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차이나(Pax China)'를 향한 중국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관심 속에 진행된 제17차 중국 공산당 전체대회 개막연설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표현을 무려 10차례 이상 사용하면서 21세기 초강대국을 향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공산당 대회 직후에는 세계 세 번째로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지금까지 중국이 양적 경제성장을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왔다면 이제는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과거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계층 간, 도농 간, 지역 간 통합을 통한 안정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활용한 국제적 위상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변화는 개혁ㆍ개방 이후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비록 1인당 GDP는 2000달러 수준이지만 이미 외환보유액은 세계 1위이며 올해 말에는 GDP 세계 3위, 교역 규모 세계 2위 국가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개 기업 중 4개가 중국 기업이며, 2000억달러 규모 국부펀드도 지난 9월 출범했다. 중국 증시 움직임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증시에 시시각각 반영되고 있다.

중국의 변화는 한ㆍ중 관계 지형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해 왔다. 중국 진출기업은 1만6000여 개로 우리나라 대외투자 건수 중 47%를 차지했다. 연간 200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수년째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기술추격 가속화, 무역흑자 축소, 진출기업 경영난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아울러 북핵 문제 등 정치적 이슈부터 제품 안전 등 국민 일상생활까지 중국의 영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전문가부터 일반인까지 많은 사람이 중국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의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규정짓는 역사적 물결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과 협력ㆍ경쟁 패러다임 자체를 철저히 바꿔나가야 한다.

첫째, 역지사지 관점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협력을 원하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상생의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의 지역균형개발, 서비스산업 육성, 에너지절약, 환경보호 분야는 상대적으로 우리 관심은 낮으나 장기적으로 유망한 분야이므로 이들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중국의 성장에 대한 공포증(Chinaphobia)에서 벗어나 중국과 경쟁이 우리 발전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성장 경험과 앞선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중국의 발전과 선진화를 유도해야 한다. 지난 5월 매일경제가 개최한 베이징포럼에서 나타났듯이 중국도 우리의 외환위기 경험과 올림픽 이후 사회관리 능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중국 국가전략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각계각층 대응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이미 2001년부터 의회 산하에 '미ㆍ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ㆍ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를 설치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중국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대응은 여러 면에서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5일 각계 인사가 참여해 민ㆍ관 공동으로 '차이나 포럼'을 발족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 이 포럼이 국가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소중한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향후 대중국 국가전략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싱크탱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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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갔다고 해야겠다. 대명천지에 차떼기 대선잔금을 놓고 드잡이하질 않나, 좌시하지 않겠다느니 오만의 극치라느니 진흙탕싸움을 하지 않나. 이런 형국을 두고 ‘꼬시래기(망둥어의 경상도 사투리) 제 살 뜯어먹기’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꼬시래기 수준도 넘어섰다. 한몸에 달린 두 머리가 물고 뜯는 메두사라면 모를까.

그러니 이쯤에서 한나라당은 깨벗고(벌거벗고의 전라도 사투리) 문제의 핵심을 해소해야 한다. 한나라당을 걱정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당의 결정이 무력화하고, 당은 특정인의 액세서리로 전락하고,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토대인 정당정치가 해체되는 것이 걱정스런 까닭이다. 나아가 나라를 맡게 될 사람이 범법자로 판명날 것이 두려운 까닭이다.

한나라당은 잘 안다. 근본 원인은 ‘후보의 문제’에 있다. 이것이 아니라면 이회창씨는 출마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처럼 패거리싸움으로 소일하지도 않을 것이며, 지지자들이 우왕좌왕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명박 후보는 거짓말쟁이이거나 우둔한 인물 가운데 하나로 몰리기 십상이다. 주가 조작의 주체인 비비케이나 마프펀드를 실제로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에 대해 그는 일관되게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그는, 사기꾼이 인감을 멋대로 쓰건 말건, 서명을 도용하건 말건, 정관을 조작하건 말건 손 놓고 있었다. 그래서야 어디 회사 하나 운영할 수 있을까. 반대로 그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그는 순도 100%의 거짓말쟁이다.

