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Mirae)라는 회사의 미래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요즘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랄(中環)과 애드머럴티(金鐘)에 있는 글로벌 뱅커와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 이런 궁금증이 대유행이다. 한국 금융의 ‘해외진출 선봉장’ 격인 미래에셋그룹이 지난달 홍콩섬 서쪽 폭플람에 있는 고급 호화 아파트 단지인 레지던스 벨-에어 1개 동을 18억6000만 홍콩달러(약 2200억원)에 매입한 ‘충격’ 때문이다.

그럴 법도 한 게 이만한 규모의 부동산 구입은 홍콩 진출 한국 금융기관의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미래에셋의 ‘홍콩 공략’은 공격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1월 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승격했다. 작년 말까지 3명이던 임직원도 지금은 16명으로 늘었다. 자산운용의 경우, 51명(현지인 포함)이 ‘차이나 펀드’ 등 17조원대의 자금을 홍콩 증시에서 직접 굴리고 있다.

이경영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장은 “자산운용과 공동으로 9개의 펀드상품을 조만간 홍콩 증시에 내놓아 외국인을 상대로 팔고 독자적인 리서치센터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홍콩 금융시장에는 요즘 한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한창이다. 중국 우량기업주(H주)의 약진으로 홍콩 증시가 불붙는 데다, 중국 시장의 최고 관문으로서 홍콩의 치솟는 매력을 겨냥한 것이다.

작년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ing) 법인을 각각 세운 뒤 한국자금중개, 신한굿모닝증권, 대신증권, 삼성투신운용, 농협 등이 법인을 최근 열었거나 막판 준비 작업 중이다. 산업·기업·외환은행과 한국투자증권도 IB와 자산운용 분야를 대폭 확충했다.

덕분에 3년 전과 비교해 홍콩 상주 한국 금융기관의 인력은 배 이상 늘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한국 금융기관들이 추풍낙엽처럼 몰락한 지 10년 만의 ‘재도전’이다.

하지만 이번의 ‘홍콩 상륙 작전’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는 규모와 인력. 한국 금융기관은 임직원이 60명이 넘는 곳이 한 곳도 없지만, UBS·도이치방크 같은 글로벌 IB들은 최소 500~2000명에 이른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한국 관련 세일즈 인력만 50~60명이고, 일부 IB들의 업종·국가별 정보수집 전문가는 100명에 달한다.

인력 부족은 정보 수집과 인맥 구축 부재(不在)로 직결된다. 한 금융기관 법인장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홍콩에서 접하는 정보는 에이전트를 통한 2, 3급짜리”라며 “역사가 짧고 평판도 낮은 마당에 대등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독자적인 수익 모델이나 중장기 전략이 미흡한 것도 문제이다. “아직도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업을 홍콩으로 가져와 ‘무늬’만 포장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B 증권사 법인장)

더 시급한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마인드 혁신’이다. “지금은 홍콩으로 나오지만 적자가 몇 년만 쌓이면 문닫거나 대폭 축소하는 회사가 속출할 겁니다”(C법인장), “현지화를 강조하면서도 해외 진출 은행들에 홍콩과 한국의 규제를 동시에 따르도록 요구하는 것은 모순”(D은행 법인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홍콩 국제금융 시장 진출과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대세’이다. 하지만 근본 체질 개선 없는 모양내기식 진출을 또다시 되풀이한다면, ‘금융 강국(强國)’ 비전은 ‘몽상’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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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홍콩 특파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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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전·경제부
“가입할 펀드 종류를 선택하신 분은 이쪽~, 아직 선택하지 않으신 분은 저쪽입니다.”

