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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제유가 초강세는 수급 불균형, 달러화 약세, 지정학적 불안요인 등 트리플 악재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우선 중국 인도 등 폭발적인 경제 성장세에 의한 급속한 석유 수요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 감산 등 고유가 정책이 맞물리면서 3분기에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34만배럴 정도 공급을 상회하는 초과수요 현상까지 벌어졌다.
또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경기 하락에 대응한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인하로 달러가치 하락세가 가속되면서 금융시장에서 원유 등 실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 투기자금은 유가 상승폭을 확대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 원유시장에 유입된 펀드자금 규모가 1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을 둘러싼 터키와 이라크 국경 긴장 고조, 핵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안 발표 등 각종 지정학적 위험요인이 불거져 나오면서 석유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향후에도 초고유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 약세로 인해 산유국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압둘라 알 바다위 사무총장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OPEC는 선뜻 증산에 나서지 않을 분위기다.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로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에 대한 염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달러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기타 원자재 가격은 최근 3~4년간 폭발적인 가격 상승세에 따른 생산설비 증설 효과 등으로 일부 조정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 마켓의 수요 급증이라는 구조적인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앞으로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5% 올라 1996년 12월(7.0%) 이래 거의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9월에는 6.2%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기도 했으나 10월 다시 6.5%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물가 급등세는 치솟고 있는 임금인상률과 함께 수출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분기 중 중국 평균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0.1%나 급등했으며 수출단가는 상반기에 5.6% 올라 상승률이 작년(2.4%)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국제수지 흑자, 외국인 직접투자 등에 의한 유동성 과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은 특히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미국 일본 등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염려된다.
우리나라는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1990년 0.0%에서 작년에는 15.6%로 급속히 상승했다. 미국은 3.2%에서 15.9%로 다섯 배가량 늘었으며, 일본은 5.1%에서 20.5%로 네 배 이상 확대됐다.
국내적으로 다양한 대책이 요구된다. 먼저 각종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해 물가 상승 압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 휘발유 가격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에 관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미국발 금융위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가 겹치면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라도 인하하는 것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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