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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화면을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채권시장은 개인투자자에게 매우 생소하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50억원 이상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큰돈을 굴리는 금융기관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액투자자는 채권형펀드에 가입하여 간접적으로 채권시장에 참가할 뿐 직접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8월 20일부터 컴퓨터 화면을 통해 1000원 단위로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이 개설돼 채권투자 대중화가 기대된다.
한때 서울대 발전기금을 관리해온 필자는 채권소매시장 필요성을 남달리 느끼고 있었다. 10억원 정도 발전기금을 채권에 투자하자고 결정하더라도 실제 거래를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채권 도매시장은 주로 50억원 이상인 거래에 대해서만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10억원 단위 채권 가격을 알기 위해서는 소액 채권을 거래하는 증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가격을 비교해야 하는데 막상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적정 가격인지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단일종목 채권에 투자하기를 포기하고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때마다 불필요하게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채권소매시장이 열려 이러한 문제점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액채권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딜러 호가를 거래소 장내시장에 집중시키고 집중된 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시에 투자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가격 투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거시경제적으로도 채권소매거래 시장 개장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산업에서 개발도상국과 경쟁이 격해지는 가운데 침체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려면 불확실성이 큰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에는 대기업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따른다. 대기업 지원을 통한 정부 주도 경제성장 전략에 한계가 온 만큼 이들을 대신해서 금융기관이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할 때다.
그러나 은행 중심적인 금융구조만으로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고정금리를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배분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위험투자 자금을 기업 부문에 장기적으로 조달해주기 위해서는 주식과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이 은행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채권소매시장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증권사들의 적극적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거래소는 전문딜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증권사에 금전적 이익과 함께 명예가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고위 관료가 최우수 채권전문딜러를 선정하여 해당 회사 최고경영자를 초청한 자리에서 상을 줌으로써 전문딜러 위상을 높여 주고 있다. 정부자금 운용 기관을 선정할 때도 가급적 우수 전문딜러가 속한 회사를 우대해 줌으로써 금전적 이익도 보장한다.
자본 규모가 영세해 전문딜러 기능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국내 증권사 현실을 고려할 때 채권소매시장 정착을 위해 거래소와 정부의 창의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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