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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어림잡아 올해 미술시장 규모를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할 뿐이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경매 2000억원, 아트페어 245억원, 아트펀드 200억원, 공공미술 800억원, 박물관 정부 컬렉션 200억원, 상업화랑 600억원 등 올해 미술시장 총규모를 4045억원으로 추정한다.
분명한 것은 미술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빅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매는 지난해 비해 3~4배 이상, 아트페어는 1.5배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미술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미술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48조달러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300억달러에 이른다. 세계 미술시장 규모를 GDP 비중으로 보면 약 0.062%가 된다. 이 같은 수치를 우리나라 경제에 응용해 보면 한국 미술시장 수준을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규모는 8880억달러다. GDP에 대한 미술시장 평균 비중 0.062%를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평균적으로 550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는 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평균적인 수준에도 아직 못 미치고 있으며 세계 11위 경제국 위상에 맞으려면 평균 대비 2~3배 규모인 1조~1조5000억원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런 계산법대로 하면 한국 미술시장이 올해 빅뱅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술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커지고 있음에도 믿을 만한 통계 하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정확한 통계가 없다 보니 미술시장에 대한 현황 파악도, 진단도 어렵다. 효율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지나친 비관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미술통계에 귀가 번쩍 뜨인 적이 있지만 믿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관세청은 크게 성장하는 국내 미술시장 특성을 감안했는지 지난 1일 친절하게 미술수입통계만을 따로 분리해 발표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미술수입 규모가 올해 들어 9월까지 4억6290만7000달러(4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0.6%나 늘었다. 9개월 동안 4200억원어치나 미술품을 수입했다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9개월간 수입 규모가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추정했던 전체 미술시장 규모보다 크니 혼동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작품이 전시를 위해 외국으로 나갔다 역수입되는 것을 제외하지 않고 그냥 발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 수집은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도 화랑에서 작가 작품가격을 물어보기가 민망할 때가 많다. '왜 그런 것까지 물어 보느냐'며 오히려 묻는 이를 멋쩍게 만든다. 화랑 매출액을 물어보기란 더더욱 어렵다. 화랑들이 작품 판매가격이나 매출액 밝히길 꺼리면서 정부 정책을 탓할 수 있을까. 미술경매회사의 경매낙찰액도 검증이 가능해야 공신력 있는 통계로 거듭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부터 투명하지 않으면서 시장 투명화나 공정거래를 요구할 수 있을까. 화랑과 경매회사들의 이중성이 바로 미술통계를 수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이 처음부터 한국을 먼 발치 앞서 가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미술산업이다. 미술작품 1개는 웬만한 중소기업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작가 1명은 중소기업 CEO 1명보다 비중이 클 수도 있다. 투명한 시장, 공정한 시장은 작가가 커 갈 수 있는 텃밭이자 시장통계를 산출해 내는 토양이다. 정부와 화랑, 경매회사가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문화부 = 한배선 차장 doubles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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