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

최근 HSBC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재계는 과거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과 론스타 펀드의 상당한 규모의 매각차익은 국내자본을 역차별한 결과이므로, 이제라도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정을 철폐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이는 올바른 진단인 것일까?

현재 국내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즉 산업자본)는 그 국적을 불문하고 4%(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포기하는 경우 10%)를 초과하여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반대로 금융자본인 한, 국내자본이든 해외자본이든, 은행 소유는 가능하며, 여기에는 어떠한 차별도 없다. 이번에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것은,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 아니라 “형사재판 결과 확정시까지는 승인조치를 해줄 수 없다”는 금융 감독 당국의 초법적 태도로 인해 하나은행, 농협 등의 국내 은행들이 인수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은 HSBC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은행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에 근거한 주장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당장 금감원이 착수한 HSBC 한국지점에 대한 정기검사를 HSBC의 인수자격과 연결시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감독 당국의 행보가 이처럼 ‘정치행위’처럼 읽히는 한 동북아 금융 허브의 구축은 요원하다.

이럴수록 법과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는 태도가 필요하건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권 말기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결정은 결코 내리지 않겠다는 복지부동이 대세이다. 감독 당국의 직무유기적 태도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빚어졌던 관치금융의 원죄, 즉 관료들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은행법상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그 시행령상의 예외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뿐 아니라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게 시민단체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조사 대상이 방대해서라기보다는, 검사 결과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이 확인될 경우 불거질 관료들의 책임추궁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론스타 사건을 빌미로 이번 기회에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금지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러나 금융자본인 외국자본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자본인 국내재벌에 은행을 넘기자는 주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내 은행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에 기반하여 정부·외국자본·재벌로부터 독립된 국내 금융자본을 육성하는 길밖에 없다. 그것만이 ‘제2의 외환은행’을 만들지 않는 길이다. 외환은행의 론스타로의 매각이 진정 금융 산업발전에 재앙이었다면 재벌로의 재매각은 이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될 것이다. 그것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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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짧고 갈 길은 멀다.”-임기가 짧아 오히려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될 듯하다며.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

“이런 말 하면 또 욕먹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연극영화과도 다 썩었다.”-디콘2007 강연을 한 후 괜찮은 창작자가 없기 때문에 직접 감독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서 우리나라 연극영화과 가면 다 주연배우, 감독하려고 하지 내가 소품을 어떻게든 해서 이걸 영화 안에서 최고로 만들겠다, 케이터링을 어떻게 해서 잘 먹여살리겠다, 이 하나로 승부걸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없다며.

심형래 감독

 “이제 TV 홈쇼핑에도 시청 시간의 한계는 사라질 것이다.”-10일 TV 홈쇼핑 업계 처음 선보인 GS홈쇼핑의 ‘미리 주문’ 서비스(방송전)가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공하던 지난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방송 후)와 함께 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맞춰 시간대 제한 없는 상거래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김기호 GS홈쇼핑 전무

 “터치스크린은 한국이 선도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유망주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진대제펀드의 투자처로 신생 터치스크린업체 테라디스플레이를 점찍은 배경을 설명하며. 박상일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부사장

 “오래 하고 싶다.”-‘본인 생각에 CEO 일을 얼마나 더 할 것 같냐’는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자신의 나이가 42세밖에 안 됐고 침체일로의 델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마이클 델 델 CEO

 “한국의 SW산업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답이다.”-슈퍼컴퓨팅 분야에서 한국은 시스템보다 우수한 SW 개발인력을 중심으로 한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며. 존 구스타프손 클리어스피드 CTO

