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월 9일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보름 만에 무려 0.71%포인트 폭등하며 2002년 6월 이래 5년5개월 만에 6%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0.24%포인트 급등하면서 하루 상승폭으로는 SK글로벌과 카드채, 머니마켓펀드(MMF) 환매 사태가 동시에 겹쳤던 2003년 3월 12일(0.51%포인트) 이래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중금리 급등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나 회사채 발행 금리 인상을 야기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급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아야만 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이렇다.

최근 채권금리가 급등한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은행 자금부족.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식과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은행 예금상품에서 자산운용사 펀드 상품과 증권사 직접투자와 랩 상품으로 자금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데 은행 간 자산확대 경쟁으로 대출은 급증했다. 반면 예금은 감소했기 때문에 은행들은 부족한 재원을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은행채와 CD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은 2000년 말 5.9%에서 2007년 상반기 말 28.8%로 빠르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여전히 예금 감소에 따른 자금부족분을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채와 C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높여 발행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채권금리 상승은 다시 은행채와 CD 금리를 높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이후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둘째는 선물환 시장 내 달러 부족이다. 그동안 조선업체들은 지속적으로 달러표시 수출대금을 헤지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선물환을 매도해 왔다. 이에 따라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크게 하락하는 왜곡현상이 있어왔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도 환헤지를 위해 똑같이 선물환을 매도하는 수요가 늘었다. 왜곡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왜곡을 자율적으로 해결해 주었던 차익거래 역시 올해 7월부터 시작된 당국의 외환차입 규제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통화스와프 시장과 연계되어 있는 금리스와프(IRS) 시장을 비롯하여 채권시장과 국채선물시장까지 가격이 동시에 크게 출렁이게 된다.

이러한 변동성을 활용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다양한 차익거래가 동시에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7월 말 4.7% 수준이던 1년 통화스와프 금리가 11월 21일 2.3%까지 폭락하는 등 가격 왜곡은 점점 더 심화됐다.

급기야 차익거래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손절매가 손절매를 또 부르는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이것이 최근 금리가 급등한 직접적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외화차입 규제 이전부터 거래되던 정상적인 차익거래와 헤지 포지션에서도 극도의 가격 왜곡과 시장기능 마비로 손절이 출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사건의 발단이었던 통화스와프 시장보다 채권 현ㆍ선물 시장과 금리스와프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채권금리가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도한 자금 쏠림 현상에 있었던 만큼 내년 초 이후에나 시장 메커니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혹시나 통제될 수 없는 외부 악재에 의해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그동안 당국은 과도한 외화 차입을 규제하는 등 달러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그러나 잔뜩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 결과가 원화 강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그동안 정책 방향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고통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은 생명체와 같다. 규제를 통한 시장 메커니즘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것이다.

[김의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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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그들의 한국인에 대한 신선한 논평이 한국에서만 자란 나를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사람 눈에는 생기가 넘친다'고 말할 때는 '누구나 한국에 동화되면 진가를 알아보는구나'라는 뿌듯함과 자신감도 느낀다.

외국에서 왔지만 이제는 한국에 동화돼 가고 있는 펀드들도 늘고 있다. 맥쿼리는 2000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한국인 채용을 늘려왔다. 존 워커 맥쿼리한국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호주 은행이 아니라 한국 최고 은행으로 크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펀드회사 피델리티는 오래 전부터 외국투자자들을 위한 한국펀드를 만들었다. 외국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의 투자매력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영국계 슈로더운용은 한국법인 직원 중 외국인이 한 명도 없다. '한국 슈로더는 한국인의 것'이라는 마인드다.

그런 그들이 한국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듣노라면 펀드판 '미녀들의 수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수다' 중 마음 아픈 것이 하나 있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한국인의 따가운 시선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외국계에 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론스타, 칼라일, 소버린 등. 그들은 세금도 안 냈다. 하지만 그게 그들만의 잘못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또 한 가지 따져볼 게 있다. 그들을 차별한다고 해서 우리가 보호받을 거란 예상은 과연 옳을까.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도 없다. 한국계든 외국계든 잘못은 처벌하면 그만이니까.

