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펀드 주세요.”

요즘 은행 창구에서 간혹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는 지난달 말 운용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수탁액이 4조원 넘게 몰렸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 만하다. 설립된 지 10년 남짓한 미래에셋은 이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큰 손’을 뛰어넘어 ‘권력’으로까지 불린다.

왜 다들 미래에셋에 열광하는 걸까. 펀드 고를 때 주의사항 가운데 ‘과거의 수익률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전혀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래에셋의 성과를 보면 투자자들이 왜 미래에셋 펀드에만 집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의 1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각각 7개가 미래에셋이었다. 수탁액에 수익을 더한 순자산이 300억원 이상인 33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톱 운용사 순위에서도 미래에셋이 1년 수익률(73.07%)과 벤치마크 초과율(33.56%포인트)에서 각각 1위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은 국내 60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전체 수탁액의 33%, 순자산의 40%를 굴리는 최대 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인사이트 펀드의 출시도 절묘했다. 1년 전부터 준비해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중국 증시 하락으로 중국 관련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던 시기였다. 실제 중국펀드의 수익률이 1주간 마이너스 10% 안팎이었을 때 인사이트 펀드는 마이너스 4% 정도로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미래에셋의 진가가 한번 더 발휘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에 대한 질타가 적지 않다. 경쟁사들은 견제 차원을 넘어 ‘왕따’ 수준의 공격을 퍼붓는다. 금융감독당국까지 나서 문제점이 없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1등답지 못한 행태’ 때문이라고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이 증권인력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돼 있다. 각 증권사의 잘 나가는 과장급 직원은 미래에셋의 표적이 된 지 오래고,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 콜센터 직원 수십명이 떼지어 미래에셋으로 옮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달 증권사 사장단이 스카우트 자제를 결의한 것도 미래에셋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 직원이 인사이트 펀드 1억원어치를 판매하면 인센티브로 40만원을 받는다. 보통 1억원당 5만원선인 주식형펀드 인센티브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투자자로부터 받는 펀드 수수료는 연 2.49∼3.39%로 국내 공모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 그 속에는 인센티브도 포함된 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자신이 쓴 책에서 “자산운용업도 삼성전자, 포스코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훗날 미래에셋이 한국 금융의 수출을 선도한 기업으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성공의 공(功)을 자신의 노력으로만 돌리면, 그 성공 과정에 참여한 여러 주체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도 했다. 성공 가도를 달려가고 있는 미래에셋의 1등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안호기/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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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국내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연구원은 재경부 후원으로 오늘 공청회를 열어 헤지펀드 도입 방안을 논의한다. 일단 2012년까지 헤지펀드 설립을 허용하는 수준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려던 정부의 기존 방침을 바꿔 그 시기를 몇 년 앞당기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헤지펀드 도입은 가능한 한 빨리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지금 치열한 헤지펀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가 헤지펀드 허용을 망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사실 그동안 헤지펀드가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투기 자본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많았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잘만 활용하면 자본시장 비효율을 제거해 오히려 시장 체질을 강화하는 순기능이 더 많다.

헤지펀드는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개인 큰손이나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모아 투자한다.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공모펀드에 비해 자산 운용에 제약이 거의 없다. 일반 공모펀드에는 허용되지 않는 공격적 차입(레버리지) 투자도 가능하고,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공매도(쇼트 셀링)와 위험 회피를 위한 파생금융상품 투자도 자유롭다. 이처럼 운용이 자유롭기 때문에 어떤 자산 가격이 고평가되거나 저평가돼 있으면 즉시 그 틈새를 파고들어 차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이런 거래 자체가 시장 효율성을 높여준다.

헤지펀드에 대한 '묻지마 투자'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위험 수준에 따라 몇 억 원 이상으로 투자금액 하한을 정하거나 가입자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고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산가들만 투자하도록 하면 정부가 자산 운용에 간섭할 필요가 없게 된다.

사모펀드와 일임 투자자문 계약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국내 헤지펀드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헤지펀드 전면 허용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수한 금융 인재도 모이고 금융 허브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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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저마다‘정기예금 6% 시대’를 열었다고 애드벌룬을 띄운 최근, 회사원 A씨의 은행 예금 가입 도전 실패기가 새삼 월급쟁이들을 슬프게 만들고 있다.

A: “연 6% 이자를 받고 싶어요.”