 “기술은 최소한만 있으면 된다.”-디콘2007기조 연설에 앞선 기자 간담회에서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재미’며, 높은 수준의 기술은 ‘재미’를 나타내기 위한 최소한만 있으면 충분하다면서. 도루 이와타니 도쿄공업대 교수(팩맨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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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전략적 필수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 단지 의무로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적절한 이행은 기업의 경제적 성과로도 기여한다. 전문경영인 시대로 넘어가면서 기업이익 극대화에서 개별 이해관계자 집단, 즉 주주, 노동자, 채권자, 공급자가 그리고 정부기관 등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이 강화되어 노동의 질과 양을 인권과 복지 차원에서 동반 고려하지 않으면 기업 유지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유엔, OECD, ILO 등 국제기구들에 의한 CSR 관련 표준 실천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으며, 2008년에 이행될 것으로 추정되는 CSR 국제표준규격인 ISO 26000은 수출ㆍ국외투자 중소기업들에는 새로운 전략적 대응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CSR를 수출과 무역장벽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는 환경보호, 역내 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를 통한 환경규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산의 국제 분업화와 글로벌 공급네트워크 확산은 실제 투자국 내 환경과 문화파괴가 그리고 인권유린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국제적 논쟁 이슈로도 등장하고 있다. 비사회적 경영활동을 한 기업체는 당사자뿐만이 아닌 해당 국가의 모든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소지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주요 투자국인 중국과 동남아시아권 국가의 CSR에 대한 행정적 대응조치도 그 규제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2007년 그린경영을 통해 환경규제를 높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유포와 시민운동 영향으로 CSR 경영에 대한 요구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구매 확산, 환경파괴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96년 이후 투명경영, 윤리경영, 사회공헌, 환경경영 등 다양한 CSR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으며 근간에는 '지속가능'이라는 종합적인 개념으로 통합되고 있다. 2003년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처음 발행된 이래 CSR 경영은 이제 대기업을 중심축으로 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에서 국내 최초로 1조원대 사회책임펀드를 조성하여 친환경 기업 등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변화와는 달리 현재 중소기업들은 CSR에 관한 전략대안과 구체적인 전술적 실천방안들이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는 CSR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임직원들에게 인식시키고 중소기업을 위한 표준CSR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첫째, CSR 경영에 대한 도입 목적과 효과를 임직원 모두에게 인지시키고 이를 기업 내 전사적 목적시스템에 접목하여 일치시켜야 한다.

둘째, 기업 내 경영관리 과정에도 CSR 경영이 스며들 수 있도록 통합화함으로써 실천되고 평가되고 개선되도록 하는 실천적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CSR 경영은 중소기업 고유 특성과 조건, 매출 규모, 취급 품목, 종업원 수, 경쟁력, 그리고 생산지역의 특수한 관습과 문화 등을 고려한 맞춤식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컨설팅이 중소기업 개별적 특성에 적합한 CSR 경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수단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CSR 경영 실천 결과를 평가하고 임직원은 물론이고 이익 관계자들에게 보고하여 그 기쁨들을 함께 누려 나가는 보고체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이 지금 당장 쉽게 가슴을 열고 할 수 있는 고객감동 이벤트, 양로원 방문, 자선기금 모금, 그리고 마을 청소하기부터 시작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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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회화를 전공한 L교수를 만났더니 앉자마자 혀를 찼다. "큰 일이야. 무슨 생각들 하는지…". 제자들이 강의를 맡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방학중이면 강의 하나 얻기 위해 학교 주변을 얼쩡거리던 그들이었다. 젊은 제자들의 변은 이랬다. "작품을 해야 합니다. 좀 많이 밀려 있어서요." L교수는 "돈을 급히 벌면 마약이 다가오는데…"라며 우려했다.

소문을 들어보니 강의를 사양한 작가의 인기는 대단했다. 서양화를 좀 그리는 30∼40대 작가, 그 '시장의 총아' 그룹에 포함된 것이다. 소품 한 점이 수백만원을 호가했고, 작품은 재고가 없었다. 이들 인기 작가는 100명쯤 되는 모양인데, 색을 많이 쓰는 40대 작가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작품이 팔려나가고, 전시 개막 전에 솔드 아웃 되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50대가 되도록 마포 언덕배기에 전세를 살던 작가 S씨도 최근 이사를 했다. 좁은 집에다 거실을 작업실로 사용하다 보니 중고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이제 한강이 보이는 곳에 전세 아파트를 얻었다. 비결은 한 화랑과의 전속계약이다. 전속금은 말하지 않았지만 한 달에 100호 정도 작품 한 점을 건네면 된다고 하니 연간 5000만원 정도로 유추할 뿐.

미술 시장이 이처럼 뜨거워진 근거는 많다. 먼저 그림을 그려본 컬렉터가 늘어났다. 어릴 적에 미술학원이라도 다녀본 사람은 직업미술가의 재능을 인정한다. 뮤지컬이나 발레가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들이 구매력 왕성한 30, 40대로 성장한 것이다.

