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후한시대 장해라는 선비는 높은 학문과 뛰어난 식견으로 인해 조정에서는 거듭 벼슬을 권했고 명문세가들은 그와 친교를 맺으려 애썼지만 혼탁한 세상과 절연하기 위해 은둔생활로 일관했다. 방술(方術)로 안개를 일으켜 주변 5리까지 자신의 소재를 감추기도 했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의 출처이다.

최근 한 유력 정치인의 출마선언 이후 대선 정국만큼이나 8월 조정 이후 재차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식 시장도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미국시장의 신용경색 우려, 달러화 약세, 유가 100달러, 중국 시장의 불안정성 등이 안개를 피워 올리고 있고 미국시장과의 Decoupling(탈동조화)현상을 강조하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머쓱할 정도로 미국시장의 조정 폭을 그대로 추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문의도 다소 심각해졌다. 내용인즉 현재 시점이 추가 투자시점인지 아니면 수익실현의 적정시기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어 가면서 투자자들의 식견도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일견 까다로워 보이지만 투자의 정석으로 돌아가면 위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High risk - High return식의 막연한 투자라면 몰라도 재무 목표별 자금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기대수익을 다소 낮추더라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리스크는 곧 변동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큰 변동성은 결과적으로 중장기적인 수익률의 장해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의 변동성의 경우 상승과 하락을 각 2회씩만 순차적으로 반복하고 나면 약 18%의 평가손실을 보이게 되는 반면 변동성 10%의 경우라면 약 2% 정도의 평가손실에 그치게 된다. 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은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하며 고수익 지향보다는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하게 기대 수익을 낮춰보자. 가장 무난한 방식은 역시 분할투자(이를 시스템화 한 것이 적립식 펀드나 변액보험이다)인데 이른바 박스권 장세에서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하락과 상승의 패턴을 보여 왔고 그 점이 반영되어 이 방식의 펀드 투자는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과거 3년 동안 국내 증시나 중국, 그리고 일부 이머징 시장은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나 일방적인 추세상승패턴이었고 1~2개월 정도의 기간 내 짧고 굵은 조정은 실제 평균매입단가 하락 효과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관리책으로 이보다 더 합리적인 방안은 찾기 힘들다. 거치식 투자의 경우 장기로 운용할 자금이라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좋으나,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6개월~1년 남짓 한 투자자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은 당분간 현상유지 내지 축소가 바람직해 보이며 투자시점이 비교적 최근인 경우라면 애초 계획보다 투자기간을 보다 길게 잡는 것이 좋다.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의 성격이며 투자포트폴리오 정비는 그에 따라야 한다. 투자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시기별 필요자금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작은 위험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돈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투자방식 아닐까.

우리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먹거리는 물론이고 온통 웰빙을 표방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건강에 좋다해서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기초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심신을 혹사시키는 일빙(ill-being)이 되고 만다. 변동성을 도외시한 수익률 지상주의를 추종하거나 자신의 위험성향을 무시한 따라하기식 투자는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소지가 많으며 결국 심신을 상하게 한다. 돈에 꼬리표 잘 붙이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 찾기. 이것이 바로 웰빙 재테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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