물론 거짓말쟁이보다는 우둔한 사람이 낫다. 하지만 대통령으로는 둘 다 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한 일이란, 고작 의혹 잡아떼기나 때밀이뿐이었다. 차떼기를 비난하지만, 때밀이도 오십보백보다. 대통령 선거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예비후보론이란 게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의 유고를 가정한 대책이다. 이회창씨 쪽에서 나오긴 했지만, 비난만 할 수 없다. 한나라당 역시 후보 유고 때 선거일을 한 달 연기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해 놓았다. 활력이 넘치고 지지율이 여당보다 무려 30% 이상 앞선 후보가 있음에도, ‘유고’를 염두에 둬야 하다니 참으로 딱하다.

후보의 유고는 사망·질병·사고 등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때, 자의 혹은 타의로 후보직을 사퇴했을 때 발생한다.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의 건강만 따진다면 이 후보는 걱정할 게 없다. 군 면제 이유였던 기관지 확장증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으로 진행됐다면 모르겠지만, 이 병은 군 면제 이후 기적적으로 완치됐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려되는 건 타의로 그가 후보직에서 물러날 때다. 범죄 혐의가 확인돼 기소되면 당원권과 함께 후보 직위가 정지된다.

경선 과정에서 걸렀어야 할 문제다. 이제 와 대비책을 세우겠다니 참으로 생뚱맞다. 지금은 꼼수를 동원할 게 아니라 문제의 시비를 깨끗하게 가려야 할 때다. 시간도 없다. 당이 들러리가 아니라 정권창출의 중심이라면 방법은 여럿 있겠다. 당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후보가 수사에 성실히 응하며, 여야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이의 없이 수용하기로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번 사안에 관한 한 수사기관은 쉽게 시비를 가릴 수 있을 터이다. 결백하다면 이 후보는 더욱 유력해질 것이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은 새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는 지지율 1, 2, 3위가 모두 있다. 타이의 탁신 치나왓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사람이 당선돼서도 안 되지만, 이회창씨의 득세로 정당정치가 불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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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 뉴욕증시 불안, 달러화 약세,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중국발 버블 붕괴 등 여러 해외 요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하는 한국의 경제와 기업들에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31일, 미국의 신용 위기에서 초래된 경기침체 및 증시 불안을 해소할 목적으로 취해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여서, 외부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기억을 되살리자면, 당시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산업총생산 추이 등의 거시경제지표로 나타나는 한국경제의 펀드멘털은 호주 등 여타 태평양 연안국들보다 양호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서 투기자본의 공격에 의해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투기자본의 관심 밖이었던 호주는 비켜간 채 결국 한국경제를 삼켜버린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과 같은 소국 개방경제는 실물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와는 무관하게 외부적 충격에 취약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새삼 뼈아프게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위기에서 출발한 미국의 증시 불안과 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약세,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유가 상승 등의 해외 충격 요인들에 즈음해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의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경제 안정화를 위한 확고한 정책 의지 표명과 예측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사후적으로 끌려 다니는 소극적인 대책들로 일관한 결과 결국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었다.

