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부의 창조와 아시아’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8회 세계지식포럼에 다녀왔다. 앨런 그린스펀, 톰 피터스, 콜린 파월과 같은 사람들을 직접 보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지식포럼의 주제 중에는 ‘아시아 중심사회’ ‘지식과 혁신 중시사회’ ‘감성경영’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 익숙한 세 주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왜냐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주제의 중요성을 당연시 하면서도, 사석에서 자주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과거 세계사는 유럽의 역사 또는 유럽의 비유럽 지역에 대한 침략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14억 중국인과 11억 인도인 그리고 아세안의 등장은 세계사에 확실히 큰 사건이 됐다. 거기에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의 경제를 포함시키면 아시아의 비중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커졌다. 그러므로 ‘아시아 중심사회’라는 말은 ‘아시아가 대단히 중요한 중심축의 하나로 등장하는 사회’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식과 혁신 중시사회’의 의미다. 지식과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그것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것들이 중시되는 이유는 경쟁의 심화와 자본주의의 성숙이다. 우리는 생산의 세 요소가 자원, 자본, 기술(인간)이라고 배웠다. 이 세 요소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키워드는 아니다. 왜냐하면 자원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자본이 있다면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고, 자본도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돈이 없어서 생산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에 자본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은 물건을 사고파는 대가로 지불되는 돈보다, 수익을 찾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돈(펀드 등)이 몇 십 배가 넘는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남을 확신시킬 수 있는 사람(지식과 혁신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자본은 강물과 같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감성경영’이라는 말이다. 감성경영이 중시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경쟁의 심화다. 경쟁의 심화는 모든 경영 환경 변화의 중심에 있는 화제지만, 감성경영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우루과이라운드(UR), 자유무역협정(FTA)의 진행으로 전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 됐고 경쟁은 더 심해졌다. 같은 지역 기업끼리 나눠 갖던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자,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들만 살아남게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여섯 개나 있던 자동차 회사가 결국 현대자동차 하나만 남게 됐고, 세계적으로도 UR 이전 39개나 있었던 굵직한 자동차 회사가 불과 10개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이제는 감성적으로 고객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줄 수 있느냐에 기업의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감성경영이 중시되는 두 번째 더 중요한 이유는 여성파워다. 과거에도 소비의사결정에서 여성파워는 강했지만, 최근 그 강도가 훨씬 더 강해졌다. 이것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돈은 남자들이 벌지 모르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어디에 쓰느냐는 여자들이 결정할 몫이 됐다. GM이 자동차 구매의사결정의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 85%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상품을 제조하는 사람들이 누구의 선호를 집중적으로 만족시켜야 할지는 자명하다. 이제는 앙드레 김이 냉장고를 디자인하고, 미대 교수가 휴대폰에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왔다.

[김상국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9호(07.11.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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