 동반 절상의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작심을 하고 달러를 퍼내야 한다. 달러가 본격적 약세 국면으로 가기 전에 해외에 실물 자산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영순위는 에너지와 각종 자원 확보 전략이다. 우리의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은 3%에 머물고 있다. 국가와 파트너를 이루어 자주 개발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 프랑스의 토탈이나 스페인의 렙솔YPF의 예를 참고해야 한다. 이는 석유 확보와 환율 문제에 동시에 도움이 된다.

또한 해외 우량기업들도 좋은 대상이다. 선박 영업을 하는 해운회사들이 가끔은 선박 자체를 사고팔아 이익을 내듯, 동종 업종 해외 기업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다가 저가 매수 기회가 오면 적절한 인수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은 사모투자펀드(PEF)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기업 인수·합병(M&A) 기법을 실행하도록 평소에 실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한국투자공사(KIC)가 있지만 외환 운용 펀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제대로 된 국부(國富) 펀드의 설립이 시급하다. 25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 보유고 규모는 축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신 이중고(新二重高, 新二重苦)’의 시대가 오고 있다. 유가와 원화의 동반 강세 시대에 대비한 ‘신 자산국가’ 모델의 추진이 시급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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