오늘의 외부 충격요인들에 대한 해법도 지난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다분히 국제 투기세력들과 경제 불안 심리에 의해 증폭되고 있는 환율 및 증시 불안정과 유가 폭등 등의 외부적 요인들에 사후적으로 끌려다니는 정책수단들을 제시할 경우 그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경제주체들뿐만 아니라 해외 투기세력들에 대해 환율 및 유가의 안정화를 위해 강력한 정책수단을 동원, 투기적 영향을 무력화할 것이라는 정책의지를 분명히하는 일이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정책수단을 제시,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유가 폭등과 관련해서는 해외시장의 교란 요인 억제와 함께 국내 유류세 인하 등의 내부적 조치를 보완하여 국내 유가의 안정화를 보장하는 조치는 매우 강력한 정책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적 충격에 의해 시장 실패가 발생한 가운데에서도 어설픈 자유방임주의로 대응할 때의 사회적 비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지난 외환위기로 충분하다.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경제 전반에 걸쳐 거래 비용이 낮아진 결과 그 어느 때보다도 외부적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불안정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국 개방경제의 사활은 외부적 충격에 대해 대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행하는지에 달려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러한 외부적 충격에 즈음하여 정책 대응을 해나가는 정부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민간 경제주체의 신뢰가 그 정책 효과의 관건이다. 끊임없는 스캔들로 ‘비대한 비효율성’의 상징으로까지 간주되고 있는 공공 및 정부 부문의 ‘혁신’을 위해서도,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기업 부담 경감 조치와 함께 비대한 공공부문의 슬림화 정책 등이 동시에 추진된다면 정부의 유가 및 환율 안정화 정책은 해외 투기세력들까지 무력화하는 강력한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한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미국 UCSD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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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검찰총장이었던 엘리엇 스피처는 월가 증권범죄를 끈질기게 추적한 행위로 '월가의 저승사자'라 불렸다. 2003년 뉴욕 검찰은 매매 시기를 소급해 부당한 이익을 보던 뮤추얼 펀드 캐너리 캐피털을 수사해 캐너리가 수사에 협조하기로 하고 4000만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다. 그후 아메리카은행 등 수십 개 금융기관들이 처벌을 받았다. 이런 과정들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증권시장의 반칙행위자들을 걸러내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늘 수사팀을 독려하지만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일상화된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왜 우리는 증권사범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까?

얼마 전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한 루보 사건은, 주가조작이 진행 중일 때 검찰이 개입하여 4개월 만에 1차 수사가 마쳤지만 보통은 검찰수사만 해도 1년 내외가 걸린다. 중간급 사건은 전화사실 조회 3~4회, 계좌추적 등 압수영장 4~5회, 체포영장 4~5회 정도가 필요하다. 미국과는 달리 이 모든 게 판사의 영장이 필요하므로 수사기록이 건마다 법원에서 1박 2일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엄격한' 심사로 일부라도 기각되면 그 부분 자료를 보완하여 다시 받아내는 데 또 여러 날이 걸린다. 미국에서는 이 모든 게 판사의 영장없이 진행된다.

어느 정도 수사가 마무리되면 협상(Plea Bargain)을 통해 처벌수위를 합의한다. 조디 포스트 주연의 '피고인'에는 '강간의 공범'에서 '단순 폭력행위'로 합의하는 현실감 있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후 판사의 확인을 거쳐 재판절차 없이 그대로 확정된다. 심지어 2003년 SSB증권은 벌금 외에 '리서치와 투자은행 부문의 분리, 투자자 교육'을 검찰과 합의해 우리로 치면 금융감독원의 권고사항쯤 되는 것이 수사결과로 나온다.

미국이 우리보다 효율적인 것은 미국시민의 인권을 소홀히 해서가 아니라 서부 개척시대의 무법상황과 끔찍한 테러를 겪은 경험이 원인일 것이다.

우리는 해방 후 영장주의가 들어와 더욱 확대되어 왔다. 이제 사회 각 부문의 민주화나 언론과 시민단체의 견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만큼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보다 시민 안전을 더욱 우선하여 일을 하게끔 하는 절차 마련을 기대해 본다.

[강찬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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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취소하는 상장기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증자 계획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거나, 증자 방식을 변경하거나, 일정을 미루는 등 형태는 다양하다.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스스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분위기다.

제3자배정 증자 취소 바람의 진원지는 금감원이다. 상장기업의 제3자배정 증자가 악용되는 사례가 빈발함에 따라 금감원이 최근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실제로 금감원이 재벌 2·3세가 관련된 제3자배정 증자를 못하도록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속된 말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제3자배정 증자는 주주 외에 특정인을 지정해 신주(新株)를 주는 제도다. 대부분 신주 발행가가 시가보다 낮기 때문에 부실기업이 아닌 한 신주를 받은 제3자는 시세차익을 보게 된다. 제3자배정 증자는 몇몇 당사자 외에는 속사정을 알기 어려운 폐쇄성 때문에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크다.