이제 우리도 그들을 포용할 때가 됐다. 신선한 관점을 활기차게 받아들이고 경쟁한다면 돈 벌 기회는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한국계 펀드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들의 외침 속에서 오히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느낀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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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를 못 잡겠네. 큰손들도 왔다갔다 하고.”

“역시 중국쪽으로 움직여야 하나?”

서울 여의도의 비즈니스 타워에서, 압구정동의 백화점 카페에서 소란스런 대화들이 들려온다. 도대체 무슨 이야긴가. 주식, 부동산, 모두 맞다. 그러나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관심 속에 활황의 기치를 올리다가 최악의 충격타를 연이어 맞으며 비틀대고 있는 미술시장이다.

몇 년 전 만해도 미술품의 수집과 투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생경했던 세계다. 그러나 뉴욕 소더비, 홍콩 크리스티, 일본 신와 옥션 등 세계 시장의 동시 활황 속에 국내에서도 미술 경매시장이 2000억원대로 커졌다. 미술 투자 역시 전문 미술인이나 기업의 차원을 넘어 개미 투자자들에게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여성 잡지들은 미술 투자 관련 특집을 게재하고, 케이블TV 채널은 인기 미술인의 강연과 더불어 아트 펀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제야 본격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지표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연초부터 줄줄이 터져나온 미술계의 갖가지 사건들은 시장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미술대전 비리, 대작가의 위작 시비, 대필과 학력위조 등 사안 하나 하나가 미술계 전반에 불신을 불러올 만큼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실제 미술시장은 하반기로 오면서 급속히 경색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K옥션의 경우 7월에는 90%를 넘어서던 낙찰률이 11월 들어 70%로 떨어졌다. 미술시장 역시 주식, 부동산처럼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그 가치의 대상이 다분히 주관성을 띠는 ‘예술품’이라는 면에서 더 복잡한 게임이 된다.

미술 창작자들 역시 미술계에 몰려오는 돈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 작품의 가격이 뛰어오르는 현실은 당연히 창작의 의욕을 고취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작가, 특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작가만 부각되는 부익부빈익빈의 시장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때 설치 미술이 주를 이루었던 미대에서 최근 붓을 드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회화’에 시장이 집중되면서 생겨난 움직임이다.

‘돈이 되는 작업’에 매달리는 모습이 예술가답지 않다고 여길지 몰라도 큰 덩어리의 예술세계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술 창작자들은 운동선수들처럼 특정한 재능에 올인해야 한다. 지망생 모두에게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 오히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처럼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는 미술인이 얻어내는 ‘잭팟’이 더 큰 동기를 부여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 미술 창작자들과 투자자들은 세계 시장의 흐름 속에 들어가고 있다. 김아타, 배병우 등의 작품은 뉴욕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고, 국내 미술 자본은 세계 미술계의 블루칩이 된 중국의 현대 작가들에게 달려간다. 분명한 대세 속에서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장애들은 적지 않다. 몇몇 큰손, 혹은 작전세력이 미술시장의 가격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신감이 가장 크다. 소수가 만들어내는 널뛰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수의 작은 투자자들이 진짜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붙잡고 무게를 늘려가야 한다. 저변의 확대와 미술품 평가의 투명화는 함께 굴러가야 할 두 바퀴다.

이명석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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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4일 혹은 5일에는 BBK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별검사를 도입하겠다”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유세에서 “며칠 안 있으면 (내 무관함이) 드러난다”며 서로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며 야단을 떨고 있다.

BBK사건 주모자인 김경준씨측이 “BBK는 이 후보 것임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한글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냈다. ‘이 후보가 자신이 갖고 있는 BBK 주식 전부를 김씨에게 판다’는 내용의 2000년 2월 21일자 문건이다.

그러나 김씨의 BBK 설립 동업자였던 前전 e캐피탈 대표 홍종국씨는 “1999년 9월 e캐피탈 명의로 30억원을 BBK에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한두 달 뒤 지분 절반을 김씨에게 판 뒤 2000년 2월 28일 이후 나머지 지분도 넘겼다”고 했다. 그는 “(e캐피탈이 투자한) 30억원은 e캐피탈 대주주인 이덕훈씨의 돈”이라고도 했다. 이씨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홍씨 말대로라면 한글 ‘이면계약서’가 작성된 2000년 2월 21일 시점엔 홍씨가 BBK 주식의 49.5%를 소유하고 있어 이 후보가 BBK 지분 100%를 김씨에게 파는 게 불가능하다. ‘이면계약서’는 가짜라는 말이 된다.