은행 창구직원: “일단 카드결제(혹은 급여) 계좌를 옮기시고, 카드를 발급 받아 매달 30만원 이상 써야 하고, 저희 은행 첫 거래여야 하고, 최소 금액은 얼마가 돼야 하고, 다른 사람을 추천해야 하고… 안 그러면 5%대입니다.”

잡다한 조건이 붙는 우대금리와 추가금리 0.1%포인트가 셀 수 없이 붙어야 최고 금리 6%에 겨우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에 기가 찼다. 수많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4% 초반으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받는 이자는 1%남짓…”

결국 최고금리(6%)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예금이자 6% 시대는‘빛 좋은 개살구’란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예금을 권유해야 할 창구직원도 대놓고 펀드 판매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숫자만 올리면 자연스레 고객이 몰릴 것이라는 마구잡이 은행 영업의 씁쓸한 단면이다.

그 사이 슬금슬금 대출 금리는 8%대에 올라섰다. 고객들이 ‘말로만 6% 예금’을 외면해 돈줄이 말라가자 은행들이 너도나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빚은 결과다.

CD 공급이 늘어나면 CD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치솟는 법. 최근 5영업일 연속 상승하며 올 들어 금리 상승폭이 0.56%포인트에 달한다. CD 금리가 뛰니 이와 연동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오를 수밖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고객은 하루 하루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선진 금융기법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외치는 국내 은행들이 언제쯤이면 서민을 봉으로 여기는 주판알 튕기기 영업, 전당포식 영업을 그만둘지 아쉽기만 하다.

고찬유 경제산업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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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아파트 미분양이 심상찮다. 신고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하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8만채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방 건설업체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건설부문의 부도업체 누적치에서 72%가 지방 업체이고, 지난 10월 부도 건설업체 중 지방 업체는 서울 업체의 2배에 이른다. 문제는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건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의 주택경기 위축은 지역경제 전반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지방 주택시장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한 지역별 맞춤형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지방 주택시장의 위축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된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 주택담보대출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가 불러온 부메랑 효과다. 수도권 규제를 피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지방으로 대거 옮겨왔지만, 지방경제의 취약성 위에 규제로 꽁꽁 묶인 시장 수요의 부족이 부메랑 효과를 키웠다. 부메랑 효과가 각별히 지방으로 집중된 까닭은 지방주택시장의 공급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소유율, 1000명당 주택수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지방의 주택 공급 수준은 이미 높았지만, 최근 수년간 연간 28만∼29만가구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됐다. 이는 곧 과잉공급을 불러왔다.

고분양가로 신규주택 공급 가격이 재고주택에 비해 높은 상태에서 주택 보유자들의 교체 수요가 위축되고, 이것이 과잉 공급과 맞물리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 적용범위 확대 등과 같은 제도적 요인이 지방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매개 조건이 됐다. 크게 보면, 지방 주택시장의 위축은 7∼8년을 주기로 하는 조정국면과 맞물려 있다. 주택시장은 이미 2004년부터 조정을 받아 왔던 터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청약가점제 도입으로 기존 물량이 일시에 시장으로 쏟아지지만 소비자들이 관망하면서 생긴 단기적 수급 불균형이 촉매 역할을 했다.

따라서 지방 주택시장의 건전화를 위해선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는 구조조정을 연착륙시키는 틀 속에서 강구돼야 한다. 먼저, 단기적으로 지방 거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의 선별적 완화가 필요하다. 가령, 지방 거주 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해주고, 전매제한 기간을 줄여주며, 보유 과세대상 주택가격을 상향 조정하고, 1가구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 양도세율을 낮춰주는 등의 규제완화를 지역별로 차등, 허용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는 중앙 및 지방정부나 주택공사 등이 매입해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거나, 민간펀드를 조성해 민간임대로 전환시키는 방안이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그러나 공공의 역할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주택바우처 등의 배분과 같은 주거복지부문에 우선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지방주택종합계획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지방의 건설산업 전반을 조정해야 한다. 국내총생산에서 건설투자는 16.2%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3배 규모다. 과잉화한 건설산업의 건전화를 위해선 부실 업체의 퇴출과 업종 전환을 유도해 지역별 건설산업의 적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지방 건설업체의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

단기적으로 각종 부담금의 완화, 기술혁신 지원, 공동도급의 참여 확대, 최저가 낙찰제의 탄력적 운용 등과 같이 지방 중소 건설업체를 위한 맞춤형 제도 개선이 강구돼야 한다. 아울러 지역의 공공부문 발주공사(예, 혁신도시사업)에 대해선 지역업체들의 참여가 현재보다 훨씬 더 확대돼야 한다.

