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 은행의 3개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발표 이후 급락하던 세계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재할인율 창구의 담보로 허용하면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뇌관은 여전히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듯하다.
-FRB 조치후 세계증시 진정-
향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모기지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간 미국의 전형적인 모기지 대출은 금융회사가 주택이라는 담보물건을 기초로 차입자에게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을 제공하고, 공적 금융주택기관이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고 대출자금을 보전해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적 금융기관은 주택금융 차입자에게 상환능력과 담보비율(LTV)과 같은 신용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루어진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담보물건과 차입자의 신용이 적격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모기지 대출을 집행하는 은행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금융회사가 취급하게 되는데, 이를 모기지 전문회사라 부른다. 이와 같은 모기지 전문회사는 2000년대 들어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적 붐에 편승하여 크게 증가했다. 한편 모기지 전문회사들은 모기지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대출채권을 모아 유동화라는 과정을 통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자본시장에 유통시키게 된다. 이때 신용 보강이 이루어진 우량채권은 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은행, 보험사들에 매각되고, 고위험-고수익의 후순위 채권은 주로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 등이 소화하게 된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미국 증권거래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 사모펀드여서 금융감독을 전혀 받지 않고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킨 데 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 관련 후순위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FRB가 정책목표금리를 17차례에 걸쳐 4.25%포인트나 올리면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들이 먼저 부실화되면서 관련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연이어 부실화했다. 충격은 삽시간에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 우리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충격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와 투기적 붐이 결합되는 경우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결국 낮은 금리와 감독의 실패로 인해 급증한 유동성과 투기적 붐이 결합되어 양산된 투기의 거품은 결국 언젠가는 붕괴되게 마련이며 복잡한 파생상품의 연쇄구조 가운데 어느 고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유동화가 어려운 상품, 현금화가 용이하지 않은 부문, 레버리지를 과잉으로 사용한 부문으로 문제가 확산되어 전 금융권,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투기 위험 경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괜찮은가. 금융회사들의 대출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고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제2금융권의 LTV와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점, 이 모든 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주택금융시장의 현재라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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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 은행의 3개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발표 이후 급락하던 세계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재할인율 창구의 담보로 허용하면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뇌관은 여전히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듯하다.
-FRB 조치후 세계증시 진정-
향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모기지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간 미국의 전형적인 모기지 대출은 금융회사가 주택이라는 담보물건을 기초로 차입자에게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을 제공하고, 공적 금융주택기관이 금융회사들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고 대출자금을 보전해주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공적 금융기관은 주택금융 차입자에게 상환능력과 담보비율(LTV)과 같은 신용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루어진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담보물건과 차입자의 신용이 적격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모기지 대출을 집행하는 은행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금융회사가 취급하게 되는데, 이를 모기지 전문회사라 부른다. 이와 같은 모기지 전문회사는 2000년대 들어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과 투기적 붐에 편승하여 크게 증가했다. 한편 모기지 전문회사들은 모기지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대출채권을 모아 유동화라는 과정을 통해 파생상품을 만들어 자본시장에 유통시키게 된다. 이때 신용 보강이 이루어진 우량채권은 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은행, 보험사들에 매각되고, 고위험-고수익의 후순위 채권은 주로 투기성이 강한 헤지펀드 등이 소화하게 된다.
문제는 헤지펀드가 미국 증권거래법 적용의 예외가 되는 사모펀드여서 금융감독을 전혀 받지 않고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킨 데 있다. 주택가격 급등기에 헤지펀드는 서브프라임 관련 후순위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미국 FRB가 정책목표금리를 17차례에 걸쳐 4.25%포인트나 올리면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들이 먼저 부실화되면서 관련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연이어 부실화했다. 충격은 삽시간에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다행히 우리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규모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충격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대출 확대와 투기적 붐이 결합되는 경우 얼마나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결국 낮은 금리와 감독의 실패로 인해 급증한 유동성과 투기적 붐이 결합되어 양산된 투기의 거품은 결국 언젠가는 붕괴되게 마련이며 복잡한 파생상품의 연쇄구조 가운데 어느 고리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유동화가 어려운 상품, 현금화가 용이하지 않은 부문, 레버리지를 과잉으로 사용한 부문으로 문제가 확산되어 전 금융권,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투기 위험 경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괜찮은가. 금융회사들의 대출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고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 제2금융권의 LTV와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는 점, 이 모든 것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주택금융시장의 현재라고 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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