8일 오후 잠실역 부근의 비좁은 증권사 지점. 펀드 가입을 위해 번호표를 뽑아 든 20~30여 명의 고객을 증권사 직원들이 줄을 세우고 있었다. 마치 붕어빵 찍듯이 펀드에 가입하는 현장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A사장은 최근 펀드 열풍을 보고 “8년 전 ‘바이코리아 펀드’ 악몽이 떠오른다”고 불안해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에 10여일 만에 3조원이 몰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펀드는 “최고의 수익이 나는 곳에 어디라도 투자하겠다”는 일종의 ‘묻지마 펀드’다. 지역이나 투자방식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A사장은 “적금을 깨고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전셋돈을 빼서 한꺼번에 돈을 집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바이코리아 광풍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1999년 이익치 당시 현대증권 사장이 “3년 내 주가 3000”을 외치며 공격적으로 판매한 펀드였다. 출시 13일 만에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2000년 IT버블 붕괴로 주식시장이 고꾸라지면서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를 불렀다.

펀드 평가회사의 B사장은 “그동안 연 50% 이상씩 펀드 수익이 나다 보니 투자자들이 펀드는 위험이 없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펀드평가회사의 C과장은 “펀드 운용방식도 모르면서 회사 이름에 대한 맹신만 갖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0년 한 뮤추얼펀드 주주총회를 취재했던 일이 떠오른다. 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자에게 손실을 하소연하고,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에게 멱살이 잡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혜전·경제부 cooljju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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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꾸미 다리에 달려 나온 고려청자가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꾸미가 보물 인양에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인양'이란 단어를 '인수'로 대체해 보면 경제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코스닥 상장기업 M&F가 일본 자스닥 상장기업 일본정밀을 인수했다. 베트남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베트남 기업을 직접 인수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에 자회사와 공장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을 인수하였다. 일본 기업을 주꾸미로 하여 베트남 기업을 인양한 것이다.

최근 금융회사의 국외진출이 금융계 최대 화두다. 정부도 금융회사 국외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금융회사 국외진출은 제조기업의 국외 인수ㆍ합병(M&A)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 총재 저우샤오촨은 "중국 기업들이 외국 기업을 M&A하려 할 때 이들에게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국 은행들의 국외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중국 공상은행이 남아공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를 인수했다. 아프리카 전역 18개국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은행이다. 중국 처지에선 18개 다리가 달린 유용한 '주꾸미'를 발굴한 것이다.

금융사와 기업이 같이 가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잘나가던 1980년대 노무라, 닛코, 다이와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힘을 발휘한 것은 외국시장에서 잘나가던 소니와 도요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금융회사의 원활한 금융서비스를 바탕으로 일본 제조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주꾸미형 M&A'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은행의 경쟁력은 소매네트워크 확보에 있다. 신규 네트워크 설립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현지은행 인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남아 맹주를 자부하며 각국에 지사가 많은 태국 은행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혼자서 힘들면 여러 은행이 힘을 모아 외국 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다. 최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은행이 공동으로 ABN암로를 인수하려 하는 것이 좋은 예다. 다리뿐 아니라 머리도 여럿인 변종 주꾸미인 것이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이곳에 자회사가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 증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외 진출에는 순서도 중요하다. 금융시장 먹이사슬에서 '갑'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가 먼저 진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갑' 역할을 하는 금융사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헤지펀드, 뮤추얼펀드와 같이 자신이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회사이다. 특히 금융시장 먹이사슬 최고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PEF다. '을'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는 증권사와 같이 '갑' 측에서 주문을 받아 집행하거나 수수료수익을 꾀하는 금융회사이다. 먼저 진출한 '갑' 금융사가 자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을' 역할을 하는 현지 금융회사들과 유리한 고지에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획득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을' 역할을 하는 계열증권사 외국 진출시 활용하면 된다.

