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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히스테리’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경쟁 회사에서는 비명이다. 어느 자산운용사 사장은 “미래에셋의 질주는 아우토반에서 1등을 달리는 차가 300km/h 이상 속도를 내는 격”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어쩌면 미래에셋 최대의 적은 세상의 질투와 자만심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셋을 부러워하면서도 정작 박 회장의 투자철학을 배울 생각은 하지 않는 듯하다. 먼저 선진국 시장이 신흥시장보다 안전하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2007년 초 국내 유수의 은행장들은 중국이 위험하다고 호들갑을 떨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추천했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100% 넘는 수익을 올린 반면 선진국 펀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주가는 결국 한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따라간다. 신흥시장에 먹을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성장률 높은 나라에 가서 사업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얼마 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냥 놀러온 게 아니다. 아마 신흥시장 본격투자에 앞서 아시아를 살펴보겠다는 복안일 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성장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 경제의 엔진이다. 박현주 회장은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과 브라질에서 ‘내일의 금맥’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투자자들의 두 번째 오해는 ‘가치투자=싼 주식’이라는 생각이다. 워렌 버핏이 신세계에 투자한 이유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보다 기업의 향후 경쟁력에 가중치를 뒀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진정한 가치투자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단순한 사고로는 돈을 벌 수 없다. 고유가로 에너지 관련 회사와 해운 회사 경영이 개선되고, LNG선을 만드는 조선소에 일감이 몰릴 것이라는 식으로 상상력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
일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나타날 수 있다며 ‘펀드런(Fund-Run·환매 대란)’의 가능성을 거론한다. 특정 회사로의 펀드 쏠림현상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99년 바이코리아펀드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미래에셋은 10년간 펀드운용을 통해 실적을 인정받으며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탄탄하다. 세계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비중은 고작 0.2%에 불과하다. 미국 뮤추얼펀드와 엄청난 규모의 차이나머니가 쏟아져 나오기 전에 코리아머니가 세계 곳곳에 태극기를 꽂아야 한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시장보다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펀드에 대한 높은 기대심리는 환상에 가깝다. 주식은 오르는 기간보다 하락하는 기간이 훨씬 더 길다. 그래서 인고(忍苦)의 세월이 필요하다. 세계 증시가 동시에 하락하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는 펀드매니저라고 해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내년 증시도 올해처럼 좋다고?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단기 예측은 신(神)의 영역이다. 2007년은 100년에 몇 번 나올까 말까 한 ‘대박의 해’였다는 점을 잊지 마시라. 투자에서 영원한 진리는 장기투자가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참고 기다리는 데서 출발한다.
[윤영걸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2호(07.11.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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