올 상반기중 코스닥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71% 많은 2조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그 가운데 73%(1조7000억원)가 제3자배정 증자였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지난해 이뤄진 유상증자 6조3000억원의 38.1%(2조4000억원)가 제3자배정 증자였다. ‘제3자배정 증자-호재성 공시-주가 급등-신주 매각’으로 이어지는 불공정거래 징후가 하나의 패턴처럼 확산되기도 했다.

-제3자 배정 증자 뒤늦은 제재-

증시에 주가지수 신기록 행진이 한창이던 지난 7월 필자는 이 칼럼에서 제3자배정 증자의 급증 실태를 우려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금감원이 제3자배정 증자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말이다. 증자에 참여해 부실기업 퇴출을 막아준 전주(錢主), 벤처붐 때 한몫 챙긴 젊은 실업가나 재벌가 청년 등이 막대한 시세차익으로 머니게임을 즐길 대로 즐긴 다음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최근까지 제3자배정 증자를 한 곳은 무려 100곳이 넘는다.

증권시장은 그 속성상 불공정거래가 판 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불특정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증시의 급성장으로 불공정거래의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예방적 감시·감독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징후가 있을 때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증시의 불공정거래 관련 대응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대출 규제, 자동차 보험료 조정, 신용카드 수수료 분쟁, 펀드 수수료 바가지 등 여론이나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뒤 마지못해 뒤늦게 나선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소비자(투자자) 보호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은 기대 이하였다. 금융이 기업의 전유물에서 개인 대중의 영역으로 확장된 지 오래건만 금감원의 의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 크다. 예·적금을 들거나 대출받는 것이 개인에게 금융의 전부였던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 도래한 것이 ‘생활금융의 시대’다. 금융의 생활화는 금감원의 의식 속에 ‘금융산업·금융회사’ 외에 ‘금융 소비자’라는 새로운 주체를 담아둘 공간을 요구했다. 그것은 정책을 수립·집행할 때 금융산업·금융회사에만 초점을 맞추는 ‘감독기관 모드’에서 소비자 보호의 관점이 강조되는 ‘소비자 모드’로 변신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투자자 보호는 시대적 요구다-

물론 금융회사에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모드로 굳어있는 조직이 어깨힘 빼고 소비자를 섬기는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귀찮을 수도 있다. 예컨대 “펀드 수수료가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이 커졌을 때 “금감원이 왜 이런 (시시콜콜한) 일에까지 개입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있었다면 역할 변화의 시대적 요구에 눈을 덜 떴다는 증거다.

금융회사와 금융 소비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적극적으로 ‘공정한 심판자’로 나서야 하지만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준 적은 거의 없다. 금융은 다른 상품과 달리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소비자의 보호 욕구는 클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신뢰를 못받는 정부가 불행할 수밖에 없듯,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금융당국은 존재하기 어렵다. 모래성 위에서 큰 소리 치는 꼴이다.

〈서배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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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2004년부터 3년 반 동안 위법ㆍ부당 행위를 하다 감독 당국에 적발돼 제재를 받은 회사가 22개에 이른다. 자산운용사 중 절반 가까이가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고객들에게 불리한 성과보수 계약을 체결한 회사도 있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거나 운용 수익률을 멋대로 조정한 회사도 있다. 심지어 임직원 유가증권 매매 금지 규정 위반이나 회사 자금 횡령 사건으로 제재를 받은 회사도 있다.

이들을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위법ㆍ부당 행위로 적발된 회사들이 대부분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으로 떠오른 자산운용사들이 온갖 위법ㆍ부당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요즘 펀드 투자 열풍을 보면 자산운용사들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과 높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지 자명해진다. 국내 펀드 투자를 위한 계좌 수는 2005년 말까지만 해도 980만개에 그쳤으나 지난해 말 1230만개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1920만개에 이른다. 자산운용사들이 주식형 펀드로 굴리는 순자산만 140조원에 이른다. 채권형 펀드와 단기금융, 파생상품 펀드까지 합치면 운용 자산은 330조원이 넘는다. 이처럼 거대해진 자산운용업계가 투자자 신뢰를 저버리면 자본시장 수요 기반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자산 운용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야 하지만 펀드 판매와 운용 전반에 걸쳐 위법ㆍ부당 행위를 막기 위한 감독체계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증시 활황기에 '묻지마'식 펀드 투자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틈을 타 고객들에게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펀드를 파는 사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약관상 리스크관리 규정을 어기고 멋대로 자산 운용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업계 스스로도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펀드매니저나 운용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퇴출까지 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자율조정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거품이 있는 부문에 지나치게 쏠리거나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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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요즘 일간신문에 모 증권사 주식이나 펀드가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 경제신문의 일면을 장식하더니, 묻지마 매입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 바로 구글(Google)이다.