외국 금융사 인수시에 PEF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역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국외투자를 허용한 만큼 PEF 운신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 국제적 정합성 관점에서 보면 은행 인수시 PEF 자체가 주체가 되는 것은 제약이 많다.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같은 사례는 국제시장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처지가 바뀌어 우리가 외국 은행을 인수할 때에도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인수대상이 은행이라면 은행이 주체가 되고 PEF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면 된다. 은행을 제외한 증권사, 보험사는 PEF가 인수 주체가 되어도 국제적 정합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PEF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 지혜다. 직접 북한진출에 제약이 있다면 먼저 북한에 진출해 있는 중국 동북3성 기업을 인수하자. 북한시장 진출을 위해 동북3성 기업을 주꾸미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주꾸미 다리는 8개다. 다리만 많다고 좋은 주꾸미는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다리를 뻗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원하는 지역에 다리를 뻗치고 있는 주꾸미를 찾는 것은 금융회사의 몫이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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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훈 경제부 차장대우
한 달 전 글로벌 증시 버블을 우려하는 글을 쓴 뒤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언제 돈을 빼야 하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사회에 펀드 투자가 본격 시작된 지 몇 년 안 되는데, 어느 새 많은 사람이 펀드 투자를 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세계 증시가 버블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당장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꺼지기 전의 불꽃이 더 밝다는 말도 있지 않나. 언제 꺼질지를 맞히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다. 그러니 투자금액을 조금씩 줄여 나가면 어떻겠느냐.”

7일 뉴욕증시에 이어 8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두 가지 징후를 보면서 버블이 꺼지기까지 좀 더 시간이 갈 것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첫째, 미래에셋이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 열풍이다. 이 펀드는 발매 1주일 만에 3조원을 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단기간에 단일 펀드에 이토록 많은 자금이 쏠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뚜렷이 밝히지 않고, 돈이 되면 어디든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 성격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시중에 갈 데 없는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부동산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한 돈은 계속 주식과 펀드로 갈 것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도 역시 과거 수년간 축적된 과잉 유동성이 넘실댄다. 이 엄청난 돈은 미국 경제와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한 신흥시장(이머징마켓) 증시를 계속 주목할 것이다.

둘째, 대선(大選)효과이다. 적어도 선거가 끝나기까지는 정부가 민생(民生)과 직결된 주가와 환율 등의 수치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사실이라기보다는 항간의 믿음에 가까운데, 최근 그 같은 믿음에 근거가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

얼마 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900선을 위협했을 때였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비상사태였다. 그런데 외환 전문가들에게 물어 보니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유를 묻자 한결 같이 “선거를 앞둔 정부가 손 놓고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과연 당시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환율은 900선 위에서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징후는 단기적으론 호재이지만 장차 버블 붕괴의 파괴력을 더욱 키우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경제에 공짜란 없고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면 할수록 장차 오히려 주가 하락 폭은 커질 수 있다. 주가와 상극(相剋)관계인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환율을 방어하려면 정부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야 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찍어야 한다. 시중에 채권이 많이 풀리면 채권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기 마련이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에 아줌마 부대들이 몰려가는 것도 과거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을 연상시켜 불안하다. 대형 금융기관 간부 A씨는 “나쁘게 말하면 ‘묻지마 펀드’ 아니냐”면서 “묻지마 현상은 버블 말기의 대표적 징후”라고 우려했다.

앞으로 우리가 헤쳐 가야 할 재테크 전선은 그만큼 안개 속이다. 욕심을 좀 줄이고 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돈을 한 군데 ‘몰빵’ 하기보다 적절히 분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지훈 경제부 차장대우 jh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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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이 산업으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가족경영을 기반으로 하는 화랑 중심의 전근대적 유통구조에 불과했던 한국 미술시장에 경매회사가 설립되고 아트펀드가 들어왔다.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어림잡아 올해 미술시장 규모를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할 뿐이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경매 2000억원, 아트페어 245억원, 아트펀드 200억원, 공공미술 800억원, 박물관 정부 컬렉션 200억원, 상업화랑 600억원 등 올해 미술시장 총규모를 4045억원으로 추정한다.

