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Mirae)라는 회사의 미래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요즘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랄(中環)과 애드머럴티(金鐘)에 있는 글로벌 뱅커와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 이런 궁금증이 대유행이다. 한국 금융의 ‘해외진출 선봉장’ 격인 미래에셋그룹이 지난달 홍콩섬 서쪽 폭플람에 있는 고급 호화 아파트 단지인 레지던스 벨-에어 1개 동을 18억6000만 홍콩달러(약 2200억원)에 매입한 ‘충격’ 때문이다.
그럴 법도 한 게 이만한 규모의 부동산 구입은 홍콩 진출 한국 금융기관의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미래에셋의 ‘홍콩 공략’은 공격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1월 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승격했다. 작년 말까지 3명이던 임직원도 지금은 16명으로 늘었다. 자산운용의 경우, 51명(현지인 포함)이 ‘차이나 펀드’ 등 17조원대의 자금을 홍콩 증시에서 직접 굴리고 있다.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장은 “자산운용과 공동으로 9개의 펀드상품을 조만간 홍콩 증시에 내놓아 외국인을 상대로 팔고 독자적인 리서치센터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홍콩 금융시장에는 요즘 한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한창이다. 중국 우량기업주(H주)의 약진으로 홍콩 증시가 불붙는 데다, 중국 시장의 최고 관문으로서 홍콩의 치솟는 매력을 겨냥한 것이다.
작년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 법인을 각각 세운 뒤 한국자금중개, 신한굿모닝증권, 대신증권, 삼성투신운용, 농협 등이 법인을 최근 열었거나 막판 준비 작업 중이다. 산업·기업·외환은행과 한국투자증권도 IB와 자산운용 분야를 대폭 확충했다.
덕분에 3년 전과 비교해 홍콩 상주 한국 금융기관의 인력은 배 이상 늘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 금융기관들이 추풍낙엽처럼 몰락한 지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하지만 이번의 ‘홍콩 상륙 작전’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는 규모와 인력. 한국 금융기관은 임직원이 60명이 넘는 곳이 한 곳도 없지만, UBS·도이치방크 같은 글로벌 IB들은 최소 500~2000명에 이른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한국 관련 세일즈 인력만 50~60명이고, 일부 IB들의 업종·국가별 정보수집 전문가는 100명에 달한다.
인력 부족은 정보 수집과 인맥 구축 부재(不在)로 직결된다. 한 금융기관 법인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홍콩에서 접하는 정보는 에이전트를 통한 2, 3급짜리”라며 “역사가 짧고 평판도 낮은 마당에 대등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나 중장기 전략이 미흡한 것도 문제이다. “아직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업을 홍콩으로 가져와 ‘무늬’만 포장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B 증권사 법인장)
더 시급한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마인드 혁신’이다. “지금은 홍콩으로 나오지만 적자가 몇 년만 쌓이면 문닫거나 대폭 축소하는 회사가 속출할 겁니다”(C법인장), “현지화를 강조하면서도 해외 진출 은행들에 홍콩과 한국의 규제를 동시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은 모순”(D은행 법인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홍콩 국제금융 시장 진출과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대세’이다. 하지만 근본 체질 개선 없는 모양내기식 진출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면, ‘금융 강국(强國)’ 비전은 ‘몽상’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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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홍콩 특파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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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랄(中環)과 애드머럴티(金鐘)에 있는 글로벌 뱅커와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 이런 궁금증이 대유행이다. 한국 금융의 ‘해외진출 선봉장’ 격인 미래에셋그룹이 지난달 홍콩섬 서쪽 폭플람에 있는 고급 호화 아파트 단지인 레지던스 벨-에어 1개 동을 18억6000만 홍콩달러(약 2200억원)에 매입한 ‘충격’ 때문이다.
그럴 법도 한 게 이만한 규모의 부동산 구입은 홍콩 진출 한국 금융기관의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미래에셋의 ‘홍콩 공략’은 공격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1월 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승격했다. 작년 말까지 3명이던 임직원도 지금은 16명으로 늘었다. 자산운용의 경우, 51명(현지인 포함)이 ‘차이나 펀드’ 등 17조원대의 자금을 홍콩 증시에서 직접 굴리고 있다.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장은 “자산운용과 공동으로 9개의 펀드상품을 조만간 홍콩 증시에 내놓아 외국인을 상대로 팔고 독자적인 리서치센터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홍콩 금융시장에는 요즘 한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한창이다. 중국 우량기업주(H주)의 약진으로 홍콩 증시가 불붙는 데다, 중국 시장의 최고 관문으로서 홍콩의 치솟는 매력을 겨냥한 것이다.
작년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 법인을 각각 세운 뒤 한국자금중개, 신한굿모닝증권, 대신증권, 삼성투신운용, 농협 등이 법인을 최근 열었거나 막판 준비 작업 중이다. 산업·기업·외환은행과 한국투자증권도 IB와 자산운용 분야를 대폭 확충했다.
덕분에 3년 전과 비교해 홍콩 상주 한국 금융기관의 인력은 배 이상 늘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 금융기관들이 추풍낙엽처럼 몰락한 지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하지만 이번의 ‘홍콩 상륙 작전’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는 규모와 인력. 한국 금융기관은 임직원이 60명이 넘는 곳이 한 곳도 없지만, UBS·도이치방크 같은 글로벌 IB들은 최소 500~2000명에 이른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한국 관련 세일즈 인력만 50~60명이고, 일부 IB들의 업종·국가별 정보수집 전문가는 100명에 달한다.
인력 부족은 정보 수집과 인맥 구축 부재(不在)로 직결된다. 한 금융기관 법인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홍콩에서 접하는 정보는 에이전트를 통한 2, 3급짜리”라며 “역사가 짧고 평판도 낮은 마당에 대등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나 중장기 전략이 미흡한 것도 문제이다. “아직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업을 홍콩으로 가져와 ‘무늬’만 포장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B 증권사 법인장)
더 시급한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마인드 혁신’이다. “지금은 홍콩으로 나오지만 적자가 몇 년만 쌓이면 문닫거나 대폭 축소하는 회사가 속출할 겁니다”(C법인장), “현지화를 강조하면서도 해외 진출 은행들에 홍콩과 한국의 규제를 동시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은 모순”(D은행 법인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홍콩 국제금융 시장 진출과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대세’이다. 하지만 근본 체질 개선 없는 모양내기식 진출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면, ‘금융 강국(强國)’ 비전은 ‘몽상’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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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홍콩 특파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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