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26일 독일 베를린에선 세계적인 금융그룹 크레디트스위스(CS)가 주최한 'CS인베스트먼트 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엔 유럽 각국에서 활동하는 프라이빗뱅킹 관계자들과 그들 고객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유독 한 펀드가 큰 관심을 끌었다. 독일 부동산펀드로 최근 6년간 꾸준히 연 평균 17%대 수익률을 올린 상품이었다.

"그날 포럼에 있었던 PB들과 투자자들이 난리가 났어요. 정말 대단한 펀드라고. 환호성을 지르고 야단법석 수준이었다니까요." 당시 함께했던 한 한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우리끼린 킬킬대고 웃었죠.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연 100% 아니면 명함을 못 내미는데 17%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요즘 국내 펀드투자자들은 정말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 50% 수익률이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 않을 뿐더러 수익률이나 운용방식 그 어떤 것 하나 검증되지 않은 펀드에 3조원 이상 돈을 넣는다. 투자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손실이 났다고 바로 환매해버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현상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국내 증시, 이머징증시, 글로벌 증시가 2004년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하면서 최근 3년간 펀드로 손실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이 과정에서 우리의 기대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연 50%, 연 100%를 노리면서 펀드투자행태가 심각하게 왜곡돼 버렸다는 문제다. 급등주를 따라잡듯 중국펀드에 '몰빵'하는가 하면 주식단타처럼 펀드단타도 익숙해져 버렸다. 이젠 아무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등락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펀드투자의 기본은 그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겠다는 합의에서 출발한다. 100년이 넘는 펀드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연 17%를 맞춰준 펀드에 열광하는 건 결코 그들이 중국펀드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 꾸준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부 = 정철진 기자 ccj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