소장자 간의 손바뀜 현상도 주목할만 하다. 큰 장이 섰던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후반에 그림을 산 컬렉터의 나이가 지금 70, 80대라고 볼 때 처분 혹은 상속을 결정해야 한다. 이 중 처분키로 한 자는 구입한 화랑으로 그림을 내놓고, 화랑은 신용 유지를 위해 경매 시장을 선택했다.

환경 또한 우호적이다. 끈질기게 발목을 잡던 미술품 양도소득세를 떨쳐냈고, 미술품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이 등장했으며, 정부 돈으로 미술은행이 설립됐다. 미술품을 구입하면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금융기관의 아트펀드는 시장의 공신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모든 게 장밋빛일까. 내가 보기에 우리 미술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허약하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반영이라고 하지만, 구매자의 미학적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부박하다. 경매 시장은 육성해야 하지만 지금은 과열이고 과속이다.

여기에다 그림시장에서 투기자본이 확인될 경우, 양도소득세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트펀드 역시 성공을 확신하기에도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림은 부동산이나 증권과 다르다. 부동산은 실체가 분명하고, 증권이라는 게임은 국가가 개입돼 있지만, 그림은 스스로 빛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부동산은 스스로 생산을 하고, 증권 또한 기업을 통해 과실이 나오지만, 그림은 신뢰와 애호가 없으면 스스로 무너진다. 그래도 그림이 남지 않느냐고? 기름기가 많은 서양화는 불쏘시개로도 쓰기 어렵다.

손수호/편집국 부국장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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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04년 유럽 최초의 ‘기후거래소’가 생긴 곳이다. 세계는 이산화탄소의 거대한 상품성에 이곳을 예의주시한다.

세계는 왜 이산화탄소에 주목할까. 최근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보고서는 그 배경을 잘 설명해 준다. 2020년에 이르면 약 4억 내지 17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2050년에 이르면 생물의 20∼30%가 멸종될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들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교토의정서의 채택으로 이미 시작됐다. 2008년부터는 38개 선진국들이 본격적으로 감축을 이행해야 하고, 2013년부터는 이산화탄소 배출규모가 세계 10위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전력산업계의 고민은 매우 심각하다.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벌과금이나 배출권 구입 부담이 발생할 것이고, 저탄소형 전원 구성을 위한 전환비용 역시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등과 같이 배출가스 자체를 줄이는 것과 조림(造林)처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경제성과 현실성의 관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법은 바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배출가스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현재 전체 발전량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수준도 선진국의 50∼70%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1년까지 발전 비중을 7% 수준까지 확대하고, 기술 수준도 선진국의 약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전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한전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체결한 ‘신재생에너지 공급협약(RPA)’을 통해 6개 발전자회사와 함께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과 풍력사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양양의 소수력과 풍력사업(4400㎾), 삼천포의 소수력사업(5400㎾), 대관령의 풍력사업(1만4700㎾)에 참여 중이며, 양구와 덕천의 풍력사업(6만㎾)도 추진 중이다.

한전은 앞으로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은 물론,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탄소펀드’ 참여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해상풍력, 가스화복합발전 등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야산에 방치된 잡목을 활용한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건설로 홍수 시 잡목에 의한 교량피해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잡목 수거 비용도 절감코자 한다.

나아가 한전은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연료전지의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대규모 태양광 연구개발, 이산화탄소 분리와 저장기술개발 등의 투자를 통해 핵심기술을 선점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경영이 지속성장과 국제 경쟁력의 필수요소가 될 것인 바, 한전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환경 친화적 경영을 선도적으로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원걸 한국전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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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회화를 전공한 L교수를 만났더니 앉자마자 혀를 찼다. "큰 일이야. 무슨 생각들 하는지…". 제자들이 강의를 맡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방학중이면 강의 하나 얻기 위해 학교 주변을 얼쩡거리던 그들이었다. 젊은 제자들의 변은 이랬다. "작품을 해야 합니다. 좀 많이 밀려 있어서요." L교수는 "돈을 급히 벌면 마약이 다가오는데…"라며 우려했다.

