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가 있던 날이다. 개표는 다음날로 미뤄졌던 터다. 마감 시간에 쫓기던 중 전화를 받았다. “위에 보고라도 해야겠는데 누가 이기는 겁니까?” 알고 지내던 대기업 중역이었다. 얼버무리고 말았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승패가 새나오던 이튿날 오후까지 지인들의 ‘현문(賢問)’과 필자의 ‘우답(愚答)’은 계속됐다. 감은 있었지만 입을 떼기 쉽지 않았다.

요즘 정치부 기자들이 으레 겪는 일이다. 친구를 만나도, 친지를 만나도, 편집국 내 다른 부서에서도 질문은 계속된다. “이번에 누가 되는 거야?” 이해한다. 필자도 누구 못지 않게 궁금하다. 경마식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선거보도 대원칙에 공감하면서도, 선거의 재미는 역시 승자를 맞히는 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나름대로 ‘현답(賢答)’을 개발했다. ‘누가 되느냐고 묻지 말고, 누굴 찍을지 고민하라’고.

택시라도 탈라 치면 입장이 바뀐다. 택시는 여론의 바로미터다. 5년 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때 광주에서 ‘노풍(盧風)’의 진앙을 처음 감지한 것도 번갈아 택시를 타며 탐문한 결과였다. 얼마전 좀 다른 기사분을 만났다. 그 분은 ‘왜 남의 장단에 춤추려 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반가웠다. 대선판에 던져진 ‘경제’, ‘평화’ 같은 화두들이 떠올랐다. 정권만 바뀌면 우리 경제가 고성장의 길에 들어서고, 한반도 평화는 손에 잡힐 것 같다. 현실화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허나 많이 듣던 소리다.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그랬다. 대선 때면 늘 거대담론이 춤췄고,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 후보선택 거대담론으론 미흡 -

허망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1970~80년대처럼 고도성장을 할 수는 없을 테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다. 범여권 주자 중 한 명이 대역전한다 해도 한반도 평화가 성큼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범여권이 정권을 재창출해도 경제는 망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이겨도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경제는 시스템화됐고, 대북 포용정책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다. 누가 승자냐에 따라 속도는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뜻한다는 ‘7·4·7 공약’을 보자. 삶의 질과의 구체적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 도쿄 시민들이 서울 시민들보다 좁은 집에서 사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평화는 빵’이라는 담론도 마찬가지다. 평화는 그 자체로 목표이지 빵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빵도 마찬가지다. 평화는 평화이고, 빵은 빵이다.

대선주자들만이 아니다. 평소 아파트값이나 ‘사오정(40~50이면 정년)’, 특수목적고, 국민연금, 주식형 펀드를 화제로 삼는 유권자들도 선거만 임박하면 거대 담론의 함정에 빠져든다. 나의 행복보다 국가 미래를 생각한다. 물론 거대담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명분과 시대정신이 없다면, 선거란 약육강식 논리를 법제화한 데 불과할 수도 있다. 해도, 거대 담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국가와 사회의 이슈, 나와 내 가족의 이슈를 묶어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대선 관전법은 어떨까. 첫째, 가장 원하는 것을 생각한다. 비정규직에서 벗어나고 싶은지, 작은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꿈인지, 내 아이가 과외 안 받고도 괜찮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지…. 하나일 수도 있고 다일 수도 있다.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이 기준으로 후보들을 살핀다. 둘째, 막연히 경제나 평화를 말하는 후보를 경계한다. 경제나 평화를 말하더라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후보를 선택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후보보다 ‘반값 아파트’를 짓겠다는 이가 공약을 실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셋째, 휩쓸리지 않는다. 관료와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민 개개인이 국정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투표만이 사실상 유일한 참여의 통로다. 이 소중한 권리를 남들의 눈에 맞춰 행사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 내 가족 이슈도 묶어선 판단을 -

거대 정당·언론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선거판을 바라볼 때 세상은 바뀐다. 후보들간 정책·비전 경쟁은 구체화하고, 오랜 늪이던 지역주의도 덤으로 사라질 것이다. 투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복무행위가 아니다.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권리다. 누가 될 것인가 묻지 말고, 누구를 찍을 것인가 생각하자. 그것도 아주 이기적으로.