그러나 홍씨는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1999년 9월 BBK에 처음 투자하고) 3개월 정도 후에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합작관계가 청산됐다”고 증언했다. 3개월 정도 후라면 홍씨가 김경준씨에게 BBK 주식을 모두 판 시점은 1999년 12월쯤이 된다. BBK 주식을 모두 판 게 ‘2000년 2월 28일 이후’라는 요즘 말과는 다르다. 한 달 남짓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그 계기가 착각 때문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 때문인지에 따라 사정은 달라진다.

홍씨는 “BBK 지분을 절반씩 두 번 나눠 팔았다”고 했지만 BBK가 금융당국에 낸 ‘주식변동상황 명세서’에는 60만株주가 한 번에 넘어간 것으로 돼 있다. 홍씨는 ‘김경준씨의 회사 경영이 불투명해서’ 김씨와의 합작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런 홍씨가 2000년 5월 다시 이덕훈씨에게 김씨가 운용하는 MAF 펀드에 30억원을 투자하도록 권유했다. 이건 또 무슨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검찰은 이 모든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자금 추적이 ‘증언’과 ‘허위 증언’을 가려줄 것이다. 이미 검찰은 BBK 관련 자금의 출처와 흐름을 조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黑흑 아니면 白백’이라는 점을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지난번처럼 ‘…처럼 보이기는 한데…’라며 대선판을 또 한번 흔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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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최근 중국 방문은 미국과 중국의 각종 국가이익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양국의 대화가 갈수록 엇박자를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의 이란 지원을 양국 현안으로 논의하기 위해 애썼다. 중국이 이란 핵계획 제재조치에 반대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이란에 재래식무기를 제공하며, 그 중 일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레바논의 반군이나 민병대의 손에 들어간다.

게이츠를 만난 중국 당국자들은 이란의 야심에 대처하기 위해 오직 ‘평화적 수단’만을 촉구할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게이츠는 중국의 인공위성 요격실험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 반응은 더욱 미온적이었다.

한편 게이츠의 방문 기간 중국의 우주선이 달을 향해 항진 중이었고, 여러 공장들은 핵미사일과 전투기, 잠수함과 구축함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중국의 속셈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중국의 의도에 관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이해 부족은 국방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재무부 역시 벙어리 놀음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미중 전략경제회담 준비작업을 위해 앨런 호머 특별대사가 11월14일 중국을 방문했다. 호머 대사는 칭화대학교 연설에서 “미중 경제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대중 수출은 180억달러에서 520억달러로 완만하게 증가한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1020억달러에서 2870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840억달러에서 2350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이 중국에 더 많은 빚을 지는 가운데 양국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1조4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보유 달러를 이용하여 미국의 기업과 주요 펀드에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의 각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의 자원과 기술 및 생산적인 자산을 조달하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현재까지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더 큰 성공을 노리고 있어 미국 정부 관리가 중국의 국익에 유리한 현재의 진로를 바꾸라고 설득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머 대사는 중국 측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중공업과 다량의 에너지 사용, 자본 집중, 수출의존 경제에서 국내 수요와 서비스 생산, 소득의 공정 분배 확대로 돌리기 위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10월 대미 상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늘어난 1077억달러였고 같은 달 무역흑자는 270억달러였다. 국제유가와 다른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중국은 확장되는 자국의 산업기반에 공급하기 위한 원자재를 수입하고, 이 같은 수입대금 결제에 필요한 액수를 훨씬 웃도는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 경제를 보호하고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데 사용하는 다수의 중상주의 정책 가운데 하나가 저평가된 위안화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로 팽창하는 가운데 미국의 수출과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장벽을 설치하는 조치 또한 미국을 실망시키고 있다. 무역과 국가안보, 기후변화와 같은 현안과 북한·이란·수단 등의 지역에서 미중의 국익이 점점 중복되고 있다고 호머 대사는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중복이라기보다 ‘상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중국에 편향된 경제 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중국의 세계적 야심 추구에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관점에서 문제 있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중국은 자국의 성공적인 무역정책을 자발적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무역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협력이 이루어지는 가상 세계에 관해 말하는 것은 전략적 경쟁이 치열한 현실 세계에서 효과적 대안이 못 된다./윌리엄 호킨스 美 칼럼니스트