소문을 들어보니 강의를 사양한 작가의 인기는 대단했다. 서양화를 좀 그리는 30∼40대 작가, 그 '시장의 총아' 그룹에 포함된 것이다. 소품 한 점이 수백만원을 호가했고, 작품은 재고가 없었다. 이들 인기 작가는 100명쯤 되는 모양인데, 색을 많이 쓰는 40대 작가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작품이 팔려나가고, 전시 개막 전에 솔드 아웃 되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50대가 되도록 마포 언덕배기에 전세를 살던 작가 S씨도 최근 이사를 했다. 좁은 집에다 거실을 작업실로 사용하다 보니 중고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이제 한강이 보이는 곳에 전세 아파트를 얻었다. 비결은 한 화랑과의 전속계약이다. 전속금은 말하지 않았지만 한 달에 100호 정도 작품 한 점을 건네면 된다고 하니 연간 수천만원 정도로 짐작할 수 있을 뿐.

미술 시장이 이처럼 뜨거워진 근거는 많다. 먼저 그림을 그려본 컬렉터가 늘어났다. 어릴 적에 미술학원이라도 다녀본 사람은 직업미술가의 재능을 인정한다. 뮤지컬이나 발레가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들이 구매력 왕성한 30, 40대로 성장한 것이다.

소장자 간의 손바뀜 현상도 주목할만 하다. 큰 장이 섰던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후반에 그림을 산 컬렉터의 나이가 지금 70, 80대라고 볼 때 처분 혹은 상속을 결정해야 한다. 이 중 처분키로 한 자는 구입한 화랑으로 그림을 내놓고, 화랑은 신용 유지를 위해 경매 시장을 선택했다.

환경 또한 우호적이다. 끈질기게 발목을 잡던 미술품 양도소득세를 떨쳐냈고, 미술품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이 등장했으며, 정부 돈으로 미술은행이 설립됐다. 미술품을 구입하면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금융기관의 아트펀드는 시장의 공신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모든 게 장밋빛일까. 내가 보기에 우리 미술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허약하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반영이라고 하지만, 구매자의 미학적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부박하다. 경매 시장은 육성해야 하지만 지금은 과열이고 과속이다.

여기에다 그림시장에서 투기자본이 확인될 경우, 양도소득세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트펀드 역시 성공을 확신하기에도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림은 부동산이나 증권과 다르다. 부동산은 실체가 분명하고, 증권이라는 게임은 국가가 개입돼 있지만, 그림은 스스로 빛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부동산은 스스로 생산을 하고, 증권 또한 기업을 통해 과실이 나오지만, 그림은 신뢰와 애호가 없으면 스스로 무너진다. 그래도 그림이 남지 않느냐고? 기름기가 많은 서양화는 불쏘시개로도 쓰기 어렵다.

손수호/편집국 부국장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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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지난해 국세청에 600억원을 소득신고를 한 사람이 있다. 재벌 총수일까? 아니다. 변호사다. 그는 이미 2005년에 연소득 570억원을 신고하면서 삼성 이건희 회장을 제치고 소득 1위를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법률사무소 ‘김&장’을 이끌고 있는 김아무개 대표 변호사가 바로 그다.

‘김&장’은 1997년 외환 위기를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기업의 대규모 합병, 해외 매각, 구조조정을 법률자문 사업의 주요 아이템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시기 ‘김&장’의 활약은 놀라웠다.

-신자유주의와 김&장의 성공-

2003년 10월 투기성 사모펀드의 대표격인 론스타가 자산규모 62조6000억원의 외환은행 소유권을 단돈 1조3834억원에 매입할 당시 ‘김&장’이 법률자문 및 대리인의 역할을 맡았던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뒤에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2005년엔 3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는 국내 10대 인수·합병(M&A) 건 중 7건을 맡았고, M&A 총 규모 431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202억달러어치 법률자문을 했다.