〈김봉선/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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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170억달러와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모두 200억달러 펀드를 토대로 2005년 7월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겨우 10억달러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투자대상도 신용등급 BBB 이상 안전한 회사채나 주요 선진국 주식에 한정돼 있다. 최근 주요국 국부펀드(SWFㆍSovereign Wealth Fund)들이 위험자산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 국가외환투자공사(SIC)를 설립해 제1탄으로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는 채권 위주 투자를 하고 있는 3300억달러 규모 정부투자공사(GIC)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 테마섹을 통해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테마섹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8750억달러), 러시아 안정화펀드(1000억달러),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3000억달러) 등 기타 국가 국부펀드도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IC는 안전성을 중시한 나머지 부동산이나 자원개발, 사모펀드 등과 같은 고수익 자산 투자에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이 때문에 수익도 저조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0억원을 넘은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국민이 대외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합쳐진 돈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계정상으로는 국가기관 자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이 주인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자산 증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KIC가 소극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이 기관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줘 고위험ㆍ고수익 자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도 효율화해야 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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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큰 관심 뉴스는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일일 것이다.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의 승부였다. 더욱이 경선 후유증이 걱정될 만큼 양대 후보 진영간 원색공방이 대단했기에, 매일 싸움질만 한다며 지긋지긋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경선패배를 시인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하자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칭송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 경선과정 보도에서 국민일보는 두 후보간 경쟁 및 기타 사항들을 균형있게 다루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사진배치나 지면구성 등에서 시각적 효과를 염두에 둔 편집을 하면서도 공정함을 유지하고자 애쓴 흔적이 보였다.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멋진 경기를 즐기며 관전하도록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각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경선 시뮬레이션 예측결과를 내놓았는데, 그 중 실제 결과와 가장 근접한 것이 국민일보의 예측이었다. 타 기관들은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적어도 6∼10%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던데 비해, 국민일보는 두 사람간 득표차를 5.6%포인트로 예측, 실제 득표차 1.5%포인트에 가장 근접한 수치를 제시하였다. 또한 경선결과 발표 다음날인 8월21일자(6면)에서 '대선레이스 3대 변수와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22일부터 나흘간 '이명박 후보 경제정책 검증'을 거시정책, 부동산, 조세, 기업 등으로 나누어 발빠르게 다룬 것은 단연 돋보이는 점이었다.

그러나 '2% 부족'을 느끼게 하는 면들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동일주제의 기사는 같은 면에 실리는 게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8월23일자 종합면 기사중 '이 후보 경제정책 검증: 2.부동산-공급확대 정책 성공할까'(7면)는 이 후보 관련기사들이 있는 4·5면에 연속해서 실리는 게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2007 세제개편안'(6·7면)이 실린 7면에 동떨어져 실림으로써 '세제개편안'과 '이 후보 정책'이 뒤섞여서 양자를 분간하기 힘들게 하였다. 또 같은 날자 '탄소배출권 시장 연내 개설'(2면)과 '탄소펀드 출시: 전문가 기고-국가마스터플랜부터 세워라'(7면)의 두 기사도 동일면에 실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지나친 정파적 정치개입과 관련해 다른 신문들은 대부분 비판적 분석을 곁들여 보도한데 비해, 국민일보는 8월24일자 'DJ, 민주신당 386의원들에 국민설득 주문: 수구보수에 나라 못넘긴다'에서 일체의 비판적 분석평가 없이 DJ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지면배정이 과다함은 물론, 과연 정론탁설(正論卓說)의 자세에 합당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였다.