워싱턴 타임스

정리=오성환 외신전문위원

* 제17대 대선 특별 사이트 http://17dae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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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한층 팍팍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90%는 변동금리 방식인데, 그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크게 오르는 바람에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린 대출자는 연간 이자를 100만원이나 더 물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급등세가 당분간 꺾일 기미가 없어 서민들의 겨울나기뿐만 아니라 경기 전반에까지 찬바람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금리 설계가 잘못된 탓이 크다. 은행들은 증시와 펀드로 예금이 빠져나간 대출 재원 부족분을 채권발행으로 메우고 있는데, 이래서 오른 금리가 대출자에게 상환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 은행은 구조적인 자금수급의 문제를 서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예금이 줄어 대출자금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은행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이다보니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학자금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소득이 제자리걸음 하는데 이자부담만 늘어난다면 소비회복세는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더구나 가계빚이 600조원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금리 급등으로 인한 가계부실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금리상승을 내년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은 배경이기도 하다.

은행만 땅짚고 헤엄치게 해줄 뿐, 서민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주름살을 깊게 만드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산정 체계는 차제에 바꾸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금리 설계를 다시 하지 않는다면 금리정책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코리보금리’ 등 금리 변동폭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을 한시바삐 마련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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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특정 회사를 감싸게 되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잊히기 전에 한번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기록적인 판매실적으로 화제를 뿌리던 지난달 중순 금융감독원이 속내가 의심스러운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나는 연내에 펀드 ‘불완전 판매’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11월15일), 다른 하나는 미래에셋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검사 계획(11월16일)이 그것이다. 이들 발표가 있기 직전인 14일 ‘사건’이 있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외부 강연에서 해외펀드 열풍과 투자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같은 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해외펀드나 미래에셋으로의 쏠림에 대해 ‘문제 없다’는 해명에 열중했다. 이 보다 며칠 전 투자 대상을 특정 자산에 한정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새 개념의 인사이트 펀드에 무려 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과열·쏠림 경고냐 괘씸죄냐-

불완전 판매(mis-selling)는 투자의 위험성 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금융상품을 파는 행위다. 그동안 펀드 열풍이 거세지는 한편으로 불완전 판매의 심각성은 계속 커져왔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감원의 우려가 인사이트 펀드를 계기로 증폭됐다고 생각하면 실태점검 계획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미래에셋 싱가포르 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자산운용사 해외법인 첫 현장검사’ 계획까지 공표한 것은 고려하면 일련의 상황 전개를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정기검사 성격이라는 금감원 해명보다는 미래에셋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업계의 시각이 훨씬 자연스럽다.

굳이 따지자면 김위원장과 박회장의 발언은 둘 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단기간의 해외펀드 과열과 쏠림 현상을 경고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다. 해외진출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박회장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펀드 투자를 시작단계로 판단하고 투자 리스크의 국내외 분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태든 괘씸죄가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많이 컸구나. 손 좀 봐줘야겠다’는 식의 구시대 관료적 시각에서 괘씸죄가 비롯됐다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행위다. 괘씸죄 차원을 넘는 좀더 근본적인 견제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것은 더 걱정스런 대목이다.