[[조명래 /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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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프로이센 군대가 스당 전투에서 프랑스 군대를 격파한 후 나폴레옹 3세를 사로 잡았다. 파리를 포위한 비스마르크는 외교적 기동전을 벌여 저항 의지를 불태운 프랑스 임시정부를 압박했다.

임시정부 요인들은 엄청난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위해 런던을 찾았다.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이 연승하고 있으므로 승리할 수밖에 없으며, 프랑스가 발행한 채권들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흑색선전을 퍼트렸다.

당시 베어링 브라더스, 로스차일드 등 리딩은행들은 임시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보고 채권을 인수하지 않았다. 이 때 리스크를 떠안고 프랑스 채권을 인수한 은행가가 나타났다. 미국의 신흥 상업은행인 JS모건(이후 JP모건, JP모건체이스로 바뀜)의 주니어스 모건이었다.

주니어스 모건은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임시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고, 5,000만달러를 제공했다. 그의 이 같은 모험은 무모한 행동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역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가 한번도 없었다는 점을 간파했다.

프랑스는 비스마르크에게 패배했지만 외국 돈을 떼어먹지 않는다는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전쟁 후 액면가에 채권을 사들였다. 패색이 짙은 외국정부의 채권 인수를 감행한 주니어스 모건은 750만달러라는 거금을 벌었다. 이를 계기로 JS모건은 선도은행으로 발돋움했으며, 나중에 월가를 지배하는 금융그룹으로 부상했다.

'안방은행'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국내 은행들도 최근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커졌고, 제조업에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나왔지만, 국내 은행들은 내수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현주소를 보면 '금융계의 삼성전자'는 한참 멀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IB를 지향하며 해외네트워크 구축에 나섰지만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IB의 상징인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의 해외근무 직원수(2006년말)는 각각 1만2,500명, 1만990명으로 국내의 우리(100명)ㆍ신한(97명)ㆍ국민(38명)ㆍ하나은행(25명)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과보호아래 내수에 안주해온 금융회사들은 태생적으로 위험 회피성향의 DNA를 갖고 있는 것이다. 주니어스 모건이 패전중인 국가의 채권을 매입해 나중에 대박을 터뜨린 위험 감수(risk-taking)형 경영을 국내 은행들에선 찾기 힘들다.

최근 '증시권력' 논란을 가져온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그는 비좁은 안방을 벗어나 중국 인도 등 유망 시장에 투자하는 고수익 펀드를 잇따라 선보여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시야를 해외로 돌려 '블루오션'을 찾고 있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화답하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증시권력 논란과 관련, "미래에셋 자산 비중은 국내에선 30%로 높지만 전세계 운용 자산에 비하면 0.2%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우리 경제규모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는 주장이다.

제조업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렸듯이 이제는 금융을 수출해 돈을 벌어와야 한다. 해외에서 외국회사와 금융전쟁을 벌여 국부를 창출하는 제2, 3의 박현주가 나오길 기대한다.

경제산업부장 이의춘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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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돈 1달러로는 캐나다 1달러를 바꾸지 못하고, 1.46달러가 있어야 1유로를 받을 수 있다. 1999년 1월 1일 유럽연합이 유로화를 출범시켰을 때는 거꾸로 1.18유로가 있어야 1달러를 살 수 있었다.

생활비가 미국에 비해 싸다고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보낸 한국 부모들은 끙끙 앓고 있다. 유학원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가려는 발길은 줄어들고 미국은 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쪼들려서 못살겠다. 이러다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기나 하겠나"라며 한숨 짓는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중동에서, 아시아에서 달러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듯하다. 달러패권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달러값이 떨어지는 것은 경제력이 커진 중국 인도로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미국 영향권이었던 중동 국가들이 9ㆍ11테러 이후 오일달러를 미국보다는 유럽이나 아시아, 중동 지역에서 굴리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줬다는 정치ㆍ경제학적 분석도 가세하고 있다.

한국의 돈 흐름도 몇 년 새 밑바탕부터 흔들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은행 예금에 묻어둔 거액 자산가들은 아무리 증시가 호황이라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원금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찬 고객들이었다. 이들 '원조부자'들이 움직였다.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세금 빼고 받는 이자가 겨우 3% 선에 그친다는 점, 부동산시장이 꽁꽁 묶여 있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한 은행 PB 얘기를 들어보면 구권 화폐를 가마니째 보관하고 있다가 가져가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평생 예금 고객들이 돌변해 국내 펀드에 돈을 넣더니 브릭스펀드, 글로벌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넘어서 러시아 동유럽 중남미까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주가지수연동예금에서 PEF(프라이빗에퀴티펀드), 물펀드까지 갖가지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국민연금이나 대학기금, 문화ㆍ장학재단이 주식투자를 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하던 것도 옛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원금을 까먹을 뿐이다.

