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 뉴욕증시 불안, 달러화 약세,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중국발 버블 붕괴 등 여러 해외 요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하는 한국의 경제와 기업들에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31일, 미국의 신용 위기에서 초래된 경기침체 및 증시 불안을 해소할 목적으로 취해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여서, 외부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기억을 되살리자면, 당시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산업총생산 추이 등의 거시경제지표로 나타나는 한국경제의 펀드멘털은 호주 등 여타 태평양 연안국들보다 양호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서 투기자본의 공격에 의해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투기자본의 관심 밖이었던 호주는 비켜간 채 결국 한국경제를 삼켜버린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과 같은 소국 개방경제는 실물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와는 무관하게 외부적 충격에 취약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새삼 뼈아프게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위기에서 출발한 미국의 증시 불안과 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약세,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유가 상승 등의 해외 충격 요인들에 즈음해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의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경제 안정화를 위한 확고한 정책 의지 표명과 예측 가능한 정책 수단들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사후적으로 끌려 다니는 소극적인 대책들로 일관한 결과 결국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었다.

오늘의 외부 충격요인들에 대한 해법도 지난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다분히 국제 투기세력들과 경제 불안 심리에 의해 증폭되고 있는 환율 및 증시 불안정과 유가 폭등 등의 외부적 요인들에 사후적으로 끌려다니는 정책수단들을 제시할 경우 그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경제주체들뿐만 아니라 해외 투기세력들에 대해 환율 및 유가의 안정화를 위해 강력한 정책수단을 동원, 투기적 영향을 무력화할 것이라는 정책의지를 분명히하는 일이다. 그리고 예측 가능한 정책수단을 제시,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유가 폭등과 관련해서는 해외시장의 교란 요인 억제와 함께 국내 유류세 인하 등의 내부적 조치를 보완하여 국내 유가의 안정화를 보장하는 조치는 매우 강력한 정책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적 충격에 의해 시장 실패가 발생한 가운데에서도 어설픈 자유방임주의로 대응할 때의 사회적 비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지난 외환위기로 충분하다.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경제 전반에 걸쳐 거래 비용이 낮아진 결과 그 어느 때보다도 외부적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불안정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국 개방경제의 사활은 외부적 충격에 대해 대내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행하는지에 달려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이러한 외부적 충격에 즈음하여 정책 대응을 해나가는 정부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민간 경제주체의 신뢰가 그 정책 효과의 관건이다. 끊임없는 스캔들로 ‘비대한 비효율성’의 상징으로까지 간주되고 있는 공공 및 정부 부문의 ‘혁신’을 위해서도,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기업 부담 경감 조치와 함께 비대한 공공부문의 슬림화 정책 등이 동시에 추진된다면 정부의 유가 및 환율 안정화 정책은 해외 투기세력들까지 무력화하는 강력한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한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미국 UCSD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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