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훈 경제부장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을 아시는가. 당신이 재테크와 담쌓았다면 몰라도, 주식 투자를 한다거나 혹은 펀드 환매 타이밍이라도 재고 있다면 그녀를 몰라선 곤란하다.

물론 당신은 그녀의 얼굴조차 본 일이 없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특정인이 아니라 일본 주부 전체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씨 부인’쯤 되겠다. 어찌 됐건 당신은 아주 실질적인 이유로 그들을 주시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의 투자 수익률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엔화 투기자금의 큰손이다. 일본의 저금리에 실망한 나머지 남편 월급을 외화(外貨)로 바꿔 해외에 투자해 왔다. 그러던 중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대출) 사태가 터졌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이들은 해외 투자자금을 빼내 일본으로 되갖고 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들이 자금을 회수해 간다면 또 하나의 폭탄이 터지는 셈이다. 각국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요동치게 된다. 당연히 당신의 투자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별 생각 없이 해외펀드에 가입한 당신, 안방 PC로 주식 투자하는 당신이 얼굴조차 모르는 일본 주부들 심리까지 신경 써야 할 이유다.

그러나 이것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제부터 당신은 세계 곳곳에 잠복한 오만 가지 변수를 피해가며 험난한 ‘재테크의 정글’을 헤쳐가야 한다. 당장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엔 투기자금)’의 폭탄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얼마 전 ‘파리바은행’의 환매보류 조치 때 실감하지 않았는가. 수천㎞ 떨어진 프랑스 은행의 간단한 행동이 순식간에 지구를 돌아 서울 증시를 직격하고 당신의 투자 수익률을 흔들어 놓았다. 세계 금융은 스크럼 짠 럭비선수처럼 한 묶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편한 투자’에 익숙해진 당신으로선 잘 적응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4년간 재테크는 참 수월했다. 세계적 저(低)금리로 마구 풀린 뭉칫돈이 온갖 곳을 휘젓고 다니며 주식과 부동산 값을 올려 놓았다. 어디에든 투자하기만 했다면 대체로 돈을 벌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당신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동유럽이며 남미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해도 그럭저럭 돈을 벌었다.

4년간 무려 400%의 수익률을 낸 펀드도 있다(미래에셋증권 ‘디스커버리펀드’). 석 달 새 주가가 1500에서 2000으로 폭등하고, 주식해서 돈 번 ‘대박’ 스토리가 곳곳에서 탄생했다. 그러니 당신은 한 자릿수 수익률 정도로는 직성이 안 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눈높이를 낮출 때가 됐다. 풍성했던 ‘재테크의 잔치’가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려가며 유동성(돈)을 빨아들이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세계의 자산가격을 올려 놓았던 엔화 투기자금의 일본 복귀도 시간 문제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글로벌 자산 버블(거품)의 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식·부동산이 폭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이나, 적어도 지난 몇 년 같은 수직 상승세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제부터 재테크의 주제는 ‘리스크(손실위험)’와의 격투가 될 것이다. 안개 자욱한 불확실성 속을 당신의 판단력 하나에 의존해 헤쳐가야 한다. 목표 수익률도 좀 낮춰 잡는 편이 안전하다. 비행기로 치면,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고도를 낮춰 육안(肉眼) 저공비행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버블이란 반드시 꺼지는 법인데 호황에 취한 당신은 이 사실을 잊고 있었을 것 같다. 이제 잔치가 끝났으니, 당신도 나도 ‘피곤한 재테크’의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



[박정훈 경제부장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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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의 세계적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목엔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빼어난 풍광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다.

이 안에 있는 작은 휴양도시 잭슨홀은 매년 8월 말만 되면 갑자기 부산해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와 명망 높은 경제학자 등 100여명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1박2일 동안 연례 심포지엄을 열기 때문이다.

이른바 '잭슨홀 미팅'이다. 원래는 머리를 식히며 정책 현안과 새로운 연구동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친목 모임이지만, 그들의 언행은 늘 뉴스가 된다.

▦ 지난달 30~31일 열린 회의가 유달리 관심을 모은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초래된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위기 우려 상황과 시점이 1998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 해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 선언에 따라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순식간에 파산사태에 이르고 이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경험과 거의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때마침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 후 9월부터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씩 3차례나 낮춰 위기를 조기 수습했다.

