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170억달러와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 등 모두 200억달러 펀드를 토대로 2005년 7월 출범한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겨우 10억달러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투자대상도 신용등급 BBB 이상 안전한 회사채나 주요 선진국 주식에 한정돼 있다. 최근 주요국 국부펀드(SWFㆍSovereign Wealth Fund)들이 위험자산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3000억달러 규모 국가외환투자공사(SIC)를 설립해 제1탄으로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는 채권 위주 투자를 하고 있는 3300억달러 규모 정부투자공사(GIC)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 테마섹을 통해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테마섹은 최근 런던증권거래소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8750억달러), 러시아 안정화펀드(1000억달러),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3000억달러) 등 기타 국가 국부펀드도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IC는 안전성을 중시한 나머지 부동산이나 자원개발, 사모펀드 등과 같은 고수익 자산 투자에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이 때문에 수익도 저조하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0억원을 넘은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국민이 대외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자금이 합쳐진 돈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계정상으로는 국가기관 자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이 주인이다. 따라서 이를 잘 활용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 국민의 자산 증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KIC가 소극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이 기관에 보다 많은 재량권을 줘 고위험ㆍ고수익 자산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도 효율화해야 한다. 투자 경험이 풍부한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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