한편, 학력위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터에 기독교계도 그 문제로부터 비켜나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8월20일자 '국내외 신학대학 학위실태와 대책: 1년에 1주씩 네번 수업받고 외국박사'(29면) 기사는 매우 시의적절하였다. 오히려 근년 들어 힘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는 기독교계의 정련화와 새 힘의 충전을 위해 이 문제를 좀더 깊고 넓게 분석 비판하는 기사가 시도됐으면 좋겠다.

백승현(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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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170억달러와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모두 200억달러 펀드를 토대로 2005년 7월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10월 10억달러를 포함해 올 8월 현재 총 110억달러를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대상이 신용등급 BBB 이상 안전한 회사채나 주요 선진국 주식에 한정돼 있어 충분한 수익을 낼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최근 주요국 국부펀드(SWFㆍSovereign Wealth Fund)들이 위험자산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 국가외환투자공사(SIC)를 설립해 제1탄으로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는 채권 위주 투자를 하고 있는 3300억달러 규모 정부투자공사(GIC)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 테마섹을 통해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테마섹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8750억달러), 러시아 안정화펀드(1000억달러),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3000억달러) 등 기타 국가 국부펀드도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IC는 안전성을 중시한 나머지 부동산이나 자원개발, 사모펀드 등과 같은 고수익 자산 투자에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이 때문에 수익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은 국민이 대외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합쳐진 돈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계정상으로는 국가기관 자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이 주인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자산 증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KIC가 소극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이 기관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줘 고위험ㆍ고수익 자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도 효율화해야 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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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외환위기로 한국 증시가 폭락하고 많은 기업이 매물로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그 중에는 수익성과 성장성에 문제가 없는 데도 치솟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온 회사도 적지 않았다.

이때 발빠른 외국인들은 헐값에 알짜 기업들을 사들였다. 당시 한국 기업들을 사들였던 외국계 자본은 이후 몇 년 만에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 세금 과세 논란이 일고 있는 론스타펀드도 그 중 하나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은 기업 가치에 비해 싸게 나온 기업과 자산을 과감하게 사들였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한 적이 있다.

외부 환경 등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 내재 가치보다 낮게 평가된 회사를 싸게 사들여 이후 대규모 이익을 챙기는 '저가 매수(바겐헌팅)'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대자 월가에서 저가 매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파문으로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저가 매수'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나선 사람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다.

그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에 대혼돈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또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금융주 투자를 늘렸으며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컨트리와이드 등 모기지 업체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규모 채권펀드를 운용해 '채권 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PIMCO)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등 투자은행들의 채권을 사들였다.

그로스 핌코는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사모펀드계 거물들도 저가 매수에 동참하고 나섰다. 부실기업 인수로 유명한 윌버 로스는 세계 신용경색 위기를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는 늘어난 채무 불이행과 대출업체들로 위기에 처한 서브프라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은 미국발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 투자를 꾸준히 늘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이들 거물이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으로 가격이 떨어진 자산 중에서 '알짜 줍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아직 저가 매수에 나서기에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신중론자들은 무엇보다도 시장이 아직 불안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데다 주택경기 부진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관론을 펼쳐온 전문가들조차 아직 미국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가 아니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한 관계자는 어떤 종목을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매수하더라도 상당 기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우량 자산을 더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가 고수들이 저가 매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데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투자자들도 있다.

저가 매수를 선언한 대부분 전문가가 이미 많은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인 만큼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저가 매수 시기에 대한 적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수들은 약세장일 때 저가 매수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저가 매수에 성공하려면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투자 대상 기업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고 향후 내재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종목을 찾기 위해서는 버핏이 강조하는 것처럼 해당 기업을 잘 알아야 함은 기본이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sunnywi@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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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 은행의 3개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발표 이후 급락하던 세계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재할인율 창구의 담보로 허용하면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뇌관은 여전히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듯하다.