▦ 올해 그 자리엔 벤 버냉키 의장이 있다. 그린스펀의 뒤를 이은 지 1년 6개

월 만에 '모기지 부실 폭탄'을 떠안은 그를 향해 월가는 이미 '초보자의 실수(rookie's mistake)'라는 딱지를 붙였다. 또 직관과 현실을 앞세운 그린스펀이 '시장적(street-smart)'이라고 평가되는 것과 달리, 통계와 이론을 중시하는 그에겐 '학구적(book-smart)'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이런 표현이 유쾌할 리 없다.

더구나 금융계는 "유동성 긴급지원이나 재할인율 인하는 임시방편이고 결국 금리를 낮춰야 한다"며 그가 전임자의 해법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 그러나 버냉키는 잭슨홀에서 큰 힌트를 주지 않았다. 우선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고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여러 여지는 남겼다.

반면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선택의 결과로 인한 손실을 보호하는 것은 FRB의 책임이 아니다"며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시장은 일단 18일 FRB가 금리를 인하하는 쪽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서브프라임'의 충격은 컸으되, 버냉키와 시장이 벌이는 게임에서 얻는 학습효과도 적지 않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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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을 선도하는 매일경제신문사는 메리츠증권과 함께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과 전망, 부동산 금융시장 변화상을 주제로 '2007 매경-메리츠 부동산금융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이번 세미나는 리츠(부동산펀드)ㆍABS(자산담보부증권) 등 간접투자상품 투자동향은 물론 패러다임 변화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과 부동산 금융시장 방향을 가늠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많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9월 10일(월) 오후 3~7시

◇장소=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5층)

◇세션1=부동산시장 동향과 전망(강민석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세션2=부동산 금융시장 변화와 시사점(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세션3=부동산 개발금융의 변화 방향(서후석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참가비=없음(참가등록 필수, 자료집ㆍ만찬ㆍ경품 제공)

◇참가신청=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02)6309-4822, 4886

■주최 = 메리츠증권  

■후원 =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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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매각 논란 등에 휩싸여 장기 표류해온 외환은행 재매각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한 달여 전부터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이 영국계 은행인 HSBC를 유력한 새 인수자로 지목하더니, 어제 HSBC는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를 63억 달러에 산다고 전격 발표했다. 거래 완료일로 설정한 내년 1월말까지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비롯한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외환은행 매각 및 재매각의 적법성을 둘러싼 재판의 진행상황과 우리 정부의 태도, 국민감정 등을 탐색해오던 유럽 최대 은행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여러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아시아영업망 확대를 노리는 HSBC 입장에선 뛰어난 인적 자원과 네트웍을 가진 외환은행이 더없이 좋은 매물인 데다, 자신들의 이미지라면 한국인들의 거부감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울러 올해 말로 예상되는 1심 판결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바탕으로 매물을 선점하는 효과도 노린 것 같다.

그러나 HSBC의 의도와 판단이 어떻든 우리 정부는 엄정한 태도와 공정한 잣대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 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이 법원에서 인정돼 당국의 주식취득 승인이 떨어지는 것’을 조건으로,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맺은 계약이 결국 파기된 사유와 상황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국민은행 자리에 HSBC가 들어섰을 뿐이다. 금융감독위가 “외환은행 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재판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는 승인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당연한 자세다.

그렇다고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최종심까지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뢰성과 지속발전성이라는 관점에서 책임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1심 판결은 지켜봐야겠지만, 그 결과와 외환은행의 장래, 재매각 조건, 국내외 반향 등을 세심하게 고려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그 동안의 정책 실패를 만회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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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은행 HSBC가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주식 51.02%를 63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사실은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매각승인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무시한 결정이다. 이 문제가 외국자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인 것처럼 국제여론을 환기시켜 주권국가의 금융당국을 압박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금감위의 입장은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 아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천무효될 수도 있는 사안이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 승인을 진행할 경우 문제를 꼬이게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조건부 인수계약을 했다가 파기됐던 상황과 달라진 것이 없어 자칫 국내 은행을 역차별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애초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이 불거져 법원으로까지 간 배경은 복합적이다. 단순히 천문학적인 이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 차원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쏟아져 들어온 외국자본들의 투기적 행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반성과 의식 전환의 필요성, 과세 문제 등 법·제도의 허점에 대한 여론의 질책 등이 반영된 것이다. 이들이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여론에 기반한 것이다.

