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펀드 주세요.”
요즘 은행 창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는 지난달 말 운용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수탁액이 4조원 넘게 몰렸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설립된 지 10년 남짓한 미래에셋은 이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큰 손’을 뛰어넘어 ‘권력’으로까지 불린다.
왜 다들 미래에셋에 열광하는 걸까. 펀드 고를 때 주의사항 가운데 ‘과거의 수익률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래에셋의 성과를 보면 투자자들이 왜 미래에셋 펀드에만 집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의 1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각각 7개가 미래에셋이었다. 수탁액에 수익을 더한 순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33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톱 운용사 순위에서도 미래에셋이 1년 수익률(73.07%)과 벤치마크 초과율(33.56%포인트)에서 각각 1위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은 국내 60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전체 수탁액의 33%, 순자산의 40%를 굴리는 최대 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인사이트 펀드의 출시도 절묘했다. 1년 전부터 준비해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중국 증시 하락으로 중국 관련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던 시기였다. 실제 중국펀드의 수익률이 1주간 마이너스 10% 안팎이었을 때 인사이트 펀드는 마이너스 4% 정도로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미래에셋의 진가가 한번 더 발휘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에 대한 질타가 적지 않다. 경쟁사들은 견제 차원을 넘어 ‘왕따’ 수준의 공격을 퍼붓는다. 금융감독당국까지 나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1등답지 못한 행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이 증권인력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돼 있다. 각 증권사의 잘 나가는 과장급 직원은 미래에셋의 표적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 콜센터 직원 수십명이 떼지어 미래에셋으로 옮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달 증권사 사장단이 스카우트 자제를 결의한 것도 미래에셋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 직원이 인사이트 펀드 1억원어치를 판매하면 인센티브로 40만원을 받는다. 보통 1억원당 5만원선인 주식형펀드 인센티브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투자자로부터 받는 펀드 수수료는 연 2.49∼3.39%로 국내 공모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그 속에는 인센티브도 포함된 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자신이 쓴 책에서 “자산운용업도 삼성전자, 포스코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훗날 미래에셋이 한국 금융의 수출을 선도한 기업으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성공의 공(功)을 자신의 노력으로만 돌리면, 그 성공 과정에 참여한 여러 주체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성공 가도를 달려가고 있는 미래에셋의 1등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안호기/경제부 차장〉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요즘 은행 창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는 지난달 말 운용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수탁액이 4조원 넘게 몰렸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설립된 지 10년 남짓한 미래에셋은 이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큰 손’을 뛰어넘어 ‘권력’으로까지 불린다.
왜 다들 미래에셋에 열광하는 걸까. 펀드 고를 때 주의사항 가운데 ‘과거의 수익률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래에셋의 성과를 보면 투자자들이 왜 미래에셋 펀드에만 집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의 1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각각 7개가 미래에셋이었다. 수탁액에 수익을 더한 순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33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톱 운용사 순위에서도 미래에셋이 1년 수익률(73.07%)과 벤치마크 초과율(33.56%포인트)에서 각각 1위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은 국내 60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전체 수탁액의 33%, 순자산의 40%를 굴리는 최대 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인사이트 펀드의 출시도 절묘했다. 1년 전부터 준비해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중국 증시 하락으로 중국 관련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던 시기였다. 실제 중국펀드의 수익률이 1주간 마이너스 10% 안팎이었을 때 인사이트 펀드는 마이너스 4% 정도로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미래에셋의 진가가 한번 더 발휘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에 대한 질타가 적지 않다. 경쟁사들은 견제 차원을 넘어 ‘왕따’ 수준의 공격을 퍼붓는다. 금융감독당국까지 나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1등답지 못한 행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이 증권인력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돼 있다. 각 증권사의 잘 나가는 과장급 직원은 미래에셋의 표적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 콜센터 직원 수십명이 떼지어 미래에셋으로 옮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달 증권사 사장단이 스카우트 자제를 결의한 것도 미래에셋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 직원이 인사이트 펀드 1억원어치를 판매하면 인센티브로 40만원을 받는다. 보통 1억원당 5만원선인 주식형펀드 인센티브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투자자로부터 받는 펀드 수수료는 연 2.49∼3.39%로 국내 공모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그 속에는 인센티브도 포함된 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자신이 쓴 책에서 “자산운용업도 삼성전자, 포스코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훗날 미래에셋이 한국 금융의 수출을 선도한 기업으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성공의 공(功)을 자신의 노력으로만 돌리면, 그 성공 과정에 참여한 여러 주체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성공 가도를 달려가고 있는 미래에셋의 1등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안호기/경제부 차장〉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 2008.02.08 |
---|---|
[DT 광장] 펀드투자를 위한 기본지식 (0) | 2008.02.08 |
[사설] 헤지펀드 조기 도입 필요하다 (0) | 2008.02.08 |
(0) | 2008.02.08 |
<포럼>주택시장의 ‘미분양 대란’과 해법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