인터넷이 참 빨리도 진화되어서 몇 년 단위로 주도 기업이 변화해 왔다. 인터넷 접속 사업의 AOL, 포털업체의 선두주자 Yahoo, 경매 시장의 사업 모델을 개척한 eBay,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Amazon. 이들 기업들은 뛰어난 아이디어와 신화적인 전략으로 현재의 성공을 이끌며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형으로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해하려면 바로 구글의 전략을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현재 구글의 성적은 엄청나다. 시장가치 144조 정도의 규모로 타임워너, 비아콤, CBS, 뉴욕타임즈 등을 합친 규모보다 더 크다. 검색엔진 조회의 56%가 구글을 통하여 수행되고 있고, 검색 엔진을 통한 키워드 광고 수익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위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첫째는 구글이 사용자들에게 심어준 구글 검색 엔진의 성능이다. 검색 엔진의 생명은 적합성이 높은 내용을 검색해주는 데 있다. 구글 검색 엔진의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는 못하지만 웹 페이지의 제목이나 표현된 단어들을 찾기보다 사용자들의 링크를 바탕으로 실재 인기도를 반영함으로써 사용자나 특히 광고주들이 검색 결과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는 데 있다.

둘째는 구글이 소유한 서버와 데이터의 용량이다. 광통신망으로 연결된 자체 서버망의 꾸준한 확장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내장되어 있고 또한 빠르게 검색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내용은, 구글이 자체적으로 확보하여 내장된 서적이나 논문들의 양이다. 지적재산권 문제가 아직 해결되고 있지는 않지만, 웬만한 대학이나 연구 전용의 DB보다 원하는 구절이나 내용을 정확히 찾는 데는 훨씬 성능이 높다.

셋째는, 네트워크 경제의 원리에 충실하여 모든 가입자가 혜택받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배너 광고의 효율성이 거의 전무하다는 지적은 누구나 아는지라, 구글에는 배너광고를 볼 수 없다. 광고주는 자신의 사이트가 구글 검색엔진으로 검색되고 클릭될 때만 광고비를 지불하는데,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대중매체 기반의 광고보다 비용이 50%정도 저렴하다고 한다. 사용자들도 보다 적중률 높은 검색 결과를 얻음으로써 검색 결과에 만족해한다. 특히, 연계광고(syndicated ad)를 통하여 자신의 사이트에 링크된 구글로 사용자가 검색 및 클릭을 한다면 연계광고 게재자에게 광고 수익이 배분됨으로써 중간 유통자까지 가담시키고 있다.

넷째, 시대의 적응력이 뛰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앞서나간다. 유튜브를 인수하여 인터넷상의 멀티미디어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내년 초에 무선통신 주파수 대역을 경매로 구입하여 무선통신사업에도 진입하여, 특유의 검색력을 기반으로 한 맞춤 광고 제공 대가로 아주 싼 값(혹은 무료)의 단말기 및 통신 사용료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섯째, 구글이 지향하는 가치가 사용자들의 후생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는 기업 가치는 독점적 지위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와 반감을 너무도 잘 이해하는 데서 나오는 슬로건이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배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구글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구글의 세력이 확장될수록 소비자들은 더 편하고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믿음과 도한 그에 맞는 구글의 실천이다.