금감위는 앞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헐값 매각 관련 1심 판결도 앞두고 있다. 어떤 경우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일었던 이 같은 사회적 파장과 그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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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대형 은행인 HSBC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3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함으로써 외환은행 매각에 다시 세인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은 그동안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빚어지면서 우리나라에 마치 반(反)외자 정서가 있는 듯이 비춰지게 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으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국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 은행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국내 은행의 대형화와 국제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견해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수적인 시각에서 외국계 자본이라고 해서 외환은행 인수를 막는 것은 글로벌 경제체제를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뿐이다. HSBC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실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국내 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론스타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자 인수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은행들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정부 눈치를 보며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외국계 은행인 HSBC가 어부지리를 한 셈이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년 4월 말까지 정부 승인이 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는데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면 3~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마냥 시간을 끌고 표류하는 것은 우리 측에도 결코 득될 게 없다. 론스타는 올해 들어 3500억여 원을 배당금으로 챙겨갔으며 6월엔 외환은행 주식 13.6%를 팔아 1조1927억원을 회수했다. 매각 차익을 한꺼번에 회수하는 것보다는 못 해도 론스타가 야금야금 돈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한국이 마치 외자에 대해 배타적인 국가인 양 이미지가 훼손됨으로써 입는 손실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은 국민적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국내와 외국계 은행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조속히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론스타의 호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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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가 적정 보유액 이상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은 전달에 비해 다시 소폭 증가해 8월 말 현재 2553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인 보유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유액 운용은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물론 지금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해야 하는 자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적정 규모 이상 보유액에 대해서는 자금 운용상 수익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2년 전 한국투자공사(KIC)를 출범시키고 적극적인 외환 운용의 물꼬를 튼 것이다.

문제는 기대와 달리 투자공사가 적극적인 자금 운용을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실적도 대단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외환보유액 170억달러를 포함해 모두 200억달러 펀드를 토대로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투자 실적은 8월 현재 총 110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투자제한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 대상이 신용등급 BBB 이상 안전한 회사채나 주요 선진국 주식에 한정돼 있어 충분한 수익을 낼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일리가 있는 얘기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출자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고 싱가포르는 테마섹을 통해 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노르웨이 등도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투자공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따로 있다고 본다. 한은에서 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하다 보니 한은 측에서 자금 운용에 일일이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위탁은 예탁과 달라 위탁기관이 적자발생 등 운용책임을 진다. 그러니 한은으로선 투자공사의 공격적인 운용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는 아예 투자공사가 채권 발행을 통해 한은에서 보유액을 매입한 뒤 그 자금으로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방식이 좀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가 검토해 보길 권한다. 정부채무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지만 옳은 일을 위한 것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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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영국계 글로벌은행인 HSBC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수계약을 체결했다. 매수시기와 조건 등 여러가지 옵션이 있지만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국민은행과의 조건에 비해 가격면에서 1조원 이상이나 높다. 계약조건대로라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로 5년만에 5조 3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기게 된다. 우리가 자본 국수주의에 얽매여 덫을 놓는 사이에 론스타의 배만 더 불리게 된 것이다.

물론 론스타가 이같은 차익을 챙기려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2건의 관련 재판과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심사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론스타가 1심에서 승소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한 ‘먹튀’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자격심사에서 결격판정을 받든,1심에서 패소하든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외국계 투기자본의 배만 불린다는 ‘국민정서법’에 떠밀려 계약이 백지화된 과정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과 검찰, 금융당국 등은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의혹 여론에 편승해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다. 감사 및 수사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과 외환카드 주가조작이라는 비리가 밝혀져 관련자들이 기소되기는 했으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자체를 무효화시킬 정도의 불법행위는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는 크게 손상됐다.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이 공표되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후진적인 애국심이 다시 들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애국심은 정작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내 은행의 인수 기회를 무산시키는 역기능만 초래했다. 우리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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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산자부 외국인투자기획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00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스칸을 선정한 바 있다. 이는 수백년 전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세계를 하나로 만들려 했던 칭기스칸의 정신이 21세기에 글로벌화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도 21세기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은 `유목민(nomade)'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로 기업경영의 글로벌화가 촉진됨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빈번한 교류가 발생하고, 정착민의 수동적ㆍ수직적 마인드보다는 유목민의 진취적ㆍ수평적 마인드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 기술ㆍ브랜드 확보 등을 위한 해외진출은 이제 기업의 필수 생존전략이 되었으며, 최근 고유가에 따른 자원확보 경쟁 심화는 우리나라에게 해외진출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만들고 있다.