-FRB 조치후 세계증시 진정-

향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모기지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간 미국의 전형적인 모기지 대출은 금융회사가 주택이라는 담보물건을 기초로 차입자에게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을 제공하고, 공적 금융주택기관이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고 대출자금을 보전해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적 금융기관은 주택금융 차입자에게 상환능력과 담보비율(LTV)과 같은 신용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루어진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담보물건과 차입자의 신용이 적격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모기지 대출을 집행하는 은행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금융회사가 취급하게 되는데, 이를 모기지 전문회사라 부른다. 이와 같은 모기지 전문회사는 2000년대 들어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적 붐에 편승하여 크게 증가했다. 한편 모기지 전문회사들은 모기지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대출채권을 모아 유동화라는 과정을 통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자본시장에 유통시키게 된다. 이때 신용 보강이 이루어진 우량채권은 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은행, 보험사들에 매각되고, 고위험-고수익의 후순위 채권은 주로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 등이 소화하게 된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미국 증권거래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 사모펀드여서 금융감독을 전혀 받지 않고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킨 데 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 관련 후순위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FRB가 정책목표금리를 17차례에 걸쳐 4.25%포인트나 올리면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들이 먼저 부실화되면서 관련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연이어 부실화했다. 충격은 삽시간에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 우리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충격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와 투기적 붐이 결합되는 경우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결국 낮은 금리와 감독의 실패로 인해 급증한 유동성과 투기적 붐이 결합되어 양산된 투기의 거품은 결국 언젠가는 붕괴되게 마련이며 복잡한 파생상품의 연쇄구조 가운데 어느 고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유동화가 어려운 상품, 현금화가 용이하지 않은 부문, 레버리지를 과잉으로 사용한 부문으로 문제가 확산되어 전 금융권,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투기 위험 경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괜찮은가. 금융회사들의 대출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고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제2금융권의 LTV와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점, 이 모든 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주택금융시장의 현재라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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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월 23일자 8면에 실린 기획시리즈 ‘가까워진 이웃 중국’ 중(中)편을 읽었다. 기사는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한국인의 중국 부동산 및 펀드 구입 열풍과 중국에서의 한류 드라마 인기 등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투자 실태를 조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對)한국 투자에 대해서도 소개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전제품은 한국이 중국보다 한참 앞선다고 생각했는데 중국산 제품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1위인 품목이 있고 매년 매출이 두 배씩 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부품 및 소재 수입 분야에서도 곧 중국산이 일본산을 제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중국의 한국기업 사냥에 관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2004년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한국의 우량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해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한다. 선진기술 확보가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기업의 인수합병은 ‘시장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막을 수도 없으며 막아서도 안 되는 문제다. 하지만 솔직히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팔려나간다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결국 우리 기업이 팔리지 않도록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선진 수준의 기술과 경영기법, 노사관계 등이 경쟁력을 이루는 요소들인데 이를 제고하는 방법 중 하나가 선진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미 FTA는 좋은 방안이다.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 있는 미국과의 장벽 없는 무역을 통해 비교우위 상품의 경쟁력은 더욱 발전시키고 열세에 있는 상품은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가 앞서가는 일본과 뒤쫓아 오는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경고가 자주 등장한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바짝 뒤쫓는 단계를 넘어 우리를 집어삼키려는 수준에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중 경제가 대등한 수평관계가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장현태 충북 제천시 봉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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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기'라는 게 있다. 요즘 은행권에서 널리 자행되고 있는 대출고객에 대한 펀드 가입 강요 행위가 대표적인 꺾기 사례라고 보면 된다. 꺾기는 물론 불법이다.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의 아쉬운 처지를 빌미로 상품을 강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원이 줄어드는 은행으로선 꺾기 유혹을 떨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펀드를 팔아 벌어들인 수수료만 1조2000억원. 대출시 펀드 판매 유혹은 마약과도 같다.

꺾기는 너무나 익숙한 금융관행이다. 권하는 측이나 권유받는 측 모두가 불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도 대출 상담 때 펀드 가입을 '은근히' 권유받은 적이 많다.