퇴직연금 변액연금보험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2000선이라는 미답의 고지를 넘나들 정도로 상승했다. '자금 대이동' 조짐을 미리 감지한 사람들은 한몫 챙겼고, 주변에 신흥부자들을 만들어 냈다.

올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편입된 지 10년째다. 외환위기는 이전과 이후로 '시대 구분'을 해야 할 만큼 한국자본주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요즘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다. 혹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에 위기를 맞게 될지, 후에 맞게 될지, 아니면 고속성장을 지속할지 궁금해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얼마나 더 갈 것인지, 원ㆍ달러 환율은 900선이 무너질지 아닐지를 주시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아무 펀드나 사달라"는 묻지마 펀드 고객도 여전하기는 하다.

그러면 다가올 10년은 어떨까. '시세는 귀신도 모른다'는 투자 격언이 있다.아무리 재테크 고수라도 무슨 비법이 있을 수 없다. 핵심은 돈 흐름의 물줄기가 어느 쪽일지 따져봐야 한다는 점이다. 대세를 짚어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을 보고 돈을 넣는 게 맞다.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예금 중에서 어느 쪽이든 투자는 한 국가를 사는 일이다. 글로벌 시대에 세계 각국 경제는 서로 '커플링'돼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한국을 매력 있는 나라로 만들어 국내외에서 돈이 몰리게 하면 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국민 개개인이 자산을 불리게 된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한국인 자신의 몫이다.

얼마 전 한 외국인 투자자를 만났다.그는 한국을 찾았을 때 얘기를 꺼냈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인들처럼 열정적이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프로듀서로서 성공한 가수 박진영 씨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사람들은 반드시 성공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은 한국 사람들은 해내기 때문이다. R 켈리(유명한 미국의 팝가수)를 만나기 위해 집 근처 호텔에서 4일 동안 죽치고 있었더니 연락이 오더라"고 말했다. 3만달러 시대를 향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맬 때다.

[조경엽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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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용감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워싱턴DC 주미 대사관 공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 얘기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의원들과 언론에 배포한 국감용 보고자료에 눈길 가는 '건의'를 끼어 넣었다.

미국 의회에 '로비'를 해야겠으니 50만달러의 비용을 내년 예산에 배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무기나 군사장비를 구매하는데 지금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고 수수료도 감면받도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으니 이를 성사시키도록 로비스트를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미주리 출신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이 법안은 한국의 지위를 나토 동맹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격상해주자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비용도 줄이고 대우도 달라진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나섰고 관련 군수업체와 국방부 등이 지원하지만 관건은 역시 의회에서의 지지였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본드 의원 외에 다른 상원의원들의 동조를 끌어내려면 로비스트 고용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공론화했다.

우리에게 로비는 그동안 금기였다. 불법으로 취급됐고, 떳떳하지 못한 일에나 동원하는 개념으로 간주됐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공개적으로 로비스트 고용에 나선 것은 2005년 하반기 이후 정도다. 적은 비용으로 요란하지 않게 활동할 수 있는 후보를 골랐다. 젊은 한국계 미국인이 파트너로 일하는 '스크라이브 스트래티지스 & 어드바이저스'라는 로비회사가 선정됐다. 그의 의회 보좌관 경험이 높게 평가됐다.

그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 적용과 종군위안부 결의안 채택이라는 두 현안이 떠올랐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로비스트를 최대한 활용했다.

하원의원들이 연명으로 한국에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조속히 적용하자는 지지 서한을 행정부에 발송했다. 미국 매체들의 한국 관련 보도도 심심치 않게 이어졌다. 종군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는 공동발의 서명 의원 늘리기 작업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에서 로비스트 고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워싱턴DC에서 우리도 로비회사 고용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양국 행정부간에 협상을 끝내고 의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위해서도 로비스트와 계약을 맺었다.