분명한 것은 미술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빅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매는 지난해 비해 3~4배 이상, 아트페어는 1.5배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미술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미술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48조달러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300억달러에 이른다. 세계 미술시장 규모를 GDP 비중으로 보면 약 0.062%가 된다. 이 같은 수치를 우리나라 경제에 응용해 보면 한국 미술시장 수준을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규모는 8880억달러다. GDP에 대한 미술시장 평균 비중 0.062%를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평균적으로 550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는 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평균적인 수준에도 아직 못 미치고 있으며 세계 11위 경제국 위상에 맞으려면 평균 대비 2~3배 규모인 1조~1조5000억원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런 계산법대로 하면 한국 미술시장이 올해 빅뱅을 한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술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커지고 있음에도 믿을 만한 통계 하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정확한 통계가 없다 보니 미술시장에 대한 현황 파악도, 진단도 어렵다. 효율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지나친 비관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미술통계에 귀가 번쩍 뜨인 적이 있지만 믿기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관세청은 크게 성장하는 국내 미술시장 특성을 감안했는지 지난 1일 친절하게 미술수입통계만을 따로 분리해 발표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미술수입 규모가 올해 들어 9월까지 4억6290만7000달러(4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0.6%나 늘었다. 9개월 동안 4200억원어치나 미술품을 수입했다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도대체 얼마란 말인가? 9개월간 수입 규모가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추정했던 전체 미술시장 규모보다 크니 혼동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 작품이 전시를 위해 외국으로 나갔다 역수입되는 것을 제외하지 않고 그냥 발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 수집은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도 화랑에서 작가 작품가격을 물어보기가 민망할 때가 많다. '왜 그런 것까지 물어 보느냐'며 오히려 묻는 이를 멋쩍게 만든다. 화랑 매출액을 물어보기란 더더욱 어렵다. 화랑들이 작품 판매가격이나 매출액 밝히길 꺼리면서 정부 정책을 탓할 수 있을까. 미술경매회사의 경매낙찰액도 검증이 가능해야 공신력 있는 통계로 거듭날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부터 투명하지 않으면서 시장 투명화나 공정거래를 요구할 수 있을까. 화랑과 경매회사들의 이중성이 바로 미술통계를 수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이 처음부터 한국을 먼 발치 앞서 가는 분야가 있다면 바로 미술산업이다. 미술작품 1개는 웬만한 중소기업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작가 1명은 중소기업 CEO 1명보다 비중이 클 수도 있다. 투명한 시장, 공정한 시장은 작가가 커 갈 수 있는 텃밭이자 시장통계를 산출해 내는 토양이다. 정부와 화랑, 경매회사가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문화부 = 한배선 차장 doubles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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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26일 독일 베를린에선 세계적인 금융그룹 크레디트스위스(CS)가 주최한 'CS인베스트먼트 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엔 유럽 각국에서 활동하는 프라이빗뱅킹 관계자들과 그들 고객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유독 한 펀드가 큰 관심을 끌었다. 독일 부동산펀드로 최근 6년간 꾸준히 연 평균 17%대 수익률을 올린 상품이었다.

"그날 포럼에 있었던 PB들과 투자자들이 난리가 났어요. 정말 대단한 펀드라고. 환호성을 지르고 야단법석 수준이었다니까요." 당시 함께했던 한 한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우리끼린 킬킬대고 웃었죠.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연 100% 아니면 명함을 못 내미는데 17%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요즘 국내 펀드투자자들은 정말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 50% 수익률이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 않을 뿐더러 수익률이나 운용방식 그 어떤 것 하나 검증되지 않은 펀드에 3조원 이상 돈을 넣는다. 투자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손실이 났다고 바로 환매해버리기도 한다.