실제 주변에서 대출받은 사람 대부분은 펀드 한 개쯤은 가입해 있다. 꺾기를 당한 셈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간 꺾기 뒤지기와 숨기기 혈투가 매년 벌어지지만 승자는 늘 금융기관이었다.

'강매냐 자발이냐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변명하지만 감독당국의 마지못한 조사는 꺾기 번식에 훌륭한 면역력만 제공해왔다. 이런 감독당국의 초라한 모습은 28일에도 다시 한번 증명됐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8개 은행 157개 점포를 대상으로 대출을 미끼로 펀드 가입을 강요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발표에서다. 발표는 28일 김대평 은행담당 부원장이 직접 맡았다. "조사기간에 적발된 꺾기 사례는 모두 358건이며 관련 기관, 관련자를 모두 엄중 조치하겠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서슬 퍼렇다는 금융당국이 수만 건에 이르는 3개월간 대출을 샅샅이 뒤져서 나온 꺾기가 고작 358건이라니.

또 다시 금융기관의 교묘한 숨기기에 당국이 패했음을 자인한 발표에 불과했다. 돈이 필요해 대출을 받았고,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펀드에 가입해야만 했던 수많은 서민들이 30년 금융감독에 몸담았다는 분의 발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은행들이 금감원 나으리에게는 감히 꺾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원래 금감원 검사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지 혼란스럽다.

[경제부 = 장광익 기자 pald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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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소리야, 이 펀드는 선취형만 있다던데?"

평소 펀드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지인이 항의 전화를 해왔다. 추천해준 펀드를 후취형(보수가 매일 나눠 결산되는 것)으로 가입하려고 했는데 은행 판매직원이 선취형(가입시 보수를 일정 부분 내는 형태)밖에 없다고 설명해 할 수 없이 선취형으로 가입했다는 것이다.

물론 직원이 잘못 설명한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확인해 보니 판매직원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다양한 보수체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펀드에 가입할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펀드 판매에 대한 불만은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고 들린다. 펀드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부족하거니와 어설픈 상품 설명으로 운용보수에 비해 두 배 가까운 판매보수를 계속해서 떼간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판매사들이 담합해 판매보수가 이렇게 높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판매사들도 할 말은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받는 판매보수 대신 판매수수료로 바꾸면 판매사들이 수수료를 벌기 위해 판매 환매를 부추겨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갈 것이라고 했다.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온종일 고객 문의 전화를 받고 애쓰는 것을 생각하면 현행 보수는 그리 높은 게 아니라고까지 했다.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을 향한 은근한 협박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한때 사라진 것 같았던 펀드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업계 노력뿐만 아니라 펀드를 믿고 투자한 소비자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투자자들을 위한 서비스에 고민해야 할 때다.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에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판매사 스스로 앞장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건 어떨까.

[증권부 = 박준형 기자 pionee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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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경기 과천시가 얼마전 의미있는 협약을 체결했다. 과천을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과천시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환경부는 정부 차원에서 관련 기술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지자체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더이상 남의 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환기시켜준 사례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특히 이번 협약에서는 국내에서 개념조차 생경한 개인배출권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인배출권 할당제는 개인별로 온실가스의 상한선을 할당해주고 사용후 남거나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간 거래를 통해 충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에선 자발적 참여자에게 할당량을 주고 이를 초과해 배출할 경우 탄소펀드에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가 민간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10년내에 여왕에서 최극빈층까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배출량을 할당하고 탄소은행을 통해 거래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논의되는 갖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급진적인 방안이 개인배출권 할당제인 것이다.

과천시는 우선 냉·난방을 아끼는 등의 방법으로 할당량을 남긴 사람에게 시민회관 시설사용할인권 같은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중에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높은 단계를 시행하면 자칫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사실 개인배출권 할당제를 통해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 우선은 시민 개개인에게 ‘나도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과천시의 도전이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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