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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김영섭 씨가 술회한 내용이다.
희생이 컸기에 희생양도 필요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낳은 여러 가지 표면적인 이유 중 하나인 헤지펀드는 비난 대상이 됐다. 실제로 1997년 타이거펀드라는 헤지펀드가 바트화 하락에 베팅했던 사실이 있다. 결국 바트화는 떨어졌고 헤지펀드는 돈을 벌어갔고 우리나라는 '도미노'처럼 악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이후 '헤지펀드'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시절이 왔다.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정체불명의 펀드'를 무조건 헤지펀드라고 싸잡았다. 서양에서 침공해 온 배를 몽땅 '흑선'이라 불렀던 19세기 일본인 심정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 인구구조가 그때와 다르다. 베이비붐 세대 산업역군들이 은퇴하면서 내수, 특히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개편되고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통해 금융을 '두들겨 맞아가면서' 배운 맷집도 있다. 금융역량을 키울 준비가 갖춰지고 있다.
그런 도약을 상징하듯 10년 만에 헤지펀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흑선에 충격받은 일본이 서양식 함대를 건설했던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자리를 앗아간 헤지펀드를 극복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토종 헤지펀드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돈을 벌 기회가 있다면 우리가 먼저 먹으면 된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경쟁하면 헤지펀드가 줄 수 있는 충격도 분산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토종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할 일이 많다. 헤지펀드에 당한 아픔 때문에 그를 쳐다도 봐선 안 된다는 패배주의부터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기 때문이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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