재벌 총수 관련 사건의 단골 변호인단 역시 ‘김&장’이다. 최근 석방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변호도 ‘김&장’이 맡았다. 기업 인수·합병 시 사용자 편에 서서 노조의 저항에 대응하는 법률자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김&장’ 건물 앞에서 해고 노조원들의 항의 집회가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직 경제부총리, 법무부장관, 국세청장, 국세심판원장, 관세청장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료들이 퇴직 후 고문, 실장, 팀장의 역할을 하는 곳도 ‘김&장’이다. 전직 경제부총리는 2003년 고문료로 4억2000만원을 받았다. 전직 법무부장관 한 사람은 지난해 7월 한 달에만 1억9990만원을 받았다. 국가의 세입을 관장하는 국세청 출신만 보더라도 1급에서 7급까지 꾸준히 충원되어 23명이 ‘김&장’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현실은 크게 다르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계화의 환경에 적응해 법률자문을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으로 만든 것, ‘김&장’ 모델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그 결과 한편으로 국내 최대 법률회사가 되고 법대생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 인권이나 정의와는 거리가 먼 냉혹한 법률기업이 되어버렸다.

신자유주의와 더불어 민간부문에서 거대 법률기업이 성장하고, 이들과 국가기구의 밀착이 사회 상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사적기능을 수행한다면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 관료제를 움직이는 가치가 공익이 아니라 사익추구에 있다면 정부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법이 강자의 이익에 봉사한다면 법 앞의 평등을 필요조건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

-‘강자의 이익’에 경도된 법-

그간 민주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심화시켰다는 사실을 빼고 ‘김&장’ 모델의 성공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는 대신, ‘김&장’과 같은 성공 모델을 더 많이 만들어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자는 쪽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지지자의 이탈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 나타난 다수 유권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늘 자신의 생각을 고집했다.

대통령이든 정부든,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을 때, 가난한 다수의 이익보다 사회의 지배적 이익에 경도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를 현실로 확인하는 것은 분명 편치 않은 일이다. 오늘의 민주정부는 더 이상 ‘민주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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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정부의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안이 엊그제 발표됐다.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통화위원회 성격으로 독립시켜 위원들을 민간의 기금 운용 전문가로 구성하고,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만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이 비전문가에 의하여 운용되고 있다든지,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든지 하는 비판의 상당 부분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 개편 방향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올해 2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기금은 2012년 400조원, 2043년 2600조원으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르는 거대 기금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나의 기금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커지는 사례는 금융시장이 발전한 선진국 중에도 찾기 어렵다.

이미 현재에도 증권시장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지금보다도 몇 배로 커지게 된 상태에서 수익률을 찾아 금융시장에서 전횡을 한다면 수익률 목표 달성이 가능하더라도 그 폐해 역시 심각할 것이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기금 고갈 연도가 3~4년 연장된다는 추계 결과는 수익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이지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을 마구 헤집고 다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기업에 대한 지분을 기초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기금의 이해 증대를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거대 기금이 국내 대부분의 주요 기업에 대해 대주주의 위치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구조 개편에 앞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역할과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국민연금이 국민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순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지배구조에 마련될 견제와 균형 장치도 치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이번 개편으로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높아지면서 민간 전문가의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 자산 운용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흔적 없이 민간 전문가의 이해에 따라 투자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설령 이것이 사후에 밝혀졌다 해도 책임을 묻는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원회와 공사의 책임 운용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감시 및 견제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과거 정부에 의한 수직적 통제장치를 전문 조직에 의한 수평적 견제장치로 전환하는 것이 요체다. 또 해외 투자 등 적극적인 투자전략에 적합한 기금 운용 조직의 선진화, 유능하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국민연금기금 지배구조 개편의 목표는 예상되는 거대 기금의 시장 폐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전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수익률 제고라는 단순한 목표는 수천억원 규모의 자산 운용 펀드에는 적절할지 몰라도 수백조원의 국민연금기금에는 적합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구조개편안이 담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해 고령화사회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기금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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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멕시코만 유전시설이 허리케인에 휩쓸린 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여겨질 만큼 불안하고, 세계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유가가 급등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8월22일 배럴당 69.47 달러(9월 인도분)까지 하락세를 탔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불과 20일 만인 9월13일 현재 명목가치로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80.09 달러까지 치솟으며 '유가 80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배럴당 10달러나 오른 유가를 기반으로 경제를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 투기세력에 휘둘린 시장