사실 경쟁이 치열한 업계 내에서 미래에셋을 곱게 봐주기 어려운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위상, 개인은 물론 일부 기관투자가까지 가세한 ‘미래에셋 따라 하기’ 현상,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독보적인 평판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인사이트 펀드가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모은 힘도 투자자들의 무모함이 아니라 수익률 상위 펀드를 휩쓸어온 운용능력에 대한 평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나 금감원 일각의 견제 분위기가 부자연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쏠림은 ‘1등’을 뒤로 잡아당겨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2, 3, 4등을 더 키워 균형을 찾도록 할 일이다. 1등이 반칙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의 이같은 견제 때문에 미래에셋의 해외진출에 제동이 걸리거나 기가 꺾이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 할 것 없이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 몰두하고, 국내 고객에게서 받는 이자와 수수료에 목매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해외진출 노력 브레이크 우려-

내수를 기반으로 실력을 키워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마땅하다. 금감원도 국내시장 관리 못지 않게 이런 해외진출 노력을 뒷받침하는 쪽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보호와 규제’ 속에 안주해온 금융회사들은 새 도전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데 너무 익숙해 있다. 미래에셋이 이미 3~4년 전부터 해외법인을 세우고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면서 시장을 키워가는 모습이 한층 돋보이는 것은 이런 답답한 국내 실정과 너무 대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슈로더나 피델리티 같은 외국회사 펀드를 수입해다 수수료 챙기고, 해외펀드 만들어 외국회사에 운용해달라고 맡기는 식으로 돈을 벌 것인가.

〈서배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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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총소득(GNI)이 오랜만에 국내총생산(GDP)을 앞질렀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종전까지는 경제성장률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그나마 소득증가율이 외형적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경제성장을 해도 국민 주머니 사정이 그에 상응한 만큼 좋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게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비록 반짝 역전일 가능성이 높지만 주목해야 할 변화임에 분명하다.

한국은행이 국민소득을 집계 발표할 때마다 우리가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항목은 GDP와 GNI다.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3분기 자료를 보면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GNI는 전기 대비 1.7%, 작년 동기 대비 5.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5.2%로 집계된 실질 GDP 성장률과 대비된다. 2002년 3분기 이래 5년 만이라니 제법 오랜만이다.

GDP와 GNI에 차이가 생기는 기본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외국에서 도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GNI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외국에서 발생하는 요소소득이 커지면 당연히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참여정부 들어 줄곧 GNI가 크게 늘지 않은 까닭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때문이었다. 반면 이번에 GNI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것은 해외펀드 투자에 따른 이자와 배당소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외투자를 늘리는 선진국형 수지구조로 바뀔수록 국외 소득 비중이 커지고 GNI가 커지게 된다. 우리도 장기적으론 이처럼 자본수지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진 금융을 통해 돈이 돈을 벌도록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들이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도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려면 일단 국제유가가 안정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당장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3분기와 같은 바람직한 역전현상이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GNI가 좋아야 피부에 와 닿는 경제사정이 좋아지는 것이고 그래야 소비가 살고 내수경기가 산다. 국제유가 변수야 우리 영향권 밖이라지만 국외 자본투자에 의한 소득 확대는 우리 능력 여하에 달려 있음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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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시대 군주(시뇨르)들은 재정 형편이 궁해지면 금화에 구리를 슬쩍 섞은 함량 미달의 화폐를 유통시켰다. 여기서 유래된 용어가 중앙은행의 '화폐주조이익'을 뜻하는 시뇨리지(seigniorage)다.

화폐의 액면가치에서 제조비용을 뺀 부분이다. 한국은행이 1만원짜리 화폐 한 장을 찍어내는 데 100원이 들었다면 차액인 9,900원이 시뇨리지다.

세계 공용의 화폐인 미국 달러화도 시뇨리지 효과를 누린다.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를 합쳐 한해 1조 달러가 넘는 쌍둥이 적자를 내면서도 미국 경제가 파산을 걱정하지 않는 것도 그 덕분이다.

▦1945년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결정한 브래튼우즈 체제 이래 공고하게 유지되던 달러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년에만 달러의 가치는 12% 가까이 폭락했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악성 신용경색으로 번지면서 달러의 미래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올 5월 쿠웨이트가 달러에 자국 통화를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폐기하고, 다른 산유국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는 것은 그런 예다.

달러 대신 유로화 보유 비중을 높이는 나라도 줄을 잇는다. 중국이 달러 비중을 축소한다고 말하자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일도 있다.