그 외에도 많은 이슈들이 현재의 구글의 성과와 잠재력을 설명해 줄 수 있어서, 구글을 재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학기용 과목으로 구글학 이라는 과목이 창출되어야 할 판이다. 인터넷 세상은 참 빨리도 변해서 이 분야 과목을 강의하는 교수님들은 매학기 강의 자료를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몇 년 간격으로 이러한 굴지의 기업들이 탄생되는 인터넷 세상은 참 경외롭기만 하다. 인터넷은 기술이자 미디어이다. 우리는 미디어로서 인터넷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그리고 창의적인 고민과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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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텔레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업계 예상대로 1조∼1조2000억원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매각차익은 최소 5000억원에서 많게는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중 30%는 뉴브리지캐피탈 몫이다. 뉴브리지캐피탈은 지난 2005년 제일은행 지분 50%를 스탠다드차타드뱅크(SCB)에 매각해 총 1조1800억원의 매각차익을 챙겼던 미국계 사모펀드다. 당시 뉴브리지측은 거액을 남기고도 한국과 조세회피조약을 맺은 지역을 통해 투자했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먹튀 논란이 일어날 만도 하다는 생각이지만, 단순히 시세차익 규모나 세금 납부 여부를 놓고 `먹튀니 아니니' 하는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이번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일 수 있다.

오히려 국내 기간통신업체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나 금융자본의 손아귀에서만 나도는 것이 과연 국내 통신산업의 발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특히 기간통신사업자의 15% 지분 매각에 대한 M&A인가 심사기준이 최근에 시행된 만큼 이번 하나로텔레콤 매각을 계기로 국내 통신산업의 M&A에 대한 구체적인 잣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기간통신업체의 지분 매각시 통신시장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평가의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하나로텔레콤 매각에 대한 최종 인가를 결정짓는 정보통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나로텔레콤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지분인수자는 정보통신부로부터 M&A 인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제13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 발행주식의 15% 이상을 소유하고자 하거나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자(업체)는 정통부장관으로부터 별도의 인가심사를 받아야 한다. M&A 심사는 공정위 소관이지만, 기간통신사업의 특수성 등을 들어 정통부가 별도로 M&A 인가심사를 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시행된 M&A 인가신청을 위한 시행규칙이 이번 하나로텔레콤 M&A인가 심사에 처음 적용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에는 사업운영능력, 이용자보호, 연구개발의 효율성, 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등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심사기준들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게 문제다. 실제 심사과정에서 정통부가 어떤 잣대들을 적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도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향후 정통부의 M&A인가심사 과정에서 먹튀 논란을 비롯해 불필요한 논란만 양산될까 걱정스럽다.

이런 논란이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정통부는 이번에 적용될 인가심사 과정에서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은 물론 하나로텔레콤의 새 인수자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인가심사가 향후 통신업계 M&A를 심사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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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 두 사람이 있었다. 돈을 똑같이 대고 함께 사업을 일으켜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기업을 크게 키웠다. 세월이 흘러 이젠 사업을 분할해야 할 시점이다. 땅, 건물, 기계장치 등 모든 재산을 둘로 쪼개야 한다. 서로 불만이 없게 사업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세 명(허위츠, 매스킨, 마이어슨)의 이론은 이 질문에 해답을 준다. 먼저 한 사람이 최대한 공평하게 기업 재산을 나눈다. 다른 사람은 두 개로 분할된 재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그 결과 이해상충 없는 재산분할이 가능해진다. 빼앗긴 아기를 되찾아준 솔로몬의 지혜와도 닮은 해법이다.

제도설계이론(mechanism design theory)은 합리적인 자원배분 규칙을 제시하는 게임이론의 한 분야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완전한 경쟁 하에서 던져지는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는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도움을 주는 손'을 붙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이론에서 계획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결과가 나오도록 제도를 설계한다. 사실 계획자는 정보가 부족하다. 경제 주체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제도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경제 주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다. 게임에 참가함으로써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참여자들이 가진 정보를 사실대로 공개하도록 유인책을 줘야 한다. 잘하는 일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제도와 참여자의 이해가 일치된다.