20일 동안 유가가 무려 15%나 급등한 이례적인 '극적 반전'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최근 원유재고 감소, 허리케인 불안감의 상존, 겨울철 난방유 수요가 시작되는 계절적 요인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원유 재고량이야 늘 움직여왔던 것이고, 허리케인 우려나 난방유 수요 역시 늘 반복돼왔던 얘기로 최근의 유가급등을 뒷받침하는 근본 요인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9만1,000 계약이었던 뉴욕상품거래소의 원유 선물거래가 최근 13만2,000 계약으로 폭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선물거래건수의 급증은 미래의 원유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실재 수요자들의 통상적 거래 외에, 단기차익을 노린 핫머니가 석유시장에 몰리면서 가격을 흔들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상품시장 관련 보도에 따르면 석유시장의 투기자본들은 보통 수십억 달러 규모의 펀드가 떼거리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 들어서만 약 1,000억 달러가 원유 투기에 투입됐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시장에서 투기는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투기세력은 헤지펀드 등 일부의 '튀는 집단' 정도였으나, 최근엔 공격적인 파생상품 투자가 일반화하면서 위험상품 투자가 엄격히 제한되는 보수적인 연기금까지 포함해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공격적인 '투기'에 나서면서 덩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공격적 투기가 보편화하면서 과거 조지 소로스 같은 투기 '스타 플레이어'의 움직임은 오히려 잦아든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의 투기화는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돼 외환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은 물론, 원유와 비철금속 등 원자재까지 이르고 있어 가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서만 해도 비철금속 가운데 납은 95% 이상 폭등했고, 곡물인 밀도 60%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콩과 구리 가격도 각각 29%, 23%나 급등했고, 최근엔 금값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 '꼬리'가 몸통 흔드는 경제

'웨그 더 독(wag the dog)'이라는 말이 있다. 강아지가 꼬리를 지나치게 흔들다 마침내 몸통까지 흔들리는 상황을 뜻하는 이 말은 주로 증권시장에서 주가선물 등 파생상품에 대한 투기적 거래가격이 주가 현물가격을 흔드는 현상을 일컬어 왔다.

투기적 거래가 상품 선물시장까지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시장에서 미래의 허구적 가격이 실제 가격을 움직이는 '웨그 더 독' 현상이 극성을 부릴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이래 10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의 취약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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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재준]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주택담보대출은 140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6년 만에 최고치인 5.35%까지 상승함에 따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연 6.0~7.8%로 올렸다. 그러자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CD 금리에 연동시키는 현행 대출금리 조정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CD 금리가 급등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데 따라 전반적으로 금리 수준이 상승한 것이고, 둘째는 은행들의 CD 발행이 늘어난 데 기인한 것이다. 은행들은 현금관리계좌(CMA) 및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빠져나가자 CD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게 된 주된 이유는 국내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데 있다. 미국은 만기 15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크고, 주택대출 기관들이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장기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있다. 이때 대출금리는 장기채권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년 만기 국고채가 지난해 겨우 발행되기 시작했을 정도로 장기채권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이 장기로 고정금리부 대출을 하려 해도 여기에 맞는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이 없어 장기대출 재원을 만기가 짧은 CD나 은행채를 발행해 마련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만기가 9년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93% 이상이 CD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부 대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변동금리를 선호했다. 이는 고정금리부 대출의 가산금리가 높았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대출자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조기상환하면 된다는 생각도 변동금리를 선호한 요인이었다. 장기채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변동금리를 통해 금리 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려 했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CD 금리가 급등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자칫하면 가계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CD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으론 장기채권시장을 육성해 대출과 조달재원의 만기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당장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CD 시장의 매수 기반을 넓혀 수급불균형에 따른 금리상승 요인을 해소해 주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의 은행물 편입 한도를 늘려 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다음으로, 대출자들은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 부담 능력이 떨어지므로 다소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고정금리부 대출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고정금리 대출은 지난해까지는 높은 프리미엄이나 조기상환 시 부담금 등으로 인기가 없었지만, 최근 변동금리부 대출과의 격차가 줄고 있으므로 향후 금리 변동 위험이 부담스럽다면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은행들은 최근 감독기관이 권고한 금리 변동 폭 제한 상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상한선을 둬 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의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 폭도 제한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CD 시장의 유통량이 적은 상황에서 특정 시점의 CD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삼으면 대출자들은 금리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의 금리를 평균해 기준금리로 사용한다면 급격한 금리 변동의 위험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재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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