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hoto-media.hanmail.net/200708/22/mk/20070822171517.219.0.jpg)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그동안 엔화로 빌려 다른 통화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역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현상이다. 그것은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과잉 반응하는 결과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마치 우화 속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고함에 마을 주민들이 한바탕 소동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가들은 어느 통화표시 자산과 다른 통화표시 자산간 예상수익률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저리의 통화로 돈을 빌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통화 자산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이를 캐리 트레이드 또는 재정(裁定)거래라고 부른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헤지펀드나 개인투자자 등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초저금리의 엔화를 조달해 이를 예상수익률이 높은 통화로 바꿔 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재정거래의 한 단면이며 엔캐리 트레이드라고 해서 유별난 형태를 띤 거래는 아닌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히 이뤄졌던 지난 2~3년 간 엔화는 약세를 지속했다. 투자가들이 엔화자산보다 금리가 높거나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다른 통화 자산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가 강세로 반전된 것은 지금까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엔화 수요가 증가한 결과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엔캐리 청산이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지나치게 과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무엇보다도 엔캐리 트레이드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그 규모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조차도 엔캐리 자금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 않은가. 모호함 때문에 시장의 억측이 초래되고 엔캐리 트레이드 영향이 과대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좁은 의미로 보면 엔캐리 트레이드는 엔화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투자가, 특히 해외투자가가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다른 통화 자산에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헤지펀드 등 외국인에 의한 엔화차입이 대표적인 예다. 넓은 의미로 보면 엔화를 빌리지 않고 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엔화자산을 다른 나라 통화 자산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해외 유가증권 투자나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FX거래(개인이 금융기관에 일정한 증거금만 맡기고 이 금액의 수배에서 최고 100배까지 외환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적게는 800억달러, 많게는 5000억달러로 추정하는 등 추정 범위가 넓은 것은 바로 엔캐리 트레이드의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청산될 때 영향도 제대로 알 수 없다. 당분간 엔캐리 청산이 이뤄진다 해도 그것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당시 정도는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 첫째 이유는 '유사시 달러화'라는 국제외환시장의 보편적 관념에 의해 엔화 가치 상승이 제약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98년 당시 불과 2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엔ㆍ달러 환율이 147엔대에서 115엔대로 급락했던 것과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유는 일본이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0.5%로 의외로 낮게 나온 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고 각국이 이를 진화하느라 유동성을 긴급 수혈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이라는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셋째는 일본 정부로서도 수출경쟁력에 찬물을 끼얹을 염려가 있는 엔고 현상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엔캐리 청산 염려로 일본 증시가 충격을 받는 것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시 97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다가 수면이 같아지면 물 흐름이 멈추듯 단기간에 엔화자산으로 자금이 쏠린다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진정 국면이 도래할 것이다.
[온기운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경광장] 채권소매시장 육성 정부가 나서라 (0) | 2008.02.08 |
---|---|
[기고] 서브프라임 사태와 희생양찾기 (0) | 2008.02.08 |
[기고]''탄소배출권 시장'' 버스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0) | 2008.02.08 |
[탄소펀드 출시 전문가 기고] 국가 마스터플랜부터 세워라 (0) | 2008.02.08 |
[기고] 급부상하는 ‘탄소경제’와 투자/장승철 현대증권 IB본부장 상무 (0) | 2008.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