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했던 소식 중 하나는 세계 기후변화 뉴스다. 유럽과 아메리카를 비롯한 모든 대륙에서 폭염과 홍수, 허리케인이 끊이질 않았다. 피해도 예년 수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이에 따라 각국은 기후변화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많은 관심을 쏟았다.

지구환경학자들은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할 필요성을 느꼈고, 유엔은 ‘1997 교토체제(Kyoto protocol)’를 통해 각국의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탄소 시장이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교토체제의 ‘규제’가 만들어낸 시장이기도 하다. 교토체제는 각국마다 배출할 온실가스의 양을 일정하게 정하고 자국에서 이산화탄소의 양을 감축하든지 다른 나라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일 사업을 수행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만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라는 탄소배출권을 시장에서 사든지 아니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런 조치는 세금이나 정책적 규제만으로는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끌어들여 각 국가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엄청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탄소 시장은 2010년까지 60조원에서 15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이 시장은 금융기관에도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다. 이제 탄소배출권을 금융회사가 다루던 주식, 채권과 같이 하나의 경제적 재화로 바라봐야 한다. 탄소배출권과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투자, 배출권 중개, 사업개발 컨설팅, 프로젝트 발굴을 통한 직접 사업개발 등 금융기관이 탄소 시장에서 찾을 수익모델은 다양하다.

이미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탄소 시장의 거대한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2006년 5월 향후 5년간 30억달러를 탄소배출권 구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드먼삭스와 도이치방크도 배출권 매입과 프로젝트 투자와 같은 방법으로 탄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일본도 정부 주도로 2004년 1억4000만달러 규모의 ‘일본 탄소금융(JCF·Japan Carbon Finance)’이라는 투자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에는 33개에 달하는 일본 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과 금융기관이 출자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올해부터 환경 부문 및 탄소 시장과 관련된 펀드를 본격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펀드는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비교적 안전한 곳에 투자하거나 환경산업 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직접 탄소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올 9월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출시될 예정인 탄소펀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탄소펀드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탄소배출권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탄소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고 세계 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탄소 시장’이라는 이름의 버스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우리 금융기관도 더 늦기 전에 이 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와 같이 만년 후발주자가 아닌 시장 선두주자의 입지를 다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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