물론 이런 현상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국내 증시, 이머징증시, 글로벌 증시가 2004년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하면서 최근 3년간 펀드로 손실을 본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이 과정에서 우리의 기대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연 50%, 연 100%를 노리면서 펀드투자행태가 심각하게 왜곡돼 버렸다는 문제다. 급등주를 따라잡듯 중국펀드에 '몰빵'하는가 하면 주식단타처럼 펀드단타도 익숙해져 버렸다. 이젠 아무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은 등락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펀드투자의 기본은 그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겠다는 합의에서 출발한다. 100년이 넘는 펀드역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연 17%를 맞춰준 펀드에 열광하는 건 결코 그들이 중국펀드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 꾸준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부 = 정철진 기자 ccj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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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연간 5만달러까지 해외에 마음대로 송금할 수 있고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제한 없이 취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외환제도 개선방안으로 외환거래 제도를 국제규범 정합성(global standard)에 맞춰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내보내 장기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와 은행권의 단기외화차입으로 2500억달러가 넘는 외화가 국내에 머물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됐다. 환율 하락은 유가 상승과 함께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외환거래 자유화를 통한 환율방어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하루 100억달러가 넘는 국내 외화거래 규모 중에서 해외송금액은 얼마 되지 않으며, 그동안 정부가 두 차례나 해외 부동산 취득한도를 확대하고 지난 6월에는 해외펀드 비과세 조치를 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대책이 없었다면 환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졌을지도 모르므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성급하다.

그리고 해외 투자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외환거래 절차 간소화를 악용한 외화 밀반출이나 불법상속과 증여 등 외환자유화 확대의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독기관이 거래내역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면 머잖아 시행될 29개의 개선 사항이 담겨 있는 시장거래 중심 외환제도로의 변환은 환율 방어 차원을 넘어 실제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첫째, 일반 국민과 외국인 투자자의 외환거래 편의를 도모한다. 연간 5만달러까지 구두 증빙만으로도 해외송금이 가능하고 투자가 확정되지 않아도 환전이 허용되는 등 외환거래 절차가 간소해지고 해외에서 체크카드 현금 인출과 기명식 선불카드 사용이 가능해진다. 둘째, 외환거래의 편의를 높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한다. 지금까지 허가제였던 5000만달러 이상의 수출입 관련 대금 지급 수단이나 50만달러 이하 채권 채무 상계도 신고 없이 가능하고, 30대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의 해외 금융보증 신고도 면제된다. 셋째, 외환거래의 편의성으로 외환시장 참여자가 많아지고 외환거래 규모가 확대되면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강해지고 시장원리에 의한 환율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 국내 금융기관의 외환업무 역량을 강화시킨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외환업무 취급 범위가 확대됐고, 사모투자펀드(PEF·Private Equity Fund)는 해외 금융기관 인수·합병(M&A) 투자절차가 간소화됐다. 금융기관이 외국환업무로서 수행하는 장외파생거래의 사전신고도 면제됐고 내년중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금융투자회사에도 외국환업무 범위가 조정될 예정이다.

이 밖에 외환거래 자유화는 현행 외환규정 아래서 필요 이상의 규제로 양산되는 불법행위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투자 기회가 생겼는데 신고하지 않고 외환거래를 했거나 또는 신고 내용대로 자금을 사용하지 않아 제재를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해외자산 취득이 자유로워지면 국내에 넘치는 외화로 인한 유동성이 해외로 분산돼 국내자산에 거품이 생길 위험성이 줄어들 것이다.

다만, 해외자산에의 투자는 운용수익을 중시해 국부 유입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부동산 투자나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달러화 자산에 대한 투자는 주의가 요구된다.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국부펀드를 통해 보유외환을 해외 에너지나 원자재 산업 등 다양하게 운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기왕 외환거래의 국제규범 정합성을 내세운 만큼 이제는 국제거래에서 원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원화의 국제화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어쨌든 이번 외환자유화 확대는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흐름임에는 틀림없다.