'애킨 검프 스트라우스 호이어 & 펠드'라는 긴 이름의 로비회사는 한ㆍ미 FTA에 대한 미국 의회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뛰고 있다. 그 회사에 몸 담고 있는 민주당 실세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의 정책 총괄 보좌관을 지낸 로비스트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미국 내 로비회사들의 실적은 분기마다 상원에서 낱낱이 집계한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 규모는 패턴 보그스라는 로비회사였다. 한 해 수입은 3530만달러. 2위는 반 스코이옥 어소시에이츠, 3위는 애킨 검프 등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위권에 머물렀던 '오길비 가버먼트 릴레이션스'라는 작은 로비회사가 일약 실적 수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오길비'는 단 하나의 계약에 374만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유명한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이 의뢰자였다. 미국 의회가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에 대한 세율을 현재의 15%에서 35%로 올리려는 법안 입법을 추진하자 사모펀드들이 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 의회 로비전에 나선 때문이다. 사모펀드 KKR도 로비회사 '애킨 검프'와 12만달러에 계약했다. 사모펀드협회 역시 '애킨 검프'에 10만달러를 지급했다.

미국에서 로비는 합법이다. 대 의회 업무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워싱턴 정가를 알려면 로비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로비는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한국 같은 약자에게 로비는 반드시 써야 하는 약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yoon218@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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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연간 수조 원대 이익을 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 이익이 어디서 났을까 생각하곤 한다.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등 생산기업들이 낸 이익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은행 이익 중 대부분은 예대마진에서 나온다. 고객들이 맡기는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낮게 매기고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를 높게 책정해 그 격차만큼 마진을 향유한다. 그동안 은행은 이익 중 60~70%를 예대마진에서 챙겼다. 지난해만 해도 시중은행 예대마진 규모는 22조여 원에 달했다. 각종 수수료나 신탁관련 손익, 유가증권 손익, 외환ㆍ파생 관련 손익 등도 이익에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은행 수익원에 구멍이 뚫리게 됐다. 펀드와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은행 예금잔액이 줄고 대출도 주택담보대출 부진과 기업 자금수요 감소로 제동이 걸렸다. 예금과 대출 부진은 자연히 예대마진 규모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최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순이자 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예금 이탈로 비상이 걸린 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자 이번에는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CD금리는 6년4개월 만에 최고치인 5.4%를 돌파했다. CD금리 상승은 이에 연동돼 움직이는 주택담보대출을 끌어올리고 이는 대출수요를 더욱 줄이고 있다.

결국 은행들은 전통적인 수익원 붕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은행이 본래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자금중개 기능마저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당장에는 대출재원 부족이 이유가 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바젤2 협약'에 의한 자기자본비율 규제(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 강화에 대비해 신용도가 낮은 소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마저 건전성을 이유로 대출억제를 유도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시달려 온 자영업자들은 "비오는데 우산 뺏는 격"이라며 정부와 은행의 이런 행태에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편하게 장사를 해 왔다. 그러나 지금 커다란 시련의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은행들은 일찍부터 외국에 나가 시장쟁탈전을 벌이며 외화를 벌어들였던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질이 약하다. 외환위기 전 은행은 정부의 호송선단(護送船團) 방식 행정지도 아래서 영업을 해 왔기 때문에 애당초부터 허약한 체질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 후 은행은 퇴출과 합병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체질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선진국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에 비하면 규모나 인적 자산, 영업범위, 리스크 수용 능력 등 면에서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외국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하는 등 국외 영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국외 자산이 1조원에 불과할 정도다. 국내은행 총자산에서 국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3% 정도로 씨티은행, HSBC 등 선진 은행의 50% 이상과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다.

미국 월가를 보라.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실적 악화로 사임당한 금융기관 CEO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IB)들은 한 평의 풀밭을 보고 만족하는 우리 은행들과는 달리 넓은 초원을 찾아 사자와 같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공격적 경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경쟁력이 높아지고 생존 비법도 더욱 터득되는 게 아닌가.

우리 정부도 은행들이 온실에서 뛰쳐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은행이 국외영업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파진다는 생각 때문에 언제까지나 국외 지점이나 법인 설립 등을 신고수리제 등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규제를 과감히 풀어 외국으로 눈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은행도 소비자 주머니 돈만 챙기는 편한 장사에서 벗어나 기업들처럼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고 국부창출에도 기여해야 한다.

[온기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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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문화부 공연팀장
지난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일반 매표가 800장 안팎에 그쳤다. 콘서트 홀 2500석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주최측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주최와 협찬을 포함해 공연 후원 기업이 이미 10곳에 이르렀고, 기업측에서 돈을 내고 대신 표를 가져간 이른바 ‘협찬 티켓’이 1000장에 훌쩍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제 돈 내고 티켓을 구입한 관객보다 오히려 많았던 셈이다.

