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투자소득수지는 1980년 이래 한 해만 빼고는 매년 적자다.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이자에 비해 외국에서 벌어들인 배당금·이자 수입이 턱없이 적은 탓이다. 지난해 외국인에게 배당금으로 76억달러를 지급한 반면, 해외에서 얻은 배당금 수입은 24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런 배당금 부문의 큰 폭 적자는 이자부문에서의 흑자로 상당부분 메워지고 있다.

이런 손익계산서는 무엇을 의미하나. 우리나라는 해외투자를 할 때 주로 미국의 국공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를 꺼린 반면, 외국인은 한국에서 주식에 투자해 많은 배당금을 획득한다. 우리나라의 대외투자는 안전성을 중시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투자가 안전성 위주의 구조로 형성된 것은 외환보유액의 존재 때문이다. 2601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 전체 대외투자자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외환보유액이 주로 미국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외환보유액 운용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투자수익률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외투자자산의 절반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그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만 운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요즘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의 활용에 열을 올리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싱가포르와 산유국들의 기존 국부펀드에 중국이 가세했다. 중국은 1조3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등에 업고 지난 9월말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투자공사를 설립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 중국 국영은행의 해외자산 매입 등을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나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국부펀드 규모 또한 계속 커질 것이다.

이들 나라가 국부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쌓여가는 외환보유액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외환보유액은 본래의 목적대로 위기상황에 대비해 유동성과 안전성을 운용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하지만, 외환보유액의 규모와 전체 대외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운용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유동성자산과 수익성자산, 위탁자산으로 나뉘어 운용되고 있다. 앞으로 수익성자산과 위탁자산 운용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주식 등 수익성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외부 전문운용기관에 대한 위탁규모도 늘려야 한다. 외부 위탁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국부펀드 격인 한국투자공사(KIC)에 이미 170억달러를 위탁했는데 이 규모를 더 늘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KIC는 자금운용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성을 얻을 수 있고,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위탁자산 운용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투입방식과 관련한 논란을 빨리 정리하고 조기에 추가투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순우(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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