[[연강흠 /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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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명성'이 새로운 자본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워런 버핏, 골드만삭스, 맥쿼리, 미래에셋, 군인공제회, 대한전선 등의 공통점을 보면 드러난다. 그저 '투자를 잘한다'는 수준이 아니다. 이들은 투자를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래에셋은 과거 운용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이트 펀드'를 3조5000억원 넘게 팔았다. 이를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 브랜드 가치가 3조원어치는 넘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예도 있다. 군인공제회가 투자하는 M&A에는 다른 연기금도 관심을 보인다. 대한전선도 웬만한 M&A에 있어서는 '증권사보다 나은 금융기업'이란 평판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뚜렷한 투자스타일을 브랜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필자가 런던에서 배운 것은 '명성은 진짜 자본이 아니다'는 점이다. 슈로더운용 고위 관계자는 "명성은 허상이다. 진짜 자본은 명성 뒤에 숨어 있는 신뢰"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보자. 영국 베어링스나 미국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은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명성을 순식간에 잃었다. 슈로더는 앞날이 유망했던 IB사업부문을 매각했다. 행여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다 투자자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먼저 챙겨 신뢰를 잃을까 두려워서였다.

우리에겐 공모펀드가 신뢰를 잃은 경험이 없다. 하지만 비슷한 경험은 있다. 외환위기 때 사라진 수많은 은행들, 그리고 바이코리아 펀드. 그들이 그렇게 쉽게 쓰러질지 상상이나 했던가.

중요한 것은 명성이 아니라 신뢰다. 투자원칙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도입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파악하고 펀드를 선택할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그래서 명성 뒤에 흐려진 신뢰를 보는 심미안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명성이 신뢰라는 진짜 자본을 뿌옇게 가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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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동희 동국대 교수
지구촌이라는 말이 요즘들어 더 실감난다.

필리핀과 몽골 출신 등 외국인 며느리를 둔 가정을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국내 한 종교단체에서 파견한 선교단원들의 피랍사건으로 온 나라를 충격 속에 휘몰아 넣었던 아프가니스탄,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그곳에서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세계 경제 대국을 꿈꾸는 중국은 ‘동북공정’에 이어 ‘중국 펀드’로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일본-한국-중국을 거쳐 터키로 이어지는 아시아 고속도로(아시안하이웨이)가 아시아 32개국간의 협정으로 총 14만km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21세기, 교통 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가 더욱 좁아지고 대륙과 국가의 장벽이 역사상 유례없이 개방되면서 서로의 관계들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좋든 싫든 그리고 멀든 가깝든 우리는 새로운 이웃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 숙명을 안고 있다. 그에 따라 ‘지리상 발견 시대’ 이후 한동안 잊혔던 전통 지리학이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하고 있다. 빠르고도 복잡하게 얽히고 연결된 지구촌 사회의 역학 관계를 통찰하는 데는 무엇보다 지리적 사고(思考)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지리적 사고란, 눈앞에 보이는 세상을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사람들 입장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직면한 세계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리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원로 지리학자 블레이의 교양도서 ‘분노의 지리학’을 해외 근무 직원과 외교관들의 필독서로 지정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 책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구촌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지리학이 주요한 도구가 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베트남전쟁, 이라크 전쟁의 뼈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새로운 영토를 차지할 수는 있어도 그곳을 진정으로 통치하는 힘은 ‘지리적 통찰력’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터넷 위성영상정보 사이트에서 우리 영토를 검색해 보면, 부산 수영만은 ‘Suiei-Wan’, 남해 천황산은 ‘Tenno San’ 그리고 한강 하구의 강화만은 ‘Koka-wan’ 등 일본식 표기 일색이다. 우리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 목 쉬도록 외치는 사이에 일본은 사이버 공간에서 소리 없이 그들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리부도를 펼쳐놓고 대전을 찾아보라고 하면 엉뚱하게도 부산이나 목포 쪽에서 헤매고 있는 게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그들은 제주도 한라산이 외국에서 ‘Mount Auckland’나 ‘Kanra-san’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개화기 이후 지리는 역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세계관 교육의 하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제 강점기의 지리교육 축소 정책, 이어 미국식 교육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사회과 교육’이라는 틀 속에 갇히면서, 우리 청소년들을 지리 문맹(文盲)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작지만 의미있는 지리학 부흥운동의 싹이 트고 있다. 지리교양도서들이 대형서점에서 어엿하게 독립된 코너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몇은 스테디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 관공서나 기업들로부터 지리학 특강 요청이 늘고 있다.