제도설계이론은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정보가 유동성보다 더 중요하다." 제프리 래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FRB) 총재가 한 말이다. 지난 8월 미국 FRB가 단행한 재할인율 인하는 유동성 공급보다 신용경색 사태를 수습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정보 공개를 통해 투명성이 높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꾸준하다. 이와 관련해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국부펀드는 글로벌 머니게임의 주역이다. 이는 한 국가가 적정한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이상으로 관리하는 외화 자산이다. 정부기구가 보유 외환을 직접 국외 자산에 투자한다. 목표는 공적 보유액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데 있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30여 개 국부펀드가 2조5000억달러로 헤지펀드(약2조달러)를 웃돈다고 추산했다. 2015년까지 그 규모는 12조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부다비, 싱가포르,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중국, 러시아는 7대 국부펀드를 운용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신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국부펀드가 금융 세계화 시대에 '뉴 플레이어'로 부상했다"며 "국부펀드의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7개국(G7)은 국부펀드가 정치적인 목적에서 운용되며 에너지 금융 통신 인프라스트럭처 국방 등 기간산업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국부펀드 규제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호혜주의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가 중국이나 중동 지역 기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을 때만 국부펀드에 대해 기업 인수를 허용한다.

둘째, 투명성이다. 헤지펀드보다 투자내용이 베일에 가려진 국부펀드의 포트폴리오와 투자전략을 공개한다. 셋째, 경영권 지배 차단이다. 국부펀드의 투자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소수 지분 취득만 허용한다. 어렵사리 민영화한 기업을 외국 정부가 인수하면 곤란하다. 넷째, 공정 경쟁이다. 민간 펀드와 경쟁에서 국가 보증이나 융자를 받거나 시장규율을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규모 문제다. 민간자본을 위축시키고 시장의 자산가격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제 움직임에 대해 중국 등 국부펀드 운용국은 강력히 반발한다. 협의기구도 검토하고 있다. 헤지펀드처럼 시장을 위기에 몰아넣은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상업적 동기를 갖고 보수적인 운용전략을 펼치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자금줄이라는 설명이다.

참여와 유인책 없는 규제는 제도설계이론에 비추어 볼 때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 한국투자공사는 200억달러의 국부펀드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국제금융질서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아울러 각종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정보를 십분 활용해 운용능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국제부 = 홍기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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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학기에 문을 연 건국대 서울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2,000여명의 학생들이 낸 기숙사비는 학교가 아니라 '펀드'로 들어간다. 건립비용 400억원을 댄 '기숙사펀드'가 13년6개월 동안 운영권을 갖고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평균 운용수익률은 7.73%선. 대한민국은 펀드대국이다.

펀드 수가 9,000개를 넘어 세계 1, 2위를 다툰다. 상장ㆍ등록된 주식 종목(1,754개)보다 5배나 많으니 과잉이라 할 만하다. 투자 대상도 주식 채권 부동산에서 선박 영화 한우 그림 고철로까지 번식한다.

▦ 펀드는 다수의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연ㆍ기금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가 대표적이다. 연ㆍ기금과 뮤추얼펀드는 공개적으로 운용되고 장기투자를 하는 반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가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용되며 단기 고수익을 노린다.

국내 펀드의 역사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98년 12월 자신의 이름을 건 최초의 뮤추얼펀드를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운용기한이 정해져 있고, 투자자가 주주가 되는 낯선 간접 투자방식이었지만, 불과 발매 2시간 30분만에 500억원 한도를 채웠다.

▦ 창립 10년 만에 국내 최대의 자산관리회사로 성장한 미래에셋이 내놓은 펀드 하나가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운용에 들어간 인사이트 펀드로 당일에만 1조5,797억원이 몰렸다.

지난 2일까지 다른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5,800억원이 빠져나가 인사이트가 블랙홀처럼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양상이다. 이 펀드는 투자지역이나 투자자산을 사전에 정하지 않고, 운용사에 투자 전권을 주는 '스윙 펀드'.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투자가 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 인기비결로 보인다.

▦ 펀드 번성은 세계적 현상이다. 2000년 11조8,000억 달러 규모이던 세계 펀드의 순자산액은 지난해 21조8,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전세계적 저금리 현상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펀드로의 자금이동을 재촉했다.

펀드의 위세는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경영을 좌우하는 새로운 경제권력으로 떠올라 '펀드 자본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여진이 만만치 않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싼 자금을 빌려다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고수익에 가려진 그늘도 살펴야 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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