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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기업 M&F가 일본 자스닥 상장기업 일본정밀을 인수했다. 베트남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베트남 기업을 직접 인수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 자회사와 공장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을 인수하였다. 일본 기업을 주꾸미로 하여 베트남 기업을 인양한 것이다.
최근 금융회사의 국외진출이 금융계 최대 화두다. 정부도 금융회사 국외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금융회사 국외진출은 제조기업의 국외 인수ㆍ합병(M&A)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 총재 저우샤오촨은 "중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을 M&A하려 할 때 이들에게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은행들의 국외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중국 공상은행이 남아공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를 인수했다. 아프리카 전역 18개국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은행이다. 중국 처지에선 18개 다리가 달린 유용한 '주꾸미'를 발굴한 것이다.
금융사와 기업이 같이 가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잘나가던 1980년대 노무라, 닛코, 다이와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힘을 발휘한 것은 외국시장에서 잘나가던 소니와 도요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금융회사의 원활한 금융서비스를 바탕으로 일본 제조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주꾸미형 M&A'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은행의 경쟁력은 소매네트워크 확보에 있다. 신규 네트워크 설립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현지은행 인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남아 맹주를 자부하며 각국에 지사가 많은 태국 은행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혼자서 힘들면 여러 은행이 힘을 모아 외국 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다. 최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은행이 공동으로 ABN암로를 인수하려 하는 것이 좋은 예다. 다리뿐 아니라 머리도 여럿인 변종 주꾸미인 것이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이곳에 자회사가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증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외 진출에는 순서도 중요하다. 금융시장 먹이사슬에서 '갑'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가 먼저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갑' 역할을 하는 금융사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헤지펀드, 뮤추얼펀드와 같이 자신이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회사이다. 특히 금융시장 먹이사슬 최고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PEF다. '을'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는 증권사와 같이 '갑' 측에서 주문을 받아 집행하거나 수수료수익을 꾀하는 금융회사이다. 먼저 진출한 '갑' 금융사가 자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을' 역할을 하는 현지 금융회사들과 유리한 고지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획득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을' 역할을 하는 계열증권사 외국 진출시 활용하면 된다.
외국 금융사 인수시에 PEF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역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국외투자를 허용한 만큼 PEF 운신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 국제적 정합성 관점에서 보면 은행 인수시 PEF 자체가 주체가 되는 것은 제약이 많다.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같은 사례는 국제시장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처지가 바뀌어 우리가 외국 은행을 인수할 때에도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수대상이 은행이라면 은행이 주체가 되고 PEF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면 된다. 은행을 제외한 증권사, 보험사는 PEF가 인수 주체가 되어도 국제적 정합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PEF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 지혜다. 직접 북한진출에 제약이 있다면 먼저 북한에 진출해 있는 중국 동북3성 기업을 인수하자. 북한시장 진출을 위해 동북3성 기업을 주꾸미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주꾸미 다리는 8개다. 다리만 많다고 좋은 주꾸미는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다리를 뻗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원하는 지역에 다리를 뻗치고 있는 주꾸미를 찾는 것은 금융회사의 몫이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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