21세기, 지구촌 사회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리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19세기식 사고에 머무른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우리 땅에 대한 지리학적 자긍심과 아시안 하이웨이를 달리는 지리학적 상상력을 키워 주자.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가 있는 우리 장병들의 배낭 속에도 지리학 교양서 한 권쯤은 넣어 주자. 우리의 미래가 바로 이들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권동희 동국대 교수·지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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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후한시대 장해라는 선비는 높은 학문과 뛰어난 식견으로 인해 조정에서는 거듭 벼슬을 권했고 명문세가들은 그와 친교를 맺으려 애썼지만 혼탁한 세상과 절연하기 위해 은둔생활로 일관했다. 방술(方術)로 안개를 일으켜 주변 5리까지 자신의 소재를 감추기도 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의 출처이다.

최근 한 유력 정치인의 출마선언 이후 대선 정국만큼이나 8월 조정 이후 재차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식 시장도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미국시장의 신용경색 우려, 달러화 약세, 유가 100달러,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 등이 안개를 피워 올리고 있고 미국시장과의 Decoupling(탈동조화)현상을 강조하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머쓱할 정도로 미국시장의 조정 폭을 그대로 추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문의도 다소 심각해졌다. 내용인즉 현재 시점이 추가 투자시점인지 아니면 수익실현의 적정시기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어 가면서 투자자들의 식견도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일견 까다로워 보이지만 투자의 정석으로 돌아가면 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High risk - High return식의 막연한 투자라면 몰라도 재무 목표별 자금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기대수익을 다소 낮추더라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리스크는 곧 변동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큰 변동성은 결과적으로 중장기적인 수익률의 장해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의 변동성의 경우 상승과 하락을 각 2회씩만 순차적으로 반복하고 나면 약 18%의 평가손실을 보이게 되는 반면 변동성 10%의 경우라면 약 2% 정도의 평가손실에 그치게 된다. 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은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하며 고수익 지향보다는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하게 기대 수익을 낮춰보자. 가장 무난한 방식은 역시 분할투자(이를 시스템화 한 것이 적립식 펀드나 변액보험이다)인데 이른바 박스권 장세에서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하락과 상승의 패턴을 보여 왔고 그 점이 반영되어 이 방식의 펀드 투자는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과거 3년 동안 국내 증시나 중국, 그리고 일부 이머징 시장은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나 일방적인 추세상승패턴이었고 1~2개월 정도의 기간 내 짧고 굵은 조정은 실제 평균매입단가 하락 효과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관리책으로 이보다 더 합리적인 방안은 찾기 힘들다. 거치식 투자의 경우 장기로 운용할 자금이라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좋으나,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6개월~1년 남짓 한 투자자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은 당분간 현상유지 내지 축소가 바람직해 보이며 투자시점이 비교적 최근인 경우라면 애초 계획보다 투자기간을 보다 길게 잡는 것이 좋다.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의 성격이며 투자포트폴리오 정비는 그에 따라야 한다. 투자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시기별 필요자금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작은 위험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투자방식 아닐까.

우리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먹거리는 물론이고 온통 웰빙을 표방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건강에 좋다해서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기초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심신을 혹사시키는 일빙(ill-being)이 되고 만다. 변동성을 도외시한 수익률 지상주의를 추종하거나 자신의 위험성향을 무시한 따라하기식 투자는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소지가 많으며 결국 심신을 상하게 한다. 돈에 꼬리표 잘 붙이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 찾기. 이것이 바로 웰빙 재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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