역시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막 내린 대형 오페라는 ‘티켓을 손에 쥐기 힘들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4회 공연이 대부분 매진 행렬을 이뤘다. 최고가 30만원이 넘는 티켓을 구입한 주요 관객 역시 일반 음악 팬은 아니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때처럼 기업 협찬을 통한 ‘간접 판매’가 주를 이뤘다.

지난 9월 ‘문화 접대비’ 제도가 시행되면서 공연계에 대한 기업 후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 가운데 문화 관련 지출이 3%를 넘는 경우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추가로 손비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문화 후원을 늘리면서 동시에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공연계에서는 자칫 공연입장료나 공연계 전반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기업의 공연 후원은 철저하게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나 오페라·뮤지컬 등 대형 공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 보니 젊은 독주자와 실내악단, 창작 뮤지컬과 소극장 오페라 등 ‘작지만 강한 공연’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온 연주자들이나 공연 기획자들은 이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후원금=티켓’이라는 맞교환 방식도 부작용을 낳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기업에서도 후원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티켓을 가져가기 때문에, 티켓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좌석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인 직접 구매 관객들은 “기업들이 공연을 주최하거나 후원하는데도 정작 티켓 가격을 내리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공연의 경우에는 “1층은 초대권 관객, 3층은 일반 관객”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하지만 더욱더 심각한 우려가 있다. 지금처럼 공연을 후원하고 티켓을 가져가는 ‘1회성 지원’은 한국 경제의 파고(波高)에 따라서 곧바로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후원도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유럽의 대형 투자기관인 UBS는 영국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꾸준히 후원하면서 교향악단 단원의 이미지 사진을 자사(自社) 기업 광고에 싣는다. 도이체방크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어린이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베를린 필의 미래’를 함께 진행한다. 한국메세나협의회에서도 1회성 후원에 그치지 않도록, 기업과 공연 단체를 파트너십으로 묶어주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과 ‘중소기업 예술 지원 매칭 펀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장기적인 후원 문화는 공연계의 거품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강력한 안전 장치이기도 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 후원만이 아니라, 꾸준하게 빛을 계속 낼 수 있는 후원 방법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한다.




[김성현 문화부 공연팀장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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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쟝 샤를 델크로아 기은SG자산운용 대표이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모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함으로 인해서 그 결과가 항상 흑백의 논리로 맞다나 틀렸다로 단정지어 지지는 않지만, 한번 내린 선택은 그 상황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가지게 만들어 준다. 
 
미래는 항상 불투명하고 또한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가 급등 그리고 중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라는 큰 문제를 가지고 많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2004년 유가가 급등할 때 국내의 많은 경제연구소에서는 유가가 40달러가 넘으면 한국경제가 3차 오일쇼크를 겪을 것이라며 많은 우려를 낳았었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유가가 70달러를 넘으면 경제적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국제유가는 90달러선을 넘어 거래가 되고 있다.
 
유가 급등은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산업과 경제 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우려했던 만큼은 경제가 유가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고유가에 적응을 했고, 석유 의존도도 과거와 대비하여 낮아진 데서 어느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예상보다 유가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적었을까?
 
정확한 모든 이유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당시에 유가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연구하면서 수집한 자료 중에 어떤 부분을 간과 했을 수도, 그리고 그 당시의 경제적 상황이 현재에 와서 상당 부분 변화했기 때문인 데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톰크루즈가 주연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란 영화에서 주인공은, 3명의 예지자를 통해 미래의 범죄 장면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이란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저지르게 될 미래의 사건을 보게 된다.
 
2명의 예지자가 보았던 미래(Majority)가 아닌 1명의 예지자가 보았던 미래(Minority)가 맞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한 사람의 의견보다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낸 의견이 맞을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일까? 투자에서는 확실하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했던 유가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면서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과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즉 모든 일에 대해서는 항상 상반된 의견과 주장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주장과 의견은 나름대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논리적인 타당성을 제공한다.  
 
위에서 어떤 의견이 나중에 맞다고 판명될까? 그것은 지금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선의 경우를 희망할 수는 있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며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투자와 관련된 것이라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펀드라는 투자수단을 선택하는 것도, 그리고 펀드가 가장 보편화된 투자방법이 된 것도 모두 이러한 정보력과 시간 그리고 투자 대상의 선정에 대한 선택을 전문가에게 쉽게 맡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 속에서 항상 선택하고 판단한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양질의 정보를 모아야 한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시장은 변화하고 변수는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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