▦미국은 강한 달러를 표방하지만,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방치한다는 혐의를 받는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덕택에 한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7% 수준까지 치솟았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5.5%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반면에 달러 약세로 인해 유로화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유럽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국의 보잉사와 경쟁해야 하는 에어버스는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달러를 '서브프라임 통화(2류 통화)'라고 비아냥대는 배경에도 그런 불만이 담겨 있다.

▦그렇더라도 달러 패권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퇴조하고 대신 오일달러, 아시아 중앙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4대 신흥세력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국내 보고서도 나왔다. 브라질 출신 세계적 모델 지젤 번천이 달러 대신 유로화로 모델료를 달라고 요구할 정도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수출 대금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고, 2,6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달러 채권으로 보유한 우리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변혁이 다가오고 있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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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은 변했다. ‘안녕한 고용’을 보장해주는 일자리는 이제 거의 없다. 잘리면 끝이다. 고용보험은 몇 푼 안 되는 실업급여를 몇 달 주고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한다. 새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재충전할 기회가 우리에겐 없다. 숙련도가 낮은 직무의 비정규직으로 떨어지면 재기할 기회는 거의 사라진다. 당장 문제가 없는 사람도 노후는 걱정이다. 용돈 연금이 우리를 기다린다. 남만큼은 자식을 가르치고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면, 있는 돈 다 모으고 없는 돈도 끌어모아 어서 불려야 한다. 재테크 열풍은 돈, 그리고 나 자신 외에는 믿을 게 없는 우리 시대의 우울한 그림자다. 실은 나도 모르게 강요당하고 있는 게 재테크다. 그것이 누군가 쳐놓은 ‘덫’일 수 있음을 우리는 오래 전에 잊어버렸다.

부동산이 좋다고? 값이 올라도 내 집 한 채 가진 사람에게는 실익이 없고, 세금만 늘어나는 게 집이다. 두세 채 가진 사람이야 돈을 벌겠지만, 집없는 사람에겐 임대료 부담이 커진다. 나라 전체로 보면 집값 상승은 국부의 증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왜? 가만히 있다가 자칫 나만 손해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거기서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 크게 부풀어오른 집값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막판에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그 짐을 떠안는다. 누군가는 그 덫에 걸려들게 프로그램이 돼 있다.

주식투자는 고상해 보인다고? 천만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그에 맞춰 주가가 오른다면 반길 일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라면, 기다리는 것은 폭풍이다. 그런 때가 오면, 증권회사들이 늘 강조하는 대로 “책임은 당신 몫”이 된다. ‘차상위 계층’이 뭐냐고 묻는 국회의원만 비웃을 일이 아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주식을 산 우리가 누굴 탓하겠는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들 말하지만, 배아픈 몇몇을 빼면 재테크에 뛰어든 우리는 최근 몇 년 잘 지냈다. 집값도 주가도 폭등했다. 억세게 운 없는 소수를 빼면 아주 행복했다. 우리 서로 잘 도운 덕분이다. 너도나도 빚을 내, 앞서 재테크에 뛰어든 사람이 손해보지 않게 하지 않았던가. 2003년 말 420조원이던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에는 550조원으로 늘어났다. 증가액의 대부분이 주택 관련 대출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뭔가 이상하다. 예금은행의 주택관련 대출은 9월 말까지 겨우 4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분양 아파트가 자꾸 늘어나는 것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올해 들어 돈은 부동산 대신 국내외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지난해 말 46조원에서 올 11월 말 현재 106조원으로 무려 60조원이 불어났다. 물론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연초 1400대이던 코스피지수는 2000선 아래로 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1900을 넘나들고 있다. 많은 증권 분석가들은 아직 대세 상승세가 살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몇몇 수치는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한다.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가들은 무려 25조원어치나 주식을 순매도했다.

모두가 빚을 내서 함께 즐기는 한판 돈놀이의 허망함을 우리는 늘 너무 늦게 깨닫곤 한다. 잔치가 끝나고, 후불로 잔치 비용을 다 치르고 나서다. 그 뒤에라도 다시 걸려들지 않게 그 덫을 치우는 것이 나라의 일이다. 사람들이 재테크에 쏟아붓는 열정을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쓰게 만드는 그런 대통령 후보는 어디 없는가?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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