그 간 우리 산업은 첨단제품 개발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세계 조선 1위, 반도체 3위, 철강ㆍ자동차 5위의 글로벌 리더십을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GDP 대비 해외직접투자잔액 비중은 4.6%로 일본의 8.5%, 미국의 16.4%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석유화학ㆍ이동통신ㆍ전력ㆍ금융ㆍ게임 등 국내시장이 성숙ㆍ포화단계에 이른 산업의 경우는 구조조정이나 해외진출로 활로를 모색하지 않을 경우 설비과잉, 가격경쟁력 상실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에 정부는 올해 초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방안을 수립했다. 정부의 공식 협의체로서 해외진출협의회와 실무협의회를 구성ㆍ운영 중이며, 4월에 공식 출범한 KOTRA의 글로벌 코리아에 콜센터를 설치해 해외진출 희망기업들에게 무료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기업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해외진출통합정보시스템 구축과 민관 합동 해외진출지원단 구성을 통해 통합정보 제공 및 컨설팅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해외건설펀드, 유전개발 후속펀드 출시 등 금융ㆍ세제ㆍ인력 등의 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어떤 사람들은 기업의 해외진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산업 공동화를 우려하거나 국내 기업환경 개선 문제와 혼동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국내투자 활성화 및 외국인투자 유치가 중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이는 해외진출 확대를 통한 국부창출과 병행돼야 할 별개의 과제이다. 산업 공동화 문제는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논쟁이었으나, 해외투자가 국산부품 및 중간재 수출촉진, 생산유발 등 국내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결과들이 입증하고 있다. 2004년 산업연구원 조사결과에서도 해외투자가 연간 순수 무역흑자 33억8000만달러, 생산유발 19조1000억원, 고용유발 8만8000명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 동구 산유국 등 자원부국은 풍부한 오일달러를 이용해 인프라 건설, 산업발전, 경제개발을 모색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 습득, 산업협력 등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이지리아, 알제리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이들 국가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서 자원 확보, 플랜트 수주, 수출 등 상호 윈-윈(Win-Win)하는 패키지형 해외진출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일례로 현재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의 UAE 수출이 성사될 경우 그 금액만도 1조2000억원에 달할 뿐 아니라 항공산업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성공적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국내투자보다 몇 배나 더 높은 리스크를 극복하고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Globalization+Localization)에 성공해야만 한다. 중동지역의 접시문화를 식기세척기에 접목시킨 동양매직이나,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의 특성에 맞춰 문을 자주 여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물쇠 냉장고를 개발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현지화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우리경제는 한미 FTA라는 새로운 기회와 함께 중국ㆍ일본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내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줘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해외진출은 이를 위한 돌파구이자 우리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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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서브프라임 사태. 지난 7월부터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슈이다. 대체로 8월말 정도부터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 차분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사태의 가장 근원적인 시발점은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을 바탕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개인들에게까지 과도한 모기지대출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고수익의 투자처를 필요로 하던 주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 낮은 등급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으로부터 높은 등급의 새로운 금융상품의 추출을 가능케 하는 CDO(부채담보부증권)와 같은 금융상품의 개발, 내용이야 어떻든 대출을 실행하기만 하면 커미션을 챙길 수 있었던 모기지 브로커, 그리고 느슨한 금융감독 관행, 이 모두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주요국의 주식시장은 베어스턴즈 사태가 있었던 지난 7월 25일 이후 급락세를 보이다가 미 연준의 재할인율 인하를 발표한 지난 8월 18일부터는 불안 요소들이 해소되면서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급매도세를 보이면서 고점대비 20%에 가깝게 폭락하였다가 빠르게 회복된 상황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회복 국면이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렇게 해소되고 글로벌 경제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멀쩡하게 굴러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쉽게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미연준 의장 버냉키를 비롯한 여러 조사기관에 의하면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액은 약 800~1,300억불의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전체 금융자산의 약 0.25% 내외로 절대 수준으로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변동금리부 대출로 금년 10월 이후에 도래할 모기지 규모가 분기당 평균 1000억달러의 규모에 이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들 대출의 경우 매달 상환해야할 이자규모가 많으면 수 배까지 증가할 수 있고, 결국 연체율이나 저당률이 상승하면서 손실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 부분이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7월 수치까지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한 이후인 8월 수치들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고 과거 수년간 고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소비가 소비심리 급락으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사태가 확산된 주범 중의 하나인 헤지펀드에 대한 것이다.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투자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손실을 우려하는 고객들의 환매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들은 자산을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CDO들은 그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유동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적정가격에 매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헤지펀드들은 문제가 있는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의 비중은 줄이지 못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 우량주식이나 채권, 상품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들을 급매하면서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가격변동폭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문제는 본질적인 불안요소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2개월간에 있었던 사태들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금융불안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에 전면적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아마도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액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하게 알려지면서 단기적인 패닉 현상이 다소나마 해소되고, 나아가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은 여전히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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